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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맞다니까요” 우격다짐으로 피해막은 경찰
입력 2015.03.15 (07:46) 연합뉴스
"보이스피싱 당하고 계시다니까요!". "아니라니까 왜 이러세요. 날 좀 내버려 두세요!".

보이스피싱 사기에 홀딱 속아 서둘러 돈을 부치던 20대 여성을 경찰관들이 설득하다 못해 '우격다짐' 끝에 막아 더 큰 피해를 막은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승강이까지 벌여 피해를 막은 주인공은 이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김승수(50) 경위와 동료 형사 2명이다.

사연은 이랬다. 김 경위 등은 지난 6일 오후 1시께 식사 후 외근을 나서기 전 강동구 송내동의 한 커피전문점 앞에서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성이 다가와 다급한 목소리로 "가장 가까운 국민은행이 어디냐"고 물었다.

이 여성은 매우 초조하고 긴박한 표정이었고, 시종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지 않았다. 그녀는 답을 듣자마자 300여m 떨어진 은행으로 내달렸다.

그는 인근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이모(25)씨였다.

보이스피싱 사기라고 직감한 김 경위와 형사들은 즉각 이씨의 뒤를 쫓았다.

김 경위는 이씨와 어깨를 맞춰 달리며 "혹시 이상한 전화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 "보이스피싱 당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이씨는 "아니다"라고 짧게 대꾸한 뒤 은행으로 곧장 들어갔다.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 선 이씨는 바로 어딘가에 돈을 부치기 시작했다.

김 경위는 경찰 신분증을 제시하며 이씨와 ATM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미 판단력을 상실한 이씨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 지금 급해요. 내버려 두세요"라고 소리치며 저항했다.

이에 김 경위는 이씨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강제로 빼앗았고, 그녀를 홀리던 보이스피싱 전화도 끊겼다. 이씨는 그제야 사기를 당한 사실을 깨달았다.

경찰은 바로 이씨를 창구로 데려가 계좌를 지급 정지했다.

알고 보니 사기범들은 이날 오전 10시께 검사를 사칭해 전화를 걸어 "당신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사용됐다"며 "사기 공범이 아니란 것을 밝히려면 통장 정보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감쪽같이 속은 이씨는 사기꾼들이 만든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주거래은행인 은행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경찰이 조처했을 때에는 이미 이씨 계좌에서 680만원이 인출된 뒤였다.

사기범은 이씨의 다른 통장에 있는 돈도 가로챌 생각으로 "우리은행 계좌로 모든 은행 계좌의 돈을 이체하라"고 지시해 이씨가 무작정 길거리로 나선 것이었다.

이씨는 국민은행 계좌에 있던 480만원을 이체하려고 했지만 경찰의 기민한 대처로 더 큰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경찰서에 와서 피해자 조사를 받은 이씨는 사시나무처럼 떨며 아무 말도 못할 정도로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이씨는 안정을 되찾은 이튿날 김 경위 등을 찾아와 감사 인사를 남겼다.

김 경위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져 교육수준이 높고 젊은 사람들도 보이스피싱에 많이 당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공공기관은 어디에 가서 어떤 행동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 “보이스피싱 맞다니까요” 우격다짐으로 피해막은 경찰
    • 입력 2015-03-15 07:46:15
    연합뉴스
"보이스피싱 당하고 계시다니까요!". "아니라니까 왜 이러세요. 날 좀 내버려 두세요!".

보이스피싱 사기에 홀딱 속아 서둘러 돈을 부치던 20대 여성을 경찰관들이 설득하다 못해 '우격다짐' 끝에 막아 더 큰 피해를 막은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서울 강동경찰서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승강이까지 벌여 피해를 막은 주인공은 이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김승수(50) 경위와 동료 형사 2명이다.

사연은 이랬다. 김 경위 등은 지난 6일 오후 1시께 식사 후 외근을 나서기 전 강동구 송내동의 한 커피전문점 앞에서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여성이 다가와 다급한 목소리로 "가장 가까운 국민은행이 어디냐"고 물었다.

이 여성은 매우 초조하고 긴박한 표정이었고, 시종 휴대전화를 귀에서 떼지 않았다. 그녀는 답을 듣자마자 300여m 떨어진 은행으로 내달렸다.

그는 인근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이모(25)씨였다.

보이스피싱 사기라고 직감한 김 경위와 형사들은 즉각 이씨의 뒤를 쫓았다.

김 경위는 이씨와 어깨를 맞춰 달리며 "혹시 이상한 전화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 "보이스피싱 당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이씨는 "아니다"라고 짧게 대꾸한 뒤 은행으로 곧장 들어갔다.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 선 이씨는 바로 어딘가에 돈을 부치기 시작했다.

김 경위는 경찰 신분증을 제시하며 이씨와 ATM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미 판단력을 상실한 이씨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나 지금 급해요. 내버려 두세요"라고 소리치며 저항했다.

이에 김 경위는 이씨의 손에 들린 휴대전화를 강제로 빼앗았고, 그녀를 홀리던 보이스피싱 전화도 끊겼다. 이씨는 그제야 사기를 당한 사실을 깨달았다.

경찰은 바로 이씨를 창구로 데려가 계좌를 지급 정지했다.

알고 보니 사기범들은 이날 오전 10시께 검사를 사칭해 전화를 걸어 "당신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사용됐다"며 "사기 공범이 아니란 것을 밝히려면 통장 정보를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감쪽같이 속은 이씨는 사기꾼들이 만든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주거래은행인 은행 계좌번호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를 입력했다.

경찰이 조처했을 때에는 이미 이씨 계좌에서 680만원이 인출된 뒤였다.

사기범은 이씨의 다른 통장에 있는 돈도 가로챌 생각으로 "우리은행 계좌로 모든 은행 계좌의 돈을 이체하라"고 지시해 이씨가 무작정 길거리로 나선 것이었다.

이씨는 국민은행 계좌에 있던 480만원을 이체하려고 했지만 경찰의 기민한 대처로 더 큰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경찰서에 와서 피해자 조사를 받은 이씨는 사시나무처럼 떨며 아무 말도 못할 정도로 충격에 빠졌다고 한다.

이씨는 안정을 되찾은 이튿날 김 경위 등을 찾아와 감사 인사를 남겼다.

김 경위는 "보이스피싱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져 교육수준이 높고 젊은 사람들도 보이스피싱에 많이 당하고 있다"며 "정상적인 공공기관은 어디에 가서 어떤 행동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는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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