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사 구조 개편 추진에 입시생들 혼란 가중

입력 2015.03.30 (05:45) 수정 2015.03.3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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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정부의 구조개혁 파고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사구조 개편을 추진함에 따라 올해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일부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정원을 감축하고 모집단위를 학과제에서 학부제로, 반대로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바꾸는 제도 변화를 현 고등학교 3학년생이 응시하는 2016학년도 대학입학 전형부터 적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평가 결과가 8월에 발표되면 이에 따른 대규모 정원 감축이 불가피해 입시생들의 혼란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2016학년도부터 현재 광역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일부 학과의 선발 방식을 학과 단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대는 지난달 전체 교수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결정하고 이달 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해당 모집 단위는 서울캠퍼스의 서양어대학, 동양어대학, 사회과학대학 사회과학계열과 경기도 용인시 글로벌캠퍼스의 인문대학 인문과학계열이다.

서울캠퍼스는 내년부터 프랑스어과·독일어과·노어과·스페인어과·이탈리아어과·포르투갈어과·네덜란드어과·스칸디나비아어과(서양어대학),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아랍어과·태국어과·베트남어과·인도어과·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이란어과·몽골어과(동양어대학), 정치외교학과·행정학과(사회과학계열)로 신입생을 뽑는다.

또 글로벌캠퍼스는 철학과·사학과·언어인지과학과(인문과학계열)로 나뉘어 모집한다.

외대가 특수어학과에 강점이 있는 만큼 광역단위로 운영했을 때 일부 어학과로의 쏠림 현상을 막고자 특수어과 위주로 학과 단위 선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모집 단위 변경으로 학과에 대한 신입생들의 소속감을 제고시키고, 1학년 때부터 전공과목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중앙대가 학과제 폐지를 발표하며 서울시내 대학 중 먼저 대학구조조정의 포문을 열었다.

학내 안팎의 반대여론에 밀려 학과제를 유지하기로 했으나 2016학년도부터 신입생을 광역단위로 뽑는다.

기존에 인문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40명, 영어영문학과 100명 등 학과별로 신입생을 뽑았다면 올해 입시에서는 인문대학에서 신입생 365명을 한번에 선발하는 식이다.

건국대는 이와 반대되는 학사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2016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기존의 학부제를 폐지하고 전공별로 뽑는 학과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예술디자인대학, 정보통신대학 등 일부 학과를 통폐합해 기존 73개 학과를 63개로 축소할 계획이다.

모집단위가 학부에서 학과, 학과에서 학부로 전환하면 그간 축적돼왔던 경쟁률이나 합격선 등의 입시자료가 무용지물이 돼 입시생 입장에서는 대입 전략을 수립하기가 어렵게 된다.

특히 올해 수험생들에게는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이란 '암초'가 놓여 있다.

교육부가 8월에 발표할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은 2017학년도까지 모두 정원을 4만명 감축해야 한다.

각 대학은 평가 결과 받게 되는 등급에 따라 주어진 감축목표에 맞춰 정원을 강제로 줄여야 한다.

각 대학이 할당량만큼의 정원을 2016학년도부터 줄일지, 2017학년도에 한번에 감축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일부 대학은 올해부터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숭실대는 지난해 이미 학과 정원조정 기준안을 마련, 교육부의 결과가 나오면 2016학년도부터 적용해 정원을 줄일 예정이다.

숭실대의 정원조정 기준안은 각 학과를 취업률, 연구실적, 신입생 입학성적 등의 기준에 따라 자체 평가해 5개 등급으로 나눈 뒤 등급별로 정원을 줄인다는 것이 골자다.

국민대를 비롯한 다른 대학도 교육부의 평가 결과를 보고서 정원 조정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쟁률을 좌우할 만한 입시의 핵심 요소인 입학 정원이 대입을 불과 서너 개월 앞두고 변경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대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대입 3년 예고제'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고등교육법에서 관계 법령의 제·개정, 폐지,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개편 및 정원 조정 등의 필요가 생기면 예외적으로 대입 전형계획을 바꿀 수 있도록 해 현재 대학이 진행하는 정원 감축이나 학사 구조조정이 3년 예고제를 법적으로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몇 등 안에 들어야 내가 합격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데 필요한 입시 정보가 대입 전형을 몇 달 안두고 바뀌는 것은 3년 예고제가 표방하는 입시 안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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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 학사 구조 개편 추진에 입시생들 혼란 가중
    • 입력 2015-03-30 05:45:50
    • 수정2015-03-30 08:28:26
    연합뉴스
대학이 정부의 구조개혁 파고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사구조 개편을 추진함에 따라 올해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

