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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정부 검사 체계부터 검사해야” 소방복 업체 집단 반발
입력 2015.03.18 (10:12) 수정 2015.03.18 (16:36) 취재후·사건후
국민안전처는 지난 3월 미검사 소방피복 납품업체 16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미검사' 특수방화복 납품 문제를 살펴보다 보니 소방관들이 입는 단체복 4종(기동복.근무복.방한복.점퍼)의 일반 의류제품도 6만여 점이나 미검사 제품을 납품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안전처가 이번 기회에 소방의류 납품 문제를 철저하게 짚어 보겠다는 의지는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류제조업체들의 부정한 납품 관행만 발본색원할 게 아니라 안전처의 검사 체계에 대해서도 철저한 자기 평가가 나오길 희망한다.

☞ 관련기사 <뉴스9> ‘무검사 특수방화복’ 발주 실수에 검사 방법도 문제

취재를 해보니 안전처가 고발한 특수방화복 업체 외에 나머지 12개 일반 의류 납품업체는 사실상 소방 의류를 납품하는 의류제조업체 전체 숫자였다. 결국 모든 소방 관련 의류 납품업체에 '미검사'제품을 납품하는 관행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안전처에서 조사를 받고 이제 검찰에 불려가야 할 처지에 몰린 납품업체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미검사 제품을 납품한 건 잘못했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자신들도 억울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매우 단순하다.

"현재의 검사 규정을 그대로 따를 경우 납품기일을 제때 맞추기 힘들고 그럼 조달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다음 계약을 따내기 힘들어지고 그럼 경영에 타격을 받습니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장사 못하게 하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습니다. 검사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방재청 시절부터 수도 없이 건의를 했지만 묵살 하더니 안전처가 이제 특수방화복 문제가 터지자 우리 전체를 불량업체로 낙인 찍는 것 같아 억울합니다."

납품업체들이 주장하는 핵심적인 문제는 의류업의 속성을 무시한 채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이 의류제품의 검사를 제품이 만들어진 후에 완성품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라고 단정한다.

일반적으로 정부 조달 의류 납품은 소방을 제외하고 모두 1단계에서 원단(제조하기 전)을 검사하고, 옷을 다 만든 뒤에는 육안검사 위주로 검사를 한 뒤 곧바로 납품된다는 것이다. 군복이나 경찰복 모두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방 의류는 제품이 모두 만들어 진 뒤에 원단을 검사한다며 옷을 찢고 태우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맞춤으로 제작, 납품하는 근무복(일반 양복 스타일)까지 사후 완성품 검사를 하는 건 전세계적으로도 아마 사례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게 납품업체들의 주장이다.


▲ 조우진 소방 일반의류 납품업체 부장

완성품 검사는 다른 여러 문제를 파생시킨다.

1. KFI의 평균 검사소요시간이 7~14일 인데 만에 하나 재검사 조치가 떨어지면 무조건 납품기일을 어기게 돼 조달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다는 것이다.

2. 단체복의 특수성(옷 여기저기에 소방이나 119 문자 등이 들어감) 때문에 만약 완성품이 불합격이라도 되면 다 만들어 놓은 옷을 어디다가 팔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 문제가 특히 디자인이나 봉재상태의 문제라면 그나마 납품제조업체가 책임지는 게 맞지만 원단의 문제라면 이는 '원단 제조업체'의 책임을 납품(주로 봉재업체)업체가 떠안는 구조라는 것이다.

3. 특수방화복에서 드러난 것처럼 완성품 검사를 하다보니 멀쩡한 옷을 1벌은 현장에서 파괴검사를 하고, 2벌은 KFI가 가져가서 검사 후 파괴한다고 하는데 몇벌 안 되는 교환물량까지 이같은 검사방법을 고수하면 불필요한 낭비가 계속될 수밖에 없고 '무검사' 제품 납품 관행을 근절시키기 힘들다는 것이다.

납품업체들은 조달청이 가지고 있는 여러 방법으로 납품의 잘못이 있으면 사후 제재를 할 수단이 있다며 소방 의류를 완성품으로 검사하는 관행이 이번 기회에 꼭 바뀌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될지는 난망하다. 왜냐하면 안전처가 특수방화복 검사방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행 KFI가 현장에서 검사를 한 후 납품하는 방식을 -> 모든 제품을 KFI에 입고시킨 뒤 KFI가 합격 표시를 한 뒤에 직접 소방서에 배송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과연 거의 모든 소방장비를 검사하는 KFI를 의류 검사 및 배송업체로 만들겠다는 건지, 과연 현재 KFI의 인력으로 이런 게 가능한 것인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국민안전처의 처방은 기자 입장에서도 정말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국민안전처가 일방적인 '을'일 수밖에 없는 납품업체들의 얘기도 귀담아 듣었으면 한다. 문제의 근본적인 처방을 도외시하고 자꾸 더 불편한 방식으로 개선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으로 보인다. 국민안전처가 소위 '낙하산' 자리인 KFI에게 수수료 수입을 챙겨주기 위해 전 근대적인 검사방법을 고수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 [취재후] “정부 검사 체계부터 검사해야” 소방복 업체 집단 반발
    • 입력 2015-03-18 10:12:46
    • 수정2015-03-18 16:36:41
    취재후·사건후
국민안전처는 지난 3월 미검사 소방피복 납품업체 16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미검사' 특수방화복 납품 문제를 살펴보다 보니 소방관들이 입는 단체복 4종(기동복.근무복.방한복.점퍼)의 일반 의류제품도 6만여 점이나 미검사 제품을 납품된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안전처가 이번 기회에 소방의류 납품 문제를 철저하게 짚어 보겠다는 의지는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류제조업체들의 부정한 납품 관행만 발본색원할 게 아니라 안전처의 검사 체계에 대해서도 철저한 자기 평가가 나오길 희망한다.

