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한국 재벌은 안되는데, 일본 재벌은 되는 것

입력 2015.03.23 (11:49) 수정 2015.03.23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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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로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1%대로 낮추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국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소비가 크게 위축돼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이 원인이겠죠. 수출은 그럭저럭 잘 되지만, 그 돈이 기업의 투자 유보금이나, 주주에 대한 배당금으로 우선적으로 갈 뿐, 임금 인상에 따른 가계소득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에 최경환 장관이 재계를 만나 임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대답은 어렵다는 차가운 반응 뿐이었습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은 벌써 임금 동결을 선언했고요.

◆ '임금 인상' 나선 일본 기업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잇따라 임금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4월 소비세를 기존 5%에서 8%로, 3%포인트 올려 우리 돈 1경 833조 원에 달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채무를 갚기 위해 불가피하게 물건 값을 올렸습니다. 이는 일본 국민 1인 당 7,700만 원이 넘는 엄청난 부채입니다. 하지만, 월급은 오르지 않은 채 물건 값만 오르다 보니 소비는 위축됐고, 이는 지난해 2~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주 원인이 됐습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아베 총리는 올해 10월로 예정됐던 소비세 10% 인상을 전격 연기하고,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조기 총선을 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일본 야당의 존재감이 없기도 했지만, 이같은 조치는 일본 국민들의 환영을 받아 총선에서 2/3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아베 총리는 엔저를 바탕으로 수출에 날개를 단 재계에 임금을 올리라고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오르는 물건값보다 임금 인상 수준이 낮으니 일본 국민들이 지갑을 열지 않았고, 이는 내수 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전국 경제인 연합회에 해당하는 일본 경제단체 연합은 압박감 때문인지, 이에 적극 호응하고 나섰습니다.



엔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도요타 자동차는 월 기본급을 3만 7천 원 올리겠다며 앞장섰습니다. 이는 13년 만의 가장 큰 폭의 임금 인상입니다. 닛산 자동차는 한 술 더 떠 4만 6천 원이나 올렸고, 도시바와 파나소닉.히다치 등 전자업체들도 2만 8천 원 씩 인상했습니다. 일본의 대표 외식업체인 '스카이 라크'도 4만 원을 올렸습니다. 아베 총리는 과거 15년 동안 가장 큰 폭의 임금 인상이라고 환영했고, 일본 샐러리맨들은 파격적인 월급 인상에 표정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내수가 70%, 수출 30%로, 우리와는 정반대의 경제 구조이기 때문에 내수 활성화가 20년 장기불황에서 탈출하는데 주요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본도 문제는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엔저에 따른 원자재 구입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중소기업 가운데 올해 임금을 올리겠다는 곳은 고작 38%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아베 정부는 중소기업도 임금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대기업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 우리와는 너무 다른 일본의 '최저 임금제'

또 한 가지 우리와 다른 것은 이른바 '최저 임금제'입니다. 우리의 최저 임금은 5,580원이죠. 이를 6천 원 이상으로 올리려고 하지만, 재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고, 이마저도 일부 아르바이트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일본의 최저 임금체계는 우리와는 조금 다릅니다. 바로 산업별.지역별로 나눠서 최저 임금제를 적용하는 겁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서 산업별로, 그리고 물가 상황에 따라 지역별로 차등을 두어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시스템입니다. 물가가 비싼 지역은 더 많이 주고, 싼 지역은 조금 덜 줘서 기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가장 물가가 비싼 도쿄는 888엔,우리 돈 8,250 원입니다. 우리보다 2,600 원 이상 높습니다. 오키나와와 오이타 등 현 단위 시골지역도 677엔,약 6,300원으로 우리보다 720원이나 높습니다. 일본 전국 평균에 비해서는 1,700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겁니다. 이 돈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이나, 평생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타 족'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주택 임대료를 포함해 의.식.주가 어느 정도 해결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최저 임금은 어느 사업장에서도 철저하게 지켜집니다. 최저임금을 받아도 생계가 유지되기 힘든 우리 현실과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물론 일본과 한국은 경제 상황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유례없는 엔저와 함께 국제유가의 급락, 저금리 등의 경제 호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급 인상과 함께 최저 임금제의 현실화는 분명, 이런 경제 호기와는 별개로 인간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오르지 않는, 그런 악순환 속에서 금리를 내린다고 경기 침체가 회복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역대 정권이 모두 유혹을 느낀, 돈을 풀고 대출을 활성화해서 빚지고 아파트를 사라는 억지 부동산 부양책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 월급쟁이들의 가장 큰 바램인 월급도 오르고 경제도 좋아지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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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광장> ‘임금 인상’ 한국 재계는 NO…일본은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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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한국 재벌은 안되는데, 일본 재벌은 되는 것
    • 입력 2015-03-23 11:49:14
    • 수정2015-03-23 14:30:40
    취재후·사건후
경기 침체로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를 1%대로 낮추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결국 구매력이 떨어지면서 소비가 크게 위축돼 내수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것이 원인이겠죠. 수출은 그럭저럭 잘 되지만, 그 돈이 기업의 투자 유보금이나, 주주에 대한 배당금으로 우선적으로 갈 뿐, 임금 인상에 따른 가계소득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에 최경환 장관이 재계를 만나 임금 인상을 요청했지만, 대답은 어렵다는 차가운 반응 뿐이었습니다. 한국의 대표 기업인 삼성은 벌써 임금 동결을 선언했고요.

