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미 보다 거센 청순미…긴머리 ‘소녀돌’도 유행인가요

입력 2015.03.2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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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의 콘셉트도 유행이 있다.

지난해 걸스데이, AOA 등 섹시미를 강조한 걸그룹이 대세를 이루더니 최근 신인 걸그룹들이 '소녀다움'을 강조한 청순미를 앞세워 대거 등장했다.

걸그룹의 몸매를 드러낸 노출 의상과 요염한 춤 동작이 선정적이라는 비난이 일자 기획사들이 과거 핑클 등이 차용한 '청순 콘셉트'로 눈을 돌린 것이다.

특히 섹시 걸그룹 전쟁 속에서도 꿋꿋이 청순미로 승부해 대세 그룹이 된 에이핑크가 원조 아이템에 대한 성공을 재확인시켜 주면서 이러한 팀들이 잇따랐다.

지난 20일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한 레드벨벳, 러블리즈, 여자친구, 씨엘씨 등은 각기 긴 생머리, 교복 스타일의 의상, 깜찍한 춤 동작을 선보이며 무대에 올랐다.

방송사 대기실이 즐비한 복도에서 섞여 있으면 누가 어떤 그룹의 멤버인지 헷갈릴 정도.

게다가 보통 한 그룹 안에서도 멤버들의 이미지를 차별화했던 것과 달리 마치 쌍둥이처럼 의상과 머리 스타일을 통일한 팀이 다수다.

그중 러블리즈와 여자친구는 기존 걸그룹이 흔히 쓰던 '소녀돌'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했다.

노래도 1990년대 S.E.S나 핑클의 노래를 레퍼런스(참고)로 만든 것처럼 귀에 익숙하다.

이들은 멤버 전원이 긴 머리에 똑같은 스쿨룩을 입고, 사랑스러운 표정, 율동에 가까운 발랄한 안무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그리 신선하진 않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마치 J팝 걸그룹의 영상에서 곧잘 등장하는 스쿨룩의 여고생 이미지다.

그러나 이는 남성팬들의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만년(萬年) 아이템'이란 점에서 두 팀은 신인임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이돌 그룹 기획사 관계자들이 "결국은 청순미가 답인가"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 노선 안에서 음악과 스타일, 프로모션 방식 등에서 차별화를 고민한 듯 보이는 팀은 레드벨벳과 씨엘씨다.

레드벨벳의 노래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달콤한 사랑에 빠진 소녀의 설렘을 표현한 가사가 평범하지만 빠르게 전환하는 곡 구성과 강한 리듬의 일렉트로닉 팝으로 포장해 승부수를 던졌다.

음악뿐 아니라 멤버 전원이 컬러렌즈와 금발 머리에 컬러풀한 의상을 입고 마치 치어리더처럼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연출해 팬 타깃이 국내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패션전문지 보그걸의 한 관계자는 "러블리즈와 여자친구는 제복 문화로 상징되는 스쿨룩을 입었고, 레드벨벳은 1970년대 캘리포니아 소녀들을 콘셉트로 한 빈티지 스포티즘을 보여준다"고 스타일의 차이를 설명했다.

씨엘씨는 솔(Soul)을 가미한 레트로풍의 댄스곡 '페페'로 활동하며 방송 무대마다 여러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때론 야구 점퍼에 레깅스, 때론 복고풍 플레어 스커트 등으로 변주를 준다.

또 획일화된 프로모션 공식에서도 벗어났다.

이들은 발달 장애 아동을 돕는 모금 활동의 일환으로 데뷔 전인 지난해 9월부터 7개월째 버스킹(길거리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을 선보이고 있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버스킹을 통해 TV 속 화려함 뒤에 언제든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이란 친근한 매력을 더했다"며 "버스킹을 할 때 멤버들은 딸기, 오렌지, 수박, 사과, 토마토 등 과일 그림이 그려진 점퍼를 입는데 각자의 캐릭터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녀돌'이란 틀 안에서도 팀마다의 특징은 있다.

그러나 걸그룹들이 섹시 또는 청순이란 양극화된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행처럼 비슷한 팀들을 우후죽순 쏟아내는 건 아이디어의 빈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힙합을 근간으로 자유분방한 모습을 강조한 투애니원과 파워풀한 '센 언니'들인 포미닛, 만화 캐릭터 같은 크레용팝 등이 있지만 대부분의 기획사들은 걸그룹을 출범시킬 때 두 콘셉트에 머무는 경우가 다반사다.

