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르윈스키도 입 열게한 ‘18분의 마법’, 테드

입력 2015.03.26 (18:05) 수정 2015.03.26 (19:3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모니카 르윈스키... 기억하십니까.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과의 스캔들로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이죠.

대중 앞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던 이 여성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속내를 털어놔 박수갈채를 받았는데요.

뒤에 보이는 이 곳, TED 강연장이었습니다.

강연자가 유명하건 유명하지 않건 주어진 시간, 딱 18분 동안만 이야기하는 1인 컨퍼런스인데요...

30년 넘게 전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국제부 서재희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서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르윈스키...사실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받은 인물이잖아요.

여기서 무슨 얘길 했기에, 박수갈채를 받은 겁니까?

<답변>
1998년 당시 성추문 보고서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정말 전세계 미디어를 통해 온갖 수치를 겪을만큼 겪은 인물이죠.

그런데 이 자리에선 꽤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로 자신이 겪은 고통을 털어놓고, 오히려 비슷한 경험을 한 다른 이들에게 치유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강연 제목이 '더 프라이스 오브 셰임', 번역하면 수치심의 대가... 이 정도가 될텐데요.

일단 내용을 좀 들어보시죠.

저는 이 강연 세 번 정도 들어봤는데, 꽤 재밌었습니다.

<녹취> 모니카 르윈스키 : "41살에 27살짜리 남자에게 구애를 받았어요. 그 남자는 매력적이었고 저는 들떴지만 결국 거절했죠. 뭐가 문제였는지 아세요? 그 남자는 제가 다시 22살이 된 것 처럼 느끼게 했다는 것이죠."

클린턴과 스캔들이 났던 22살을 이렇게 웃음 소재로 얘기할 만큼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는데요.

본격적인 얘기는, 22살 이후 자신이 받은 고통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녹취> 모니카 르윈스키 : "(성추문 사건 이후) 헤프고, 행실이 단정치 못하고, 난잡하고, 매춘부고, 백치, ‘그 여자’라는 딱지가 붙었습니다. 저는 사이버 폭력으로 파괴된 첫 희생자였습니다."

그리고 사이버 폭력의 희생자는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며, 이제는 남을 배려하는 인터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모니카 르윈스키 : "클릭 수는 곧 돈으로 이어지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건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됐죠. 우리는 이제 표현의 책임에 관해 더 많이 얘기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배려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모든 말을 마치고 기립박수를 받는 모습이죠.

<질문>
르윈스키가 등장한 TED, 어떤 프로그램인지 잠시 짚어볼까요?

<답변>
TED는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의 앞글자를 딴 제목인데요.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공유하자', 즉 지식 공유가 목적인 국제 콘퍼런스입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새플링 재단의 주도로 31년째 계속되고 있는데요.

미국에서 알만한 유명인사는 대부분 참여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출연진이 화려했습니다.

<질문>
출연료가 상당히 들었겠는데요?

<답변>
아니요, 오히려 강연자가 참가비 6,000달러를 내야 하고요.

1년 전에 미리 예약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유명한 사람이라도 18분 안에 강연을 모두 마쳐야 해서, '18분의 마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질문>
저 자리에 서는 것만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다보니, 돈을 주고서라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는 얘기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보시죠.

TED 사이트의 한 달 평균 이용자 수는 천5백만 명에 이르고요.

무료로 볼 수 있는 강연 동영상 시청회수가 10억 회를 넘어섰습니다.

방청권은 2006년엔 4400달러였지만, 지난해는 무려 7500달러, 우리 돈 8백만 원에 달했습니다.

<질문>
인터넷으로 무료로 볼 수 있는데도, 800만원을 주고 직접 보려한단 말인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아직까지도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는 대표적 강연을 한 번 볼까요?

왜 강연 현장에 가고싶어 하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지난 2009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TED 무대에 섰습니다.

주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국제적 문제'였고, 청중들은 정보 불평등 같은 거대한 주제의 강연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빌게이츠는 '말라리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녹취> 빌 게이츠(MS 창업자) : "말라리아로 한해에 백만 명이 죽는데도, 그 영향력은 과소평가 되고 있습니다. 말라리아는 모기로 전염되는데요. 여기 좀 가져왔습니다. 강당에 풀어보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만 말라리아에 걸리란 법 있나요?"