☞ 관련기사 <뉴스9> ‘무검사 특수방화복’ 발주 실수에 검사 방법도 문제

취재를 해보니 안전처가 고발한 특수방화복 업체 외에 나머지 12개 일반 의류 납품업체는 사실상 소방 의류를 납품하는 의류제조업체 전체 숫자였다. 결국 모든 소방 관련 의류 납품업체에 '미검사'제품을 납품하는 관행을 가지고 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안전처에서 조사를 받고 이제 검찰에 불려가야 할 처지에 몰린 납품업체들은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미검사 제품을 납품한 건 잘못했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자신들도 억울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매우 단순하다.

"현재의 검사 규정을 그대로 따를 경우 납품기일을 제때 맞추기 힘들고 그럼 조달청으로부터 제재를 받게 됩니다. 그러면 다음 계약을 따내기 힘들어지고 그럼 경영에 타격을 받습니다. 장사하는 사람에게 장사 못하게 하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습니다. 검사 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방재청 시절부터 수도 없이 건의를 했지만 묵살 하더니 안전처가 이제 특수방화복 문제가 터지자 우리 전체를 불량업체로 낙인 찍는 것 같아 억울합니다."

납품업체들이 주장하는 핵심적인 문제는 의류업의 속성을 무시한 채 한국소방산업기술원(KFI)이 의류제품의 검사를 제품이 만들어진 후에 완성품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라고 단정한다.

일반적으로 정부 조달 의류 납품은 소방을 제외하고 모두 1단계에서 원단(제조하기 전)을 검사하고, 옷을 다 만든 뒤에는 육안검사 위주로 검사를 한 뒤 곧바로 납품된다는 것이다. 군복이나 경찰복 모두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도 소방 의류는 제품이 모두 만들어 진 뒤에 원단을 검사한다며 옷을 찢고 태우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맞춤으로 제작, 납품하는 근무복(일반 양복 스타일)까지 사후 완성품 검사를 하는 건 전세계적으로도 아마 사례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게 납품업체들의 주장이다.


▲ 조우진 소방 일반의류 납품업체 부장

완성품 검사는 다른 여러 문제를 파생시킨다.

1. KFI의 평균 검사소요시간이 7~14일 인데 만에 하나 재검사 조치가 떨어지면 무조건 납품기일을 어기게 돼 조달청으로부터 제재를 받는다는 것이다.

2. 단체복의 특수성(옷 여기저기에 소방이나 119 문자 등이 들어감) 때문에 만약 완성품이 불합격이라도 되면 다 만들어 놓은 옷을 어디다가 팔 수도 없다는 것이다. 그 문제가 특히 디자인이나 봉재상태의 문제라면 그나마 납품제조업체가 책임지는 게 맞지만 원단의 문제라면 이는 '원단 제조업체'의 책임을 납품(주로 봉재업체)업체가 떠안는 구조라는 것이다.

3. 특수방화복에서 드러난 것처럼 완성품 검사를 하다보니 멀쩡한 옷을 1벌은 현장에서 파괴검사를 하고, 2벌은 KFI가 가져가서 검사 후 파괴한다고 하는데 몇벌 안 되는 교환물량까지 이같은 검사방법을 고수하면 불필요한 낭비가 계속될 수밖에 없고 '무검사' 제품 납품 관행을 근절시키기 힘들다는 것이다.

납품업체들은 조달청이 가지고 있는 여러 방법으로 납품의 잘못이 있으면 사후 제재를 할 수단이 있다며 소방 의류를 완성품으로 검사하는 관행이 이번 기회에 꼭 바뀌길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될지는 난망하다. 왜냐하면 안전처가 특수방화복 검사방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현행 KFI가 현장에서 검사를 한 후 납품하는 방식을 -> 모든 제품을 KFI에 입고시킨 뒤 KFI가 합격 표시를 한 뒤에 직접 소방서에 배송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과연 거의 모든 소방장비를 검사하는 KFI를 의류 검사 및 배송업체로 만들겠다는 건지, 과연 현재 KFI의 인력으로 이런 게 가능한 것인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국민안전처의 처방은 기자 입장에서도 정말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국민안전처가 일방적인 '을'일 수밖에 없는 납품업체들의 얘기도 귀담아 듣었으면 한다. 문제의 근본적인 처방을 도외시하고 자꾸 더 불편한 방식으로 개선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개선이 아니라 개악으로 보인다. 국민안전처가 소위 '낙하산' 자리인 KFI에게 수수료 수입을 챙겨주기 위해 전 근대적인 검사방법을 고수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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