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빨리보기] 일본산, 먹어도 되나요?

입력 2015.03.23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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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는 주부들이 요즘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점 가운데 하나는 '방사능'과 '일본산 농수산물의 안전성'입니다.

장 볼 때마다 원산지를 꼼꼼히 챙겨보는 건 이제 일상이 돼 버렸습니다. 그래서 장을 보러가면 porter 이른바 짐꾼인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일본산, 먹어도 될까?'

일본에서 만난 사람들 (1) 세슘 엑소더스 행렬

30대 중반의 야스히로 단지씨.

원전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토박이입니다. 법무사 시험에 합격한 뒤 조그만 법무사 사무실을 고향에 내는 게 최대의 꿈이었는데요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자 그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뒤 1년 만에 단지 씨는 고향을 떠나게 됩니다.

탈출... 탈출이란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 원전이 터지기 전 그의 집 주변 방사선량은 0.04밀리시버트였는데요. 일반 성인의 연간 피폭 허용치가 1밀리시버트보다는 낮았죠. 하지만 원전이 터지고 난 뒤 10밀리시버트까지 폭증한 걸 확인하고 그는 고향 탈출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지 않은 남매의 건강을 가장 먼저 우려한 결정이었습니다. 그가 피난한 곳은 후쿠시마에서 1,500 km 떨어진 일본 서부 오카야마현. 그는 사고 당시 도쿄전력의 거짓말과 일본정부의 늑장대응을 생각할 때마다 분해서 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만난 사람들 (2) 세슘 엑소더스 행렬

30년 의사경력 미타 시게루 병원장.

도쿄에서 30년간 병원을 운영한 의사 미타 시게루 씨도 방사능 피난민입니다. 그는 자신의 환자들의 백혈구 속 호중구(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세포로 최전방 순찰대로 불림) 수치가 2011년 원전폭발 전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서 3분의 1수준까지 급감한 사실을 발견하고 서둘러 도쿄를 떠났다고 합니다. 호중구 수치가 감소한 환자들은 감기가 들어도 잘 낫지 않거나 피하출혈이 많은 등 평소 보지 못했던 증상들을 호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미타 시게루 의사는 전국언론을 통해 이런 진료현장의 실태를 언론에 전달하면서 그 위험성을 경고했는데도 도쿄 지역언론에 보도될 뿐 전국으론 보도되지 않는 큰 벽에 절망해 오카야마 시골로 피난했습니다.

오카야마현에만 방사능 피난민 천여 명

일본 서부의 오카야마 현에는 1,500 km 떨어진 후쿠시마와 도쿄에서 방사능을 피해 탈출한 피난민들이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올초 기준으로 천 백여 명(오카야마현청 등록기준)이 이곳으로 이주했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사람 (3) 세슘을 추적하는 사람

고찌 히데오 고베시 진료원장

어~왜 코피가 나지? 방사능 공포의 본질 '세슘'

지난 30여년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방사능 피폭환자 2천여명을 연구해 온 고찌 히데오 고베시 진료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세슘이란 방사능 물질을 알아야 방사능 피난 엑소더스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다.'

세슘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고 핵 반응로나 핵실험에서의 핵 연료 분열에서 생성되는데요. 세슘은 체온에서 녹을 정도로 녹는점이 낮고 무릅니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을 때 다량의 세슘이 공기 중으로 날아갔다고 합니다.

일본 기상청이 후쿠시마 원전 직후 먼지 덩어리에서 세슘 입자를 발견해 공개하면서 관심이 집중됐고요. 직경 0.00026센티미터라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데 하나의 초미세 입자에 든 방사능 물질만 3.8 베크렐 수준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인기 만화책 '맛의 달인'에선 후쿠시마에 다녀온 주인공이 갑자기 코피를 흘리는 장면을 묘사해 일본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갑작스런 코피의 원인이 세슘피폭 때문이란 건데... 일본정부의 장관까지 나서서 이를 부인하는 해명 기자회견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환자를 연구해 온 고찌 히데오 원장이 세슘의 피폭일 수 있다는 실증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코피와 세슘과의 연관관계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고찌 히데오 원장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직후 방사성 세슘을 포함한 금속입자들이 1제곱미터당 약 100개 정도가 170 km 떨어진 남쪽 이바라키현까지 날아왔다고 말합니다. 또 해당 지역의 일반인의 코에 순간적으로 130밀리시버트 가량의 방사선량을 방출하는 세슘이 피폭됐다는 근거를 제시합니다. 130밀리시버트는 일반인의 연간 허용 한도량인 1밀리시버트의 130배. 이 경우 갑작스런 코피 증세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는 일본 정부가 외부피폭의 경우만 상정해 갑작스런 코피증세의 원인을 설명하지 않지만 세슘을 코로 흡입하는 내부피폭의 경우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사람 (4) 세슘을 추적하는 사람

고와카 준이치 일본 식품안전기금 대표

세슘은 공기 중에 날아다니고 물에도 녹아 수산물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KBS 취재진은 일본의 대표적인 식품안전 시민단체인 식품안전기금 고와카 준이치 대표를 통해 최근 2년간 후쿠시마 해역에서의 수산물 방사능 실태조사를 입수했습니다. 그 결과 감성돔과 볼락, 민물생선이 최고 700 베크렐에서 370 베크렐까지 세슘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시중에 유통되기 전 사전검사이지만 일본 당국의 수산물 방사능 기준치 100베크렐/kg보다 5배에서 7배나 높은 수치입니다.

