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꼴찌’…이슬람 국가보다 낮은 한국 여성 노동 실태

입력 2015.03.12 (15:04) 수정 2015.03.1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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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녀)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미국에서 여성도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할 때가 됐다.”

뜻밖의 수상소감에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은 크게 환호했다. 지난달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생애 첫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패트리샤 아퀘트의 수상소감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고, 메릴 스트리프와 제니퍼 로페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호응했다.

◆ 107주년 맞은 세계 여성의 날

세계 여성의 날도 어느덧 107주년을 맞았다.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에서 비롯된 기념일이다. 지난 8일 맨해튼에 모인 인파는 여성의 날 기념 거리행진에서 “여성의 권리가 인류의 권리!”를 외쳤다. 이 자리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도 함께했다. 반 총장은 “1995년 189개국이 서명한 '베이징 여성권리선언'이 나온 지 20년이 지났지만, 진전은 너무 더뎠다”고 지적했다.



반 사무총장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인구의 절반을 제어한다면 우리가 가진 잠재력은 100% 발현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모든 여성의 잠재력을 존중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여성의 날 주간을 맞아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에 참석했다. 이 기간에 일·가정 양립과 양성평등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과 성과를 국제무대에 알리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여성취업과 고용률 제고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한국 ‘유리천장지수’ 3년째 최하위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여성의 날을 맞아 OECD 회원국의 ‘유리 천장 지수’를 발표한다. 남녀 간 고등교육과 임금 격차, 기업의 여성 임원,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종합해 점수로 낸 것으로 여성 차별의 정도를 살펴보는 척도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서 25.6점으로 OECD 28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벌써 3년째 이어진 밑바닥 성적이다. 우리나라는 1위 핀란드(80점)와는 50점 이상의 차이가 있었고, 회원국 평균인 60점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심지어 이슬람 국가로 여성의 활동에 제약이 있는 터키(29.6)보다 낮은 점수다.

평가 항목 중 우리나라의 남녀 취업률 차이는 22%로, 터키(46%)에 이어 하위권에 머물렀고, 남녀 임금 격차도 36.6%로 평균(15.5%)의 배에 이르렀다.

한국이 최고점을 받은 항목은 평균임금에서 차지하는 보육비 부문이 유일한데,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무상보육 정책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 남성 비정규직 임금 > 여성 정규직 임금

국내 여성노동자의 노동실태는 지난 10년간 자료를 분석하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 자료를 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전체 노동자 중 여성의 고용비중은 42.0%에서 43.4%로 늘어났다.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비중도 58.3%에서 59.9%로 증가했다. 이렇게 보면 성별 고용격차와 임금 격차 모두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용형태를 보면 달라진다. 지난 10년간 비정규직 여성은 19만 2,000명 증가했지만, 비정규직 남성은 9만 2,000명 감소했다. 정규직 중 여성비중은 여전히 남성의 1/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임금 격차도 남성이 76만 9,000원(193만 1,000원 → 270만원) 오르는 동안, 여성은 49만 3,000원(112만 6,000원 → 161만 9,000원) 인상됐을 뿐이다. 또 여성은 결혼하거나, 40대 이후가 되면 남성 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성별 임금 격차는 남성 비정규직과 여성 정규직 간에도 드러났다. 기간제(225만 2,000원) 근무와 특수고용(234만 3,000원) 등 남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여성 정규직 임금(219만 4,0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옥 선임연구위원은 “많은 예산을 지원하며 여성정책들이 만들어졌으나, 그 효과가 부족하다는 것이 국제적인 지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대상이 대기업이나 정규직에 한정된 것을 중소기업과 비정규직까지 폭넓게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만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아닌 남성과 나눌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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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년째 ‘꼴찌’…이슬람 국가보다 낮은 한국 여성 노동 실태
    • 입력 2015-03-12 15:04:53
    • 수정2015-03-12 16:12:08
    사회
“이제 (남녀) 임금 격차를 해소하고, 미국에서 여성도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할 때가 됐다.”

