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 9호선 기본 대피도 불가능”…달리는 시한폭탄

입력 2015.03.26 (11:20) 수정 2015.03.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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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 개통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민의 기본 안전까지 위협하는 사상 최악의 '지옥철'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는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 열차 확충과 급행버스 도입을 약속했지만 증차까진 1년 이상이 남은 데다 지하철 수요가 버스로 전환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 출근시간대 혼잡도 237%…"압사 등 생명 위협"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2단계 구간 시운전 결과 9호선 승객은 하루 평균 2천748명 늘었지만 열차 운행횟수는 60회 줄었다.

특히 염창역부터 당산역 구간은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 50분부터 8시 20분까지 혼잡도가 최고 237%를 기록했다. 출근길 지옥철로 불리는 2호선의 혼잡도가 최고 200%인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당산∼여의도(234%), 노량진∼동작(216%), 여의도∼노량진(212%) 구간도 혼잡도가 높아 호흡 곤란까지 올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열차 1량에 정원(158명)이 다 탔을 때를 혼잡도 100%라고 부른다. 모든 좌석에 승객이 앉고 빈 곳에 촘촘하게 사람들이 선 정도다. 혼잡도가 237%면 1량에 약 374명이 탄 수준이다.

이동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화재 등 열차 내 위급상황이 생겨도 기본 대피가 어려워져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100%는 돼야 잡을 곳도 있고 몸을 지탱할 수 있는데 237%면 긴급상황 시 압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팀장은 "민자사업은 공공성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안전에 위협을 주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9호선 혼잡도 예견된 일인데 서울시가 미리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9호선 혼잡의 원인으로 강서·양천 등 주거지에서 여의도·강남 등 업무지구를 관통하는 노선의 특성, 출근 시 급행열차 선호, 예측 수요보다 많은 이용객 수, 9호선 대체 교통수단 부족을 꼽았다.

특히 예측 수요보다 이용객이 많은 것은 2005년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때 실적 대비 수요를 29.9%, 2012년 수요 재조사에서도 34.4% 과소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 급행버스 도입에 "수요 전환 어려워…증차 우선"

서울시는 출근대란을 피하기 위해 급행버스 도입 등 3대 대책을 내놨다. 단기 대책을 통해 혼잡도를 2호선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는 우선 근본 대책인 열차 증차 시기를 애초 계획한 2018년에서 2017년으로 앞당겨 70량을 늘리기로 했다. 내년 9월 20량을 투입하고, 2017년까지 나머지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고 지원과 관련해 서울시와 기획재정부 간 갈등으로 결국 내년 가을까지는 증차 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시민 불편은 1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는 증차 전까지 예비차량을 1대 추가로 투입, 김포공항→신논현역 구간 급행열차를 2회 추가로 운행해 3천400명을 더 수송하기로 했다.

또 지난달 26일부터 출근 전용 급행순환버스 8663번 15대를 3회씩 총 45회 운행, 가양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승객 1만 1천여 명 중 18%(2천100명)를 분산하고 조조할인 도입도 검토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하철 수요가 버스로 전환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철한 경실련 팀장은 "김포에서 신논현까지 23분 만에 가는 9호선의 편리성은 다른 교통으로 분산시킬 수 없다"며 "출근시간에 꼭 맞춰야 하면 어쩔 수 없이 위험하더라도 타려고 할 테니 조조할인도 근시안적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는 이날 급행버스를 한시적으로 무료로 운영하고, 노선도 기존 가양∼여의도에 더해 염창∼여의도 구간을 신설하겠다며 추가대책을 내놨다. P턴으로 운영되는 강서구청사거리엔 노선버스 전용 좌회전 신호도 신설한다.

출근시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선 안전요원 50명을 투입하고, 급행열차와 완행열차 간 운행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정효성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혼잡 완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했으나 여전히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대체버스 이용과 유연근무 등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호소문을 발표했다.

9호선 2단계 구간에는 4천829억원의 사업비가 들었다. 국비는 1천932억원, 시비는 2천897억원이 투입됐다.

역은 언주역, 선정릉역, 삼성중앙역, 봉은사역, 종합운동장역 등 총 5개로 봉은사로를 지나 2·7호선의 혼잡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운영은 서울시 산하기관 서울메트로의 자회사가 맡는다.

2018년에는 잠실운동장부터 보훈병원까지 이어지는 3단계 구간도 개통할 예정이며 이 구간 운영도 서울메트로가 맡는다.