일부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정원을 감축하고 모집단위를 학과제에서 학부제로, 반대로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바꾸는 제도 변화를 현 고등학교 3학년생이 응시하는 2016학년도 대학입학 전형부터 적용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의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평가 결과가 8월에 발표되면 이에 따른 대규모 정원 감축이 불가피해 입시생들의 혼란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대학가에 따르면 한국외대는 2016학년도부터 현재 광역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일부 학과의 선발 방식을 학과 단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외대는 지난달 전체 교수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결정하고 이달 말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해당 모집 단위는 서울캠퍼스의 서양어대학, 동양어대학, 사회과학대학 사회과학계열과 경기도 용인시 글로벌캠퍼스의 인문대학 인문과학계열이다.

서울캠퍼스는 내년부터 프랑스어과·독일어과·노어과·스페인어과·이탈리아어과·포르투갈어과·네덜란드어과·스칸디나비아어과(서양어대학), 말레이인도네시아어과·아랍어과·태국어과·베트남어과·인도어과·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이란어과·몽골어과(동양어대학), 정치외교학과·행정학과(사회과학계열)로 신입생을 뽑는다.

또 글로벌캠퍼스는 철학과·사학과·언어인지과학과(인문과학계열)로 나뉘어 모집한다.

외대가 특수어학과에 강점이 있는 만큼 광역단위로 운영했을 때 일부 어학과로의 쏠림 현상을 막고자 특수어과 위주로 학과 단위 선발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모집 단위 변경으로 학과에 대한 신입생들의 소속감을 제고시키고, 1학년 때부터 전공과목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중앙대가 학과제 폐지를 발표하며 서울시내 대학 중 먼저 대학구조조정의 포문을 열었다.

학내 안팎의 반대여론에 밀려 학과제를 유지하기로 했으나 2016학년도부터 신입생을 광역단위로 뽑는다.

기존에 인문대학에서 국어국문학과 40명, 영어영문학과 100명 등 학과별로 신입생을 뽑았다면 올해 입시에서는 인문대학에서 신입생 365명을 한번에 선발하는 식이다.

건국대는 이와 반대되는 학사구조조정안을 내놓았다. 2016학년도 신입생 모집부터 기존의 학부제를 폐지하고 전공별로 뽑는 학과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예술디자인대학, 정보통신대학 등 일부 학과를 통폐합해 기존 73개 학과를 63개로 축소할 계획이다.

모집단위가 학부에서 학과, 학과에서 학부로 전환하면 그간 축적돼왔던 경쟁률이나 합격선 등의 입시자료가 무용지물이 돼 입시생 입장에서는 대입 전략을 수립하기가 어렵게 된다.

특히 올해 수험생들에게는 정부의 대학 구조개혁이란 '암초'가 놓여 있다.

교육부가 8월에 발표할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에 따라 대학은 2017학년도까지 모두 정원을 4만명 감축해야 한다.

각 대학은 평가 결과 받게 되는 등급에 따라 주어진 감축목표에 맞춰 정원을 강제로 줄여야 한다.

각 대학이 할당량만큼의 정원을 2016학년도부터 줄일지, 2017학년도에 한번에 감축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일부 대학은 올해부터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숭실대는 지난해 이미 학과 정원조정 기준안을 마련, 교육부의 결과가 나오면 2016학년도부터 적용해 정원을 줄일 예정이다.

숭실대의 정원조정 기준안은 각 학과를 취업률, 연구실적, 신입생 입학성적 등의 기준에 따라 자체 평가해 5개 등급으로 나눈 뒤 등급별로 정원을 줄인다는 것이 골자다.

국민대를 비롯한 다른 대학도 교육부의 평가 결과를 보고서 정원 조정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경쟁률을 좌우할 만한 입시의 핵심 요소인 입학 정원이 대입을 불과 서너 개월 앞두고 변경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는 대입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도입한 '대입 3년 예고제'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고등교육법에서 관계 법령의 제·개정, 폐지,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개편 및 정원 조정 등의 필요가 생기면 예외적으로 대입 전형계획을 바꿀 수 있도록 해 현재 대학이 진행하는 정원 감축이나 학사 구조조정이 3년 예고제를 법적으로 위반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한 입시업체 관계자는 "몇 등 안에 들어야 내가 합격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데 필요한 입시 정보가 대입 전형을 몇 달 안두고 바뀌는 것은 3년 예고제가 표방하는 입시 안정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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