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언어’ 이 지경까지…

입력 2015.03.08 (17:08) 수정 2015.03.0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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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방송을 보다가 지나친 비속어나 공격적인 비하 발언, 심지어 욕설에 가까운 말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경험, 아마 있으실 겁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채널이 많아지고 그만큼 프로그램의 수도 크게 늘면서, 방송에 나오는 말, 즉 ‘방송 언어’의 문제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먼저 과연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방송에서 쓰이는 언어의 실태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하고, 원인과 개선 방향을 살펴보겠습니다.

류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류 기자! '방송 언어가 중요하다' '그래서 순화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은 늘 있지 않았나요?

<답변>

네, 그런데 이번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올해 사업 계획으로 "언어 관련 심의 강화"를 내세울 만큼, 사청자들은 물론이고 관련 전문가들까지 그 심각성을 우려하는 수준입니다.

<리포트>

“하하하하~~~”

최근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공개 코미디 프롭니다.

<녹취> SBS 웃찾사 88회 '성호야' (양말 속 깊숙한 곳에 비상금 숨기신...) "닥쳐,이 00 놈아! 네 엄마 앞잡이야, 뭐야?"

<녹취> 웃찾사 87회 '성호야' : "돈을 벌어, 00 놈아!"

가족 간의 막말이 주요한‘웃음 장치’입니다.

심지어 상스러운 욕설이 여과 없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녹취> KBS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 "이 000 놈의 00야.” "야 이 000 00야, 형을 때리는 동생 00가 어딨니?”

<녹취> MBC 장밋빛 연인들 31회 1.31 : "너 정말 그러다 나한데 죽도록 맞는다!" "이 0 어딨어? 이 나쁜 0 어딨어? 이 0 나오라 그래!"

정말 방송이 된 장면인지 의심스러울 정돕니다.

<녹취>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14.5.7 : "이 조카의 18색 크레파스 00 문디 같은00, 뭐라고 00000?“

아예 큼지막한 자막을 써 넣기도 하고,

<녹취>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2 06..30 "000들아! 00! 00!”

국적 불명, 어원 불명의 글자와 엄연한 욕설을 표현한 글, 부적절한 외래어까지 난무합니다.

<인터뷰> 문연주(방송통신심위원회 방송심의기획팀 과장) : "저품격 프로그램에 대해선 방송 프로그램의 질을 개선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하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엄격하게 심의를 하는 것으로 저희 위원회 방침을 정책방향으로 잡았고요. 그 일환 중 하나로 방송 언어에 대한 심의도 마찬가지로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

앞에 언급된 말들을 들어보니까, 생각보다 꽤 심각한데요?

<답변>

그렇죠. 그런데 앞서 보여드린 사례들은 심의에서 의견제시 수준인 '권고'를 받거나, 아예 심의 대상에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드라마와 예능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인정한다는 취지에서인데요. 앞으로는 이런 부분도 좀 더 면밀히 살펴야겠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는 지적입니다.

<리포트>

이 방송에선 한 출연자가 특정 정치인과 지역을 연관시켜 비하하고 저급한 단어로 모욕을 줘 방송사가 해당 출연자를 '영구 출연 정지' 시키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습니다.

<녹취> JTBC 뉴스9 14.1.14 : "역사 담당 선생은 대부분이 교원 노조의 좌파입니다. 그러니까 채택을 안 한 거죠. 다 그 교원 노조 놈들이 그냥 막 하니까 귀찮아서...”

이 방송은 지난해 '방송언어 규정 위반' 사례 중 유일하게 법정제재인 '주의'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녹취> TV조선 뉴스7 2013.12.10 : "김광진 의원도 그렇고 장하나 의원도 그렇고요, 청년비례대표 출신인데 이 분들이 함량미달... " "일종의 특정 세대 호객꾼으로 뽑힌 사람이, 호객꾼의 특징이 뭡니까? 삐끼! 삐끼들은 그냥..."

이 채널은 얼마 전 진행자가 다른 언론사의 기자를 '쓰레기'로 지칭해 큰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

<녹취> TV조선 2.11 "이게 기자에요? 완전 쓰레기지."

