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첩보작전’으로 열린 박태환 청문회

입력 2015.03.23 (18:58) 수정 2015.03.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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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의 운명을 가를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는 말 그대로 '007작전'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청문회 준비팀은 현지 시간 23일 아침, 청문회 예정 시간을 불과 한 시간여 앞둔 상황에서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FINA에서 정확한 시간은 물론 어디서 열리는지조차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박태환 청문회팀은 FINA로부터 다음과 같은 황당한 통보를 받았습니다.

"오전 10시 숙소에 차량을 보내줄 테니 청문회 준비를 한 채로 탑승하십시오."

어딘가 할리우드 첩보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대사입니다. 도대체 FINA가 이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FINA도 이번 박태환 청문회를 전례를 찾기 힘든 특별한 경우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FINA 청문회 자체는 비밀 유지가 생명입니다. 해당 선수의 명예와 프라이버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도핑 관련자들은 어떤 사실도 외부에 발설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이 대원칙은 박태환측에서 지난 1월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면서부터 사실상 깨져 버렸습니다. 당시 박태환측은 "박태환의 도핑은 의사의 과실 때문이며 이에 해당 의료진을 검찰에 고발했다"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국내 언론사에 뿌렸는데 이 자체가 비밀 엄수 규정의 위반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박태환의 도핑 관련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받게 됐고, 청문회 날짜도 언론에 의해 공개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보통 도핑에 연루된 선수와 가족, 변호인만이 참석하는 FINA 청문회는 국내 언론사들이 스위스 현지까지 찾아가 취재하는 큰 사안으로 확대됐고, 이에 당황한 FINA는 이처럼 '007 작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박태환 청문회팀의 한 관계자는 "FINA도 이번 사태를 보고 놀라고 있다. 그쪽 고위 관계자도 박태환의 경우처럼 언론의 큰 관심을 받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우리 측에 얘기할 정도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그만큼 대한민국 수영에서 박태환의 존재감이 얼마나 절대적인가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FINA도 물론 이 사실을 모르고 있지 않기에 최종 징계 결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대한수영연맹측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청문회 준비팀도 도핑의 고의성 입증 외에 이러한 부분까지 호소할 계획입니다. 대한수영연맹의 한 관계자는 "박태환이 그동안 한국 수영에 기여해온 바를 청문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어린 수영 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부분을 집중 호소할 예정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과연 이런 감성적인 호소가 박태환의 최종 징계 수위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도핑 규정 자체만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박태환이 징계를 경감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금지약물 성분 1호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책임은 경위가 어떻게 됐든 전적으로 선수 본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박태환의 운명을 가를 청문회 최종 결과는 빠르면 이번 주내 발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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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스포츠史] 박태환 운명의 날, 4년 전 배리 본즈도 사면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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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007첩보작전’으로 열린 박태환 청문회
    • 입력 2015-03-23 18:58:44
    • 수정2015-03-23 19:04:49
    종합
박태환의 운명을 가를 국제수영연맹(FINA) 청문회는 말 그대로 '007작전'을 방불케 하고 있습니다. 청문회 준비팀은 현지 시간 23일 아침, 청문회 예정 시간을 불과 한 시간여 앞둔 상황에서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FINA에서 정확한 시간은 물론 어디서 열리는지조차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박태환 청문회팀은 FINA로부터 다음과 같은 황당한 통보를 받았습니다.

"오전 10시 숙소에 차량을 보내줄 테니 청문회 준비를 한 채로 탑승하십시오."

어딘가 할리우드 첩보 영화에서 본 것 같은 대사입니다. 도대체 FINA가 이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FINA도 이번 박태환 청문회를 전례를 찾기 힘든 특별한 경우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FINA 청문회 자체는 비밀 유지가 생명입니다. 해당 선수의 명예와 프라이버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청문회가 끝날 때까지 도핑 관련자들은 어떤 사실도 외부에 발설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하지만 이 대원칙은 박태환측에서 지난 1월 언론에 보도자료를 내면서부터 사실상 깨져 버렸습니다. 당시 박태환측은 "박태환의 도핑은 의사의 과실 때문이며 이에 해당 의료진을 검찰에 고발했다"는 요지의 보도자료를 국내 언론사에 뿌렸는데 이 자체가 비밀 엄수 규정의 위반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박태환의 도핑 관련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받게 됐고, 청문회 날짜도 언론에 의해 공개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보통 도핑에 연루된 선수와 가족, 변호인만이 참석하는 FINA 청문회는 국내 언론사들이 스위스 현지까지 찾아가 취재하는 큰 사안으로 확대됐고, 이에 당황한 FINA는 이처럼 '007 작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박태환 청문회팀의 한 관계자는 "FINA도 이번 사태를 보고 놀라고 있다. 그쪽 고위 관계자도 박태환의 경우처럼 언론의 큰 관심을 받는 경우는 처음 본다고 우리 측에 얘기할 정도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그만큼 대한민국 수영에서 박태환의 존재감이 얼마나 절대적인가를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FINA도 물론 이 사실을 모르고 있지 않기에 최종 징계 결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대한수영연맹측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청문회 준비팀도 도핑의 고의성 입증 외에 이러한 부분까지 호소할 계획입니다. 대한수영연맹의 한 관계자는 "박태환이 그동안 한국 수영에 기여해온 바를 청문위원들에게 설명하고 어린 수영 꿈나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부분을 집중 호소할 예정이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과연 이런 감성적인 호소가 박태환의 최종 징계 수위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도핑 규정 자체만을 엄격히 적용한다면 박태환이 징계를 경감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금지약물 성분 1호인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된 책임은 경위가 어떻게 됐든 전적으로 선수 본인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박태환의 운명을 가를 청문회 최종 결과는 빠르면 이번 주내 발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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