개화역부터 신논현역까지 기존 1단계 구간은 계속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에서 운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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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26 11:20:00
    • 수정2015-03-26 17:36:44
    연합뉴스
지하철 9호선 2단계 구간 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 개통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민의 기본 안전까지 위협하는 사상 최악의 '지옥철'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는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 열차 확충과 급행버스 도입을 약속했지만 증차까진 1년 이상이 남은 데다 지하철 수요가 버스로 전환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 출근시간대 혼잡도 237%…"압사 등 생명 위협"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2단계 구간 시운전 결과 9호선 승객은 하루 평균 2천748명 늘었지만 열차 운행횟수는 60회 줄었다.

특히 염창역부터 당산역 구간은 출근시간대인 오전 7시 50분부터 8시 20분까지 혼잡도가 최고 237%를 기록했다. 출근길 지옥철로 불리는 2호선의 혼잡도가 최고 200%인 점을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당산∼여의도(234%), 노량진∼동작(216%), 여의도∼노량진(212%) 구간도 혼잡도가 높아 호흡 곤란까지 올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열차 1량에 정원(158명)이 다 탔을 때를 혼잡도 100%라고 부른다. 모든 좌석에 승객이 앉고 빈 곳에 촘촘하게 사람들이 선 정도다. 혼잡도가 237%면 1량에 약 374명이 탄 수준이다.

이동민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화재 등 열차 내 위급상황이 생겨도 기본 대피가 어려워져 생명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100%는 돼야 잡을 곳도 있고 몸을 지탱할 수 있는데 237%면 긴급상황 시 압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팀장은 "민자사업은 공공성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안전에 위협을 주는 상황이 생길 수 있고 9호선 혼잡도 예견된 일인데 서울시가 미리 대처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시는 9호선 혼잡의 원인으로 강서·양천 등 주거지에서 여의도·강남 등 업무지구를 관통하는 노선의 특성, 출근 시 급행열차 선호, 예측 수요보다 많은 이용객 수, 9호선 대체 교통수단 부족을 꼽았다.

특히 예측 수요보다 이용객이 많은 것은 2005년 건설사업 예비타당성 조사 때 실적 대비 수요를 29.9%, 2012년 수요 재조사에서도 34.4% 과소 계산했기 때문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 급행버스 도입에 "수요 전환 어려워…증차 우선"

서울시는 출근대란을 피하기 위해 급행버스 도입 등 3대 대책을 내놨다. 단기 대책을 통해 혼잡도를 2호선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는 우선 근본 대책인 열차 증차 시기를 애초 계획한 2018년에서 2017년으로 앞당겨 70량을 늘리기로 했다. 내년 9월 20량을 투입하고, 2017년까지 나머지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고 지원과 관련해 서울시와 기획재정부 간 갈등으로 결국 내년 가을까지는 증차 계획이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시민 불편은 1년 이상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는 증차 전까지 예비차량을 1대 추가로 투입, 김포공항→신논현역 구간 급행열차를 2회 추가로 운행해 3천400명을 더 수송하기로 했다.

또 지난달 26일부터 출근 전용 급행순환버스 8663번 15대를 3회씩 총 45회 운행, 가양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승객 1만 1천여 명 중 18%(2천100명)를 분산하고 조조할인 도입도 검토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하철 수요가 버스로 전환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윤철한 경실련 팀장은 "김포에서 신논현까지 23분 만에 가는 9호선의 편리성은 다른 교통으로 분산시킬 수 없다"며 "출근시간에 꼭 맞춰야 하면 어쩔 수 없이 위험하더라도 타려고 할 테니 조조할인도 근시안적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서울시는 이날 급행버스를 한시적으로 무료로 운영하고, 노선도 기존 가양∼여의도에 더해 염창∼여의도 구간을 신설하겠다며 추가대책을 내놨다. P턴으로 운영되는 강서구청사거리엔 노선버스 전용 좌회전 신호도 신설한다.

출근시간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선 안전요원 50명을 투입하고, 급행열차와 완행열차 간 운행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정효성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혼잡 완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했으나 여전히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대체버스 이용과 유연근무 등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호소문을 발표했다.

9호선 2단계 구간에는 4천829억원의 사업비가 들었다. 국비는 1천932억원, 시비는 2천897억원이 투입됐다.

역은 언주역, 선정릉역, 삼성중앙역, 봉은사역, 종합운동장역 등 총 5개로 봉은사로를 지나 2·7호선의 혼잡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운영은 서울시 산하기관 서울메트로의 자회사가 맡는다.

2018년에는 잠실운동장부터 보훈병원까지 이어지는 3단계 구간도 개통할 예정이며 이 구간 운영도 서울메트로가 맡는다.

개화역부터 신논현역까지 기존 1단계 구간은 계속 서울시메트로9호선 주식회사에서 운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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