이와 관련해 며칠 전 '품위유지' 규정 위반으로 '권고' 결정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언경(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방통심의에서 집중 강화해서 모니터링 해야 되는 곳은 이쪽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보도이기 때문에‘논평’이라서 가능하다고 보는 거예요. 그런데 논평이라고 해서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단정적으로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막말을 할 수 있는 자유는 없는 거잖아요?”

시사 보도 영역의 경우 그 안에서 사용되는 말과 글은, 우리 사회가 정한 보편타당한 가치와 시각을 대변하는 것으로 일반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훨씬 더 엄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장소원(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은 훨씬 더 표준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잘못된 언어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암리의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사 프로그램을 할 때 좀 더 의식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만연해 있는 타인에 대한 비하와 차별을 당연시하고 조장하는 발언도 위험 수위로 지적됐습니다.

<녹취> KBS 비타민 02.25 : "나름 계보가 있어요. 이 분이 10기 못 난이로 들어오셨고요, 제가 그 다음 못난이, 얘가 그 다음...." "(하니 씨 키가 몇이에요?) 168cm요. (우와~~~) 전 160이요. (뻥치지 마!)"

<녹취> tvN 사망토론 2014.1.5 :"오나미 씨 실제로 보니까 더 못생겼어. 박살나더라고." "옆에 여자친구야? 실패했네. 너 지금 인생 실패했네."

<인터뷰> 김경희(한림대 언론정보학부 부교수) : "저희가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사실 방송에선 엄청나게 차별적인 언어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지상파나 유료방송에서 버젓이 나온다는 거죠."

이런 공감대가 폭넓게 자리 잡고 있지만, 방통심의위원회의 심의 강화 방침을 모두가 마냥 반기는 것은 아닙니다.

자칫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웃음과 재미, 감동 같은 분야별 특성을 무시하거나 창작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부작용도 충분히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안주식(한국PD연합회 부회장) : "방송 언어순화를 통해서 우리가 이루고자하는 바가 뭔가. 어떤 규격적인 언어만 사람들이 쓰게 하는 것이 목표인가? 아니면 방송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즐거움과 기쁨과 슬픔과 이런 걸 나누는 장으로 할 것인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어긋나지 않은 이상 조금 더 여유롭게 그런 부분은 좀 더 자율성에 맡겨두는 것이 방송이라는 산업적인 속성에도 맞는 것이고.."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심의나 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김경희(한림대 언론정보학부 부교수) :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그런 압박감이 사실 제작진들에게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갖고 있는 사회적인 기능은 고려해서 잘못된 방송언어는 사용하지 않아야 되고 그렇게 하려면 방송 제작진들의 인식의 변환이 있어야 되는데요. 국가의 관여를 통한 제재보다는 좀 자율적인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현재 제작현장에서 자율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다, 경쟁 심화로 인해 손쉽고 안정적인 웃음 소재만 찾다 보니,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위기의식이 생긴 겁니다.

<인터뷰> 김언경(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오락 프로그램에서 신조어 같은 것들을 사용한다거나 아이들이 많이 쓰는 유머 코드를 사용하는 건 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것이 지나친 욕설 또는 욕설을 흉내 낸 욕설이 요즘 굉장히 유행하잖아요. 이런 내용들, 그리고 지역 차별이나 계층을 차별하거나 외모를 비하하는 이런 내용들은 사실 웃음을 준다는 명분으로 허용 되선 안 되는 부분이거든요."

