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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중국 주도 ‘AIIB’ 순항…세계 경제 패권 지각 변동 오나?
입력 2015.03.30 (06:06) 수정 2015.03.30 (11:22) 취재후·사건후
▲ AIIB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식(지난해 10월)

중국이 주도하는 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가 순풍에 돛단 듯 세계 경제패권의 전면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을 시작으로 AIIB 가입 러쉬가 시작됐고, IMF와 ADB, WB 등 국제 금융기구들이 잇따라 AIIB 창립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미국도 AIIB와 협조를 원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우리 나라와 호주도 부담을 덜고 AIIB 창립회원국 가입을 최종 결정했다. AIIB 창립회원국은 중국 당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42개국을 넘어설 전망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이 저마다 중국에 줄을 서는 모양새다. 그동안 미국이 쥐고 있던 세계 경제패권에 적쟎은 지각 변동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미국을 뛰어넘어 G-1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AIIB가 뭐길래…

AIIB는 최근 언론에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생소한 용어다. 2013년 10월 아시아를 순방중이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IIB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중국 당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AIIB 설립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서구의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AIIB 설립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런 시각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21개국은 AIIB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해 말 AIIB를 공식 출범시키기로 했다.


▲ 보아오 포럼서 'AIIB-일대일로' 강조하는 시진핑 주석

●중국 AIIB 설립 추진 배경은 '일대일로'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3년 10월 카자흐스탄 대학 연설에서 중국의 핵심 대외 경제전략을 발표했다. 고대 중국 대륙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것이었다. 그 이후 해상 실크로드 복원 계획과 합쳐져 '일대일로'라는 구상이 만들어졌다.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개념은 세계 지도를 펴놓고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육상에 실크로드를 복원해 하나의 띄를, 해상에는 하나의 바닷길을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중국 정부는 전 세계의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총집합한 보아오 포럼에서 '일대일로'의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관련국들과 철도와 항구 등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지대를 활성화시키는 것과 위안화 채권 발행을 권장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 인적교류 확대를 위해 매년 만 명의 외국인에게 중국 정부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를 추진하는데 오는 2020년까지 우리 돈으로 약 31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IB는 '일대일로' 전략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에 줄 선 미국 동맹국들..왜?

AIIB 가입을 놓고 눈치를 보던 미국의 동맹국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쪽에 줄을 섰다. 미국 정부는 우리 나라의 AIIB 가입을 앞두고도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통보했었다. 아마 다른 우방국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AIIB 창립 양해각서를 체결한 21개국 이외에,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 6개국이 먼저 AIIB 가입을 신청했다. 그 이후 우리 나라와 타이완, 호주, 브라질 등도 3월 말 마감 시한을 앞두고 AIIB행 막차를 탔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중국의 경제력 때문에 AIIB 가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수출 뿐만 아니라 수입 규모에서도 세계 최대규모의 시장이다. 유럽 국가들 입장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에 발을 들여놔야만 경제적 실리를 챙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 과정에서 아시아권에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유럽 선진국들 입장에선 미국 눈치 때문에 굳이 AIIB 가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보아오포럼에서 중국의 힘과 위상을 보여줬다. 주요국들이 AIIB에 앞다퉈 가입하는 상황에서 이번 보아오포럼은 전 세계를 향해 '일대일로'를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 시 주석은 기조 연설을 통해, "'일대일로'는 중국만을 위한 게 아니라 주변국들과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경쟁 상대인 미국을 향해서도 AIIB에 들어오라고 권유하는 게 중국의 자신감이다.

중국은 우리 나라의 최대 교역국가다. 미국, 일본과의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중국과의 교역량이 더 많다. 중국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곧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나라 정부와 언론 등 일각에선 중국을 '엽기, 짝퉁, 스모그의 나라' 쯤으로 폄하하는 시각이 있는 게 현실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숲을 보지 않으려는 건지 아쉽고 답답할 따름이다.
  • [취재후] 중국 주도 ‘AIIB’ 순항…세계 경제 패권 지각 변동 오나?
    • 입력 2015-03-30 06:06:06
    • 수정2015-03-30 11:22:42
    취재후·사건후
▲ AIIB 설립 양해각서(MOU) 체결식(지난해 10월)

