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것’ 강추!…‘홍콩 7인제 럭비’

입력 2015.03.30 (17:30) 수정 2015.03.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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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것' 강추!…홍콩 7인제 럭비

3월의 마지막 주말 홍콩 스타디움. 아침 9시부터 하루 일정이 끝나는 저녁 9시까지 무려 12시간 동안 한바탕 축제가 벌어집니다. 그런데 독특한 풍경이 한 가지 있습니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처럼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아바타의 캐릭터들까지 총출동해 괴상한 응원전을 벌입니다. 누가 더 기발한 복장인가..경쟁이 치열합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너나 할 것 없이 춤을 추고 무한 공급되는 맥주에 취해 마음껏 젊음을 발산합니다..럭비팬들의 최고 축제,바로 홍콩 7인제 럭비 월드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입니다.

스포츠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평생 한번쯤 꼭 보고 싶은 이벤트가 있을 겁니다. 축구라면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 야구 팬이라면 월드시리즈 결승전이 될 것이고 골프의 마스터스, 테니스의 윔블던 등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스포츠 이벤트로 꼽힙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숨겨진 스포츠 이벤트 하나..매년 3월 말 홍콩에서 열리는 '럭비 홍콩 월드시리즈 세븐(7)스'는 럭비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꼭 한번 들러야 할 '성지'와도 같은 특급 이벤트이며,럭비에 대해 생소하더라고 버킷 리스트에 한번 추가해볼만한 흥겨운 지구촌 축제입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거리가 멀고 생소한 스포츠이지만 럭비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로 손색이 없는 종목입니다. 특히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로 통칭되는 나라들에서 럭비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4년마다 열리는 럭비 월드컵은 유럽 및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축구 못지 않은 대접을 받습니다. 홍콩 럭비 7인제는 1년 단위로 열리는 럭비 이벤트 가운데는 단연 으뜸가는 대회로 꼽힙니다.

해마다 이맘 때쯤 홍콩도 미국처럼 이른바 '3월의 광란'에 빠집니다. 3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 사흘간 럭비 7인제 월드시리즈가 열리는데 그 열기는 상상 이상입니다. 4만여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홍콩 스타디움은 기간 내내 매진을 기록해 총 12만명 이상이 럭비 축제의 매력에 흠뻑 빠집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스포츠 이벤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 하지만 홍콩 럭비만이 갖고 있는 아주 독특한 매력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일명 '가면 무도회 응원전'인데, 경기장을 찾는 전 세계 곳곳의 럭비팬들이 만화 혹은 영화 속 캐릭터로 변신해 광적인 응원을 펼치는 것입니다.



특히 경기장 남쪽 스탠드(South stand)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응원전은 럭비는 물론 전 세계 어느 스포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서로 누가 더 기발한 복장으로 변신했는지를 경쟁하면서 럭비를 관전하는데 혹자는 럭비 경기보다 이들의 응원전이 더 재미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안전 사고를 대비해 이곳을 아예 19세 이상만 출입할 수 있는 '19금' 구역으로 설정했습니다.

변장 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전문 쇼핑 거리도 생겼습니다. 매년 영국과 미국, 호주 등지에서 오는 거대 규모의 관광객들은 홍콩 변두리에 있는 이곳 상권을 한바탕 휩쓸고 난 뒤 자신만의 캐릭터로 단단히 변신한 채 경기장을 찾습니다.

미국에서 건너온 한 럭비 팬은 "15년째 한 번도 안 거르고 홍콩 세븐스를 찾았다. 경기도 경기지만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응원 문화 때문에 늘 이맘때 휴가를 내고 지구 반바퀴를 돌아서 온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홍콩 7인제 럭비 대회는 '관광 천국' 홍콩에서도 각별한 신경을 쓸 만큼 막대한 돈을 가져다주는 효자 상품입니다. 사흘간 입장료가 평균 25만원 정도인데, 적어도 10만 명이 넘는 입장 관중 수입료만 250~300억원에 달합니다. 게다가 그들이 약 1주일간 뿌리고 가는 관광 비용 등을 감안하면 엄청난 돈이 풀리는 메가 이벤트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대회 메인 스폰서인 홍콩 항공사 '케세이 퍼시픽'은 브랜드 노출 효과는 기본이고 해마다 럭비 대회와 관광을 결합한 상품을 출시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 홍콩 럭비 세븐스야말로 스포츠 콘텐트와 관광이 결합해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한 대표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분석한 학술 논문까지 나왔습니다. 변변한 스포츠 이벤트를 아직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참으로 부러울 따름입니다.

사실 홍콩의 스포츠 인프라는 우리나라에 비해 별로 나을 것도 없습니다. 엘리트 스포츠에 있어서는 비교 자체가 안 됩니다. 국제대회에서 홍콩이 잘 하는 종목이 몇 개나 될까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곳에서 이러한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가 40년 동안이나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홍콩 럭비 세븐스가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3가지입니다. 최고 수준의 경기와 광범위한 팬층을 형성할 수 있는 독특한 응원 문화, 그리고 3월 말이라는 시기적 조건입니다. 홍콩의 3월 말은 섭씨 20도 정도인데 스포츠 관전하기에 가장 최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관전하기에 최상의 시기는 5월 초나 9월 중순입니다. 따뜻한 봄날과 청명한 가을 날씨에 사람들은 경기장을 찾습니다. 프로야구도 프로축구도 이때 관중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를 활용한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나라에도 언젠간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스포츠'가 생길 수 있을까요? 스포츠 종사자들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숙제라고 보입니다.

