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시간 다 됐는데…’ 갈팡질팡 공무원연금 개혁

입력 2015.03.24 (16:01) 수정 2015.03.2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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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회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 시한이 임박해지고 있지만 공무원연금의 개혁방향이 갈피를 못잡고 표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큰 원인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단순 비교하고, 공무원들에게 과도한 세금이 투입된다고 몰고 갔던 게 대타협 국면에서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내세운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장기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나는 정부보전금, 즉 미래세대 국민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정확한 재정추계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부나 여당이 제시한 개혁안에 따라 개혁이 진행된다고 해도 정부의 재정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연금개혁을 하는 대신 공무원의 퇴직금을 민간 수준으로 지급해야 할 경우 정부의 부담은 많이 줄어들지 않고 목돈이 들어가야 하는 판국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3의 안’, 즉 고려대 김태일 교수가 제안한 절충안이 떠오르고 있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김태일 교수안의 수용 가능성을 공무원단체측에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김태일 교수가 제시한 개혁안의 핵심은 무엇인가? 정부와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신규임용자의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향조정하되 공무원이 덜 내게 될 기여금에 정부가 매칭펀드 방식으로 일정 부분을 지원해 국민연금 외에 공무원들에게 개인연금계좌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개혁안도 재정절감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사실 김태일 교수안은 노조 입장에서는 솔깃한 제안이다. 공무원들의 연금액이 그다지 줄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관계자들은 이 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안을 받을 경우 공무원들이 국민과 달리 딴 주머니를 찬다는 게 명확해질텐데, 그럼 공무원 집단이 특혜를 받는다는 인식을 줄이기 힘들 뿐더러 국민들이 동의를 해주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와 여당이 제시하는 안들이 결국 공무원연금을 다층구조로 만들어 사적연금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당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야당은 연금의 상한액을 줄이고 소득재분배 효과나 수익비를 일부 조정하는, 즉 모수개혁을 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마치 과도한 연금을 받는 공무원들을 보호하며 국민 눈높이에선 반개혁적인 정당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자체 개혁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놓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러니까 자꾸 구조개혁을 할 건지, 모수개혁을 할 건지 먼저 정하자고 얘기한다.

공무원연금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 연금 최고액이 150~160만 원 수준인데 6백만 원이 넘는 연금액을 받는 고위공무원 은퇴자라던지, 평교사로 은퇴를 해도 300~400만 원의 연금이 보장되는 교원들의 연금액과 비교하면 심리적 박탈감은 큰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연금개혁과 관련한 취재후 1편에서 언급했듯이 (☞관련 기사 : ‘육갑이’와 폐지 줍는 노인)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는 달리 공무원들의 퇴직금과 재해보험 등 민간기업에서는 사용자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부분을 정부는 연금의 형태로 지급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공무원이 1:1 방식으로 연금 기여금을 내고 있다. 외국의 공무원연금이 1:2~1:5로 사용자인 정부가 더 많이 부담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따라서 그 부족분을 정부가 보전금의 형태로 지불해 왔던 것이다.

정부 보전금이 됐던, 퇴직금이 됐던, 개인계좌에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됐던 정부가 쓰는 돈은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오고 있는 개혁안은 이렇게 지급되는 돈의 꼬리표만 바뀌고 정부가 내야 할 직접적인 재정지원금 자체를 줄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요즘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말처럼 ‘도긴개긴’인 형국인 것이다.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작이 ‘재정 절감’,'미래세대 국민 부담 절감’의 방향으로 세팅이 돼있다 보니 그에 걸맞는 해법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각 개혁안에 따른 재정추계 결과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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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시간 다 됐는데…’ 갈팡질팡 공무원연금 개혁
    • 입력 2015-03-24 16:01:15
    • 수정2015-03-24 16:04:47
    취재후·사건후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회 국민대타협기구의 활동 시한이 임박해지고 있지만 공무원연금의 개혁방향이 갈피를 못잡고 표류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큰 원인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기 때문이라고 본다.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단순 비교하고, 공무원들에게 과도한 세금이 투입된다고 몰고 갔던 게 대타협 국면에서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내세운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은 장기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나는 정부보전금, 즉 미래세대 국민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줄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정확한 재정추계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정부나 여당이 제시한 개혁안에 따라 개혁이 진행된다고 해도 정부의 재정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연금개혁을 하는 대신 공무원의 퇴직금을 민간 수준으로 지급해야 할 경우 정부의 부담은 많이 줄어들지 않고 목돈이 들어가야 하는 판국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제3의 안’, 즉 고려대 김태일 교수가 제안한 절충안이 떠오르고 있다. 기자가 확인한 결과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김태일 교수안의 수용 가능성을 공무원단체측에 타진하고 있다고 한다. 김태일 교수가 제시한 개혁안의 핵심은 무엇인가? 정부와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신규임용자의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하향조정하되 공무원이 덜 내게 될 기여금에 정부가 매칭펀드 방식으로 일정 부분을 지원해 국민연금 외에 공무원들에게 개인연금계좌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개혁안도 재정절감 효과는 별로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사실 김태일 교수안은 노조 입장에서는 솔깃한 제안이다. 공무원들의 연금액이 그다지 줄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조관계자들은 이 안을 받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안을 받을 경우 공무원들이 국민과 달리 딴 주머니를 찬다는 게 명확해질텐데, 그럼 공무원 집단이 특혜를 받는다는 인식을 줄이기 힘들 뿐더러 국민들이 동의를 해주겠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결국 정부와 여당이 제시하는 안들이 결국 공무원연금을 다층구조로 만들어 사적연금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당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야당은 연금의 상한액을 줄이고 소득재분배 효과나 수익비를 일부 조정하는, 즉 모수개혁을 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마치 과도한 연금을 받는 공무원들을 보호하며 국민 눈높이에선 반개혁적인 정당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자체 개혁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놓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러니까 자꾸 구조개혁을 할 건지, 모수개혁을 할 건지 먼저 정하자고 얘기한다.

공무원연금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민 연금 최고액이 150~160만 원 수준인데 6백만 원이 넘는 연금액을 받는 고위공무원 은퇴자라던지, 평교사로 은퇴를 해도 300~400만 원의 연금이 보장되는 교원들의 연금액과 비교하면 심리적 박탈감은 큰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연금개혁과 관련한 취재후 1편에서 언급했듯이 (☞관련 기사 : ‘육갑이’와 폐지 줍는 노인)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는 달리 공무원들의 퇴직금과 재해보험 등 민간기업에서는 사용자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부분을 정부는 연금의 형태로 지급을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공무원이 1:1 방식으로 연금 기여금을 내고 있다. 외국의 공무원연금이 1:2~1:5로 사용자인 정부가 더 많이 부담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따라서 그 부족분을 정부가 보전금의 형태로 지불해 왔던 것이다.

정부 보전금이 됐던, 퇴직금이 됐던, 개인계좌에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이 됐던 정부가 쓰는 돈은 모두 국민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나오고 있는 개혁안은 이렇게 지급되는 돈의 꼬리표만 바뀌고 정부가 내야 할 직접적인 재정지원금 자체를 줄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요즘 개그 프로그램에서 유행하는 말처럼 ‘도긴개긴’인 형국인 것이다.

결국 공무원연금 개혁의 시작이 ‘재정 절감’,'미래세대 국민 부담 절감’의 방향으로 세팅이 돼있다 보니 그에 걸맞는 해법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각 개혁안에 따른 재정추계 결과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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