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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반란 일으킨 OK…반란 제압한 IBK
입력 2015.04.02 (10:33) 수정 2015.04.02 (11:02) 연합뉴스
1일 막을 내린 2014-2015시즌 프로배구 V리그의 키워드는 '반란'이었다.

5개월 반 동안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한겨울 코트의 주인공은 남자부 OK저축은행, 여자부 IBK기업은행이었다.

OK저축은행은 챔프전 7연패의 '왕조'를 구축하던 삼성화재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창단 두 시즌 만에 우승해 '코트의 반란'을 일으켰다.

반대로 여자부에서는 어느덧 단단한 강호로 올라선 IBK기업은행이 첫 우승을 노리던 한국도로공사의 반란을 제압하고 정상을 탈환했다.

◇ OK저축은행이 일으킨 '코트의 반란' = 유니폼에 적힌 문구 그대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던 '기적'이었다.

OK저축은행은 남자부 챔프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를 3연승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우뚝 섰다. 그것도 고작 1세트만을 내주는 완벽한 경기로 이룬 우승이다.

올해까지 11차례 챔프전에 모두 올라 8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고, 지난 시즌까지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에 전례 없는 7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삼성화재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리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더구나 OK저축은행은 대학교를 졸업한 지 2년 안팎의 젊은 선수들을 데리고 창단해 이제 갓 두 번째 시즌을 치른 막내 구단이다.

창단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막내 사령탑 김세진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하고, 어르고 달래며 단기간에 강팀을 구축했다.

잠재력만큼은 최고라고 인정받던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여기에 세계적인 선수인 로버트랜디 시몬이 코트 안팎에서 야전 사령관 역할까지 하면서 시너지가 발휘됐다.

정규리그 2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지각변동의 주인공'으로 찬사를 받은 OK저축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과 연속 풀세트 접전 끝에 2연승으로 챔프전 티켓을 따내며 상승세를 탔다.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은 강력하고도 정확한 서브를 바탕으로 오히려 삼성화재의 평정심을 무너뜨렸다.

지난 수 년간 꾸준히 주축 선수들과 작별해 온 삼성화재는 OK저축은행의 패기 앞에서 꾹꾹 눌러 감춰 오던 근본적 약점을 여과 없이 노출하고 말았다.

올해 OK저축은행의 우승이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남자 프로배구의 판도를 바꿔 놓을 혁명의 첫 페이지가 될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실제로 올 시즌에는 전체적으로 남자부 전력의 구도가 변화할 조짐이 뚜렷이 보였다.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공기업의 특성상 변방에 주로 머물러 온 한국전력은 신영철 감독의 지휘 아래 신구 조화를 이뤄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이런 신흥 강호의 성장에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등 기존의 강팀들은 몰락을 경험했다.

현대캐피탈은 주축 공격수의 부상 속에 프로배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대한항공도 2005-2006시즌 이후 9년 만에 '봄 배구'를 하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이 최태웅 감독을 깜짝 발탁하는 등 기존 강호들도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는 모양새라 다음 시즌에는 치열한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 도로공사 반란 제압한 IBK기업은행 '신흥 왕조' = 여자부에서도 반란은 일어났다. 하지만 반란은 진압됐고, 그 위에서 새로운 왕조를 선포하는 축포가 터졌다.

올 여자부 정규리그의 주인공은 분명히 도로공사였다.

남자부 한국전력과 마찬가지로 공기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어렵던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큰 손'으로 변신했다.

이효희, 정대영 등의 대형 FA를 영입한 도로공사는 기존의 외국인 공격수 니콜 포셋의 여전한 활약까지 더해 10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돌풍은 독기를 품은 IBK기업은행의 반격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정규리그 후반 들어 부상을 털어낸 데스티니 후커·박정아·김희진의 IBK기업은행 '삼각편대'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정규리그 막판 5연승을 달린 IBK기업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을 2전 전승으로, 챔프전에서 도로공사를 3전 전승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되찾았다.

IBK기업은행은 2012-2013시즌 창단 첫 정규리그·챔프전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2013-2014시즌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으나 챔프전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올 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으나 3년 연속 챔프전에 올라 지난해 놓친 트로피를 탈환했다.

김희진과 박정아라는 걸출한 토종 공격수가 두 명이나 한솥밥을 먹으며 버티고 있는 한, 여자부에서 IBK기업은행의 '1강 구도'는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IBK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의 말대로 두 선수는 꾸준히 성장하며 이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공격수가 됐다.

더구나 여자부에서는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IBK기업은행의 '왕조 수성'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입단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은 아무래도 올 시즌까지 코트를 누빈 세계 수준의 공격수들보다 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의 공격 비중이 낮아지고,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팀 전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김희진·박정아에 필적할 만한 국내 선수의 조합이 경쟁 구단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 V리그 반란 일으킨 OK…반란 제압한 IBK
    • 입력 2015-04-02 10:33:31
    • 수정2015-04-02 11:02:54
    연합뉴스
1일 막을 내린 2014-2015시즌 프로배구 V리그의 키워드는 '반란'이었다.

