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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경찰 합작’ 지브롤터의 유로 1호골
입력 2015.03.30 (14:23) 수정 2015.03.30 (14:30) 연합뉴스
변호사와 경찰은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앙숙으로 그려진다. 때로는 정의의 경찰이 비열한 변호사를 혼내주기도 하고, 때로는 비리 경찰이 정의로운 변호사에게 혼쭐나기도 한다.

하지만 지브롤터 축구대표팀에서 이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 지브롤터 대표팀에서 변호사와 경찰은 지브롤터 축구 역사를 새로 쓴 끈끈한 동반자다.

30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와 지브롤터와의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D조 예선 5차전이 펼쳐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핸던 파크에서는 지브롤터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변호사와 경찰이 힘을 합쳐 UEFA 주관 대회 사상 1호골의 기적을 연출한 것이다.

1895년 설립돼 올해 120주년을 맞는 지브롤터 축구협회는 1999년부터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국 가입을 시도해 왔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페인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하다 2013년 5월 UEFA 총회에서 54번째 회원국이 됐다.

인구 3만명에 불과한 지브롤터는 그해 11월 UEFA 회원국 자격으로 처음 슬로바키아와 평가전을 펼쳐 0-0으로 비긴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까지 총 다섯 차례 평가전을 펼쳐 1승2무2패의 성적을 거뒀다.

당당히 UEFA 회원국이 된 지브롤터는 꿈의 무대인 유로 2016 본선 진출을 향해 담금질에 나섰고, 지난해 9월 마침내 유로 2016 D조 예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대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인 독일을 필두로 폴란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조지아 등 강호들이 즐비했다.

지브롤터를 대표하는 23명의 선수 가운데 19명이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다.

자국리그의 팀들이 대부분 아마추어와 세미프로여서 선수들은 직업이 따로 있고 축구를 '취미'로 하는 터라 예선을 치르면서 엄청난 실력차를 절감해야 했다.

1차전 상대인 폴란드에 0-7로 무너진 지브롤터는 아일랜드(0-7패), 조지아(0-3패), 독일(0-4패)에 잇달아 패해 꼴찌로 밀렸다.

D조 예선 5차전 상대인 '난적' 스코틀랜드를 만난 지브롤터는 킥오프 18분 만에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주며 무더기 실점을 예고했다.

하지만 지브롤터는 예상을 깨고 전반 19분 재빠른 역습을 통해 리 카시아로(링컨 레드 임스)가 동점골을 터트렸다.

카시아로의 득점은 지브롤터의 UEFA 주관 대회 사상 1호골로 동시에 기록됐다.

카시아로는 상대 진영 중반에서 애런 파야스(맨체스터 62)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땅볼 슈팅으로 스코틀랜드의 골그물을 흔들었다.

34살의 노장 공격수인 카시아로는 지난해 처음 대표팀에 발탁돼 지브롤터 유니폼을 입고 5경기째 만에 A매치 데뷔골을 꽂았다.

세미프로팀인 링컨 레드 임스에서 뛰는 카시아로의 직업은 지브롤터 경찰이다. 지브롤터의 역사적인 UEFA 주관 대회 1호골은 나라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 맡았다.

카시아로에게 어시스트한 파야스 역시 30살의 노장으로 이번이 A매치 3번째 경기다. 파야스의 직업은 지브롤터에서 가장 큰 로펌 소속 변호사다.

지브롤터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은 경찰의 동점골로 힘을 냈지만 스코틀랜드의 융단 폭격에 1-6으로 대패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UEFA 주관 대회 1호골을 맛봤다는 즐거움에 완패에도 웃을 수 있었다.
  • ‘변호사·경찰 합작’ 지브롤터의 유로 1호골
    • 입력 2015-03-30 14:23:42
    • 수정2015-03-30 14:30:04
    연합뉴스
변호사와 경찰은 종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앙숙으로 그려진다. 때로는 정의의 경찰이 비열한 변호사를 혼내주기도 하고, 때로는 비리 경찰이 정의로운 변호사에게 혼쭐나기도 한다.

하지만 지브롤터 축구대표팀에서 이런 말은 통하지 않는다. 지브롤터 대표팀에서 변호사와 경찰은 지브롤터 축구 역사를 새로 쓴 끈끈한 동반자다.

30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와 지브롤터와의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 D조 예선 5차전이 펼쳐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핸던 파크에서는 지브롤터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변호사와 경찰이 힘을 합쳐 UEFA 주관 대회 사상 1호골의 기적을 연출한 것이다.

1895년 설립돼 올해 120주년을 맞는 지브롤터 축구협회는 1999년부터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국 가입을 시도해 왔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페인의 반대에 막혀 번번이 뜻을 이루지 못하다 2013년 5월 UEFA 총회에서 54번째 회원국이 됐다.

인구 3만명에 불과한 지브롤터는 그해 11월 UEFA 회원국 자격으로 처음 슬로바키아와 평가전을 펼쳐 0-0으로 비긴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6월까지 총 다섯 차례 평가전을 펼쳐 1승2무2패의 성적을 거뒀다.

당당히 UEFA 회원국이 된 지브롤터는 꿈의 무대인 유로 2016 본선 진출을 향해 담금질에 나섰고, 지난해 9월 마침내 유로 2016 D조 예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상대국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인 독일을 필두로 폴란드,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조지아 등 강호들이 즐비했다.

지브롤터를 대표하는 23명의 선수 가운데 19명이 자국리그에서 뛰고 있다.

자국리그의 팀들이 대부분 아마추어와 세미프로여서 선수들은 직업이 따로 있고 축구를 '취미'로 하는 터라 예선을 치르면서 엄청난 실력차를 절감해야 했다.

1차전 상대인 폴란드에 0-7로 무너진 지브롤터는 아일랜드(0-7패), 조지아(0-3패), 독일(0-4패)에 잇달아 패해 꼴찌로 밀렸다.

D조 예선 5차전 상대인 '난적' 스코틀랜드를 만난 지브롤터는 킥오프 18분 만에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내주며 무더기 실점을 예고했다.

하지만 지브롤터는 예상을 깨고 전반 19분 재빠른 역습을 통해 리 카시아로(링컨 레드 임스)가 동점골을 터트렸다.

카시아로의 득점은 지브롤터의 UEFA 주관 대회 사상 1호골로 동시에 기록됐다.

카시아로는 상대 진영 중반에서 애런 파야스(맨체스터 62)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땅볼 슈팅으로 스코틀랜드의 골그물을 흔들었다.

34살의 노장 공격수인 카시아로는 지난해 처음 대표팀에 발탁돼 지브롤터 유니폼을 입고 5경기째 만에 A매치 데뷔골을 꽂았다.

세미프로팀인 링컨 레드 임스에서 뛰는 카시아로의 직업은 지브롤터 경찰이다. 지브롤터의 역사적인 UEFA 주관 대회 1호골은 나라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 맡았다.

카시아로에게 어시스트한 파야스 역시 30살의 노장으로 이번이 A매치 3번째 경기다. 파야스의 직업은 지브롤터에서 가장 큰 로펌 소속 변호사다.

지브롤터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은 경찰의 동점골로 힘을 냈지만 스코틀랜드의 융단 폭격에 1-6으로 대패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불가능할 것 같았던 UEFA 주관 대회 1호골을 맛봤다는 즐거움에 완패에도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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