[취재후] “주민 반대요? 돈이면 다 해결됩니다”

입력 2015.03.08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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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소 반대 민원, 돈으로 해결>

전남 완도군 신지도에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있다. 10년 전 신지대교가 놓인 이후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그런데 햇볕이 좋은 이 섬에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오면서 분쟁이 생겼다. 신지도의 한 마을 이장 A씨가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주민 동의서를 써주고 3천만 원을 받았다. 마을발전기금이었다. 이장 A씨는 70여 가구에 한 가구당 40만 원씩 공평하게 나눠줬다. 그런데 영문도 모른 주민들은 이 돈을 다시 이장에게 돌려줬고,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이장은 결국 물러나야 했다. 새 이장과 주민들이 이 돈을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돌려줬지만, 사업자는 받지 않았다. 골치 아픈 반대 민원을 3천만 원에 해결했는데 다시 되돌려 받으면 주민 동의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전임 이장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동의를 받지 않고 동의서를 써줬다며 사문서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반대 민원을 돈으로 해결하려다가 발전소 추진도 중단됐고, 마을 분위기마저 흉흉해졌다.


[사진 1. 한 마을에서 발전사업자에게 받아 보관 중인 3천백만 원]

▲ 반대 민원 해결료, 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까지

전남의 태양광 발전소 인근 주민과 사업자들을 취재했다. 반대 민원을 무마하는 조건의 발전기금은 10년 전에 천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마을회관에 에어컨이나 안마기를 설치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태양광발전소가 급증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현물 대신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천만 원 정도를 준다. 그 다음엔 2천만 원, 5천만 원, 이런 식으로 규모가 커졌다. 발전소가 여기저기 들어서고 규모도 커지자 주민들이 반대 민원을 낸다. 그리고 자치단체는 사업자에게 민원을 해결하고 주민 동의서를 받아오면 허가를 내주겠다고 한다. '주민동의서'가 허가의 필수 요건이 되고, 이 과정에서 사실상의 허가권을 주민들이 갖게 된 것이다. 결국, 마을에 내는 발전기금이 치솟기 시작한다. 한 사업자는 한 마을에 최고 1억 5천만 원까지 줬다고 말했다. 마을에 발전기금 1억 원을 낸 뒤에도 발전소 옆 과수원에서 요구하면 몇백만 원, 그 옆 축사에서 요구하면 또 몇백만 원, 이런 식으로 민원을 돈으로 해결하다 보니 1억 5천만 원까지 들었다는 것이다.

주민들도 할 말은 많다. 자신이 사는 마을에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들어와서 좋을 것도 없다. 그래서 반대를 했는데, 사업자가 쉴 새 없이 전화하고 찾아와서 동의를 해주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이 먼저 발전기금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돈으로 해결해온 관행에 따라 돈으로 쉽게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장들도 진퇴양난이다. 마을 주민들이 이장이 뒷돈을 받는 게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보니 불편하다. 사업자들은 반대하는 이장 때문에 태양광 사업이 망하게 됐다며 압박이다. 이렇게 되면 마을의 발전을 위해 발전기금이라도 가능한 한 많이 받는 쪽으로 선회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발전기금을 주민들이 나눠 갖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마을의 미래를 위해 통장에 보관하거나 마을 복지와 발전 사업에 쓰고 있었다. 이 돈의 사용을 두고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돈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장들은 머리가 아프다.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사진 2. 태양광 발전소 반대 플래카드]

