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배우는 감사한 직업…다큐처럼 하려고 한다”

입력 2015.03.3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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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에 제가 최고경영자(CEO)여도 회사에서 그만두라고 할 입장인데 제게 맞는 일을 하고 있으니 감사하죠. 배우라는 직업은 이제는 그냥 제게 감사한 일이에요."

다음 달 9일 개봉하는 강제규 감독의 신작 '장수상회'의 주연을 맡은 배우 윤여정(68)을 30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여정은 '장수상회'에서 70세 연애 초보 '성칠'(박근형)과 첫사랑보다 설레는 연애를 하는 꽃집 여인 '금님' 역을 맡았다.

'바람난 가족'(2003)·'하녀'(2010)·'돈의 맛'(2012) 등 전작에서 선보인 강렬한 캐릭터와 달리 이번에는 소녀 같은 모습이다.

박근형과는 1971년 MBC 드라마 '장희빈' 이후 44년 만에 커플 호흡을 맞추며 극 초반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을 선보이지만 정작 그는 "황혼의 로맨스라고 홍보하는 게 못마땅하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박근형 선생하고 나하고 하는 로맨스에 누가 관심이 있겠어요? 이상한 거 아니냐 하겠죠. 첫사랑을 만나서 설레는 얘기만은 아닌데…."

영화는 중반 이후 이 영화의 '반전'인 성칠만 몰랐던 금님의 비밀이 밝혀지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윤여정은 "내 나름대로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했는데 영화의 반전 때문에 그런 감정이 다 잘렸다"며 "시사회 때 보고 강 감독한테 내가 이상하게 됐다고 뭐라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지금까지 매년 영화와 드라마에 한 편 이상씩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는 의외로 "열등의식이 많았다"고 했다.

"제가 미녀도 아니고 목소리가 예쁘지도 않고 연극영화과를 나오지도 않았잖아요. 전 그냥 다르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김혜자 같은 윤여정'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나는 그냥 나이고 싶었다"는 그는 평소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다고 했다.

"다큐를 보면서 우리는 연기를 '오버'해서 잘 못 한다고 생각해요. 다큐에는 사연이 많은 사람이 나오잖아요. 자식을 셋 앞세운 할머니도 나오는데 얘기하면서 우는 걸 못 봤어요. '갔죠, 먼저 갔죠. 몇 년 전인가 그것도 기억이 안 나네' 그러죠. 우리는 연기하면서 막 울잖아요. 다큐처럼 해야지라고 늘 생각해요."

윤여정은 "업계에서 '저 할머니는 일을 맡기면 열심히 하는 배우다', '저 사람은 일 맡기면 끝까지 잘 해낸다'는 얘기를 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솔직하다 못해 직설적인 화법의 윤여정은 "내가 깐깐한 여자처럼 (인식이) 돼 있는데 아니다"라며 "감독이 하라고 했는데 못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50대까지는 부딪히는 감독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60세가 넘어서면서 저보다 나이 많은 감독은 임권택 감독님밖에 안 계시잖아요. 감독을 만날 때도 '내가 그냥 당신 도구로 이걸 하는 거니까 도구를 쓰는 사람으로서 나에게 디렉션 주는 것에 내가 자존심 상해하는 것은 없다'고 말해두죠."

윤여정은 "연기는 모범 답안지가 있어서 답안지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히 영화는 감독이 이끌고 나가는 거라 감독이 날 어려워하고 꺼리면 내 손해"라고 말했다.

"제가 연기를 오래 했기 때문에 좋은 것보다 나쁜 게 더 많을 수 있어요. 타성에 박힌 것도 많고. 사실 신인이 잘할 때가 제일 무섭고 예쁘죠. 우리는 노회했잖아요. 감독이 저를 고쳐주고 이렇게 하라고 하면 고마운 일이죠."

그는 앞서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도 "연기를 오래 한다고 잘하는 거면 얼마나 좋겠느냐"면서 "신인에게는 우리는 흉내 낼 수 없는 무서움이 있다"고 했다.

윤여정이 생각하는 '무서운 신인'은 누굴까. 그는 곧바로 한류 스타 김수현을 꼽았다.