강연장엔 모기들이 활개를 쳤지만, 청중들은 이 특별한 경험에 웃으며 박수를 쳤습니다.

말라리아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효과적이었다는 평을 받았고요.

<질문>
저 청중들 말라리아 예방백신은 사전에 맞고 온 거겠죠?

그런데 꼭 유명해야 저 자리에 설 수 있는 겁니까?

<답변>
아뇨, 참여 조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종종 일반인도 서기도 합니다.

이번엔 한국인이 전 세계를 울렸던 강연 하나를 보시죠.

<녹취> 이현서(새터민/2013년) : "일곱 살에 처음으로 공개처형 장면을 봤지만, 이런 삶은 평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적 겪은 북한에서의 생활, 북한의 처참한 실태를 알린 강연의 주인공은, 새터민 이현서 씨입니다.

북한의 가족과 함께 탈출해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넘겨야 했던 숱한 고비들을 담담하게 이야기 했는데요.

<녹취> 이현서 : "(한국에서) 가족에게 보낸 돈은 북한 당국자들이 가로챘습니다. 그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가족들은 시골 외딴 곳으로 보내지는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가족의 탈북을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강연 이후 CNN은 홈페이지 전면에 ‘나는 7살에 첫 공개처형을 목격했다’는 제목으로 이 씨의 강연 동영상을 소개했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요 방송은 이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전했습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계기가 된 거죠.

테드의 인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기획됐습니다.

KBS의 강연 100도씨도 그런 프로중 하나고요.

올 하반기엔 영국판 테드, 티-톡스라는 프로그램도 나온다고 하는데요.

아직까지 테드만큼 '롱런'하는 경우가 없는 걸 보면 '18분의 마법'이 특별하긴 한 것 같습니다.

<앵커 멘트>

네, 한국에도 저런 좋은 취지의 좋은 프로그램이 기획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게 되네요.

서 기자 잘 들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글로벌24 이슈] 르윈스키도 입 열게한 ‘18분의 마법’, 테드
    • 입력 2015-03-26 18:06:37
    • 수정2015-03-26 19:36:47
    글로벌24
<앵커 멘트>

모니카 르윈스키... 기억하십니까.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과의 스캔들로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물이죠.

대중 앞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던 이 여성이, 최근 공개석상에서 속내를 털어놔 박수갈채를 받았는데요.

뒤에 보이는 이 곳, TED 강연장이었습니다.

강연자가 유명하건 유명하지 않건 주어진 시간, 딱 18분 동안만 이야기하는 1인 컨퍼런스인데요...

30년 넘게 전 세계적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국제부 서재희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서 기자, 어서 오세요!

<질문>
르윈스키...사실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받은 인물이잖아요.

여기서 무슨 얘길 했기에, 박수갈채를 받은 겁니까?

<답변>
1998년 당시 성추문 보고서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정말 전세계 미디어를 통해 온갖 수치를 겪을만큼 겪은 인물이죠.

그런데 이 자리에선 꽤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로 자신이 겪은 고통을 털어놓고, 오히려 비슷한 경험을 한 다른 이들에게 치유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함께 보시죠.

강연 제목이 '더 프라이스 오브 셰임', 번역하면 수치심의 대가... 이 정도가 될텐데요.

일단 내용을 좀 들어보시죠.

저는 이 강연 세 번 정도 들어봤는데, 꽤 재밌었습니다.

<녹취> 모니카 르윈스키 : "41살에 27살짜리 남자에게 구애를 받았어요. 그 남자는 매력적이었고 저는 들떴지만 결국 거절했죠. 뭐가 문제였는지 아세요? 그 남자는 제가 다시 22살이 된 것 처럼 느끼게 했다는 것이죠."

클린턴과 스캔들이 났던 22살을 이렇게 웃음 소재로 얘기할 만큼 여유를 찾은 모습이었는데요.

본격적인 얘기는, 22살 이후 자신이 받은 고통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녹취> 모니카 르윈스키 : "(성추문 사건 이후) 헤프고, 행실이 단정치 못하고, 난잡하고, 매춘부고, 백치, ‘그 여자’라는 딱지가 붙었습니다. 저는 사이버 폭력으로 파괴된 첫 희생자였습니다."