최근 2년간 후쿠시마 인근 해역의 볼락 세슘수치가 여전히 높은 사실도 알게 됐는데요. 평소보다 최고 15배나 많은 리터당 1,500베크렐의 원전 방사능 물질이 빗물과 함께 바다로 흘러 들어갔고 이를 알고도 도쿄전력은 열달 넘게 은폐한 사실도 취재중 발생한 뉴스로 충격을 줬습니다.

KBS 취재진은 직접 도쿄와 이바라키, 후쿠시마 원전 인근, 홋카이도 삿포로 수산시장에서 각종 수산물을 확보해 방사능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또 도쿄 시내 중심가에 있는 후쿠시마 농수산물 전용 판매장에서 버섯과 곶감, 수산물 가공식품 등도 구입해 방사능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KBS 취재진은 이와 함께 수도권과 부산지역의 재래시장 등 우리나라 시장에서 확보한 각종 수산물도 방사능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 현지의 농수산물에서 유의미한 방사능 결과를 확보했습니다. 후쿠시마 앞 바다의 방사능 안전을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일본산 수입재개 검토가 진행되는 지금... 최근 식약처가 지원하는 일본 현지 방사능 실태 민간인 조사단은 지금까지 3차례 후쿠시마 등 현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곧 결과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인데 수입재개 결정을 권고할 경우 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됩니다.

