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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한국 사회의 씁쓸한 단면…‘약장수’
입력 2015.04.02 (16:34) 연합뉴스
대리운전 기사인 '일범'(김인권)에게는 아픈 딸이 있다.

어느 날 취객의 오해로 회사에서 잘리게 되지만 마땅한 기술도 없는데다 신용불량자 딱지가 붙어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옥님'(이주실)에게는 잘 나가는 검사 아들과 미용실을 하는 딸이 있다.

'장한 어머니상'까지 받은 옥님이지만 정작 하루에 몇 시간 이웃집 손녀를 봐주는 일 외에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에 든다.

그런 일범과 옥님이 만난다.

노인을 대상으로 각종 건강식품과 생활용품을 파는 홍보관, 소위 '떴다방'에서다.

6개월치 월세까지 밀려 집에서 쫓겨날 처지가 된 일범이 "노인네 사기 치는 곳"인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취직한 곳이자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외로이 노년을 보내던 옥님이 옆집 할머니의 권유로 우연히 오게 된 곳이다.

영화 '약장수'는 홍보관에 취직해 웃음과 눈물을 팔아야 했던 한 가장과 사람이 그리워 홍보관에 다닐 수밖에 없던 한 어머니의 얘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인권·박철민이 주연을 맡아 꽤나 배꼽을 잡게 될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사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서글픈 현실을 마주한 영화에는 페이소스가 짙게 묻어난다.

영화는 "벼랑 끝에 선" 한 소시민 가장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통해 실업 문제와 독거노인의 고독사 등 한국 사회의 현실을 묵직하게 담아 냈다.

자신의 처지를 한심하게 여긴 일범은 어느새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제품을 하나라도 팔기 위해 애쓰고, 옥님을 비롯한 노인들은 뻔히 '강매'인 줄 알면서도 자신들을 '엄마'라고 살갑게 부르는 홍보관 직원들의 춤과 노래, 개그를 보러 매일 이곳을 찾는다.

옥님의 딸은 "엄마, 이상한 곳에 다니는 거 아니지"라고 하지만 사실 영화를 보다 보면 누가 홍보관 직원들을, 또 그곳을 찾는 '엄마'들을 선뜻 비난할 수 있을까 싶다.

고모가 '떴다방' 열성팬인 점에 착안해 직접 홍보관 직원들의 숙소에서 먹고자며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각본을 썼다는 조치언 감독은 최근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그들(홍보관)이 가진 악기능도 많지만 순기능도 있더라"며 "출발점은 그들의 문제가 아닌 (자녀로서의) 제 문제였다"고 말했다.

"세상 어떤 자식이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매일 엄마한테 노래 불러주고 재롱 떨어주냐. 우리가 자식보다 낫다"는 홍보관 점장 '철중'(박철민)의 말에, 검사 아들을 향해 "언제 안 바쁠 때 나랑 2시간 안 놀아줄래"라는 옥님의 말에 괜스레 뜨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 감독은 "'떴다방'의 사회적 부분보다 오히려 부모란 과연 무엇인가, 가장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런 부분에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4월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4분.
  • [새영화] 한국 사회의 씁쓸한 단면…‘약장수’
    • 입력 2015-04-02 16:34:39
    연합뉴스
대리운전 기사인 '일범'(김인권)에게는 아픈 딸이 있다.

어느 날 취객의 오해로 회사에서 잘리게 되지만 마땅한 기술도 없는데다 신용불량자 딱지가 붙어 일자리 구하기가 쉽지 않다.

'옥님'(이주실)에게는 잘 나가는 검사 아들과 미용실을 하는 딸이 있다.

'장한 어머니상'까지 받은 옥님이지만 정작 하루에 몇 시간 이웃집 손녀를 봐주는 일 외에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에 든다.

그런 일범과 옥님이 만난다.

노인을 대상으로 각종 건강식품과 생활용품을 파는 홍보관, 소위 '떴다방'에서다.

6개월치 월세까지 밀려 집에서 쫓겨날 처지가 된 일범이 "노인네 사기 치는 곳"인지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취직한 곳이자 자식에게 짐이 되기 싫어 외로이 노년을 보내던 옥님이 옆집 할머니의 권유로 우연히 오게 된 곳이다.

영화 '약장수'는 홍보관에 취직해 웃음과 눈물을 팔아야 했던 한 가장과 사람이 그리워 홍보관에 다닐 수밖에 없던 한 어머니의 얘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인권·박철민이 주연을 맡아 꽤나 배꼽을 잡게 될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사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서글픈 현실을 마주한 영화에는 페이소스가 짙게 묻어난다.

영화는 "벼랑 끝에 선" 한 소시민 가장의 눈물겨운 생존기를 통해 실업 문제와 독거노인의 고독사 등 한국 사회의 현실을 묵직하게 담아 냈다.

자신의 처지를 한심하게 여긴 일범은 어느새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제품을 하나라도 팔기 위해 애쓰고, 옥님을 비롯한 노인들은 뻔히 '강매'인 줄 알면서도 자신들을 '엄마'라고 살갑게 부르는 홍보관 직원들의 춤과 노래, 개그를 보러 매일 이곳을 찾는다.

옥님의 딸은 "엄마, 이상한 곳에 다니는 거 아니지"라고 하지만 사실 영화를 보다 보면 누가 홍보관 직원들을, 또 그곳을 찾는 '엄마'들을 선뜻 비난할 수 있을까 싶다.

고모가 '떴다방' 열성팬인 점에 착안해 직접 홍보관 직원들의 숙소에서 먹고자며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각본을 썼다는 조치언 감독은 최근 시사회 후 간담회에서 "그들(홍보관)이 가진 악기능도 많지만 순기능도 있더라"며 "출발점은 그들의 문제가 아닌 (자녀로서의) 제 문제였다"고 말했다.

"세상 어떤 자식이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매일 엄마한테 노래 불러주고 재롱 떨어주냐. 우리가 자식보다 낫다"는 홍보관 점장 '철중'(박철민)의 말에, 검사 아들을 향해 "언제 안 바쁠 때 나랑 2시간 안 놀아줄래"라는 옥님의 말에 괜스레 뜨끔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 감독은 "'떴다방'의 사회적 부분보다 오히려 부모란 과연 무엇인가, 가장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런 부분에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4월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1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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