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여검사가 진짜 사랑을 했다면 김영란법 피해 갈 수 있나?

입력 2015.03.12 (14:05) 수정 2015.03.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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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며 김영란법 논의를 촉발했던 이른바 ‘벤츠 여검사’ 이모 전 검사(40)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내연남으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된 이 전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의 무죄 선고 이유는 이 전 검사가 받은 벤츠 승용차 등 금품의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전 검사의 혐의는 최모(53) 변호사로부터 특정 사건의 수사를 담당 검사에게 재촉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신용카드, 벤츠 승용차 등 5591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이었다.

재판의 쟁점은 대가성이었다. 현행법상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이 전 검사는 업무관련성과 대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공교롭게도 이 전 검사와 최 모 변호사는 내연 관계였다. 이 전 검사는 2007년 최 변호사와 내연 관계를 가진 뒤 경제적 지원을 받아왔고, 이는 2010년의 사건 청탁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벤츠 승용차는 `사랑의 정표'라고 항변했다.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청탁 시점 이전에 받은 금품도 알선 행위에 대한 대가"라며 이 전 검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금품은 내연 관계에 따른 경제적 지원의 일환"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판단의 근거는 사건 청탁과 금품 수수간의 시간적 간격이 있어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 전 검사가 청탁을 받은 것은 2010년 9월, 신용카드를 받은 것은 그해 4월, 벤츠 승용차를 받은 것은 2009년 4월로 각각 시간적 간격이 있어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에 대한 호의로 담당 검사에게 재촉 전화를 걸었다고 판단했다. 벤츠 승용차도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정표로 이 전 검사가 요구해 받은 것으로 봤다.

이런 2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12일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 이 전 검사에게 김영란법이 적용된다면?

하지만 최근 통과한 김영란법이 이 전 검사에게 적용된다면 결과는 달라진다.(형사처벌은 행위 당시 법률에 따르기 때문에 이 전 검사에게 김영란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더구나 김영란법은 1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

우선 이 사건의 구조를 알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은 부장판사 출신 최모(53)변호사다. 부산의 한 로펌 대표였던 그는 다른 이모(44)씨, 이 전 검사와 각각 내연 관계를 맺었다가 파탄이 났다.

최 변호사는 2010년 사업 실패로 빚 더미에 올랐을 때 다른 내연녀인 이씨를 만났다. 그는 2011년 절도 혐의 등으로 고소 당한 이씨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한편 이에 앞선 2007년부터 이 전 검사와 사귄 최 변호사는 다른 여자와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의 의미로 벤츠 승용차를 줬다. 이후 사업 파트너를 고소하고서, 이 전 검사에게 재촉 청탁을 했다.

사건은 최 변호사와 사이가 틀어진 내연녀 이 씨가 법원과 검찰에 탄원서를 내면서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일파만파 확대됐다.

이 3명은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 변호사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00만원을, 사기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씨는 징역 1년 4개월과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검사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 금품 수수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번에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그렇다면 이 전 검사에게 김영란법이 적용된다면?



이 전 검사는 벤츠 승용차 뿐 아니라, 40평대 전세 아파트, 다이아몬드 반지, 고급 시계, 모피 롱코트, 샤넬 핸드백, 골프채 등을 받았다. 공소사실에 포함된 것만 5000만원이 넘는다.

공직자가 1회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수수를 한 경우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게 김영란법이다. 이 전 검사가 받은 벤츠 승용차가 설사 ‘사랑의 약속’이었다해도 그녀의 행위는 법에 저촉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김영란법 8조 3항은 비교적 광범위한 처벌 예외규정을 담고 있다.

즉, 사교, 의례, 부조 목적의 금품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허용이 된다. 또한 사회상규(社會常規)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도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회상규란 형법 등 많은 법률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일반 국민의 도의감 또는 공정하게 사유하는 일반인의 건전한 윤리감정을 말한다.

김영란법이 '사회상규'라는 모호한 예외규정을 뒀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 법의 제안자인 김영란 변호사(전 대법관)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사회상규는 그동안 수많은 사례에서 많은 판례가 형성돼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사안에 따라 김영란법을 피해갈 수 있는 케이스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이 전 검사와 최 모 변호사가 정말 순수하게 사귀는 사이였다면 김영란법이 시행되더라도 5000만원 정도의 금품 수수는 연인 사이에 오갈 수 있는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라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며 "앞으로 대법원 판례가 쌓여야 김영란법의 적용범위가 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과거 법조 스캔들은?

애정 문제가 개입된 벤츠 여검사 사건과는 달리 김영란법이 있었다면 과거 물의를 빚은 법조 스캔들의 결론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법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이다. 2009년 3월 창원지검 차장검사로 재직하던 한모 전 검사장은 건설업자에게서 140만원대의 식사·향응 및 현금 1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현금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고, 향응 수수도 직무와 관련됐다는 인식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에 대해 김영란법이 적용된다면 설사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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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12 14:05:52
    • 수정2015-03-12 16: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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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며 김영란법 논의를 촉발했던 이른바 ‘벤츠 여검사’ 이모 전 검사(40)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내연남으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된 이 전 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의 무죄 선고 이유는 이 전 검사가 받은 벤츠 승용차 등 금품의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전 검사의 혐의는 최모(53) 변호사로부터 특정 사건의 수사를 담당 검사에게 재촉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신용카드, 벤츠 승용차 등 5591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이었다.

