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은 가계…지난해 여윳돈 90조 원 넘어서

입력 2015.03.23 (13:51) 수정 2015.03.23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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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계의 여윳돈이 90조원을 넘어섰다.

여윳돈이 많아졌는데도 가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경기가 언제 풀릴지 모르겠고 노후 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 늘어난 돈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14년 중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91조7천억원으로 1년 새 4조3천억원 늘었다.

잉여자금은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이다. 이 자금이 늘었다는 것은 가계가 쓰지 않고 쌓아둔 돈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가계의 잉여자금은 2012년 77조6천억원, 2013년 87조4천억원 등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가계부채가 1천100조원에 육박한 데다 노후 대비와 경기 상황이 불확실해 움츠러든 소비가 가계 잉여자금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가계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평균 소비성향은 지난해 72.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72만9천원만 썼다는 얘기다. 이에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잠정치 1.7%)도 2009년(0.2%) 이후 가장 낮아졌다.

주택 거래 증가와 전셋값 상승으로 가계빚은 늘었다.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지난해 75조3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0조3천억원 늘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만기가 1년이 넘는 은행 장기차입금이 32조8천억원에서 51조1천억원으로 18조3천억원 급증했다. 전세자금 용도의 신용대출 등이 포함되는 1년 이하의 은행 단기차입금도 4조4천억원에서 13조5천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가계가 지난해 금융기관을 통해 굴린 돈의 증가 폭(14조6천억원)이 빌린 돈보다 커 잉여자금이 늘어날 수 있었다.

가계의 예금은 2013년 49조9천억원에서 작년 69조2천억원으로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보험·연금도 88조3천억원에서 93조2천억원으로 증가했다.

다행히 가계가 쌓은 금융부채는 금융자산의 절반이 안 된다. 지난해 말 현재 금융자산은 2천885조8천억원으로 금융부채(1천295조원)보다 2.23배 많았다. 금융자산 대비 부채의 비중은 2013년 2.19배에서 소폭 개선됐다.

기업(비금융법인)은 설비투자 확대와 매출 부진의 영향으로 자금 부족 규모가 2013년 31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33조5천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금융회사를 제외한 국내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101조5천억원으로 전년의 117조2천억원보다 15조7천억원 감소했다. 기업이 운용한 자금 규모는 85조6천억원에서 68조3천억원으로 17조3천억원 줄었다.

문소상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기업의 설비투자가 2013년 -0.5%에서 2014년 5.9%로 증가하기는 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다"며 "2008년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는 100조원(93 SNA기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잉여자금 규모는 2013년 18조6천억원에서 지난해 18조1천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금융법인(한국은행 제외)이 국내 가계와 기업에 공급한 자금은 174조3천억원으로 전년보다 26조원 늘었다. 가계와 기업에서 조달한 자금은 207조6천억원으로 24조9천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재 총 금융자산은 1년 전보다 7.1% 증가한 1경3천587조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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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갑 닫은 가계…지난해 여윳돈 90조 원 넘어서
    • 입력 2015-03-23 13:51:04
    • 수정2015-03-23 20:22:59
    연합뉴스
지난해 가계의 여윳돈이 90조원을 넘어섰다.

여윳돈이 많아졌는데도 가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경기가 언제 풀릴지 모르겠고 노후 대비도 해야 하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 늘어난 돈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14년 중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잉여자금 규모는 91조7천억원으로 1년 새 4조3천억원 늘었다.

잉여자금은 예금·보험·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것이다. 이 자금이 늘었다는 것은 가계가 쓰지 않고 쌓아둔 돈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가계의 잉여자금은 2012년 77조6천억원, 2013년 87조4천억원 등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가계부채가 1천100조원에 육박한 데다 노후 대비와 경기 상황이 불확실해 움츠러든 소비가 가계 잉여자금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가계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평균 소비성향은 지난해 72.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쓸 수 있는 돈이 100만원이라면 72만9천원만 썼다는 얘기다. 이에 지난해 민간소비 증가율(잠정치 1.7%)도 2009년(0.2%) 이후 가장 낮아졌다.

주택 거래 증가와 전셋값 상승으로 가계빚은 늘었다.

가계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은 지난해 75조3천억원으로 전년보다 10조3천억원 늘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만기가 1년이 넘는 은행 장기차입금이 32조8천억원에서 51조1천억원으로 18조3천억원 급증했다. 전세자금 용도의 신용대출 등이 포함되는 1년 이하의 은행 단기차입금도 4조4천억원에서 13조5천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가계가 지난해 금융기관을 통해 굴린 돈의 증가 폭(14조6천억원)이 빌린 돈보다 커 잉여자금이 늘어날 수 있었다.

가계의 예금은 2013년 49조9천억원에서 작년 69조2천억원으로 20조원 가까이 늘었다. 보험·연금도 88조3천억원에서 93조2천억원으로 증가했다.

다행히 가계가 쌓은 금융부채는 금융자산의 절반이 안 된다. 지난해 말 현재 금융자산은 2천885조8천억원으로 금융부채(1천295조원)보다 2.23배 많았다. 금융자산 대비 부채의 비중은 2013년 2.19배에서 소폭 개선됐다.

기업(비금융법인)은 설비투자 확대와 매출 부진의 영향으로 자금 부족 규모가 2013년 31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33조5천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금융회사를 제외한 국내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101조5천억원으로 전년의 117조2천억원보다 15조7천억원 감소했다. 기업이 운용한 자금 규모는 85조6천억원에서 68조3천억원으로 17조3천억원 줄었다.

문소상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기업의 설비투자가 2013년 -0.5%에서 2014년 5.9%로 증가하기는 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되지는 못하고 있다"며 "2008년 기업의 자금부족 규모는 100조원(93 SNA기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잉여자금 규모는 2013년 18조6천억원에서 지난해 18조1천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지난해 금융법인(한국은행 제외)이 국내 가계와 기업에 공급한 자금은 174조3천억원으로 전년보다 26조원 늘었다. 가계와 기업에서 조달한 자금은 207조6천억원으로 24조9천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말 현재 총 금융자산은 1년 전보다 7.1% 증가한 1경3천587조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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