▲ 돈 되는 태양광 발전소 난립…농어촌 곳곳에 갈등 일으켜

그렇다면 사업자들이 농어촌까지 찾아가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이유는 뭘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발전기금을 받은 한 이장은 “태양광발전소가 돈을 많이 버니 이 정도는 받아도 돼요.”라고 말했을 정도다. 마을에 억대의 발전기금을 내더라도 발전소가 큰 이익이 남는다는 얘기다. 발전소 사업자들은 1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데 보통 23억 원 정도가 든다고 말했다. 이렇게 발전소를 지어놓으면 한 해 평균 3억 원 정도의 수익이 나고, 20년 동안 60억 원을 벌 수 있다고 한다. 보통 15년에서 20년 정도 쓸 수 있는데, 감가상각비를 고려해도 연 8% 정도의 수익이 난다고 설명했다. 연 5% 정도의 수익밖에 나지 않는다는 사업자도 있었다. 요즘에는 이렇게 태양광발전소를 지어서 일반인에게 1억 원에서 2억 원씩 받고 분양도 한다. 은행 이자가 낮으니 노후 연금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전남은 일사량이 많고 땅값도 비교적 싸다. 취재진이 돌아본 태양광발전소 부지의 거래가를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3.3㎡에 만 원에서 3만 원 정도라고 답했다. 전남의 태양광 발전소 허가 현황 자료를 보면 2010년에 49건이던 것이 2013년엔 1,061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상반기에만 938건의 허가가 났다. 완도군 신지도의 경우엔 인구 3천7백여 명의 작은 섬에 태양광 발전소 66개가 들어올 예정이다. 좁은 땅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소는 농어촌 마을 이곳저곳에서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사진 3. 농어촌 마을에 들어서는 태양광발전소]

▲ “태양광발전소 필요 없다, 살던 대로 평화롭게 살고 싶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태양광발전을 반대한다. 마을에 좋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논이나 밭, 염전을 발전소 용지로 판 사람들만 목돈을 만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주민은 일부에 불과하다.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마을에서 싸게 쓰는 것도 아니고 발전소에서 난 수익은 대부분 다른 지역 사람들이 가져간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또, 전자파의 영향,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 경관을 훼손하는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처럼 규모가 큰 발전소는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에 따라 다양한 지원 사업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규모 태양광 발전은 법이 정한 지원 사업에도 빠져 있다. 마을 주민들로선 반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태양광 발전소 용지는 대부분 볕이 잘 드는 좋은 땅이다. 주민들이 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동의해줬다가 10년 뒤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한다. 농어촌으로 몰려오는 태양광발전소 때문에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사진 4. 논밭 한가운데 들어선 태양광 발전소]

▲ 발전기금은 사실상 선거운동…왜?

마을에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온다고 하면 주민들은 군청에 반대 민원을 낸다. 그러면 군청은 주민동의서를 받아오라고 하고, 발전사업자는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받는 대가로 발전기금을 낸다. 그리고 이 동의서를 내면 비로소 발전소 건설 허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 대해 사업자들은 “지자체에서 선거를 하지 않습니까? 선거를 하면 (민원을 낸 주민) 그 사람들은 민심이잖아요. 그 다음 선거에 지장을 받고 싶지 않은 거예요.”라고 말했다. 태양광발전 업무를 맡았던 전 공무원은 “(자치단체가) 합법적으로 '갑질'을 하면서 돈을 간접적으로 업자한테 뜯어서 주민들한테 주는 거죠”라고 증언하며 이 발전기금이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태양광발전소 짓기가 더 어렵다고도 말했다. 당연히 자치단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한다. 발전기금이 오가는 일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사업자는 “발전기금은 1MW에 2천만 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자치단체에서 기준까지 정해줬다.”라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소를 둘러싼 주민-사업자-군청 사이의 갈등이 커지다 보니 여러 의혹과 갈등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사진 5. 주민-군청-사업자 관계도]

▲ 태양광 발전소를 둘러싼 각자의 셈법

정부는 태양광발전소를 더 많이 지어서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 태양광 발전소가 많이 들어서면 OK! 자치단체로선 정부 권장 사업이라 많이 지으면 좋긴 한데 주민 민원이 골칫덩어리다. 그래서 사업자에게 민원을 해결하라고 한다. 민원만 없다면 OK! 사업자는 태양광으로 돈을 벌어야 하므로 될 수 있으면 적은 돈을 마을에 건네고 동의서만 받아내면 그만이다. 동의서만 받아내면 OK! 마을 주민들은 끝까지 반대하기도 어렵고 해서 될 수 있으면 많은 발전 기금을 받아내려고 한다. 발전 기금만 많이 받으면 OK!