제작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선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안주식(한국PD연합회 수석부회장) : "종편 출범 이후에 방송의 언어라는 것이 솔직히 수준이 많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고, 어떤 식으로든 조금 순화되고 교정될 필요는 있죠.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보통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이 비속어라든지, 표준어가 아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여유를 두고 용인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냐는 거죠"

<질문>

어느 정도 학계와 규제 심의 단체, 그리고 제작진들까지 어느 정도 의견 합의는 이뤄진 것 같은데요, 그럼 실질적으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답변>

현재의 심의규정이 좀 모호해서 입장에 따라 해석과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또 프로그램 분야별로 특성을 고려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설득력을 얻으면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드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리포트>

'방송심의 관련 법령.규정'에서 방송언어에 관한 조항은 제51조와 제52조인데,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입니다,

<녹취>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및 욕설 등을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 방송은 외국어를 사용할 때는 국어순화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보니 제작진과 심의기구 사이에 마찰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우리나라 방송통신기구에 해당하는 오프콤은, 방송언어 심의의 제1 원칙을 청소년 보호로 규정하고, 매우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TV는 새벽 5시 반부터 밤 9시까지, 라디오는 어린이들이 들을 가능성이 높은 등교 시간대 등에, 주의해야 하는 주제는 어떤 것들이고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세세하게 설명돼 있습니다.

특히 차별적인 언어는 무엇에 의한 차별을 말하는지까지 구분해 밝히고 있습니다.

<녹취> "예를 들어 나이, 장애, 성별, 인종, 종교, 신념, 그리고 성 정체성 등을 포함한다."

장르별 특성을 고려한 보다 현실성 있는 방송언어 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연주(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기획팀 과장) : "올해 안에 방송 언어 가이드라인이 나올 겁니다. 지금 규정에 보시면 아까 말씀대로 표준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데, 표준성은 뉴스의 경우엔 굉장히 중요하지만, 예능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을 좀 더 강조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제작진들이 실제로 보고 참고할 수 있게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평소에 쓰는 말과 글이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듯이, 방송에서 나오는 말은 그 사회의 품격을 대변합니다.

우리 사회가 어느 수준까지 방송언어를 수용할지, 규제기구뿐만 아니라 방송 제작자와 시청자, 모두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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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 언어’ 이 지경까지…
    • 입력 2015-03-08 17:14:07
    • 수정2015-03-08 17:38:18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요즘 방송을 보다가 지나친 비속어나 공격적인 비하 발언, 심지어 욕설에 가까운 말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경험, 아마 있으실 겁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채널이 많아지고 그만큼 프로그램의 수도 크게 늘면서, 방송에 나오는 말, 즉 ‘방송 언어’의 문제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먼저 과연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방송에서 쓰이는 언어의 실태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하고, 원인과 개선 방향을 살펴보겠습니다.

류란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질문>

류 기자! '방송 언어가 중요하다' '그래서 순화해야 한다' 이런 문제의식은 늘 있지 않았나요?

<답변>

네, 그런데 이번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올해 사업 계획으로 "언어 관련 심의 강화"를 내세울 만큼, 사청자들은 물론이고 관련 전문가들까지 그 심각성을 우려하는 수준입니다.

<리포트>

“하하하하~~~”

최근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공개 코미디 프롭니다.

<녹취> SBS 웃찾사 88회 '성호야' (양말 속 깊숙한 곳에 비상금 숨기신...) "닥쳐,이 00 놈아! 네 엄마 앞잡이야, 뭐야?"

<녹취> 웃찾사 87회 '성호야' : "돈을 벌어, 00 놈아!"

가족 간의 막말이 주요한‘웃음 장치’입니다.

심지어 상스러운 욕설이 여과 없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녹취> KBS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 "이 000 놈의 00야.” "야 이 000 00야, 형을 때리는 동생 00가 어딨니?”

<녹취> MBC 장밋빛 연인들 31회 1.31 : "너 정말 그러다 나한데 죽도록 맞는다!" "이 0 어딨어? 이 나쁜 0 어딨어? 이 0 나오라 그래!"

정말 방송이 된 장면인지 의심스러울 정돕니다.

<녹취> SBS 너희들은 포위됐다 14.5.7 : "이 조카의 18색 크레파스 00 문디 같은00, 뭐라고 00000?“

아예 큼지막한 자막을 써 넣기도 하고,

<녹취> tvN 렛츠고 시간탐험대2 06..30 "000들아! 00! 00!”

국적 불명, 어원 불명의 글자와 엄연한 욕설을 표현한 글, 부적절한 외래어까지 난무합니다.

