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회] 김상경이 답습하는 ‘형사의 추억’…‘살인의뢰’
입력 2015.03.17 (19:16)
수정 2015.03.1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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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감독의 패기!” (강유정)
“진부하다 진부해” (최광희)
‘살인의뢰’로 데뷔한 손용호 감독에 대한 평가는 그야말로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강유정 교수는 연쇄 살인 직후의 경찰서 내부를 롱 테이크 기법으로 가져간 점이나, 항공 촬영을 의욕적으로 시도한 점 등에서 신인 감독 특유의 패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호평했습니다.
반면 최광희 평론가는 신인 감독에게 기대하는 참신함이란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이야기의 극적 구성에서 찾아야 하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범인을 노출하고 붙잡는다는 이른바 ‘한국형 스릴러’의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 다소 진부하기까지 했다고 혹평했습니다.
특히 필요 이상의 잔인한 장면으로 사이코패스 성격을 드러내려했던 시도는 이제 한국 영화가 벗어나야 할 ‘클리셰’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살인마 연기에 물이 오른 박성웅, 어디서 계속 봤음직한 김상경의 형사 연기에 대해서는 과연 두 평론가가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요?
“또 홍상수야?”
분명 불편해하시는 분이 계실겁니다.
홍상수 감독은 뭔가 늘 똑같은 말만 하는 것 같고, 그러다보니 조금 지겹기도 하고, 심지어 지적 허영심마저 느껴진다고 토로하는 분들이 솔직히 제 주변에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 왜 또 홍상수 감독 영화인가?
강유정 교수는 홍 감독의 이번 영화 ‘자유의 언덕’이 ‘차이’에 대한 진지한 담론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언어의 차이’와 ‘시간의 차이’가 가져오는 혼란, 즉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언어는 과연 얼마나 큰 도구인가? 혹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사건의 순서가 실제 사건의 순서와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끊임 없이 던지고 있다는 것이죠.
“인간은 과연 어떤 시간과 공간에 걸려있는 존재인가?”
강유정 교수의 말이 맞다면 홍 감독은 “영화로 무엇을 얻을까?”가 아닌 “영화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근래 보기드문 영화 철학자임에 분명합니다.
문제 드립니다. 다음중 영화 ‘해적’을 연출한 감독은?
⓵ 이석훈 감독
② 황동혁 감독
⓷ 이승준 감독
⓸ 장 진 감독
잘 모르시겠다구요?
당연합니다 잘 모르시는게. 사실 감독을 꼭 알 필요도 없고, 감독 이름을 알고 보는 관객도 드문 시대니까요.
영화 ‘스파이’의 감독 교체 사건(?)에서도 드러나 듯, 요즘 한국 영화 감독들은 ‘대기업 투자 배급사에 고용되는 기술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구요?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가까운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만 떠올려봐도 국내 영화계에는 ‘작가주의(영화는 감독이 주체가 돼 작가로서의 역할을 하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입장)’ 감독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 ‘301. 302’의 고 박철수 감독, ‘거짓말’의 장선우 감독, ‘초록물고기’의 이창동 감독, 김지운, 박찬욱, 장진, 홍상수, 김기덕 감독 등은 해외 영화계에서까지 주목 받는 ‘감독의 예술’을 선보인 그런 감독들이었습니다. 이 감독들이 만든 영화는 무조건 본다...는 영화 팬들도 많았죠.
관객 입장에서 작가주의 몰락이 큰 문제냐구요?
아닙니다. 영화는 예술 작품이지만 많은 대중이 함께 웃고 우는 대중 문화임이 분명하니까요. 즐기면 되는거죠.
하지만!
한 시대를 통찰하는 작가의 목소리 보다는 흥행을 전제로한 자본의 목소리만 울려퍼지고 있는 지금 한국 영화계의 모습이 바람직하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자기 얘기를 하는 감독,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감독은 점점 사라지고 흥행 콘셉트에 딱 맞는 ‘기성복’ 같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만 늘어나는 현상.
어쩌면 우리는 ‘작가’가 아니라 ‘자본’이 예술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인을 좋아하십니까?
재즈 음악을 즐겨 들으신다구요?
그렇다면 이 영화 ‘사이드웨이(2004)’를 추천합니다.
이혼 후유증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마일즈’는 맛 좋은 와인을 맛볼 때만 생기가 도는 평범한 영어교사입니다. 그런 그가 둘도 없는 친구 ‘잭’의 ‘총각 파티’를 핑계 삼아 와인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하죠.
자동차로 달리는 드넓은 평원...
농장을 돌며 맛보는 다양한 와인의 향연...
영국 출신의 작곡가로 ‘어바웃 슈미트(2002)’ ‘금발이 너무해(2001)’의 영화 음악을 담당했던 롤페 켄트의 재즈풍 음악은 유난히 이런 와인과 잘 어우러지면서 영화의 유쾌하면서도 때로는 진지한 분위기를 그야말로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스테이크에 곁들여진 잘 익은 와인 같다고나 할까요?
변화와 굴곡, 좋은 순간이 있지만 결국 끝나고야 마는 인생...그래서 와인은 사람의 인생과 닮아있다고들 하나 봅니다.
오늘은 이 영화와 함께 평소 좋아하는 와인을 한 잔 따라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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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회] 김상경이 답습하는 ‘형사의 추억’…‘살인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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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3-17 19:16:41
- 수정2015-03-17 19:35:22
“신인 감독의 패기!” (강유정)
“진부하다 진부해” (최광희)
‘살인의뢰’로 데뷔한 손용호 감독에 대한 평가는 그야말로 극명하게 엇갈렸습니다.
