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테크’ 이젠 안녕…샤넬 가격 내리자 매출 상승

입력 2015.03.20 (18:04) 수정 2015.03.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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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샤넬코리아]

“어제까지 600만 원에 팔던 상품인데, 100만 원 깎아 드릴게요.”

웬 횡재일까? 가격을 흥정하고 있었다면 ‘에누리, 로맨틱, 성공적’을 외칠 수 있겠다. 하지만 백화점 명품관 샤넬 매장에서 벌어진 일이라 신선함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명품브랜드 샤넬이 국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핸드백 가격을 내렸다. 클래식 라인과 보이 샤넬, 2.55 등 샤넬의 대표상품 가격을 16%~23% 하향 조정했다. 클래식 미디엄 사이즈는 643만 원에서 538만 원으로 105만 원(16.3%) 내렸고, 보이 샤넬 미디엄 사이즈는 681만 원에서 524만 원으로 157만 원(23.1%) 인하했다.

평소 ‘노 세일(no sale)’ 정책을 고수해온 샤넬이 가격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유통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브랜드 가치 따지더니…” 불만 폭주

“이제는 샤넬 브랜드 가치도 모르겠다.”

직장인 강지원(32)씨는 불만을 쏟아냈다. 강 씨는 지난달 샤넬의 클래식 라인 미디엄 사이즈를 643만 원에 구매했다. 백화점에서 구매했지만 5%씩 할인해주는 백화점 멤버십 할인은 받지 못했다. 웨딩 마일리지 적립은 물론, 상품권 사은행사도 참여하지 못했다.

강 씨는 “브랜드 가치 따지면서 5% 할인도 안 해주더니, 하루 아침에 20% 할인”이라며 “이제는 샤넬의 브랜드 가치도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구매한 고객을 위해 마련한 대응책도 불만을 불렀다. 샤넬은 “가격 인하 시점(17일) 전 15일 이내 구매 고객은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환불 또는 가격 차이에 대한 물품대금 보관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3월 2일 이후 구매한 소비자 중,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3월 1일에 구매한 사람들은 하루 차이로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더 줘야 하는 상황이다. 가격 인하 소식에 국내의 샤넬 본사와 각 매장에는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를 땐 미리 알고 구매를 권하더니, 이번에는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 ‘샤테크’ 이젠 안녕

국내에서 샤넬의 인기가 유독 뜨거워진 것은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면서다. 매년 제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신제품을 사용한 후 중고로 팔아도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고객들은 중고상품을 거래하며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샤넬의 대표 상품 ‘클래식 라인 미디엄’의 가격변화를 보면 확실한 투자처임을 말해준다. 2007년 200만 원대에 판매됐던 이 제품은 2011년 500만 원대까지 오르고, 최근 600만원을 넘었다. 매년 꾸준히 가격을 인상한 결과다.

치솟는 가격에도 샤넬 핸드백의 판매가 줄지 않은 것은 이처럼‘비싸지만 가치 있는 투자’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샤넬 가방은 다소 비싼 투자이지만, 하나씩은 꼭 가지고 있어야한다. 머지않아 에르메스만큼이나 초고가 상품이 될 것이다”, “에르메스 버킨백이나 샤넬은 투자 가치가 있다, 나도 420만 원에 사서 몇 번 들고도 제 가격보다 비싸게 팔았다” 등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샤테크’를 바라며 신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울상이다. 이번 가격 인하로 당분간 제 가격보다 비싸게 팔던 호시절은 없어지게 됐다.

◆ 샤넬, 자존심 버리고 실리 챙긴다

가격을 내린 건 한국만이 아니다. 샤넬은 다음 달 8일부터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지역의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반면, 유럽지역에서는 가격을 올린다.

그동안 지역 간 가격 차이를 용인했던 샤넬이 가격 조정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유로의 약세가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유로가치 하락으로 지역 간 가격 편차는 크게 벌어졌고, 구매력 있는 아시아 소비자들은 유럽으로 원정 쇼핑을 선호했다. 항공료가 들어가더라도 유럽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며칠 전까지 국내에서 643만 원에 판매된 샤넬 클래식(미디엄) 제품은 중국에서 3만8,200위안(약 690만 원)에 팔린다. 하지만 파리에서는 3,550유로(약 420만 원)에 불과하다. 중국 가격이 프랑스보다 64%나 비싼 것이다.

애론 피셔 CLSA 애널리스트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가격 차이가 이렇게 벌어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유통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가격을 올리며 고급화 정책을 썼지만, 유로의 약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샤넬 스스로 몸을 낮추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샤넬 관계자는 “다음 달 8일부터 핸드백, 시계, 보석의 국가 및 지역 간 가격 차이를 좁혀서 일관된 가격대를 제공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모든 패션 및 시계·보석 라인에 점차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가격 20% 낮추자 매출 15% 상승

샤넬은 자존심을 버렸지만, 실리를 취했다. 폭등했던 가격으로 마음을 접었던 소비자들은 예상치 못한 가격인하 소식에 지갑을 열고 있다. 원정 쇼핑이나 구매 대행을 계획하고 있던 소비자 역시 국내 매장에서 편하게 사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가격이 조정된 이후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 매장에서는 평소보다 매출이 10%~15%가량 늘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매출은 추이를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가격을 낮추면서 소비층이 넓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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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20 18:04:32
    • 수정2015-03-20 18:37:54
    경제
▲ [사진 출처 = 샤넬코리아]

“어제까지 600만 원에 팔던 상품인데, 100만 원 깎아 드릴게요.”