[관련기사]
☞ 월드컵 부럽지 않다! 홍콩 럭비 열기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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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것’ 강추!…‘홍콩 7인제 럭비’
    • 입력 2015-03-30 17:30:05
    • 수정2015-03-30 17:35:55
    취재후·사건후
■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것' 강추!…홍콩 7인제 럭비

3월의 마지막 주말 홍콩 스타디움. 아침 9시부터 하루 일정이 끝나는 저녁 9시까지 무려 12시간 동안 한바탕 축제가 벌어집니다. 그런데 독특한 풍경이 한 가지 있습니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처럼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 아바타의 캐릭터들까지 총출동해 괴상한 응원전을 벌입니다. 누가 더 기발한 복장인가..경쟁이 치열합니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너나 할 것 없이 춤을 추고 무한 공급되는 맥주에 취해 마음껏 젊음을 발산합니다..럭비팬들의 최고 축제,바로 홍콩 7인제 럭비 월드시리즈에서만 볼 수 있는 진풍경입니다.

스포츠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평생 한번쯤 꼭 보고 싶은 이벤트가 있을 겁니다. 축구라면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 야구 팬이라면 월드시리즈 결승전이 될 것이고 골프의 마스터스, 테니스의 윔블던 등이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스포츠 이벤트로 꼽힙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숨겨진 스포츠 이벤트 하나..매년 3월 말 홍콩에서 열리는 '럭비 홍콩 월드시리즈 세븐(7)스'는 럭비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꼭 한번 들러야 할 '성지'와도 같은 특급 이벤트이며,럭비에 대해 생소하더라고 버킷 리스트에 한번 추가해볼만한 흥겨운 지구촌 축제입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거리가 멀고 생소한 스포츠이지만 럭비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로 손색이 없는 종목입니다. 특히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로 통칭되는 나라들에서 럭비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4년마다 열리는 럭비 월드컵은 유럽 및 오세아니아 대륙에서 축구 못지 않은 대접을 받습니다. 홍콩 럭비 7인제는 1년 단위로 열리는 럭비 이벤트 가운데는 단연 으뜸가는 대회로 꼽힙니다.

해마다 이맘 때쯤 홍콩도 미국처럼 이른바 '3월의 광란'에 빠집니다. 3월 마지막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 사흘간 럭비 7인제 월드시리즈가 열리는데 그 열기는 상상 이상입니다. 4만여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홍콩 스타디움은 기간 내내 매진을 기록해 총 12만명 이상이 럭비 축제의 매력에 흠뻑 빠집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스포츠 이벤트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광경. 하지만 홍콩 럭비만이 갖고 있는 아주 독특한 매력이 한 가지 있습니다. 일명 '가면 무도회 응원전'인데, 경기장을 찾는 전 세계 곳곳의 럭비팬들이 만화 혹은 영화 속 캐릭터로 변신해 광적인 응원을 펼치는 것입니다.



특히 경기장 남쪽 스탠드(South stand)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응원전은 럭비는 물론 전 세계 어느 스포츠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풍경을 자아냅니다. 서로 누가 더 기발한 복장으로 변신했는지를 경쟁하면서 럭비를 관전하는데 혹자는 럭비 경기보다 이들의 응원전이 더 재미있다고 할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안전 사고를 대비해 이곳을 아예 19세 이상만 출입할 수 있는 '19금' 구역으로 설정했습니다.

변장 용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전문 쇼핑 거리도 생겼습니다. 매년 영국과 미국, 호주 등지에서 오는 거대 규모의 관광객들은 홍콩 변두리에 있는 이곳 상권을 한바탕 휩쓸고 난 뒤 자신만의 캐릭터로 단단히 변신한 채 경기장을 찾습니다.

미국에서 건너온 한 럭비 팬은 "15년째 한 번도 안 거르고 홍콩 세븐스를 찾았다. 경기도 경기지만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응원 문화 때문에 늘 이맘때 휴가를 내고 지구 반바퀴를 돌아서 온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40주년을 맞은 홍콩 7인제 럭비 대회는 '관광 천국' 홍콩에서도 각별한 신경을 쓸 만큼 막대한 돈을 가져다주는 효자 상품입니다. 사흘간 입장료가 평균 25만원 정도인데, 적어도 10만 명이 넘는 입장 관중 수입료만 250~300억원에 달합니다. 게다가 그들이 약 1주일간 뿌리고 가는 관광 비용 등을 감안하면 엄청난 돈이 풀리는 메가 이벤트로 볼 수 있습니다. 이 대회 메인 스폰서인 홍콩 항공사 '케세이 퍼시픽'은 브랜드 노출 효과는 기본이고 해마다 럭비 대회와 관광을 결합한 상품을 출시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이 홍콩 럭비 세븐스야말로 스포츠 콘텐트와 관광이 결합해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한 대표적인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분석한 학술 논문까지 나왔습니다. 변변한 스포츠 이벤트를 아직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참으로 부러울 따름입니다.

사실 홍콩의 스포츠 인프라는 우리나라에 비해 별로 나을 것도 없습니다. 엘리트 스포츠에 있어서는 비교 자체가 안 됩니다. 국제대회에서 홍콩이 잘 하는 종목이 몇 개나 될까요.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곳에서 이러한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가 40년 동안이나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홍콩 럭비 세븐스가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은 3가지입니다. 최고 수준의 경기와 광범위한 팬층을 형성할 수 있는 독특한 응원 문화, 그리고 3월 말이라는 시기적 조건입니다. 홍콩의 3월 말은 섭씨 20도 정도인데 스포츠 관전하기에 가장 최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스포츠 관전하기에 최상의 시기는 5월 초나 9월 중순입니다. 따뜻한 봄날과 청명한 가을 날씨에 사람들은 경기장을 찾습니다. 프로야구도 프로축구도 이때 관중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를 활용한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나라에도 언젠간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스포츠'가 생길 수 있을까요? 스포츠 종사자들이 한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숙제라고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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