◆ '임금 인상' 나선 일본 기업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잇따라 임금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4월 소비세를 기존 5%에서 8%로, 3%포인트 올려 우리 돈 1경 833조 원에 달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채무를 갚기 위해 불가피하게 물건 값을 올렸습니다. 이는 일본 국민 1인 당 7,700만 원이 넘는 엄청난 부채입니다. 하지만, 월급은 오르지 않은 채 물건 값만 오르다 보니 소비는 위축됐고, 이는 지난해 2~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주 원인이 됐습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아베 총리는 올해 10월로 예정됐던 소비세 10% 인상을 전격 연기하고, 중의원을 해산하면서 조기 총선을 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일본 야당의 존재감이 없기도 했지만, 이같은 조치는 일본 국민들의 환영을 받아 총선에서 2/3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아베 총리는 엔저를 바탕으로 수출에 날개를 단 재계에 임금을 올리라고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오르는 물건값보다 임금 인상 수준이 낮으니 일본 국민들이 지갑을 열지 않았고, 이는 내수 침체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전국 경제인 연합회에 해당하는 일본 경제단체 연합은 압박감 때문인지, 이에 적극 호응하고 나섰습니다.



엔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도요타 자동차는 월 기본급을 3만 7천 원 올리겠다며 앞장섰습니다. 이는 13년 만의 가장 큰 폭의 임금 인상입니다. 닛산 자동차는 한 술 더 떠 4만 6천 원이나 올렸고, 도시바와 파나소닉.히다치 등 전자업체들도 2만 8천 원 씩 인상했습니다. 일본의 대표 외식업체인 '스카이 라크'도 4만 원을 올렸습니다. 아베 총리는 과거 15년 동안 가장 큰 폭의 임금 인상이라고 환영했고, 일본 샐러리맨들은 파격적인 월급 인상에 표정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내수가 70%, 수출 30%로, 우리와는 정반대의 경제 구조이기 때문에 내수 활성화가 20년 장기불황에서 탈출하는데 주요 동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본도 문제는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엔저에 따른 원자재 구입 비용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중소기업 가운데 올해 임금을 올리겠다는 곳은 고작 38%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아베 정부는 중소기업도 임금을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대기업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 우리와는 너무 다른 일본의 '최저 임금제'

또 한 가지 우리와 다른 것은 이른바 '최저 임금제'입니다. 우리의 최저 임금은 5,580원이죠. 이를 6천 원 이상으로 올리려고 하지만, 재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고, 이마저도 일부 아르바이트 현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일본의 최저 임금체계는 우리와는 조금 다릅니다. 바로 산업별.지역별로 나눠서 최저 임금제를 적용하는 겁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서 산업별로, 그리고 물가 상황에 따라 지역별로 차등을 두어 최저 생활을 보장하는 시스템입니다. 물가가 비싼 지역은 더 많이 주고, 싼 지역은 조금 덜 줘서 기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가장 물가가 비싼 도쿄는 888엔,우리 돈 8,250 원입니다. 우리보다 2,600 원 이상 높습니다. 오키나와와 오이타 등 현 단위 시골지역도 677엔,약 6,300원으로 우리보다 720원이나 높습니다. 일본 전국 평균에 비해서는 1,700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겁니다. 이 돈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들이나, 평생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프리타 족'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주택 임대료를 포함해 의.식.주가 어느 정도 해결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최저 임금은 어느 사업장에서도 철저하게 지켜집니다. 최저임금을 받아도 생계가 유지되기 힘든 우리 현실과는 너무 대조적입니다.

물론 일본과 한국은 경제 상황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유례없는 엔저와 함께 국제유가의 급락, 저금리 등의 경제 호기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급 인상과 함께 최저 임금제의 현실화는 분명, 이런 경제 호기와는 별개로 인간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오르지 않는, 그런 악순환 속에서 금리를 내린다고 경기 침체가 회복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역대 정권이 모두 유혹을 느낀, 돈을 풀고 대출을 활성화해서 빚지고 아파트를 사라는 억지 부동산 부양책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우리 월급쟁이들의 가장 큰 바램인 월급도 오르고 경제도 좋아지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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