그리고 사이버 폭력의 희생자는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며, 이제는 남을 배려하는 인터넷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모니카 르윈스키 : "클릭 수는 곧 돈으로 이어지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건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됐죠. 우리는 이제 표현의 책임에 관해 더 많이 얘기해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배려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모든 말을 마치고 기립박수를 받는 모습이죠.

<질문>
르윈스키가 등장한 TED, 어떤 프로그램인지 잠시 짚어볼까요?

<답변>
TED는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디자인의 앞글자를 딴 제목인데요.

'세상을 바꿀 아이디어를 공유하자', 즉 지식 공유가 목적인 국제 콘퍼런스입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새플링 재단의 주도로 31년째 계속되고 있는데요.

미국에서 알만한 유명인사는 대부분 참여했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출연진이 화려했습니다.

<질문>
출연료가 상당히 들었겠는데요?

<답변>
아니요, 오히려 강연자가 참가비 6,000달러를 내야 하고요.

1년 전에 미리 예약도 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 유명한 사람이라도 18분 안에 강연을 모두 마쳐야 해서, '18분의 마법'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질문>
저 자리에 서는 것만으로도 많은 주목을 받다보니, 돈을 주고서라도 하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는 얘기군요.

<답변>
그렇습니다.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보시죠.

TED 사이트의 한 달 평균 이용자 수는 천5백만 명에 이르고요.

무료로 볼 수 있는 강연 동영상 시청회수가 10억 회를 넘어섰습니다.

방청권은 2006년엔 4400달러였지만, 지난해는 무려 7500달러, 우리 돈 8백만 원에 달했습니다.

<질문>
인터넷으로 무료로 볼 수 있는데도, 800만원을 주고 직접 보려한단 말인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아직까지도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는 대표적 강연을 한 번 볼까요?

왜 강연 현장에 가고싶어 하는지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지난 2009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TED 무대에 섰습니다.

주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국제적 문제'였고, 청중들은 정보 불평등 같은 거대한 주제의 강연을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빌게이츠는 '말라리아'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녹취> 빌 게이츠(MS 창업자) : "말라리아로 한해에 백만 명이 죽는데도, 그 영향력은 과소평가 되고 있습니다. 말라리아는 모기로 전염되는데요. 여기 좀 가져왔습니다. 강당에 풀어보겠습니다. 가난한 사람들만 말라리아에 걸리란 법 있나요?"

강연장엔 모기들이 활개를 쳤지만, 청중들은 이 특별한 경험에 웃으며 박수를 쳤습니다.

말라리아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에 효과적이었다는 평을 받았고요.

<질문>
저 청중들 말라리아 예방백신은 사전에 맞고 온 거겠죠?

그런데 꼭 유명해야 저 자리에 설 수 있는 겁니까?

<답변>
아뇨, 참여 조건이 까다롭긴 하지만, 종종 일반인도 서기도 합니다.

이번엔 한국인이 전 세계를 울렸던 강연 하나를 보시죠.

<녹취> 이현서(새터민/2013년) : "일곱 살에 처음으로 공개처형 장면을 봤지만, 이런 삶은 평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적 겪은 북한에서의 생활, 북한의 처참한 실태를 알린 강연의 주인공은, 새터민 이현서 씨입니다.

북한의 가족과 함께 탈출해 한국에 정착하기까지 넘겨야 했던 숱한 고비들을 담담하게 이야기 했는데요.

<녹취> 이현서 : "(한국에서) 가족에게 보낸 돈은 북한 당국자들이 가로챘습니다. 그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가족들은 시골 외딴 곳으로 보내지는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가족의 탈북을 계획하기 시작했습니다."

강연 이후 CNN은 홈페이지 전면에 ‘나는 7살에 첫 공개처형을 목격했다’는 제목으로 이 씨의 강연 동영상을 소개했고,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요 방송은 이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실상을 전했습니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계기가 된 거죠.

테드의 인기 때문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많이 기획됐습니다.

KBS의 강연 100도씨도 그런 프로중 하나고요.

올 하반기엔 영국판 테드, 티-톡스라는 프로그램도 나온다고 하는데요.

아직까지 테드만큼 '롱런'하는 경우가 없는 걸 보면 '18분의 마법'이 특별하긴 한 것 같습니다.

<앵커 멘트>

네, 한국에도 저런 좋은 취지의 좋은 프로그램이 기획됐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게 되네요.

서 기자 잘 들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