5개월 반 동안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군 한겨울 코트의 주인공은 남자부 OK저축은행, 여자부 IBK기업은행이었다.

OK저축은행은 챔프전 7연패의 '왕조'를 구축하던 삼성화재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창단 두 시즌 만에 우승해 '코트의 반란'을 일으켰다.

반대로 여자부에서는 어느덧 단단한 강호로 올라선 IBK기업은행이 첫 우승을 노리던 한국도로공사의 반란을 제압하고 정상을 탈환했다.

◇ OK저축은행이 일으킨 '코트의 반란' = 유니폼에 적힌 문구 그대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던 '기적'이었다.

OK저축은행은 남자부 챔프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삼성화재를 3연승으로 제압하고 정상에 우뚝 섰다. 그것도 고작 1세트만을 내주는 완벽한 경기로 이룬 우승이다.

올해까지 11차례 챔프전에 모두 올라 8개의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고, 지난 시즌까지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에 전례 없는 7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삼성화재가 이렇게 허무하게 무너지리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더구나 OK저축은행은 대학교를 졸업한 지 2년 안팎의 젊은 선수들을 데리고 창단해 이제 갓 두 번째 시즌을 치른 막내 구단이다.

창단 감독으로 지도자 생활의 첫발을 내디딘 막내 사령탑 김세진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혹독하게 조련하고, 어르고 달래며 단기간에 강팀을 구축했다.

잠재력만큼은 최고라고 인정받던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에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여기에 세계적인 선수인 로버트랜디 시몬이 코트 안팎에서 야전 사령관 역할까지 하면서 시너지가 발휘됐다.

정규리그 2위에 오른 것만으로도 '지각변동의 주인공'으로 찬사를 받은 OK저축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전력과 연속 풀세트 접전 끝에 2연승으로 챔프전 티켓을 따내며 상승세를 탔다.

자신감을 얻은 선수들은 강력하고도 정확한 서브를 바탕으로 오히려 삼성화재의 평정심을 무너뜨렸다.

지난 수 년간 꾸준히 주축 선수들과 작별해 온 삼성화재는 OK저축은행의 패기 앞에서 꾹꾹 눌러 감춰 오던 근본적 약점을 여과 없이 노출하고 말았다.

올해 OK저축은행의 우승이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앞으로 남자 프로배구의 판도를 바꿔 놓을 혁명의 첫 페이지가 될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실제로 올 시즌에는 전체적으로 남자부 전력의 구도가 변화할 조짐이 뚜렷이 보였다.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공기업의 특성상 변방에 주로 머물러 온 한국전력은 신영철 감독의 지휘 아래 신구 조화를 이뤄 정규리그 3위에 올랐다.

이런 신흥 강호의 성장에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등 기존의 강팀들은 몰락을 경험했다.

현대캐피탈은 주축 공격수의 부상 속에 프로배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고, 대한항공도 2005-2006시즌 이후 9년 만에 '봄 배구'를 하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이 최태웅 감독을 깜짝 발탁하는 등 기존 강호들도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는 모양새라 다음 시즌에는 치열한 '춘추전국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 도로공사 반란 제압한 IBK기업은행 '신흥 왕조' = 여자부에서도 반란은 일어났다. 하지만 반란은 진압됐고, 그 위에서 새로운 왕조를 선포하는 축포가 터졌다.

올 여자부 정규리그의 주인공은 분명히 도로공사였다.

남자부 한국전력과 마찬가지로 공기업의 특성상 대규모 투자가 어렵던 도로공사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큰 손'으로 변신했다.

이효희, 정대영 등의 대형 FA를 영입한 도로공사는 기존의 외국인 공격수 니콜 포셋의 여전한 활약까지 더해 10년 만에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돌풍은 독기를 품은 IBK기업은행의 반격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정규리그 후반 들어 부상을 털어낸 데스티니 후커·박정아·김희진의 IBK기업은행 '삼각편대'가 맹위를 떨치기 시작했다.

정규리그 막판 5연승을 달린 IBK기업은행은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을 2전 전승으로, 챔프전에서 도로공사를 3전 전승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우승 트로피를 되찾았다.

IBK기업은행은 2012-2013시즌 창단 첫 정규리그·챔프전 통합 우승을 달성했고, 2013-2014시즌 정규리그 정상에 올랐으나 챔프전에서 준우승에 그쳤다.

올 시즌에는 정규리그 우승을 놓쳤으나 3년 연속 챔프전에 올라 지난해 놓친 트로피를 탈환했다.

김희진과 박정아라는 걸출한 토종 공격수가 두 명이나 한솥밥을 먹으며 버티고 있는 한, 여자부에서 IBK기업은행의 '1강 구도'는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IBK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의 말대로 두 선수는 꾸준히 성장하며 이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공격수가 됐다.

더구나 여자부에서는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 시행될 예정이어서 IBK기업은행의 '왕조 수성'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트라이아웃을 통해 입단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은 아무래도 올 시즌까지 코트를 누빈 세계 수준의 공격수들보다 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의 공격 비중이 낮아지고, 국내 선수들의 활약이 팀 전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은 김희진·박정아에 필적할 만한 국내 선수의 조합이 경쟁 구단에 있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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