물론,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끝까지 반대하겠다는 마을 주민들도 있다. 어느 마을 주민들은 마을을 스스로 지키겠다고 나섰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동네와 논밭이 태양광발전소로 훼손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각자의 셈법에 따라 움직일뿐 마을 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신경 써주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태양광발전소가 계속 들어오다가는 마을이 태양광 발전소로 둘러싸여 고립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크다.

▲ 대안은 없나요?

전국 태양광 발전량의 32%를 차지한다는 전라남도, 전라남도는 지난 10년 동안 태양광 발전소 보급에 앞장서왔다. 전라남도 담당자가 생각하는 대안은 이렇다. 작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주변 마을도 원자력 발전소와 화력발전소처럼 발전소 주변 지역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원 사업을 해주는 것이다. 지금은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경우 인근 마을 주민들이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 사업은 없다. 그렇다 보니 반대 민원을 내고 발전기금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 인근 마을에서는 이런 분쟁이 없다. 왜냐면, 법에 따라 다양한 지원 사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빛원전이 있는 영광군에는 발전소 주변 지역 기본지원사업 국비 79억 원이 배정됐다. 이 예산은 장학금, 농로 포장, 식물원 조성 등에 쓰였다. 정부가 태양광 발전 비율을 높이려는 의지가 있다면 자치단체나 사업자, 주민들이 서로 싸우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이제는 조율도 하고 법 개정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 다시 보기 <시사현장 맥>  “그늘진 태양광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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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주민 반대요? 돈이면 다 해결됩니다”
    • 입력 2015-03-08 07:07:33
    취재후·사건후
<태양광 발전소 반대 민원, 돈으로 해결> 전남 완도군 신지도에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있다. 10년 전 신지대교가 놓인 이후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그런데 햇볕이 좋은 이 섬에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오면서 분쟁이 생겼다. 신지도의 한 마을 이장 A씨가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주민 동의서를 써주고 3천만 원을 받았다. 마을발전기금이었다. 이장 A씨는 70여 가구에 한 가구당 40만 원씩 공평하게 나눠줬다. 그런데 영문도 모른 주민들은 이 돈을 다시 이장에게 돌려줬고,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이장은 결국 물러나야 했다. 새 이장과 주민들이 이 돈을 태양광 발전 사업자에게 돌려줬지만, 사업자는 받지 않았다. 골치 아픈 반대 민원을 3천만 원에 해결했는데 다시 되돌려 받으면 주민 동의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전임 이장이 주민들에게 제대로 동의를 받지 않고 동의서를 써줬다며 사문서위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반대 민원을 돈으로 해결하려다가 발전소 추진도 중단됐고, 마을 분위기마저 흉흉해졌다. [사진 1. 한 마을에서 발전사업자에게 받아 보관 중인 3천백만 원] ▲ 반대 민원 해결료, 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까지 전남의 태양광 발전소 인근 주민과 사업자들을 취재했다. 반대 민원을 무마하는 조건의 발전기금은 10년 전에 천만 원 정도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마을회관에 에어컨이나 안마기를 설치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태양광발전소가 급증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현물 대신 '마을발전기금' 명목으로 천만 원 정도를 준다. 그 다음엔 2천만 원, 5천만 원, 이런 식으로 규모가 커졌다. 발전소가 여기저기 들어서고 규모도 커지자 주민들이 반대 민원을 낸다. 