웬 횡재일까? 가격을 흥정하고 있었다면 ‘에누리, 로맨틱, 성공적’을 외칠 수 있겠다. 하지만 백화점 명품관 샤넬 매장에서 벌어진 일이라 신선함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명품브랜드 샤넬이 국내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핸드백 가격을 내렸다. 클래식 라인과 보이 샤넬, 2.55 등 샤넬의 대표상품 가격을 16%~23% 하향 조정했다. 클래식 미디엄 사이즈는 643만 원에서 538만 원으로 105만 원(16.3%) 내렸고, 보이 샤넬 미디엄 사이즈는 681만 원에서 524만 원으로 157만 원(23.1%) 인하했다.

평소 ‘노 세일(no sale)’ 정책을 고수해온 샤넬이 가격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다. 유통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브랜드 가치 따지더니…” 불만 폭주

“이제는 샤넬 브랜드 가치도 모르겠다.”

직장인 강지원(32)씨는 불만을 쏟아냈다. 강 씨는 지난달 샤넬의 클래식 라인 미디엄 사이즈를 643만 원에 구매했다. 백화점에서 구매했지만 5%씩 할인해주는 백화점 멤버십 할인은 받지 못했다. 웨딩 마일리지 적립은 물론, 상품권 사은행사도 참여하지 못했다.

강 씨는 “브랜드 가치 따지면서 5% 할인도 안 해주더니, 하루 아침에 20% 할인”이라며 “이제는 샤넬의 브랜드 가치도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구매한 고객을 위해 마련한 대응책도 불만을 불렀다. 샤넬은 “가격 인하 시점(17일) 전 15일 이내 구매 고객은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환불 또는 가격 차이에 대한 물품대금 보관서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3월 2일 이후 구매한 소비자 중,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3월 1일에 구매한 사람들은 하루 차이로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더 줘야 하는 상황이다. 가격 인하 소식에 국내의 샤넬 본사와 각 매장에는 항의 전화가 폭주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를 땐 미리 알고 구매를 권하더니, 이번에는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 ‘샤테크’ 이젠 안녕

국내에서 샤넬의 인기가 유독 뜨거워진 것은 ‘샤테크(샤넬+재테크)’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면서다. 매년 제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신제품을 사용한 후 중고로 팔아도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고객들은 중고상품을 거래하며 차익을 남기기도 했다.

샤넬의 대표 상품 ‘클래식 라인 미디엄’의 가격변화를 보면 확실한 투자처임을 말해준다. 2007년 200만 원대에 판매됐던 이 제품은 2011년 500만 원대까지 오르고, 최근 600만원을 넘었다. 매년 꾸준히 가격을 인상한 결과다.

치솟는 가격에도 샤넬 핸드백의 판매가 줄지 않은 것은 이처럼‘비싸지만 가치 있는 투자’라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는 “샤넬 가방은 다소 비싼 투자이지만, 하나씩은 꼭 가지고 있어야한다. 머지않아 에르메스만큼이나 초고가 상품이 될 것이다”, “에르메스 버킨백이나 샤넬은 투자 가치가 있다, 나도 420만 원에 사서 몇 번 들고도 제 가격보다 비싸게 팔았다” 등의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샤테크’를 바라며 신상품을 구매한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울상이다. 이번 가격 인하로 당분간 제 가격보다 비싸게 팔던 호시절은 없어지게 됐다.

◆ 샤넬, 자존심 버리고 실리 챙긴다

가격을 내린 건 한국만이 아니다. 샤넬은 다음 달 8일부터 중국과 홍콩 등 아시아지역의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반면, 유럽지역에서는 가격을 올린다.

그동안 지역 간 가격 차이를 용인했던 샤넬이 가격 조정에 나선 배경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유로의 약세가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유로가치 하락으로 지역 간 가격 편차는 크게 벌어졌고, 구매력 있는 아시아 소비자들은 유럽으로 원정 쇼핑을 선호했다. 항공료가 들어가더라도 유럽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이익이라는 판단에서다.

며칠 전까지 국내에서 643만 원에 판매된 샤넬 클래식(미디엄) 제품은 중국에서 3만8,200위안(약 690만 원)에 팔린다. 하지만 파리에서는 3,550유로(약 420만 원)에 불과하다. 중국 가격이 프랑스보다 64%나 비싼 것이다.

애론 피셔 CLSA 애널리스트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가격 차이가 이렇게 벌어진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내의 유통 관계자는 “그동안 꾸준히 가격을 올리며 고급화 정책을 썼지만, 유로의 약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샤넬 스스로 몸을 낮추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샤넬 관계자는 “다음 달 8일부터 핸드백, 시계, 보석의 국가 및 지역 간 가격 차이를 좁혀서 일관된 가격대를 제공할 것”이라며 “올해 안에 모든 패션 및 시계·보석 라인에 점차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가격 20% 낮추자 매출 15% 상승

샤넬은 자존심을 버렸지만, 실리를 취했다. 폭등했던 가격으로 마음을 접었던 소비자들은 예상치 못한 가격인하 소식에 지갑을 열고 있다. 원정 쇼핑이나 구매 대행을 계획하고 있던 소비자 역시 국내 매장에서 편하게 사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가격이 조정된 이후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주요 백화점 매장에서는 평소보다 매출이 10%~15%가량 늘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매출은 추이를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면서도 “가격을 낮추면서 소비층이 넓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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