뜻밖의 수상소감에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은 크게 환호했다. 지난달 열린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생애 첫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패트리샤 아퀘트의 수상소감에 객석은 박수로 화답했고, 메릴 스트리프와 제니퍼 로페즈는 자리에서 일어나 호응했다.

◆ 107주년 맞은 세계 여성의 날

세계 여성의 날도 어느덧 107주년을 맞았다. 1908년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에서 비롯된 기념일이다. 지난 8일 맨해튼에 모인 인파는 여성의 날 기념 거리행진에서 “여성의 권리가 인류의 권리!”를 외쳤다. 이 자리에는 반기문 UN사무총장도 함께했다. 반 총장은 “1995년 189개국이 서명한 '베이징 여성권리선언'이 나온 지 20년이 지났지만, 진전은 너무 더뎠다”고 지적했다.



반 사무총장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인구의 절반을 제어한다면 우리가 가진 잠재력은 100% 발현되지 않는다"며 "우리는 모든 여성의 잠재력을 존중하고 이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여성의 날 주간을 맞아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에 참석했다. 이 기간에 일·가정 양립과 양성평등을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과 성과를 국제무대에 알리겠다는 취지다. 우리나라는 여성 대통령 시대를 맞아 여성취업과 고용률 제고를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한국 ‘유리천장지수’ 3년째 최하위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여성의 날을 맞아 OECD 회원국의 ‘유리 천장 지수’를 발표한다. 남녀 간 고등교육과 임금 격차, 기업의 여성 임원,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종합해 점수로 낸 것으로 여성 차별의 정도를 살펴보는 척도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이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서 25.6점으로 OECD 28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는 벌써 3년째 이어진 밑바닥 성적이다. 우리나라는 1위 핀란드(80점)와는 50점 이상의 차이가 있었고, 회원국 평균인 60점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심지어 이슬람 국가로 여성의 활동에 제약이 있는 터키(29.6)보다 낮은 점수다.

평가 항목 중 우리나라의 남녀 취업률 차이는 22%로, 터키(46%)에 이어 하위권에 머물렀고, 남녀 임금 격차도 36.6%로 평균(15.5%)의 배에 이르렀다.

한국이 최고점을 받은 항목은 평균임금에서 차지하는 보육비 부문이 유일한데,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무상보육 정책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 남성 비정규직 임금 > 여성 정규직 임금

국내 여성노동자의 노동실태는 지난 10년간 자료를 분석하면 더욱 확실하게 드러난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 자료를 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전체 노동자 중 여성의 고용비중은 42.0%에서 43.4%로 늘어났다. 남성 대비 여성의 임금비중도 58.3%에서 59.9%로 증가했다. 이렇게 보면 성별 고용격차와 임금 격차 모두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고용형태를 보면 달라진다. 지난 10년간 비정규직 여성은 19만 2,000명 증가했지만, 비정규직 남성은 9만 2,000명 감소했다. 정규직 중 여성비중은 여전히 남성의 1/3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임금 격차도 남성이 76만 9,000원(193만 1,000원 → 270만원) 오르는 동안, 여성은 49만 3,000원(112만 6,000원 → 161만 9,000원) 인상됐을 뿐이다. 또 여성은 결혼하거나, 40대 이후가 되면 남성 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성별 임금 격차는 남성 비정규직과 여성 정규직 간에도 드러났다. 기간제(225만 2,000원) 근무와 특수고용(234만 3,000원) 등 남성 비정규직의 임금은 여성 정규직 임금(219만 4,0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영옥 선임연구위원은 “많은 예산을 지원하며 여성정책들이 만들어졌으나, 그 효과가 부족하다는 것이 국제적인 지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대상이 대기업이나 정규직에 한정된 것을 중소기업과 비정규직까지 폭넓게 적용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만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아닌 남성과 나눌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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