그리고 자치단체는 사업자에게 민원을 해결하고 주민 동의서를 받아오면 허가를 내주겠다고 한다. '주민동의서'가 허가의 필수 요건이 되고, 이 과정에서 사실상의 허가권을 주민들이 갖게 된 것이다. 결국, 마을에 내는 발전기금이 치솟기 시작한다. 한 사업자는 한 마을에 최고 1억 5천만 원까지 줬다고 말했다. 마을에 발전기금 1억 원을 낸 뒤에도 발전소 옆 과수원에서 요구하면 몇백만 원, 그 옆 축사에서 요구하면 또 몇백만 원, 이런 식으로 민원을 돈으로 해결하다 보니 1억 5천만 원까지 들었다는 것이다. 주민들도 할 말은 많다. 자신이 사는 마을에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들어와서 좋을 것도 없다. 그래서 반대를 했는데, 사업자가 쉴 새 없이 전화하고 찾아와서 동의를 해주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들이 먼저 발전기금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돈으로 해결해온 관행에 따라 돈으로 쉽게 해결하려는 것이다. 이장들도 진퇴양난이다. 마을 주민들이 이장이 뒷돈을 받는 게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로 보니 불편하다. 사업자들은 반대하는 이장 때문에 태양광 사업이 망하게 됐다며 압박이다. 이렇게 되면 마을의 발전을 위해 발전기금이라도 가능한 한 많이 받는 쪽으로 선회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발전기금을 주민들이 나눠 갖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마을의 미래를 위해 통장에 보관하거나 마을 복지와 발전 사업에 쓰고 있었다. 이 돈의 사용을 두고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돈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장들은 머리가 아프다.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사진 2. 태양광 발전소 반대 플래카드] ▲ 돈 되는 태양광 발전소 난립…농어촌 곳곳에 갈등 일으켜 그렇다면 사업자들이 농어촌까지 찾아가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이유는 뭘까? 돈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발전기금을 받은 한 이장은 “태양광발전소가 돈을 많이 버니 이 정도는 받아도 돼요.”라고 말했을 정도다. 마을에 억대의 발전기금을 내더라도 발전소가 큰 이익이 남는다는 얘기다. 발전소 사업자들은 1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데 보통 23억 원 정도가 든다고 말했다. 이렇게 발전소를 지어놓으면 한 해 평균 3억 원 정도의 수익이 나고, 20년 동안 60억 원을 벌 수 있다고 한다. 보통 15년에서 20년 정도 쓸 수 있는데, 감가상각비를 고려해도 연 8% 정도의 수익이 난다고 설명했다. 연 5% 정도의 수익밖에 나지 않는다는 사업자도 있었다. 요즘에는 이렇게 태양광발전소를 지어서 일반인에게 1억 원에서 2억 원씩 받고 분양도 한다. 은행 이자가 낮으니 노후 연금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전남은 일사량이 많고 땅값도 비교적 싸다. 취재진이 돌아본 태양광발전소 부지의 거래가를 주민들에게 물어보니 3.3㎡에 만 원에서 3만 원 정도라고 답했다. 전남의 태양광 발전소 허가 현황 자료를 보면 2010년에 49건이던 것이 2013년엔 1,061건으로 늘었고 지난해엔 상반기에만 938건의 허가가 났다. 완도군 신지도의 경우엔 인구 3천7백여 명의 작은 섬에 태양광 발전소 66개가 들어올 예정이다. 좁은 땅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태양광 발전소는 농어촌 마을 이곳저곳에서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사진 3. 농어촌 마을에 들어서는 태양광발전소] ▲ “태양광발전소 필요 없다, 살던 대로 평화롭게 살고 싶다” 마을 주민들은 대부분 태양광발전을 반대한다. 마을에 좋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논이나 밭, 염전을 발전소 용지로 판 사람들만 목돈을 만질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주민은 일부에 불과하다. 태양광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마을에서 싸게 쓰는 것도 아니고 발전소에서 난 수익은 대부분 다른 지역 사람들이 가져간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은 또, 전자파의 영향,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 경관을 훼손하는 등의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처럼 규모가 큰 발전소는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에 관한 법에 따라 다양한 지원 사업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규모 태양광 발전은 법이 정한 지원 사업에도 빠져 있다. 