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중국 아동학대에 분노…학대 양어머니는 ‘기자’

입력 2015.04.08 (06:05) 수정 2015.04.0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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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에서 한 어린이의 사진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이 사진들이다.

사진 속의 아이는 중국 난징시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9살 '스샤오바오'(施小宝,가명) 군이다. 스샤오바오의 몸은 등에서부터 다리까지 온통 채찍으로 맞은 듯 시뻘겋게 피멍이 들어 있다. 얼굴에는 뾰족한 연필에 찔린 듯한 상처가 남아 있고, 발은 뜨거운 물체에 덴 것처럼 퉁퉁 부은 상태이다.

■ 학대받은 9살 소년…가해자는 ‘양어머니’

어린 소년에게 이렇게 상처를 입힌 사람은 다름 아닌 양어머니 50살 이 모 씨였다. 지난달 31일 양모 이 씨는 숙제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샤오바오를 마구 폭행했다. 나무 회초리로 때리다 줄넘기 줄을 채찍처럼 휘둘렀고 발로 밟기까지 했다.

학교 측은 스샤오바오가 양부모에게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다. 학대 흔적들은 나날이 심해져갔고 공포감을 나타내는 등 성격도 변해갔다. 교사들은 다방면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어떠한 결과도 얻을 수 없었다고 한다. 스샤오바오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것도 교사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게라도 도움을 구해보려 했던 것이다.

이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자 곧바로 전국민적인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악독한 짓거리를 한 양부모를 처벌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느냐'며 공안당국으로도 비판의 화살이 빗발쳤다.

■ 학대한 부모의 직업이?…“헉! 기자”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난징시 공안국은 즉각 사건조사에 착수해 사흘만인 5일 새벽 스샤오바오의 양모인 이 모 씨를 고의상해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이 씨는 현재 형사구류 상태에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양부모의 직업이 추가로 확인되자 중국 국민들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고 있다. 스샤오바오를 학대한 50살 양어머니의 직업은 기자로, 현재 모 경제신문의 난징지국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아버지인 스 씨는 장쑤성 법조계에서 꽤 명성을 얻고 있는 변호사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들은 학력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일 것이란 통념과는 달리 이들 부부는 부유한 가정의 고학력 엘리트 계층이었다. 그들과 친한 이웃들조차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평소 이 부부가 워낙 예의바르고 교양있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 친부모에게 보내진 소년, 그러나…

이 소년은 6살이던 지난 2012년 난징의 이 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친아버지인 뀌이 씨는 안휘이성 추저우시 라이안현 시골의 가난한 농민으로 스샤오바오를 포함해 3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어려운 형편에 3명의 자녀를 양육하기가 힘겨워지자 막내아들을 입양보냈던 것이다.

친부모에게 입양을 먼저 제의한 것은 지금의 양모인 이 씨였다. 그녀는 친모와 사촌자매지간으로 양가의 관계도 돈독했다. 도시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스샤오바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친부모는 굳게 믿었다.

그 아들은 불과 3년 만에 피멍투성이로 고향에 돌아왔다. 난징시 당국이 일단 아이를 친부모에게 맡긴 것이다. 그러나 뀌이 씨는 사건이 정리되는 대로 다시 스샤오바오를 난징의 이 씨 부부에게 돌려보낼 생각이다. 뀌이 씨는 중국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난징에서 성장하는 것이 아이에게 유리하다"며 "사촌누이인 이 씨가 아이를 몹시 사랑하고 진심으로 잘 키우기 위해 그랬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양아들 학대 사건’이 남긴 것

지금 중국에서 입양아동의 행복 여부는 전적으로 입양하는 부모의 도덕적 자각에 맡겨져 있다. 입양은 아동에게 명운을 건 모험인 셈이다. 그러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부가 반드시 입양아동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이번 사건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입양과 아동학대에 관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중요하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입양부모 심리 평가'제도를 의무화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관련 법제도가 허술하다보니 관련기관의 대응도 미숙하기 짝이 없다. 저장성의 심리전문가인 쟈장춘(家张纯)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은 학대받은 아동을 당국에서 보호하지 않고, 지금은 아무런 보호권한이 없는 친부모에게 돌려보냈다는 점이에요. 겉으로는 좋은 것 같지만, 아이는 두번째 버림받았다고 느낄 겁니다."

이제 9살 소년 스샤오바오는 다시 친부모에게서 양부모에게로 세번째 버림받을 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중국인들의 인식이다. 아동학대를 넘어 아예 자녀를 매매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한 해 매매되는 아동이 7만 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올 지경이다.

한 편에선 버릇없이 천방지축으로 성장한 이른바 '소황제'가, 다른 한편에서는 아동학대와 영아매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폭력 어른들'이 판치며 공존하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한 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느낌이다. 그것이 바로 고속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중국의 후진적 아동인권 실태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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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중국 아동학대에 분노…학대 양어머니는 ‘기자’
    • 입력 2015-04-08 06:05:58
    • 수정2015-04-08 08:03:19
    취재후·사건후
최근 중국에서 한 어린이의 사진이 네티즌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 이 사진들이다.

