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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8개월간 고심 끝에 AIIB 가입 ‘결단’
입력 2015.03.26 (21:01) 수정 2015.03.26 (22:35) 연합뉴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한국 정부가 26일 결국 '경제적 실익'을 선택하는 결단을 내렸다.

미국과의 관계 등 외교적 고려와 아시아 역내 인프라 투자 활성화 등 경제적 실익 사이에서 반년 넘게 저울질한 결과다.

또 한국의 최종 결정에는 그간 가입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온 AIIB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 막후 협상에서 상당한 수준의 진전을 이룬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3년 10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AIIB 설립을 최초로 제안한 뒤 중국은 아시아 역내 20여개 국가와 접촉하며 물밑 협상에 나섰다.

중국 측의 제안을 토대로 가능성을 훑어보는 수준이던 한국 정부가 AIIB 가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이후다.

시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인프라와 관련해 건설·기술·자금·경험에서 우위를 갖고 있으므로 AIIB 창립 회원국으로 참가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직접 표명한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양국이 아시아 경제 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한국도 중국의 AIIB 설립 관련 제안을 높이 평가하고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중국의 적극적인 '러브콜'로 가입에 한 발짝 다가서는 듯하던 한국 정부의 입장에는 곧이어 제동이 걸렸다. AIIB 가입의 최대 부담이었던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하기 시작해서다.

한중 정상회담 나흘 뒤 시드니 사일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CS) 한반도담당 보좌관은 "AIIB는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한국의 가입에 대해 신중론을 꺼냈다.

지금껏 주도해온 국제금융질서의 패권을 AIIB를 계기로 중국으로부터 위협받게 된 미국은 본격적으로 설립 견제 움직임을 보였고,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딜레마'도 깊어져 갔다.

국내 건설업계의 아시아 지역 본격 진출과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 상승,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 등 가입 실익은 선명했지만 미국의 '까칠한' 반응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이 대외적으로 지적해온 지배구조 등 '중국 독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후 막후 협상을 통해 사무국 한국 유치 등을 요구하며 중국과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가입 압박을 계속하던 중국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애초 AIIB 창설을 위한 MOU에 서명하는 국가만 창립 회원국으로 인정하겠다던 중국이 한걸음 물러서 창립 회원국 자리를 열어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인도,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등 21개국이 참여해 열린 양해각서(MOU ) 체결식에 한국은 불참했다.

가입 실익을 따질 반년의 시간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한국 정부는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입장을 명확히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이달 들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이 AIIB 가입을 발표하고 미국 내에서마저 가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국제 사회 기류가 변화했다.

여기에 중국이 3월 말로 창립 회원국 참여 가능 시한을 못박으면서 한국 내 논의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정부로서는 이왕 가입할 것이라면 창립 회원국으로 들어가야 AIIB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중국과의 실무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만큼 지배구조 등 그간의 걸림돌을 해결하고 한국의 이익을 어느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확신도 선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국의 잇따른 참여로 미국의 견제에 대한 부담감을 일부 덜어낸 한국은 결국 선명한 경제적 실익과 국제 사회의 '대세' 흐름에 따라, 창립회원국 참여 시한 종료 나흘 가량을 앞두고 AIIB 가입을 선언했다.
  • 한국, 8개월간 고심 끝에 AIIB 가입 ‘결단’
    • 입력 2015-03-26 21:01:59
    • 수정2015-03-26 22:35:15
    연합뉴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한국 정부가 26일 결국 '경제적 실익'을 선택하는 결단을 내렸다.

미국과의 관계 등 외교적 고려와 아시아 역내 인프라 투자 활성화 등 경제적 실익 사이에서 반년 넘게 저울질한 결과다.

또 한국의 최종 결정에는 그간 가입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돼온 AIIB 지배구조 등과 관련해 막후 협상에서 상당한 수준의 진전을 이룬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013년 10월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AIIB 설립을 최초로 제안한 뒤 중국은 아시아 역내 20여개 국가와 접촉하며 물밑 협상에 나섰다.

중국 측의 제안을 토대로 가능성을 훑어보는 수준이던 한국 정부가 AIIB 가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이후다.

시 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인프라와 관련해 건설·기술·자금·경험에서 우위를 갖고 있으므로 AIIB 창립 회원국으로 참가하기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직접 표명한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양국이 아시아 경제 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한국도 중국의 AIIB 설립 관련 제안을 높이 평가하고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중국의 적극적인 '러브콜'로 가입에 한 발짝 다가서는 듯하던 한국 정부의 입장에는 곧이어 제동이 걸렸다. AIIB 가입의 최대 부담이었던 미국의 견제가 본격화하기 시작해서다.

한중 정상회담 나흘 뒤 시드니 사일러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CS) 한반도담당 보좌관은 "AIIB는 분명히 넘어야 할 문턱이 있다"며 공개적으로 한국의 가입에 대해 신중론을 꺼냈다.

지금껏 주도해온 국제금융질서의 패권을 AIIB를 계기로 중국으로부터 위협받게 된 미국은 본격적으로 설립 견제 움직임을 보였고, 이에 따라 한국 정부의 '딜레마'도 깊어져 갔다.

국내 건설업계의 아시아 지역 본격 진출과 국제 사회에서의 위상 상승,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 등 가입 실익은 선명했지만 미국의 '까칠한' 반응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이 대외적으로 지적해온 지배구조 등 '중국 독주'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후 막후 협상을 통해 사무국 한국 유치 등을 요구하며 중국과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가입 압박을 계속하던 중국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애초 AIIB 창설을 위한 MOU에 서명하는 국가만 창립 회원국으로 인정하겠다던 중국이 한걸음 물러서 창립 회원국 자리를 열어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중국 베이징에서 인도, 파키스탄, 몽골,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등 21개국이 참여해 열린 양해각서(MOU ) 체결식에 한국은 불참했다.

가입 실익을 따질 반년의 시간을 추가로 확보했지만 한국 정부는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입장을 명확히 정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다 이달 들어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이 AIIB 가입을 발표하고 미국 내에서마저 가입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국제 사회 기류가 변화했다.

여기에 중국이 3월 말로 창립 회원국 참여 가능 시한을 못박으면서 한국 내 논의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정부로서는 이왕 가입할 것이라면 창립 회원국으로 들어가야 AIIB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중국과의 실무 협상 과정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룬 만큼 지배구조 등 그간의 걸림돌을 해결하고 한국의 이익을 어느정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확신도 선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국의 잇따른 참여로 미국의 견제에 대한 부담감을 일부 덜어낸 한국은 결국 선명한 경제적 실익과 국제 사회의 '대세' 흐름에 따라, 창립회원국 참여 시한 종료 나흘 가량을 앞두고 AIIB 가입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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