재판의 쟁점은 대가성이었다. 현행법상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을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금품 등을 수수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이 전 검사는 업무관련성과 대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공교롭게도 이 전 검사와 최 모 변호사는 내연 관계였다. 이 전 검사는 2007년 최 변호사와 내연 관계를 가진 뒤 경제적 지원을 받아왔고, 이는 2010년의 사건 청탁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벤츠 승용차는 `사랑의 정표'라고 항변했다.

하급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청탁 시점 이전에 받은 금품도 알선 행위에 대한 대가"라며 이 전 검사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금품은 내연 관계에 따른 경제적 지원의 일환"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 판단의 근거는 사건 청탁과 금품 수수간의 시간적 간격이 있어 대가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특히 이 전 검사가 청탁을 받은 것은 2010년 9월, 신용카드를 받은 것은 그해 4월, 벤츠 승용차를 받은 것은 2009년 4월로 각각 시간적 간격이 있어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에 대한 호의로 담당 검사에게 재촉 전화를 걸었다고 판단했다. 벤츠 승용차도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정표로 이 전 검사가 요구해 받은 것으로 봤다.

이런 2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은 12일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 이 전 검사에게 김영란법이 적용된다면?

하지만 최근 통과한 김영란법이 이 전 검사에게 적용된다면 결과는 달라진다.(형사처벌은 행위 당시 법률에 따르기 때문에 이 전 검사에게 김영란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더구나 김영란법은 1년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

우선 이 사건의 구조를 알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은 부장판사 출신 최모(53)변호사다. 부산의 한 로펌 대표였던 그는 다른 이모(44)씨, 이 전 검사와 각각 내연 관계를 맺었다가 파탄이 났다.

최 변호사는 2010년 사업 실패로 빚 더미에 올랐을 때 다른 내연녀인 이씨를 만났다. 그는 2011년 절도 혐의 등으로 고소 당한 이씨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1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한편 이에 앞선 2007년부터 이 전 검사와 사귄 최 변호사는 다른 여자와 만나지 않겠다는 약속의 의미로 벤츠 승용차를 줬다. 이후 사업 파트너를 고소하고서, 이 전 검사에게 재촉 청탁을 했다.

사건은 최 변호사와 사이가 틀어진 내연녀 이 씨가 법원과 검찰에 탄원서를 내면서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일파만파 확대됐다.

이 3명은 모두 재판에 넘겨졌다.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 변호사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00만원을, 사기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씨는 징역 1년 4개월과 벌금 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검사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2심에서 금품 수수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 판결을 받았고, 이번에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그렇다면 이 전 검사에게 김영란법이 적용된다면?



이 전 검사는 벤츠 승용차 뿐 아니라, 40평대 전세 아파트, 다이아몬드 반지, 고급 시계, 모피 롱코트, 샤넬 핸드백, 골프채 등을 받았다. 공소사실에 포함된 것만 5000만원이 넘는다.

공직자가 1회 100만원, 1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수수를 한 경우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없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게 김영란법이다. 이 전 검사가 받은 벤츠 승용차가 설사 ‘사랑의 약속’이었다해도 그녀의 행위는 법에 저촉돼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김영란법 8조 3항은 비교적 광범위한 처벌 예외규정을 담고 있다.

즉, 사교, 의례, 부조 목적의 금품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허용이 된다. 또한 사회상규(社會常規)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도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사회상규란 형법 등 많은 법률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일반 국민의 도의감 또는 공정하게 사유하는 일반인의 건전한 윤리감정을 말한다.

김영란법이 '사회상규'라는 모호한 예외규정을 뒀다는 비판이 있지만, 이 법의 제안자인 김영란 변호사(전 대법관)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사회상규는 그동안 수많은 사례에서 많은 판례가 형성돼 있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사안에 따라 김영란법을 피해갈 수 있는 케이스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는 "이 전 검사와 최 모 변호사가 정말 순수하게 사귀는 사이였다면 김영란법이 시행되더라도 5000만원 정도의 금품 수수는 연인 사이에 오갈 수 있는 '사회 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라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며 "앞으로 대법원 판례가 쌓여야 김영란법의 적용범위가 좀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과거 법조 스캔들은?

애정 문제가 개입된 벤츠 여검사 사건과는 달리 김영란법이 있었다면 과거 물의를 빚은 법조 스캔들의 결론은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법조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스폰서 검사 사건이다. 2009년 3월 창원지검 차장검사로 재직하던 한모 전 검사장은 건설업자에게서 140만원대의 식사·향응 및 현금 1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현금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이 입증되지 않았고, 향응 수수도 직무와 관련됐다는 인식을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에 대해 김영란법이 적용된다면 설사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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