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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퍼] 같은 환자, 같은 의사인데 소견서는 ‘제각각’…보험금도 갈려
입력 2015.03.23 (17:25) 디지털퍼스트

◆ ‘같은 의사, 같은 환자인데…’ 진료소견서는 ‘제각각’



#회사원 김모 씨는 지난해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치료 뒤 180일이 지나서도 장해가 남아 몇년 전 미리 가입해둔 보험사 3곳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바로 '후유장해 보험금'입니다. 그러자, 각각 보험사에서 담당 손해사정사들이 찾아왔습니다. 김 씨가 제출한 의사의 '진단서'와 '후유장해진단서'만으로는 장해등급 산정이 어렵다면서 담당의사의 '진료소견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회사일로 바빠 함께 병원에 가기 어려웠던 김 씨는 위임장을 써줬습니다.

#그런데, 보험사 직원들이 받아온 진료소견서 결과는 황당했습니다. 분명 김 씨를 수술한 동일한 담당의사에게 받아온 소견서인데, 보험사별로 내용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A보험사 직원이 받아온 진료소견서에는 '외상성 사고 기여도'가 50%, 향후 치료소견란에는 '향후 재발이 가능하고, 추가수술을 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B보험사 직원이 받아온 소견서에는 '상해 기여도' 70%에 향후 호전 가능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시장해 3년' 이라고 표시돼 있었습니다. 즉, 장해가 영구적이지 않고, 3년 정도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 보험금 지급 갈려…보험사는 ‘민사조정’



#문제는 이 진료소견서 내용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 여부가 갈렸다는 겁니다. 담당의사가 소견서에 '향후 추가수술을 할 수 있다'라고 쓴 A보험사는 보험금을 곧바로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B 보험사는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김 씨는 A보험사의 진료소견서를 추가로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김 씨가 금융당국에 민원을 넣겠다고 하자 보험사는 법원에 민사조정을 신청했습니다.

#담당 의사는 같은 환자에 대해 왜 이렇게 다른 소견을 보인 걸까요? 취재진은 담당 의사를 찾아가봤습니다.

<담당의사>
"소견서 안에 너무 많은 항목들이 들어 있습니다. 단시간에 쓰라고 하면 굉장히 좀 급하게 쫓기면서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죠. 저희가 그 약관을 다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즉, 진료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약관도 잘 모르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다른 의사들도 마찬가지일거라고 했습니다. 진료소견서는 환자 입장에서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서류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의사들은 약관 내용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급하게 작성하는 겁니다. 진단서나 진료소견서 작성과 관련된 의무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 보험사에 유리한 ‘진료소견서’…대책은?

여기에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작성하는 진료소견서 내용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소견서를 보면, 크게 병원을 찾은 이유와 발병 원인, 향후 소견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취재결과, 일부 문항이 보험사에 유리하게 작성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생명보험사의 진료소견서 중 발병 원인을 묻는 항목을 보면, 4개 답변 가운데 한 개를 고르도록 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외상에 의한 발병'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3개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즉 간단히 외부요인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이렇게 2가지로만 물으면 될 것을 보험사들에게 유리하게 질문 항목이 많은 겁니다. 개선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금융당국도 이런 진료소견서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홍장희/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팀장>
"일부 보험사의 진료소견서 내용에는 과거 질병만을 강조하거나 보험금의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사실상 불리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해당 점검 결과를 통해서 개선을 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금융당국과 의사협회 등이 협의해 공정하고 균형 있는 진료소견서나 진단서 작성이 가능하도록 의무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또,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의사의 진료 소견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것이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닌만큼, 객관적이고 믿을만한 제3의 의료 자문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 이 기사는 3월 23일 KBS 뉴스9에서 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디·퍼(디지털 퍼스트)는 KBS가 깊이있게 분석한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더 빨리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디지털 공간입니다.
  • [디퍼] 같은 환자, 같은 의사인데 소견서는 ‘제각각’…보험금도 갈려
    • 입력 2015-03-23 17:25:47
    디지털퍼스트