3월 24일(화) 밤 10시에 방송될 KBS 1TV <시사기획 창> '일본산,먹어도 되나요?'에서는 최근 정부가 수입재개를 시사한 일본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농수산물 방사능 실태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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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23 22: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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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는 주부들이 요즘 가장 많이 궁금해 하는 점 가운데 하나는 '방사능'과 '일본산 농수산물의 안전성'입니다. 장 볼 때마다 원산지를 꼼꼼히 챙겨보는 건 이제 일상이 돼 버렸습니다. 그래서 장을 보러가면 porter 이른바 짐꾼인 저도 궁금해졌습니다.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습니다. '일본산, 먹어도 될까?' 일본에서 만난 사람들 (1) 세슘 엑소더스 행렬 30대 중반의 야스히로 단지씨. 원전폭발 사고가 난 후쿠시마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토박이입니다. 법무사 시험에 합격한 뒤 조그만 법무사 사무실을 고향에 내는 게 최대의 꿈이었는데요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자 그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한 뒤 1년 만에 단지 씨는 고향을 떠나게 됩니다. 탈출... 탈출이란 표현이 맞을 것 같네요. 원전이 터지기 전 그의 집 주변 방사선량은 0.04밀리시버트였는데요. 일반 성인의 연간 피폭 허용치가 1밀리시버트보다는 낮았죠. 하지만 원전이 터지고 난 뒤 10밀리시버트까지 폭증한 걸 확인하고 그는 고향 탈출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도 하지 않은 남매의 건강을 가장 먼저 우려한 결정이었습니다. 그가 피난한 곳은 후쿠시마에서 1,500 km 떨어진 일본 서부 오카야마현. 그는 사고 당시 도쿄전력의 거짓말과 일본정부의 늑장대응을 생각할 때마다 분해서 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만난 사람들 (2) 세슘 엑소더스 행렬 30년 의사경력 미타 시게루 병원장. 도쿄에서 30년간 병원을 운영한 의사 미타 시게루 씨도 방사능 피난민입니다. 그는 자신의 환자들의 백혈구 속 호중구(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세포로 최전방 순찰대로 불림) 수치가 2011년 원전폭발 전과 비교했을 때 절반에서 3분의 1수준까지 급감한 사실을 발견하고 서둘러 도쿄를 떠났다고 합니다. 호중구 수치가 감소한 환자들은 감기가 들어도 잘 낫지 않거나 피하출혈이 많은 등 평소 보지 못했던 증상들을 호소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미타 시게루 의사는 전국언론을 통해 이런 진료현장의 실태를 언론에 전달하면서 그 위험성을 경고했는데도 도쿄 지역언론에 보도될 뿐 전국으론 보도되지 않는 큰 벽에 절망해 오카야마 시골로 피난했습니다. 오카야마현에만 방사능 피난민 천여 명 일본 서부의 오카야마 현에는 1,500 km 떨어진 후쿠시마와 도쿄에서 방사능을 피해 탈출한 피난민들이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올초 기준으로 천 백여 명(오카야마현청 등록기준)이 이곳으로 이주했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사람 (3) 세슘을 추적하는 사람 고찌 히데오 고베시 진료원장 어~왜 코피가 나지? 방사능 공포의 본질 '세슘' 지난 30여년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방사능 피폭환자 2천여명을 연구해 온 고찌 히데오 고베시 진료원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세슘이란 방사능 물질을 알아야 방사능 피난 엑소더스의 실체를 이해할 수 있다.' 세슘은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고 핵 반응로나 핵실험에서의 핵 연료 분열에서 생성되는데요. 세슘은 체온에서 녹을 정도로 녹는점이 낮고 무릅니다.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했을 때 다량의 세슘이 공기 중으로 날아갔다고 합니다. 일본 기상청이 후쿠시마 원전 직후 먼지 덩어리에서 세슘 입자를 발견해 공개하면서 관심이 집중됐고요. 직경 0.00026센티미터라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데 하나의 초미세 입자에 든 방사능 물질만 3.8 베크렐 수준이라고 합니다. 일본의 인기 만화책 '맛의 달인'에선 후쿠시마에 다녀온 주인공이 갑자기 코피를 흘리는 장면을 묘사해 일본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갑작스런 코피의 원인이 세슘피폭 때문이란 건데... 일본정부의 장관까지 나서서 이를 부인하는 해명 기자회견을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히로시마 나가사키 원폭환자를 연구해 온 고찌 히데오 원장이 세슘의 피폭일 수 있다는 실증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코피와 세슘과의 연관관계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고찌 히데오 원장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 직후 방사성 세슘을 포함한 금속입자들이 1제곱미터당 약 100개 정도가 170 km 떨어진 남쪽 이바라키현까지 날아왔다고 말합니다. 또 해당 지역의 일반인의 코에 순간적으로 130밀리시버트 가량의 방사선량을 방출하는 세슘이 피폭됐다는 근거를 제시합니다. 130밀리시버트는 일반인의 연간 허용 한도량인 1밀리시버트의 130배. 이 경우 갑작스런 코피 증세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그는 일본 정부가 외부피폭의 경우만 상정해 갑작스런 코피증세의 원인을 설명하지 않지만 세슘을 코로 흡입하는 내부피폭의 경우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에서 만난 사람 (4) 세슘을 추적하는 사람 고와카 준이치 일본 식품안전기금 대표 세슘은 공기 중에 날아다니고 물에도 녹아 수산물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KBS 취재진은 일본의 대표적인 식품안전 시민단체인 식품안전기금 고와카 준이치 대표를 통해 최근 2년간 후쿠시마 해역에서의 수산물 방사능 실태조사를 입수했습니다. 그 결과 감성돔과 볼락, 민물생선이 최고 700 베크렐에서 370 베크렐까지 세슘에 오염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시중에 유통되기 전 사전검사이지만 일본 당국의 수산물 방사능 기준치 100베크렐/kg보다 5배에서 7배나 높은 수치입니다. 최근 2년간 후쿠시마 인근 해역의 볼락 세슘수치가 여전히 높은 사실도 알게 됐는데요. 평소보다 최고 15배나 많은 리터당 1,500베크렐의 원전 방사능 물질이 빗물과 함께 바다로 흘러 들어갔고 이를 알고도 도쿄전력은 열달 넘게 은폐한 사실도 취재중 발생한 뉴스로 충격을 줬습니다. KBS 취재진은 직접 도쿄와 이바라키, 후쿠시마 원전 인근, 홋카이도 삿포로 수산시장에서 각종 수산물을 확보해 방사능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또 도쿄 시내 중심가에 있는 후쿠시마 농수산물 전용 판매장에서 버섯과 곶감, 수산물 가공식품 등도 구입해 방사능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KBS 취재진은 이와 함께 수도권과 부산지역의 재래시장 등 우리나라 시장에서 확보한 각종 수산물도 방사능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 현지의 농수산물에서 유의미한 방사능 결과를 확보했습니다. 후쿠시마 앞 바다의 방사능 안전을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일본산 수입재개 검토가 진행되는 지금... 최근 식약처가 지원하는 일본 현지 방사능 실태 민간인 조사단은 지금까지 3차례 후쿠시마 등 현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고 곧 결과 보고서를 공개할 예정인데 수입재개 결정을 권고할 경우 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됩니다. 3월 24일(화) 밤 10시에 방송될 KBS 1TV <시사기획 창> '일본산,먹어도 되나요?'에서는 최근 정부가 수입재개를 시사한 일본 후쿠시마현 등 8개 현의 농수산물 방사능 실태를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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