"김수현은 40대가 넘어서 될 연기를 지금 하고 있더군요. 그렇다고 어떤 점이 좋은지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고요. 무슨 수학 공식도 아니고…. (웃음) 그냥 제가 죽 김수현이 출연한 작품을 봐 오니 그렇다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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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여정 “배우는 감사한 직업…다큐처럼 하려고 한다”
    • 입력 2015-03-30 20:09:15
    연합뉴스
"이 나이에 제가 최고경영자(CEO)여도 회사에서 그만두라고 할 입장인데 제게 맞는 일을 하고 있으니 감사하죠. 배우라는 직업은 이제는 그냥 제게 감사한 일이에요." 다음 달 9일 개봉하는 강제규 감독의 신작 '장수상회'의 주연을 맡은 배우 윤여정(68)을 30일 오후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윤여정은 '장수상회'에서 70세 연애 초보 '성칠'(박근형)과 첫사랑보다 설레는 연애를 하는 꽃집 여인 '금님' 역을 맡았다. '바람난 가족'(2003)·'하녀'(2010)·'돈의 맛'(2012) 등 전작에서 선보인 강렬한 캐릭터와 달리 이번에는 소녀 같은 모습이다. 박근형과는 1971년 MBC 드라마 '장희빈' 이후 44년 만에 커플 호흡을 맞추며 극 초반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을 선보이지만 정작 그는 "황혼의 로맨스라고 홍보하는 게 못마땅하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박근형 선생하고 나하고 하는 로맨스에 누가 관심이 있겠어요? 이상한 거 아니냐 하겠죠. 첫사랑을 만나서 설레는 얘기만은 아닌데…." 영화는 중반 이후 이 영화의 '반전'인 성칠만 몰랐던 금님의 비밀이 밝혀지며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윤여정은 "내 나름대로는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했는데 영화의 반전 때문에 그런 감정이 다 잘렸다"며 "시사회 때 보고 강 감독한테 내가 이상하게 됐다고 뭐라고 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1966년 TBC 3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지금까지 매년 영화와 드라마에 한 편 이상씩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는 그는 의외로 "열등의식이 많았다"고 했다. "제가 미녀도 아니고 목소리가 예쁘지도 않고 연극영화과를 나오지도 않았잖아요. 전 그냥 다르고 싶었어요. 이를테면 '김혜자 같은 윤여정'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 같았어요." "나는 그냥 나이고 싶었다"는 그는 평소 다큐멘터리를 즐겨 본다고 했다. "다큐를 보면서 우리는 연기를 '오버'해서 잘 못 한다고 생각해요. 다큐에는 사연이 많은 사람이 나오잖아요. 자식을 셋 앞세운 할머니도 나오는데 얘기하면서 우는 걸 못 봤어요. '갔죠, 먼저 갔죠. 몇 년 전인가 그것도 기억이 안 나네' 그러죠. 우리는 연기하면서 막 울잖아요. 다큐처럼 해야지라고 늘 생각해요." 윤여정은 "업계에서 '저 할머니는 일을 맡기면 열심히 하는 배우다', '저 사람은 일 맡기면 끝까지 잘 해낸다'는 얘기를 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솔직하다 못해 직설적인 화법의 윤여정은 "내가 깐깐한 여자처럼 (인식이) 돼 있는데 아니다"라며 "감독이 하라고 했는데 못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50대까지는 부딪히는 감독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60세가 넘어서면서 저보다 나이 많은 감독은 임권택 감독님밖에 안 계시잖아요. 감독을 만날 때도 '내가 그냥 당신 도구로 이걸 하는 거니까 도구를 쓰는 사람으로서 나에게 디렉션 주는 것에 내가 자존심 상해하는 것은 없다'고 말해두죠." 윤여정은 "연기는 모범 답안지가 있어서 답안지대로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특히 영화는 감독이 이끌고 나가는 거라 감독이 날 어려워하고 꺼리면 내 손해"라고 말했다. "제가 연기를 오래 했기 때문에 좋은 것보다 나쁜 게 더 많을 수 있어요. 타성에 박힌 것도 많고. 사실 신인이 잘할 때가 제일 무섭고 예쁘죠. 우리는 노회했잖아요. 감독이 저를 고쳐주고 이렇게 하라고 하면 고마운 일이죠." 그는 앞서 시사회 후 열린 간담회에서도 "연기를 오래 한다고 잘하는 거면 얼마나 좋겠느냐"면서 "신인에게는 우리는 흉내 낼 수 없는 무서움이 있다"고 했다. 윤여정이 생각하는 '무서운 신인'은 누굴까. 그는 곧바로 한류 스타 김수현을 꼽았다. "김수현은 40대가 넘어서 될 연기를 지금 하고 있더군요. 그렇다고 어떤 점이 좋은지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고요. 무슨 수학 공식도 아니고…. (웃음) 그냥 제가 죽 김수현이 출연한 작품을 봐 오니 그렇다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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