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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 탐사는 확률게임…성공불융자, 십시일반 개념”
입력 2015.03.24 (06:35) 수정 2015.03.24 (21:07) 연합뉴스
"해외 자원탐사는 확률게임이다. 기술력이 약해 성공확률이 10∼20%에 불과하다보니까 십시일반 개념으로 성공불융자 제도를 만든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8년간 자원개발 전략실장을 지낸 정우진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검찰의 칼끝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정조준하자 환부만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기반 전체가 무너질까 우려했다.

정 위원은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해외자원개발의 성공과 실패를 저유가가 유지되는 2015년 현 시점에서 단편적으로 판단하면 안 되고, 고유가시절 등 그간의 역사를 참작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나라임에도 해외자원개발 부문에 있어서 전문 인력도, 노하우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한국은 1980년대 초 인도네시아와 호주 광구를 시작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조금씩 참여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관련 사업이 거의 붕괴했다.

이 때문에 자원개발 일자리가 사라졌고,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대학교의 관련 학과 역시 이름까지 바꾸면서 전문 인력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정 위원은 "해외자원개발 시장은 네트워크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폐쇄적 구조"라며 "직접 비즈니스를 하면서 경험을 쌓은 전문 인력 양성이 자본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들어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WTI)가격이 배럴당 20달러에서 40달러를 웃돌면서 유가가 들썩이자 '자원민족주의'가 고개를 들었고, 우리나라도 "이제라도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에 정부는 대통령 직속 '에너지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에너지특별회계 등 예산을 대폭 늘리는 한편 한국석유공사를 외국 메이저 석유사에 버금가는 대형 해외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자원부에는 자원개발총괄팀·유전개발팀·광물자원팀이 생겼고, 석유공사에 대한 정부 출자지원금 대폭 증액, 성공불융자 확대, 유전개발 펀드 도입 등 관련 조치가 쏟아졌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는 해외자원개발에 탄력이 붙으면서 석유공사가 캐나다 석유기업 하베스트에너지를 인수·합병하는 등 우리 기업들이 생산광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정 위원은 "하베스트를 인수할 당시 한국은 생산광구에 대한 경험이 없었고, 앞서 몇 개 광구를 사려다가 중국에 빼앗기고 나서 초조했던 것 같다"며 "지금은 하베스트 인수에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외환위기 때 계속 자원개발 사업을 했더라면 경험을 가진 전문인력이 육성됐을 것이고, 그랬다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최근 검찰 수사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자원개발 사업 위축으로 또다시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2009년 10개 대학을 '자원개발 특성화대학'으로 선정해 해외자원개발 전문인력을 양성하라고 5년간 지원했고, 현재 서울대 등 5개 대학에서 2단계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 위원은 "시추공 하나를 뚫는데 1천억원, 2천억원이 든다"며 "도상으로 보고 초음파 같은 것으로 확률을 계속 좁혀가다 가능성이 있는 곳을 뚫어도 석유·가스가 안 나오는 곳이 허다하기 때문에 성공불융자 제도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불융자는 정부가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되 실패하면 융자금을 감면해준다.

생산광구는 당장 자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비싸고, 탐사광구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실패확률이 80% 안팎에 가깝다. 성공불융자는 탐사사업에만 지원된다.

정 위원은 "성공불융자가 규정에는 투자금액의 80%까지 빌려주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30% 정도만 주기에 실패하면 자기 자금 70%를 투자한 기업도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하면 원금과 이자에 특별부담금까지 내기 때문에 성공불융자는 자원개발 업체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끝으로 "성공불융자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면 범죄 행위지만, 제도 자체를 당장 없애야 한다는 시각은 '고비용·불확실성'을 특징으로 가진 자원개발 사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자원 탐사는 확률게임…성공불융자, 십시일반 개념”
    • 입력 2015-03-24 06:35:34
    • 수정2015-03-24 21:07:04
    연합뉴스
"해외 자원탐사는 확률게임이다. 기술력이 약해 성공확률이 10∼20%에 불과하다보니까 십시일반 개념으로 성공불융자 제도를 만든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서 8년간 자원개발 전략실장을 지낸 정우진 선임 연구위원은 최근 검찰의 칼끝이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정조준하자 환부만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사업기반 전체가 무너질까 우려했다.

