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중금속 지하수 먹어온 어린이집…검사는 1년에 한번?

입력 2015.03.24 (20:13) 수정 2015.03.24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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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 소방차로 생활용수를 받아쓰고, 생수로 음식을 조리하고, 먹고 난 그릇들은 집에 가져가서 설거지를 한다.”

제보자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내용은 황당했습니다. 이 곳은 가뭄이나 홍수로 피해를 당한 지역도, 물이 나오지 않는 오지 마을도 아니었습니다. 만 2세에서 6세까지 아이들 42명이 다니는 전북 무주의 한 평범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지난 2월부터 한 달간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습니다.

◆ 어린이집에서 중금속 지하수를 먹게 된 사연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 어린이집은 1년 가까이 지하수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무주군청이 어린이집을 지으면서 애초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은 곳에 터를 잡아 빚어진 일이었습니다. 상수도가 설치되려면 2020년까지 6년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식수로 사용해도 된다는 지하수 수질 검사결과에 모두들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1년 여 뒤,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수질검사에서 판이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1년 가까이 식수로 사용해온 지하수에서 비소와 수은 등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이 다량으로 나와 뒤늦게 음용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겁니다.

중금속인 비소와 수은은 각각 기준치의 5배인 0.05밀리그램과 1.4배인 0.0014밀리그램이 검출됐고, 불소는 기준치의 3배 정도인 4.48밀리그램이 검출됐습니다.

어린이집은 곧바로 지하수 사용을 중단했고, 무주군청은 지하수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더 이상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쓸 수 없게 된 이 어린이집. 당장 급수에 소방차가 동원되고, 보육교사가 먹고 난 그릇들을 집에 가져가 설겆이를 해오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해당 어린이집은 별 일 아닌 듯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음용 적합 판정을 받아 지하수를 사용했고, 이로 인해 식중독이나 피부병이 발생한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무주군은 뒤늦게 해당 어린이집에 임시 상수도를 연결해 수습에 나섰지만, 뒷북 행정이 또 논란을 사고 있습니다.

◆ 수질검사 연간 1회 고작…전국 890개 어린이집 지하수 음용

아이들의 건강에는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중금속 중독 여부에 대한 면밀한 역학 조사와 명쾌한 해명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지하수를 음용수로 쓰는 어린이집이 이 곳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전국에 무려 8백90곳에 달하는 어린이집이 지하수를 음용수로 쓰고 있습니다.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로 지정돼, 1년에 한번만 수질 검사를 받으면 됩니다.

대부분 상수도가 연결돼 있지 않은 농산어촌에 자리해 폐관정이나 비료, 가축분뇨 등으로 인해 지하수가 언제든 오염될 가능성이 상존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질검사 횟수를 1년에 한번에서 최소 분기에 한 번 정도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아이들의 건강권을 위해 어린이집이나 학교 단체급식소에서만큼은 우선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상수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합니다.

디·퍼(디지털 퍼스트)는 KBS가 깊이있게 분석한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더 빨리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디지털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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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5-03-24 22: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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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에서 소방차로 생활용수를 받아쓰고, 생수로 음식을 조리하고, 먹고 난 그릇들은 집에 가져가서 설거지를 한다.”

제보자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내용은 황당했습니다. 이 곳은 가뭄이나 홍수로 피해를 당한 지역도, 물이 나오지 않는 오지 마을도 아니었습니다. 만 2세에서 6세까지 아이들 42명이 다니는 전북 무주의 한 평범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지난 2월부터 한 달간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습니다.

◆ 어린이집에서 중금속 지하수를 먹게 된 사연

지난해 3월 문을 연 이 어린이집은 1년 가까이 지하수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무주군청이 어린이집을 지으면서 애초 상수도가 연결되지 않은 곳에 터를 잡아 빚어진 일이었습니다. 상수도가 설치되려면 2020년까지 6년을 기다려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식수로 사용해도 된다는 지하수 수질 검사결과에 모두들 안심했습니다.



그리고 1년 여 뒤, 지난 2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수질검사에서 판이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1년 가까이 식수로 사용해온 지하수에서 비소와 수은 등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이 다량으로 나와 뒤늦게 음용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겁니다.

중금속인 비소와 수은은 각각 기준치의 5배인 0.05밀리그램과 1.4배인 0.0014밀리그램이 검출됐고, 불소는 기준치의 3배 정도인 4.48밀리그램이 검출됐습니다.

어린이집은 곧바로 지하수 사용을 중단했고, 무주군청은 지하수 폐쇄를 결정했습니다.

더 이상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쓸 수 없게 된 이 어린이집. 당장 급수에 소방차가 동원되고, 보육교사가 먹고 난 그릇들을 집에 가져가 설겆이를 해오는 웃지 못할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하지만, 해당 어린이집은 별 일 아닌 듯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음용 적합 판정을 받아 지하수를 사용했고, 이로 인해 식중독이나 피부병이 발생한 적도 없다고 말합니다. 무주군은 뒤늦게 해당 어린이집에 임시 상수도를 연결해 수습에 나섰지만, 뒷북 행정이 또 논란을 사고 있습니다.

◆ 수질검사 연간 1회 고작…전국 890개 어린이집 지하수 음용

아이들의 건강에는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일까요?

중금속 중독 여부에 대한 면밀한 역학 조사와 명쾌한 해명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지하수를 음용수로 쓰는 어린이집이 이 곳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전국에 무려 8백90곳에 달하는 어린이집이 지하수를 음용수로 쓰고 있습니다.

식품위생법상 집단급식소로 지정돼, 1년에 한번만 수질 검사를 받으면 됩니다.

대부분 상수도가 연결돼 있지 않은 농산어촌에 자리해 폐관정이나 비료, 가축분뇨 등으로 인해 지하수가 언제든 오염될 가능성이 상존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수질검사 횟수를 1년에 한번에서 최소 분기에 한 번 정도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근본적으로는 아이들의 건강권을 위해 어린이집이나 학교 단체급식소에서만큼은 우선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상수도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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