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캠핑장 텐트 화재…5명 사망 참사

입력 2015.03.23 (08:10) 수정 2015.03.23 (14:4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멘트>

캠핑을 떠났던 두 가족이 참변을 당했습니다.

어제 오전에 일어난 사고인데요.

인천 강화군의 한 캠핑장에서 불이 나, 어린이 3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이 숨지고 2명이 화상을 입었습니다.

해당 시설은 최근들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이른바 ‘글램핑장’ 이었는데, 이런 화재에는 거의 무방비 상태나 다름 없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화재가 어떻게 난건지, 또 왜 이렇게 피해가 컸던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새벽 2시쯤. 인천 강화도의 한 캠핑장입니다.

인디언 천막 모양의 대형 텐트 두 채.

그런데 갑자기, 안쪽에 있는 텐트에서 불꽃이 번쩍이더니 화재가 일어납니다.

<녹취> 최초신고자(음성변조) : “나무 타는 소리가 나길래 봤더니 저희는 장작 피우는 줄 알았더니 갑자기 확 번졌어요. 텐트에 한쪽만 불이 붙었는데 갑자기 휩쓸더라고요. 다.”

신고를 받은 소방관들이 급하게 출동했지만, 텐트는 이미 다 타버린 상태.

텐트 안에서는 안타깝게도 37살 이 모 씨와 이 씨의 11살과 6살 난 아들, 그리고 이 씨의 친구 천모 씨와 천씨의 아들 등 5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녹취> 최초신고자(음성변조) : “휴대전화 문자를 봤는데 제가 2시 13분에 딱 신고를 했거든요? 그런데 한 14분 정도 통화를 마치고 그때 한 1, 2분 사이에 번졌어요. 거의 다 번져서……. ”

즐거운 캠핑을 떠났던, 두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참혹한 화재.

대체 불은 어떻게 일어난걸까?

중학교 동창인 37살 이모씨와 천모씨는 주말을 맞아 함께 캠핑장을 찾았습니다.

이 씨의 세 아들과 천 씨의 아들 한 명을 합쳐 모두 6명이 한 숙소에 머물렀습니다.

이들이 머문 곳은 최근들어 그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이른바 글램핑장.

대형 텐트 안에 전기나 편의시설 등을 설치해, 야영 기분은 느끼되 불편함은 줄인 시설입니다.

사고 텐트는 지름과 높이가 5~6m 정도로, 안에는 침구와 전자제품 등이 갖춰져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박00(이웃 숙박객/음성변조) : “일반 (전기) 장판이 있고 그리고 소파, 3인 소파 그리고 이불 놓을 수 있는 조그만 탁자, 냉장고 그리고 TV 그리고 그 위에 이제 인디언 티피, 원뿔 모양이 있다고 생각 하시면 되고……. ”

밤 늦은 시간.

이 씨와 천 씨는 아이들을 텐트안에 재운 다음, 바깥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새벽 1시 쯤. 잠을 청하러 텐트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그런데, 이 씨와 천 씨가 모두 텐트 안에 들어가고 한 시간 뒤인 새벽 2시 9분 쯤.

갑자기 텐트 안쪽에서 불꽃이 크게 일더니, 불과 3분만에 텐트 전체가 큰 화염에 휩싸입니다.

불길이 커지자, 옆 텐트에서 잠을 자고 있던, 투숙객이 뛰쳐 나옵니다.

<녹취> 박○○(이웃 숙박객/음성변조) :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서 제가 눈을 뜨고 텐트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그래서 텐트에 불이 붙어있는 걸 확인을 하고 저희 아이들을 대피시키고…….”

곧바로 불이 난 텐트로 달려가 입구를 열어제친 박 씨.

문 앞에는 8살 난 어린이가 두려움에 질린채 울고 있었습니다.

투숙객 이 씨의 둘 째 아들이었습니다.

<녹취> 박○○(이웃 숙박객/음성변조) : “아이가 입구에 있었거든요. 아이가 울고 있는데 아이를 일단 안고 나와서…….”

안에 있을 사람들을 추가로 구조해야 했지만, 이미 크게 번진 불은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소화기를 뿌려보고, 화장실에서 퍼온 물을 계속 끼얹어 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안에 있던 이 씨와 천 씨 그리고 3명의 아들들은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녹취> 박○○(이웃 숙박객/음성변조) : “거의 20분 내로 다 탔어요. 이 삼각형 텐트가 완전히 무너져서 안에 있는 안에 있는 분들이 다 보였으니까.”

불과 3분여 만에 텐트 전체로 확산되고, 20여 분 만에 시설 전체를 잿더미로 만든 화재.