마을 주민들로선 반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태양광 발전소 용지는 대부분 볕이 잘 드는 좋은 땅이다. 주민들이 발전기금 명목으로 돈을 받고 동의해줬다가 10년 뒤 부작용이 나타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소연한다. 농어촌으로 몰려오는 태양광발전소 때문에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사진 4. 논밭 한가운데 들어선 태양광 발전소] ▲ 발전기금은 사실상 선거운동…왜? 마을에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온다고 하면 주민들은 군청에 반대 민원을 낸다. 그러면 군청은 주민동의서를 받아오라고 하고, 발전사업자는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받는 대가로 발전기금을 낸다. 그리고 이 동의서를 내면 비로소 발전소 건설 허가를 받는다. 이 과정에 대해 사업자들은 “지자체에서 선거를 하지 않습니까? 선거를 하면 (민원을 낸 주민) 그 사람들은 민심이잖아요. 그 다음 선거에 지장을 받고 싶지 않은 거예요.”라고 말했다. 태양광발전 업무를 맡았던 전 공무원은 “(자치단체가) 합법적으로 '갑질'을 하면서 돈을 간접적으로 업자한테 뜯어서 주민들한테 주는 거죠”라고 증언하며 이 발전기금이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태양광발전소 짓기가 더 어렵다고도 말했다. 당연히 자치단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한다. 발전기금이 오가는 일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 사업자는 “발전기금은 1MW에 2천만 원 정도가 적정하다고 자치단체에서 기준까지 정해줬다.”라고 말했다. 태양광발전소를 둘러싼 주민-사업자-군청 사이의 갈등이 커지다 보니 여러 의혹과 갈등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사진 5. 주민-군청-사업자 관계도] ▲ 태양광 발전소를 둘러싼 각자의 셈법 정부는 태양광발전소를 더 많이 지어서 신재생에너지 공급 비율을 높이려고 한다. 태양광 발전소가 많이 들어서면 OK! 자치단체로선 정부 권장 사업이라 많이 지으면 좋긴 한데 주민 민원이 골칫덩어리다. 그래서 사업자에게 민원을 해결하라고 한다. 민원만 없다면 OK! 사업자는 태양광으로 돈을 벌어야 하므로 될 수 있으면 적은 돈을 마을에 건네고 동의서만 받아내면 그만이다. 동의서만 받아내면 OK! 마을 주민들은 끝까지 반대하기도 어렵고 해서 될 수 있으면 많은 발전 기금을 받아내려고 한다. 발전 기금만 많이 받으면 OK! 물론,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끝까지 반대하겠다는 마을 주민들도 있다. 어느 마을 주민들은 마을을 스스로 지키겠다고 나섰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동네와 논밭이 태양광발전소로 훼손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각자의 셈법에 따라 움직일뿐 마을 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신경 써주는 곳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태양광발전소가 계속 들어오다가는 마을이 태양광 발전소로 둘러싸여 고립될 것이라는 위기감도 크다. ▲ 대안은 없나요? 전국 태양광 발전량의 32%를 차지한다는 전라남도, 전라남도는 지난 10년 동안 태양광 발전소 보급에 앞장서왔다. 전라남도 담당자가 생각하는 대안은 이렇다. 작은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 주변 마을도 원자력 발전소와 화력발전소처럼 발전소 주변 지역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원 사업을 해주는 것이다. 지금은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가 들어설 경우 인근 마을 주민들이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지원 사업은 없다. 그렇다 보니 반대 민원을 내고 발전기금을 요구하게 된다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 인근 마을에서는 이런 분쟁이 없다. 왜냐면, 법에 따라 다양한 지원 사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빛원전이 있는 영광군에는 발전소 주변 지역 기본지원사업 국비 79억 원이 배정됐다. 이 예산은 장학금, 농로 포장, 식물원 조성 등에 쓰였다. 정부가 태양광 발전 비율을 높이려는 의지가 있다면 자치단체나 사업자, 주민들이 서로 싸우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이제는 조율도 하고 법 개정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 다시 보기 <시사현장 맥>  “그늘진 태양광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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