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이익 사상 최저…CEO 연봉은 껑충

입력 2015.03.2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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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사 회장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저금리 심화로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음에도, 회장 연봉을 올리고 연임 우선권을 확보하는 데에 관심을 쏟는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나온 행태여서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은행 수익 안좋은데, CEO 연봉은 높아져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30억원에 달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지난해 낮췄던 CEO 보수 한도를 오는 27일 주총을 통해 다시 높이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2013년까지 7만주였던 '성과 연동 주식보상'의 한도를 지난해 주총 때 5만주로 줄였지만, 이를 다시 7만주로 원상 복귀할 방침이다.

신한금융도 기존 60억원이었던 이사 보수 한도를 작년 주총에서 30억원으로 삭감했지만, 올해 이를 다시 45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KB금융지주는 'KB 내분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고 만든 지배구조 개선안에서 현직 회장에게 연임 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지만, 이를 철회하지는 않았으며 차기 이사회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이 같은 행태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은행의 수익성을 감안할 때 있을 수 없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저금리 추세가 심화되면서 금융지주사 이익의 70~80%를 차지하는 은행 수익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 순이익은 6조2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인 15조원의 순익을 거둬들였던 2007년에 비하면 '반토막'도 못 되는 수준이다.

이는 2007년 3조8천억원이었던 보험사 순이익이 지난해 5조6천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고액 연봉을 누릴 줄만 알았지 수익성 제고에는 철저히 실패했다는 얘기다.

올해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한데다 안심전환대출 출시가 전반적인 대출금리 인하 압박으로 이어져,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1.79%까지 떨어졌으며, 올해는 1.7%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비용 줄이자며 CEO 연봉 인상 말이 되나"

금융지주사 회장 연봉의 인상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은행권 전반의 인력 구조조정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희망퇴직을 단행해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하는 310여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농협은행은 만 40세 이상의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접수해 269명에 달하는 직원을 퇴직시켰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에 달하는 직원만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자는 노조의 주장에 맞서, 일반 직원으로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 경우 희망퇴직자는 1천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은행들은 "인력 고령화와 성장 정체로 총수익 대비 인건비 비중이 갈수록 커져,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건비 절감을 위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주요 인건비 중 하나인 CEO 연봉을 높이려는 행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행태는 회장의 뜻을 받들어 '거수기' 역할에 충실한 사외이사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사외이사가 묵인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회장의 연봉 한도를 높일 수 있겠느냐"며 "이는 재임 기간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회장과 고액 연봉 등의 특혜에 젖은 사외이사의 협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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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이익 사상 최저…CEO 연봉은 껑충
    • 입력 2015-03-26 06:14:23
    연합뉴스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저금리 심화로 은행의 순이자마진이 사상 최저로 떨어졌음에도, 회장 연봉을 올리고 연임 우선권을 확보하는 데에 관심을 쏟는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나온 행태여서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은행 수익 안좋은데, CEO 연봉은 높아져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30억원에 달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연봉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지난해 낮췄던 CEO 보수 한도를 오는 27일 주총을 통해 다시 높이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2013년까지 7만주였던 '성과 연동 주식보상'의 한도를 지난해 주총 때 5만주로 줄였지만, 이를 다시 7만주로 원상 복귀할 방침이다. 신한금융도 기존 60억원이었던 이사 보수 한도를 작년 주총에서 30억원으로 삭감했지만, 올해 이를 다시 45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KB금융지주는 'KB 내분 사태'의 재발을 막으려고 만든 지배구조 개선안에서 현직 회장에게 연임 우선권을 주는 방안을 마련했다.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지만, 이를 철회하지는 않았으며 차기 이사회에서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의 이 같은 행태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은행의 수익성을 감안할 때 있을 수 없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인하로 저금리 추세가 심화되면서 금융지주사 이익의 70~80%를 차지하는 은행 수익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은행권 순이익은 6조2천억원으로, 사상 최대인 15조원의 순익을 거둬들였던 2007년에 비하면 '반토막'도 못 되는 수준이다. 이는 2007년 3조8천억원이었던 보험사 순이익이 지난해 5조6천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고액 연봉을 누릴 줄만 알았지 수익성 제고에는 철저히 실패했다는 얘기다. 올해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한데다 안심전환대출 출시가 전반적인 대출금리 인하 압박으로 이어져,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1.79%까지 떨어졌으며, 올해는 1.7%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비용 줄이자며 CEO 연봉 인상 말이 되나" 금융지주사 회장 연봉의 인상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은행권 전반의 인력 구조조정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희망퇴직을 단행해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하는 310여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농협은행은 만 40세 이상의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접수해 269명에 달하는 직원을 퇴직시켰다.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에 달하는 직원만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하자는 노조의 주장에 맞서, 일반 직원으로까지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이 경우 희망퇴직자는 1천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은행들은 "인력 고령화와 성장 정체로 총수익 대비 인건비 비중이 갈수록 커져, 비용 절감을 위해서라도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건비 절감을 위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단행하면서 주요 인건비 중 하나인 CEO 연봉을 높이려는 행태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행태는 회장의 뜻을 받들어 '거수기' 역할에 충실한 사외이사가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사외이사가 묵인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회장의 연봉 한도를 높일 수 있겠느냐"며 "이는 재임 기간에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회장과 고액 연봉 등의 특혜에 젖은 사외이사의 협력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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