정 위원은 24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해외자원개발의 성공과 실패를 저유가가 유지되는 2015년 현 시점에서 단편적으로 판단하면 안 되고, 고유가시절 등 그간의 역사를 참작해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7%를 수입하는 나라임에도 해외자원개발 부문에 있어서 전문 인력도, 노하우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한국은 1980년대 초 인도네시아와 호주 광구를 시작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조금씩 참여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관련 사업이 거의 붕괴했다.

이 때문에 자원개발 일자리가 사라졌고,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대학교의 관련 학과 역시 이름까지 바꾸면서 전문 인력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정 위원은 "해외자원개발 시장은 네트워크 안에 있는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폐쇄적 구조"라며 "직접 비즈니스를 하면서 경험을 쌓은 전문 인력 양성이 자본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2004년 노무현 정부 들어 미국 서부텍사스 중질유(WTI)가격이 배럴당 20달러에서 40달러를 웃돌면서 유가가 들썩이자 '자원민족주의'가 고개를 들었고, 우리나라도 "이제라도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감돌았다.

이에 정부는 대통령 직속 '에너지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에너지특별회계 등 예산을 대폭 늘리는 한편 한국석유공사를 외국 메이저 석유사에 버금가는 대형 해외자원개발 전문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산업자원부에는 자원개발총괄팀·유전개발팀·광물자원팀이 생겼고, 석유공사에 대한 정부 출자지원금 대폭 증액, 성공불융자 확대, 유전개발 펀드 도입 등 관련 조치가 쏟아졌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는 해외자원개발에 탄력이 붙으면서 석유공사가 캐나다 석유기업 하베스트에너지를 인수·합병하는 등 우리 기업들이 생산광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정 위원은 "하베스트를 인수할 당시 한국은 생산광구에 대한 경험이 없었고, 앞서 몇 개 광구를 사려다가 중국에 빼앗기고 나서 초조했던 것 같다"며 "지금은 하베스트 인수에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지만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외환위기 때 계속 자원개발 사업을 했더라면 경험을 가진 전문인력이 육성됐을 것이고, 그랬다면 좀 더 나은 선택을 했을 것"이라며 "최근 검찰 수사와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자원개발 사업 위축으로 또다시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2009년 10개 대학을 '자원개발 특성화대학'으로 선정해 해외자원개발 전문인력을 양성하라고 5년간 지원했고, 현재 서울대 등 5개 대학에서 2단계 지원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정 위원은 "시추공 하나를 뚫는데 1천억원, 2천억원이 든다"며 "도상으로 보고 초음파 같은 것으로 확률을 계속 좁혀가다 가능성이 있는 곳을 뚫어도 석유·가스가 안 나오는 곳이 허다하기 때문에 성공불융자 제도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불융자는 정부가 기업에 자금을 빌려주되 실패하면 융자금을 감면해준다.

생산광구는 당장 자원을 확보할 수 있지만 비싸고, 탐사광구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실패확률이 80% 안팎에 가깝다. 성공불융자는 탐사사업에만 지원된다.

정 위원은 "성공불융자가 규정에는 투자금액의 80%까지 빌려주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30% 정도만 주기에 실패하면 자기 자금 70%를 투자한 기업도 손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하면 원금과 이자에 특별부담금까지 내기 때문에 성공불융자는 자원개발 업체들이 서로 상부상조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끝으로 "성공불융자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면 범죄 행위지만, 제도 자체를 당장 없애야 한다는 시각은 '고비용·불확실성'을 특징으로 가진 자원개발 사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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