중국이 주도하는 AIIB(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가 순풍에 돛단 듯 세계 경제패권의 전면으로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을 시작으로 AIIB 가입 러쉬가 시작됐고, IMF와 ADB, WB 등 국제 금융기구들이 잇따라 AIIB 창립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미국도 AIIB와 협조를 원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우리 나라와 호주도 부담을 덜고 AIIB 창립회원국 가입을 최종 결정했다. AIIB 창립회원국은 중국 당국이 밝힌 바에 따르면, 42개국을 넘어설 전망이다.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들이 저마다 중국에 줄을 서는 모양새다. 그동안 미국이 쥐고 있던 세계 경제패권에 적쟎은 지각 변동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미국을 뛰어넘어 G-1으로 부상하려는 중국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AIIB가 뭐길래…

AIIB는 최근 언론에 많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생소한 용어다. 2013년 10월 아시아를 순방중이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IIB 설립을 공식 제안했다. 중국 당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개발도상국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AIIB 설립 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서구의 대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 질서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이 AIIB 설립을 주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이런 시각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중국과 인도,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21개국은 AIIB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올해 말 AIIB를 공식 출범시키기로 했다.


▲ 보아오 포럼서 'AIIB-일대일로' 강조하는 시진핑 주석

●중국 AIIB 설립 추진 배경은 '일대일로'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3년 10월 카자흐스탄 대학 연설에서 중국의 핵심 대외 경제전략을 발표했다. 고대 중국 대륙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의 영광을 재현하자는 것이었다. 그 이후 해상 실크로드 복원 계획과 합쳐져 '일대일로'라는 구상이 만들어졌다.

'일대일로(一帶一路)'의 개념은 세계 지도를 펴놓고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육상에 실크로드를 복원해 하나의 띄를, 해상에는 하나의 바닷길을 연결한다는 개념이다. 중국 정부는 전 세계의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이 총집합한 보아오 포럼에서 '일대일로'의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관련국들과 철도와 항구 등 교통 인프라를 연결하고 자유무역지대를 활성화시키는 것과 위안화 채권 발행을 권장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또, 인적교류 확대를 위해 매년 만 명의 외국인에게 중국 정부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를 추진하는데 오는 2020년까지 우리 돈으로 약 31조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AIIB는 '일대일로' 전략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에 줄 선 미국 동맹국들..왜?

AIIB 가입을 놓고 눈치를 보던 미국의 동맹국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중국쪽에 줄을 섰다. 미국 정부는 우리 나라의 AIIB 가입을 앞두고도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통보했었다. 아마 다른 우방국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AIIB 창립 양해각서를 체결한 21개국 이외에,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등 유럽 6개국이 먼저 AIIB 가입을 신청했다. 그 이후 우리 나라와 타이완, 호주, 브라질 등도 3월 말 마감 시한을 앞두고 AIIB행 막차를 탔다.

유럽의 선진국들은 중국의 경제력 때문에 AIIB 가입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수출 뿐만 아니라 수입 규모에서도 세계 최대규모의 시장이다. 유럽 국가들 입장에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권에 발을 들여놔야만 경제적 실리를 챙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일대일로' 추진 과정에서 아시아권에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 투자가 예상되는 만큼 유럽 선진국들 입장에선 미국 눈치 때문에 굳이 AIIB 가입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보아오포럼에서 중국의 힘과 위상을 보여줬다. 주요국들이 AIIB에 앞다퉈 가입하는 상황에서 이번 보아오포럼은 전 세계를 향해 '일대일로'를 알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였다. 시 주석은 기조 연설을 통해, "'일대일로'는 중국만을 위한 게 아니라 주변국들과 '윈-윈'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경쟁 상대인 미국을 향해서도 AIIB에 들어오라고 권유하는 게 중국의 자신감이다.

중국은 우리 나라의 최대 교역국가다. 미국, 일본과의 교역량을 합친 것보다 중국과의 교역량이 더 많다. 중국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곧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나라 정부와 언론 등 일각에선 중국을 '엽기, 짝퉁, 스모그의 나라' 쯤으로 폄하하는 시각이 있는 게 현실이다.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숲을 보지 않으려는 건지 아쉽고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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