<인터뷰> 문연주(방송통신심위원회 방송심의기획팀 과장) : "저품격 프로그램에 대해선 방송 프로그램의 질을 개선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하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엄격하게 심의를 하는 것으로 저희 위원회 방침을 정책방향으로 잡았고요. 그 일환 중 하나로 방송 언어에 대한 심의도 마찬가지로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

앞에 언급된 말들을 들어보니까, 생각보다 꽤 심각한데요?

<답변>

그렇죠. 그런데 앞서 보여드린 사례들은 심의에서 의견제시 수준인 '권고'를 받거나, 아예 심의 대상에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드라마와 예능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인정한다는 취지에서인데요. 앞으로는 이런 부분도 좀 더 면밀히 살펴야겠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는 지적입니다.

<리포트>

이 방송에선 한 출연자가 특정 정치인과 지역을 연관시켜 비하하고 저급한 단어로 모욕을 줘 방송사가 해당 출연자를 '영구 출연 정지' 시키는 등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습니다.

<녹취> JTBC 뉴스9 14.1.14 : "역사 담당 선생은 대부분이 교원 노조의 좌파입니다. 그러니까 채택을 안 한 거죠. 다 그 교원 노조 놈들이 그냥 막 하니까 귀찮아서...”

이 방송은 지난해 '방송언어 규정 위반' 사례 중 유일하게 법정제재인 '주의'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녹취> TV조선 뉴스7 2013.12.10 : "김광진 의원도 그렇고 장하나 의원도 그렇고요, 청년비례대표 출신인데 이 분들이 함량미달... " "일종의 특정 세대 호객꾼으로 뽑힌 사람이, 호객꾼의 특징이 뭡니까? 삐끼! 삐끼들은 그냥..."

이 채널은 얼마 전 진행자가 다른 언론사의 기자를 '쓰레기'로 지칭해 큰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

<녹취> TV조선 2.11 "이게 기자에요? 완전 쓰레기지."

이와 관련해 며칠 전 '품위유지' 규정 위반으로 '권고' 결정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언경(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방통심의에서 집중 강화해서 모니터링 해야 되는 곳은 이쪽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보도이기 때문에‘논평’이라서 가능하다고 보는 거예요. 그런데 논평이라고 해서 확실하지 않은 내용을 단정적으로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막말을 할 수 있는 자유는 없는 거잖아요?”

시사 보도 영역의 경우 그 안에서 사용되는 말과 글은, 우리 사회가 정한 보편타당한 가치와 시각을 대변하는 것으로 일반 시청자들이 받아들이기 때문에, 훨씬 더 엄격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장소원(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시청자들이 이 프로그램은 훨씬 더 표준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잘못된 언어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암암리의 인식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사 프로그램을 할 때 좀 더 의식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르를 불문하고 만연해 있는 타인에 대한 비하와 차별을 당연시하고 조장하는 발언도 위험 수위로 지적됐습니다.

<녹취> KBS 비타민 02.25 : "나름 계보가 있어요. 이 분이 10기 못 난이로 들어오셨고요, 제가 그 다음 못난이, 얘가 그 다음...." "(하니 씨 키가 몇이에요?) 168cm요. (우와~~~) 전 160이요. (뻥치지 마!)"

<녹취> tvN 사망토론 2014.1.5 :"오나미 씨 실제로 보니까 더 못생겼어. 박살나더라고." "옆에 여자친구야? 실패했네. 너 지금 인생 실패했네."

<인터뷰> 김경희(한림대 언론정보학부 부교수) : "저희가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차별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가르치면서, 사실 방송에선 엄청나게 차별적인 언어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지상파나 유료방송에서 버젓이 나온다는 거죠."

이런 공감대가 폭넓게 자리 잡고 있지만, 방통심의위원회의 심의 강화 방침을 모두가 마냥 반기는 것은 아닙니다.