포츈엔터테인먼트의 이진영 대표는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는 데는 위험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라며 "청순미 안에서도 카테고라이징(범주화)을 잘해야 하는데 결국은 기존 콘셉트를 빌리더라도 재창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청순미에서 출발했지만 같은 이미지만 보여주진 않을 테니 다음 앨범이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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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섹시미 보다 거센 청순미…긴머리 ‘소녀돌’도 유행인가요
    • 입력 2015-03-26 07:40:35
    연합뉴스
걸그룹의 콘셉트도 유행이 있다. 지난해 걸스데이, AOA 등 섹시미를 강조한 걸그룹이 대세를 이루더니 최근 신인 걸그룹들이 '소녀다움'을 강조한 청순미를 앞세워 대거 등장했다. 걸그룹의 몸매를 드러낸 노출 의상과 요염한 춤 동작이 선정적이라는 비난이 일자 기획사들이 과거 핑클 등이 차용한 '청순 콘셉트'로 눈을 돌린 것이다. 특히 섹시 걸그룹 전쟁 속에서도 꿋꿋이 청순미로 승부해 대세 그룹이 된 에이핑크가 원조 아이템에 대한 성공을 재확인시켜 주면서 이러한 팀들이 잇따랐다. 지난 20일 KBS 2TV '뮤직뱅크'에 출연한 레드벨벳, 러블리즈, 여자친구, 씨엘씨 등은 각기 긴 생머리, 교복 스타일의 의상, 깜찍한 춤 동작을 선보이며 무대에 올랐다. 방송사 대기실이 즐비한 복도에서 섞여 있으면 누가 어떤 그룹의 멤버인지 헷갈릴 정도. 게다가 보통 한 그룹 안에서도 멤버들의 이미지를 차별화했던 것과 달리 마치 쌍둥이처럼 의상과 머리 스타일을 통일한 팀이 다수다. 그중 러블리즈와 여자친구는 기존 걸그룹이 흔히 쓰던 '소녀돌'의 클리셰를 그대로 답습했다. 노래도 1990년대 S.E.S나 핑클의 노래를 레퍼런스(참고)로 만든 것처럼 귀에 익숙하다. 이들은 멤버 전원이 긴 머리에 똑같은 스쿨룩을 입고, 사랑스러운 표정, 율동에 가까운 발랄한 안무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그리 신선하진 않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마치 J팝 걸그룹의 영상에서 곧잘 등장하는 스쿨룩의 여고생 이미지다. 그러나 이는 남성팬들의 판타지를 불러일으키는 '만년(萬年) 아이템'이란 점에서 두 팀은 신인임에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아이돌 그룹 기획사 관계자들이 "결국은 청순미가 답인가"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 노선 안에서 음악과 스타일, 프로모션 방식 등에서 차별화를 고민한 듯 보이는 팀은 레드벨벳과 씨엘씨다. 레드벨벳의 노래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달콤한 사랑에 빠진 소녀의 설렘을 표현한 가사가 평범하지만 빠르게 전환하는 곡 구성과 강한 리듬의 일렉트로닉 팝으로 포장해 승부수를 던졌다. 음악뿐 아니라 멤버 전원이 컬러렌즈와 금발 머리에 컬러풀한 의상을 입고 마치 치어리더처럼 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연출해 팬 타깃이 국내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패션전문지 보그걸의 한 관계자는 "러블리즈와 여자친구는 제복 문화로 상징되는 스쿨룩을 입었고, 레드벨벳은 1970년대 캘리포니아 소녀들을 콘셉트로 한 빈티지 스포티즘을 보여준다"고 스타일의 차이를 설명했다. 씨엘씨는 솔(Soul)을 가미한 레트로풍의 댄스곡 '페페'로 활동하며 방송 무대마다 여러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때론 야구 점퍼에 레깅스, 때론 복고풍 플레어 스커트 등으로 변주를 준다. 또 획일화된 프로모션 공식에서도 벗어났다. 이들은 발달 장애 아동을 돕는 모금 활동의 일환으로 데뷔 전인 지난해 9월부터 7개월째 버스킹(길거리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을 선보이고 있다.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는 "버스킹을 통해 TV 속 화려함 뒤에 언제든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이란 친근한 매력을 더했다"며 "버스킹을 할 때 멤버들은 딸기, 오렌지, 수박, 사과, 토마토 등 과일 그림이 그려진 점퍼를 입는데 각자의 캐릭터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녀돌'이란 틀 안에서도 팀마다의 특징은 있다. 그러나 걸그룹들이 섹시 또는 청순이란 양극화된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유행처럼 비슷한 팀들을 우후죽순 쏟아내는 건 아이디어의 빈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물론 힙합을 근간으로 자유분방한 모습을 강조한 투애니원과 파워풀한 '센 언니'들인 포미닛, 만화 캐릭터 같은 크레용팝 등이 있지만 대부분의 기획사들은 걸그룹을 출범시킬 때 두 콘셉트에 머무는 경우가 다반사다. 포츈엔터테인먼트의 이진영 대표는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는 데는 위험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라며 "청순미 안에서도 카테고라이징(범주화)을 잘해야 하는데 결국은 기존 콘셉트를 빌리더라도 재창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들이 청순미에서 출발했지만 같은 이미지만 보여주진 않을 테니 다음 앨범이 중요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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