강유정 교수는 연쇄 살인 직후의 경찰서 내부를 롱 테이크 기법으로 가져간 점이나, 항공 촬영을 의욕적으로 시도한 점 등에서 신인 감독 특유의 패기를 느낄 수 있었다고 호평했습니다.
반면 최광희 평론가는 신인 감독에게 기대하는 참신함이란 ‘스릴러’라는 장르의 특성상 이야기의 극적 구성에서 찾아야 하는데, 이 영화는 처음부터 범인을 노출하고 붙잡는다는 이른바 ‘한국형 스릴러’의 모델을 그대로 가져와 다소 진부하기까지 했다고 혹평했습니다.
특히 필요 이상의 잔인한 장면으로 사이코패스 성격을 드러내려했던 시도는 이제 한국 영화가 벗어나야 할 ‘클리셰’라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살인마 연기에 물이 오른 박성웅, 어디서 계속 봤음직한 김상경의 형사 연기에 대해서는 과연 두 평론가가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요?
“또 홍상수야?”
분명 불편해하시는 분이 계실겁니다.
홍상수 감독은 뭔가 늘 똑같은 말만 하는 것 같고, 그러다보니 조금 지겹기도 하고, 심지어 지적 허영심마저 느껴진다고 토로하는 분들이 솔직히 제 주변에도 꽤 많습니다.
그런데 왜 또 홍상수 감독 영화인가?
강유정 교수는 홍 감독의 이번 영화 ‘자유의 언덕’이 ‘차이’에 대한 진지한 담론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언어의 차이’와 ‘시간의 차이’가 가져오는 혼란, 즉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언어는 과연 얼마나 큰 도구인가? 혹은 영화에서 보여지는 사건의 순서가 실제 사건의 순서와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끊임 없이 던지고 있다는 것이죠.
“인간은 과연 어떤 시간과 공간에 걸려있는 존재인가?”
강유정 교수의 말이 맞다면 홍 감독은 “영화로 무엇을 얻을까?”가 아닌 “영화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근래 보기드문 영화 철학자임에 분명합니다.
문제 드립니다. 다음중 영화 ‘해적’을 연출한 감독은?
⓵ 이석훈 감독
② 황동혁 감독
⓷ 이승준 감독
⓸ 장 진 감독
잘 모르시겠다구요?
당연합니다 잘 모르시는게. 사실 감독을 꼭 알 필요도 없고, 감독 이름을 알고 보는 관객도 드문 시대니까요.
영화 ‘스파이’의 감독 교체 사건(?)에서도 드러나 듯, 요즘 한국 영화 감독들은 ‘대기업 투자 배급사에 고용되는 기술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니까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구요?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가까운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만 떠올려봐도 국내 영화계에는 ‘작가주의(영화는 감독이 주체가 돼 작가로서의 역할을 하는 감독의 예술이라는 입장)’ 감독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 ‘301. 302’의 고 박철수 감독, ‘거짓말’의 장선우 감독, ‘초록물고기’의 이창동 감독, 김지운, 박찬욱, 장진, 홍상수, 김기덕 감독 등은 해외 영화계에서까지 주목 받는 ‘감독의 예술’을 선보인 그런 감독들이었습니다. 이 감독들이 만든 영화는 무조건 본다...는 영화 팬들도 많았죠.
관객 입장에서 작가주의 몰락이 큰 문제냐구요?
아닙니다. 영화는 예술 작품이지만 많은 대중이 함께 웃고 우는 대중 문화임이 분명하니까요. 즐기면 되는거죠.
하지만!
한 시대를 통찰하는 작가의 목소리 보다는 흥행을 전제로한 자본의 목소리만 울려퍼지고 있는 지금 한국 영화계의 모습이 바람직하다...고만 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자기 얘기를 하는 감독,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감독은 점점 사라지고 흥행 콘셉트에 딱 맞는 ‘기성복’ 같은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만 늘어나는 현상.
어쩌면 우리는 ‘작가’가 아니라 ‘자본’이 예술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인을 좋아하십니까?
재즈 음악을 즐겨 들으신다구요?
그렇다면 이 영화 ‘사이드웨이(2004)’를 추천합니다.
이혼 후유증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마일즈’는 맛 좋은 와인을 맛볼 때만 생기가 도는 평범한 영어교사입니다. 그런 그가 둘도 없는 친구 ‘잭’의 ‘총각 파티’를 핑계 삼아 와인 여행을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하죠.
자동차로 달리는 드넓은 평원...
농장을 돌며 맛보는 다양한 와인의 향연...
영국 출신의 작곡가로 ‘어바웃 슈미트(2002)’ ‘금발이 너무해(2001)’의 영화 음악을 담당했던 롤페 켄트의 재즈풍 음악은 유난히 이런 와인과 잘 어우러지면서 영화의 유쾌하면서도 때로는 진지한 분위기를 그야말로 잘 살려주고 있습니다. 스테이크에 곁들여진 잘 익은 와인 같다고나 할까요?
변화와 굴곡, 좋은 순간이 있지만 결국 끝나고야 마는 인생...그래서 와인은 사람의 인생과 닮아있다고들 하나 봅니다.
오늘은 이 영화와 함께 평소 좋아하는 와인을 한 잔 따라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무비부비2 31회 댓글 당첨자 : yesuk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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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재천 기자 w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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