자칫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웃음과 재미, 감동 같은 분야별 특성을 무시하거나 창작의 영역을 축소시키는 부작용도 충분히 우려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안주식(한국PD연합회 부회장) : "방송 언어순화를 통해서 우리가 이루고자하는 바가 뭔가. 어떤 규격적인 언어만 사람들이 쓰게 하는 것이 목표인가? 아니면 방송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서로 소통하고 즐거움과 기쁨과 슬픔과 이런 걸 나누는 장으로 할 것인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어긋나지 않은 이상 조금 더 여유롭게 그런 부분은 좀 더 자율성에 맡겨두는 것이 방송이라는 산업적인 속성에도 맞는 것이고.."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심의나 규제 강화가 능사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인터뷰>김경희(한림대 언론정보학부 부교수) :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그런 압박감이 사실 제작진들에게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이 갖고 있는 사회적인 기능은 고려해서 잘못된 방송언어는 사용하지 않아야 되고 그렇게 하려면 방송 제작진들의 인식의 변환이 있어야 되는데요. 국가의 관여를 통한 제재보다는 좀 자율적인 제재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현재 제작현장에서 자율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다, 경쟁 심화로 인해 손쉽고 안정적인 웃음 소재만 찾다 보니, 더 이상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위기의식이 생긴 겁니다.

<인터뷰> 김언경(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오락 프로그램에서 신조어 같은 것들을 사용한다거나 아이들이 많이 쓰는 유머 코드를 사용하는 건 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그것이 지나친 욕설 또는 욕설을 흉내 낸 욕설이 요즘 굉장히 유행하잖아요. 이런 내용들, 그리고 지역 차별이나 계층을 차별하거나 외모를 비하하는 이런 내용들은 사실 웃음을 준다는 명분으로 허용 되선 안 되는 부분이거든요."

제작자들도 이 부분에 대해선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안주식(한국PD연합회 수석부회장) : "종편 출범 이후에 방송의 언어라는 것이 솔직히 수준이 많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고, 어떤 식으로든 조금 순화되고 교정될 필요는 있죠.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보통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이 비속어라든지, 표준어가 아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좀 여유를 두고 용인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냐는 거죠"

<질문>

어느 정도 학계와 규제 심의 단체, 그리고 제작진들까지 어느 정도 의견 합의는 이뤄진 것 같은데요, 그럼 실질적으로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답변>

현재의 심의규정이 좀 모호해서 입장에 따라 해석과 적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또 프로그램 분야별로 특성을 고려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설득력을 얻으면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드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리포트>

'방송심의 관련 법령.규정'에서 방송언어에 관한 조항은 제51조와 제52조인데,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입니다,

<녹취> "방송은 바른 언어생활을 해치는 억양, 어조, 비속어, 은어, 저속한 조어 및 욕설 등을 사용하여서는 안 된다. 방송은 외국어를 사용할 때는 국어순화 차원에서 신중해야 한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보니 제작진과 심의기구 사이에 마찰도 종종 발생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우리나라 방송통신기구에 해당하는 오프콤은, 방송언어 심의의 제1 원칙을 청소년 보호로 규정하고, 매우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TV는 새벽 5시 반부터 밤 9시까지, 라디오는 어린이들이 들을 가능성이 높은 등교 시간대 등에, 주의해야 하는 주제는 어떤 것들이고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세세하게 설명돼 있습니다.

특히 차별적인 언어는 무엇에 의한 차별을 말하는지까지 구분해 밝히고 있습니다.

<녹취> "예를 들어 나이, 장애, 성별, 인종, 종교, 신념, 그리고 성 정체성 등을 포함한다."

장르별 특성을 고려한 보다 현실성 있는 방송언어 기준을 마련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터뷰> 문연주(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기획팀 과장) : "올해 안에 방송 언어 가이드라인이 나올 겁니다. 지금 규정에 보시면 아까 말씀대로 표준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데, 표준성은 뉴스의 경우엔 굉장히 중요하지만, 예능에서는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을 좀 더 강조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제작진들이 실제로 보고 참고할 수 있게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자 멘트>

평소에 쓰는 말과 글이 그 사람의 인격을 보여주듯이, 방송에서 나오는 말은 그 사회의 품격을 대변합니다.

우리 사회가 어느 수준까지 방송언어를 수용할지, 규제기구뿐만 아니라 방송 제작자와 시청자, 모두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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