사진 속의 아이는 중국 난징시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 9살 '스샤오바오'(施小宝,가명) 군이다. 스샤오바오의 몸은 등에서부터 다리까지 온통 채찍으로 맞은 듯 시뻘겋게 피멍이 들어 있다. 얼굴에는 뾰족한 연필에 찔린 듯한 상처가 남아 있고, 발은 뜨거운 물체에 덴 것처럼 퉁퉁 부은 상태이다.

■ 학대받은 9살 소년…가해자는 ‘양어머니’

어린 소년에게 이렇게 상처를 입힌 사람은 다름 아닌 양어머니 50살 이 모 씨였다. 지난달 31일 양모 이 씨는 숙제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샤오바오를 마구 폭행했다. 나무 회초리로 때리다 줄넘기 줄을 채찍처럼 휘둘렀고 발로 밟기까지 했다.

학교 측은 스샤오바오가 양부모에게 학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다. 학대 흔적들은 나날이 심해져갔고 공포감을 나타내는 등 성격도 변해갔다. 교사들은 다방면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어떠한 결과도 얻을 수 없었다고 한다. 스샤오바오의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것도 교사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게라도 도움을 구해보려 했던 것이다.

이 사진이 인터넷에 오르자 곧바로 전국민적인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악독한 짓거리를 한 양부모를 처벌하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은 도대체 무엇을 하느냐'며 공안당국으로도 비판의 화살이 빗발쳤다.

■ 학대한 부모의 직업이?…“헉! 기자”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난징시 공안국은 즉각 사건조사에 착수해 사흘만인 5일 새벽 스샤오바오의 양모인 이 모 씨를 고의상해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이 씨는 현재 형사구류 상태에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양부모의 직업이 추가로 확인되자 중국 국민들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고 있다. 스샤오바오를 학대한 50살 양어머니의 직업은 기자로, 현재 모 경제신문의 난징지국장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아버지인 스 씨는 장쑤성 법조계에서 꽤 명성을 얻고 있는 변호사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들은 학력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일 것이란 통념과는 달리 이들 부부는 부유한 가정의 고학력 엘리트 계층이었다. 그들과 친한 이웃들조차 도저히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평소 이 부부가 워낙 예의바르고 교양있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 친부모에게 보내진 소년, 그러나…

이 소년은 6살이던 지난 2012년 난징의 이 씨 부부에게 입양됐다.

친아버지인 뀌이 씨는 안휘이성 추저우시 라이안현 시골의 가난한 농민으로 스샤오바오를 포함해 3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 그러나 어려운 형편에 3명의 자녀를 양육하기가 힘겨워지자 막내아들을 입양보냈던 것이다.

친부모에게 입양을 먼저 제의한 것은 지금의 양모인 이 씨였다. 그녀는 친모와 사촌자매지간으로 양가의 관계도 돈독했다. 도시에서 좋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스샤오바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친부모는 굳게 믿었다.

그 아들은 불과 3년 만에 피멍투성이로 고향에 돌아왔다. 난징시 당국이 일단 아이를 친부모에게 맡긴 것이다. 그러나 뀌이 씨는 사건이 정리되는 대로 다시 스샤오바오를 난징의 이 씨 부부에게 돌려보낼 생각이다. 뀌이 씨는 중국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난징에서 성장하는 것이 아이에게 유리하다"며 "사촌누이인 이 씨가 아이를 몹시 사랑하고 진심으로 잘 키우기 위해 그랬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양아들 학대 사건’이 남긴 것

지금 중국에서 입양아동의 행복 여부는 전적으로 입양하는 부모의 도덕적 자각에 맡겨져 있다. 입양은 아동에게 명운을 건 모험인 셈이다. 그러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와 부가 반드시 입양아동의 행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이번 사건은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입양과 아동학대에 관한 법과 제도의 정비가 중요하다. 그래서 학계에서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입양부모 심리 평가'제도를 의무화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관련 법제도가 허술하다보니 관련기관의 대응도 미숙하기 짝이 없다. 저장성의 심리전문가인 쟈장춘(家张纯) 교수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일은 학대받은 아동을 당국에서 보호하지 않고, 지금은 아무런 보호권한이 없는 친부모에게 돌려보냈다는 점이에요. 겉으로는 좋은 것 같지만, 아이는 두번째 버림받았다고 느낄 겁니다."

이제 9살 소년 스샤오바오는 다시 친부모에게서 양부모에게로 세번째 버림받을 순간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근본적인 문제는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중국인들의 인식이다. 아동학대를 넘어 아예 자녀를 매매하는 부모들도 적지 않다. 한 해 매매되는 아동이 7만 명에 이른다는 보도가 나올 지경이다.

한 편에선 버릇없이 천방지축으로 성장한 이른바 '소황제'가, 다른 한편에서는 아동학대와 영아매매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폭력 어른들'이 판치며 공존하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한 편의 부조리극을 보는 느낌이다. 그것이 바로 고속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중국의 후진적 아동인권 실태의 현주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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