사망자들은 잠이 든 상태에서 순식간에 확산된 불길에 휩싸여, 변을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투숙객들이 모두 잠든 텐트안에서 왜 불이 일어난 걸까?

합동 감식 결과, 불은 텐트 안에 있던 전자제품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인터뷰> 이재환(경정/인천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 “지금 현재는 가장 연소가 많이 된 부분이 전기 제품이 있는 그 부분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집중 지금 배선 등에 대해서 수거해서 조사 예정입니다.”

게다가, 텐트 안에는 전기 기구나 쇼파, 침구 같은 가연성 물건이 가득해 화재를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또 원추 모양의 텐트 구조도, 불을 빠르게 확산시키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인터뷰> 이영주(교수/서울 시립대 화재방재학과) : “경사면을 따라서 경사가 진 지붕 형태로 구성되는데요.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가 수평적으로 확산되는 것 보다 수직적으로 확산되는 게 굉장히 빠르거든요."

이렇게 화재 위험이 컸지만, 대비는 허술했습니다.

화재 대비 시설은 물론이고, 그나마 있던 소화기 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녹취> 박○○(이웃 숙박객/음성변조) : “제가 확인한 건 소화기는 세 대였고요. 그중에 제가 직접 손으로 만진 건 두 대였습니다. 두 대가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화재가 난 시설은 캠핑장으로 신고도 돼 있지 않았고, 텐트 또한 건축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방법의 적용도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성재(예방안전과장/강화 소방서) : “다른 모텔, 호텔 같은 경우는 정기점검을 하고 필요에 따라서 하는데 이런 경우는 제외 대상이니까…….”

<인터뷰> 이영주(교수/서울 시립대 화재방재학과) : “지금 현재 글램핑장이라고 얘기해서 전국에 확인된 바로는 백여 군데 정도 되고요. 이런 것들이 실제로 건축법이라든지 소방법에서 안전관리 대상이 되는 건축물로 분류가 안 되기 때문에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는 상황이거든요.”

경찰은 캠핑장 관계자를 불러 당시 화재 상황과 시설 관리 실태 등을 조사하고,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방침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캠핑장 텐트 화재…5명 사망 참사
    • 입력 2015-03-23 08:12:21
    • 수정2015-03-23 14:43:08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캠핑을 떠났던 두 가족이 참변을 당했습니다.

어제 오전에 일어난 사고인데요.

인천 강화군의 한 캠핑장에서 불이 나, 어린이 3명을 포함해 모두 5명이 숨지고 2명이 화상을 입었습니다.

해당 시설은 최근들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이른바 ‘글램핑장’ 이었는데, 이런 화재에는 거의 무방비 상태나 다름 없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화재가 어떻게 난건지, 또 왜 이렇게 피해가 컸던건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어제 새벽 2시쯤. 인천 강화도의 한 캠핑장입니다.

인디언 천막 모양의 대형 텐트 두 채.

그런데 갑자기, 안쪽에 있는 텐트에서 불꽃이 번쩍이더니 화재가 일어납니다.

<녹취> 최초신고자(음성변조) : “나무 타는 소리가 나길래 봤더니 저희는 장작 피우는 줄 알았더니 갑자기 확 번졌어요. 텐트에 한쪽만 불이 붙었는데 갑자기 휩쓸더라고요. 다.”

신고를 받은 소방관들이 급하게 출동했지만, 텐트는 이미 다 타버린 상태.

텐트 안에서는 안타깝게도 37살 이 모 씨와 이 씨의 11살과 6살 난 아들, 그리고 이 씨의 친구 천모 씨와 천씨의 아들 등 5명이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녹취> 최초신고자(음성변조) : “휴대전화 문자를 봤는데 제가 2시 13분에 딱 신고를 했거든요? 그런데 한 14분 정도 통화를 마치고 그때 한 1, 2분 사이에 번졌어요. 거의 다 번져서……. ”

즐거운 캠핑을 떠났던, 두 가족의 목숨을 앗아간 참혹한 화재.

대체 불은 어떻게 일어난걸까?

중학교 동창인 37살 이모씨와 천모씨는 주말을 맞아 함께 캠핑장을 찾았습니다.

이 씨의 세 아들과 천 씨의 아들 한 명을 합쳐 모두 6명이 한 숙소에 머물렀습니다.

이들이 머문 곳은 최근들어 그 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이른바 글램핑장.

대형 텐트 안에 전기나 편의시설 등을 설치해, 야영 기분은 느끼되 불편함은 줄인 시설입니다.