◆ ‘같은 의사, 같은 환자인데…’ 진료소견서는 ‘제각각’



#회사원 김모 씨는 지난해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치료 뒤 180일이 지나서도 장해가 남아 몇년 전 미리 가입해둔 보험사 3곳에 보험금을 청구했습니다. 바로 '후유장해 보험금'입니다. 그러자, 각각 보험사에서 담당 손해사정사들이 찾아왔습니다. 김 씨가 제출한 의사의 '진단서'와 '후유장해진단서'만으로는 장해등급 산정이 어렵다면서 담당의사의 '진료소견서'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회사일로 바빠 함께 병원에 가기 어려웠던 김 씨는 위임장을 써줬습니다.

#그런데, 보험사 직원들이 받아온 진료소견서 결과는 황당했습니다. 분명 김 씨를 수술한 동일한 담당의사에게 받아온 소견서인데, 보험사별로 내용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A보험사 직원이 받아온 진료소견서에는 '외상성 사고 기여도'가 50%, 향후 치료소견란에는 '향후 재발이 가능하고, 추가수술을 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B보험사 직원이 받아온 소견서에는 '상해 기여도' 70%에 향후 호전 가능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시장해 3년' 이라고 표시돼 있었습니다. 즉, 장해가 영구적이지 않고, 3년 정도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 보험금 지급 갈려…보험사는 ‘민사조정’



#문제는 이 진료소견서 내용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 여부가 갈렸다는 겁니다. 담당의사가 소견서에 '향후 추가수술을 할 수 있다'라고 쓴 A보험사는 보험금을 곧바로 지급했습니다. 하지만, B 보험사는 지급을 거절했습니다. 김 씨는 A보험사의 진료소견서를 추가로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김 씨가 금융당국에 민원을 넣겠다고 하자 보험사는 법원에 민사조정을 신청했습니다.

#담당 의사는 같은 환자에 대해 왜 이렇게 다른 소견을 보인 걸까요? 취재진은 담당 의사를 찾아가봤습니다.

<담당의사>
"소견서 안에 너무 많은 항목들이 들어 있습니다. 단시간에 쓰라고 하면 굉장히 좀 급하게 쫓기면서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죠. 저희가 그 약관을 다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즉, 진료하느라 바쁘기도 하고, 약관도 잘 모르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다른 의사들도 마찬가지일거라고 했습니다. 진료소견서는 환자 입장에서는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르는 중요한 서류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의사들은 약관 내용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급하게 작성하는 겁니다. 진단서나 진료소견서 작성과 관련된 의무 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 보험사에 유리한 ‘진료소견서’…대책은?

여기에 보험사들이 자체적으로 작성하는 진료소견서 내용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소견서를 보면, 크게 병원을 찾은 이유와 발병 원인, 향후 소견 등을 기재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취재결과, 일부 문항이 보험사에 유리하게 작성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생명보험사의 진료소견서 중 발병 원인을 묻는 항목을 보면, 4개 답변 가운데 한 개를 고르도록 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외상에 의한 발병'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3개는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즉 간단히 외부요인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이렇게 2가지로만 물으면 될 것을 보험사들에게 유리하게 질문 항목이 많은 겁니다. 개선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금융당국도 이런 진료소견서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홍장희/금융감독원 보험감독국 팀장>
"일부 보험사의 진료소견서 내용에는 과거 질병만을 강조하거나 보험금의 지급 면책 사유에 해당되는 내용으로 사실상 불리한 내용들이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해당 점검 결과를 통해서 개선을 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금융당국과 의사협회 등이 협의해 공정하고 균형 있는 진료소견서나 진단서 작성이 가능하도록 의무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또,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의사의 진료 소견을 놓고 논란이 벌어진 것이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닌만큼, 객관적이고 믿을만한 제3의 의료 자문기구를 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 이 기사는 3월 23일 KBS 뉴스9에서 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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