사고 텐트는 지름과 높이가 5~6m 정도로, 안에는 침구와 전자제품 등이 갖춰져 있었다고 합니다.

<녹취> 박00(이웃 숙박객/음성변조) : “일반 (전기) 장판이 있고 그리고 소파, 3인 소파 그리고 이불 놓을 수 있는 조그만 탁자, 냉장고 그리고 TV 그리고 그 위에 이제 인디언 티피, 원뿔 모양이 있다고 생각 하시면 되고……. ”

밤 늦은 시간.

이 씨와 천 씨는 아이들을 텐트안에 재운 다음, 바깥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새벽 1시 쯤. 잠을 청하러 텐트 안으로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그런데, 이 씨와 천 씨가 모두 텐트 안에 들어가고 한 시간 뒤인 새벽 2시 9분 쯤.

갑자기 텐트 안쪽에서 불꽃이 크게 일더니, 불과 3분만에 텐트 전체가 큰 화염에 휩싸입니다.

불길이 커지자, 옆 텐트에서 잠을 자고 있던, 투숙객이 뛰쳐 나옵니다.

<녹취> 박○○(이웃 숙박객/음성변조) : “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서 제가 눈을 뜨고 텐트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그래서 텐트에 불이 붙어있는 걸 확인을 하고 저희 아이들을 대피시키고…….”

곧바로 불이 난 텐트로 달려가 입구를 열어제친 박 씨.

문 앞에는 8살 난 어린이가 두려움에 질린채 울고 있었습니다.

투숙객 이 씨의 둘 째 아들이었습니다.

<녹취> 박○○(이웃 숙박객/음성변조) : “아이가 입구에 있었거든요. 아이가 울고 있는데 아이를 일단 안고 나와서…….”

안에 있을 사람들을 추가로 구조해야 했지만, 이미 크게 번진 불은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소화기를 뿌려보고, 화장실에서 퍼온 물을 계속 끼얹어 봤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안에 있던 이 씨와 천 씨 그리고 3명의 아들들은 그만 목숨을 잃고 말았습니다.

<녹취> 박○○(이웃 숙박객/음성변조) : “거의 20분 내로 다 탔어요. 이 삼각형 텐트가 완전히 무너져서 안에 있는 안에 있는 분들이 다 보였으니까.”

불과 3분여 만에 텐트 전체로 확산되고, 20여 분 만에 시설 전체를 잿더미로 만든 화재.

사망자들은 잠이 든 상태에서 순식간에 확산된 불길에 휩싸여, 변을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투숙객들이 모두 잠든 텐트안에서 왜 불이 일어난 걸까?

합동 감식 결과, 불은 텐트 안에 있던 전자제품에서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인터뷰> 이재환(경정/인천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 “지금 현재는 가장 연소가 많이 된 부분이 전기 제품이 있는 그 부분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 집중 지금 배선 등에 대해서 수거해서 조사 예정입니다.”

게다가, 텐트 안에는 전기 기구나 쇼파, 침구 같은 가연성 물건이 가득해 화재를 키운 것으로 보입니다.

또 원추 모양의 텐트 구조도, 불을 빠르게 확산시키는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인터뷰> 이영주(교수/서울 시립대 화재방재학과) : “경사면을 따라서 경사가 진 지붕 형태로 구성되는데요.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가 수평적으로 확산되는 것 보다 수직적으로 확산되는 게 굉장히 빠르거든요."

이렇게 화재 위험이 컸지만, 대비는 허술했습니다.

화재 대비 시설은 물론이고, 그나마 있던 소화기 마저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녹취> 박○○(이웃 숙박객/음성변조) : “제가 확인한 건 소화기는 세 대였고요. 그중에 제가 직접 손으로 만진 건 두 대였습니다. 두 대가 작동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화재가 난 시설은 캠핑장으로 신고도 돼 있지 않았고, 텐트 또한 건축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방법의 적용도 받지 않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성재(예방안전과장/강화 소방서) : “다른 모텔, 호텔 같은 경우는 정기점검을 하고 필요에 따라서 하는데 이런 경우는 제외 대상이니까…….”

<인터뷰> 이영주(교수/서울 시립대 화재방재학과) : “지금 현재 글램핑장이라고 얘기해서 전국에 확인된 바로는 백여 군데 정도 되고요. 이런 것들이 실제로 건축법이라든지 소방법에서 안전관리 대상이 되는 건축물로 분류가 안 되기 때문에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는 상황이거든요.”

경찰은 캠핑장 관계자를 불러 당시 화재 상황과 시설 관리 실태 등을 조사하고, 국과수에 감식을 의뢰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힐 방침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