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오전 6~10시 꽃가루 제일 많다…아침 운동 조심

입력 2015.04.08 (11:02) 수정 2015.04.08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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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르기 환자들은 이 사진만 봐도 코가 간지러울 것입니다. 꽃가루 관련 기사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사진입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 하얀 솜털은 꽃가루가 아닙니다. 호흡기 알레르기를 일으키지도 않죠. 꽃가루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드립니다.

■ 오해 ① 꽃가루는 눈에 보일 때만 조심하면 된다?

첫 사진의 정체는 바로 버드나무의 씨털입니다. 씨앗이 멀리 날 수 있도록 날게 해줍니다. 주로 5월에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환자들은 이 솜털이 날려야 '이제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는구나'하고 대비를 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씨털은 일부 민감한 분들에게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뿐 알레르기와는 관련성이 낮습니다. 진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는 더 일찍 찾아옵니다.

2월 중순부터 꽃가루를 날리는 오리나무를 비롯해 자작나무, 삼나무, 참나무 등 대부분 나무들이 3월부터 꽃가루를 뿜기 시작하고 4월이면 절정에 이릅니다. 자작나무는 최근 조경용으로 아파트 단지에도 많고, 삼나무는 방풍용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많이 심어졌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주변의 나무들에서 초봄부터 꽃가루가 뿜어져 나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알레르기 환자도 3월부터 급증해 4월이 연중 가장 많습니다. 그러므로 꽃가루가 눈에 보이지 않는 2월, 3월부터 미리 조심해야 합니다.

■ 오해 ②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은 봄꽃 구경도 피해야 한다?

꽃들은 크게 풍매화와 충매화로 구분되는데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나무는 대부분 풍매화, 즉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는 것들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자작나무류, 삼나무를 비롯해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도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 자작나무 꽃가루(좌), 소나무 꽃가루(우)

자작나무와 소나무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사진을 볼까요. 자작나무 꽃가루는 평균 30㎛로 머리카락 두께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바람에 잘 날아다닐 수 있죠. 소나무는 크기가 100㎛ 정도로 다소 크지만 보시는 것처럼 두 개의 공기주머니를 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모양이 닮았다고 해서 '미키마우스 헤드'라고도 하는데요. 이렇게 멀리 날아갈 수 있게 진화한 덕분에 일부 풍매화 꽃가루는 최고 800km까지 퍼질 수 있습니다. 반면에 봄꽃처럼 화려한 꽃은 충매화, 즉 곤충들이 꽃가루를 실어 나르는 꽃입니다. 꽃가루가 무겁고 커서 바람에 잘 날리지도 않습니다. 우리 몸에 닿거나 흡수될 가능성은 낮겠죠. 그러니까 알레르기 환자 분들이라고 굳이 봄꽃 놀이를 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오해 ③ 도심지역이 교외보다 꽃가루가 적다?

꽃가루를 뿜는 나무나 잡초류도 식물입니다. 이산화탄소와 기온에 민감한 건 마찬가지죠. 그런데 도심 지역은 주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데다 열섬 효과로 기온도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심 지역에서 왕성하게 생장해서 꽃가루 발생량이 많고 더 독합니다.

한양대 오재원 교수팀이 주로 가을철에 꽃가루를 발생시키는 돼지풀의 농도를 경기도 포천과 서울 강남역에서 비교 측정해봤는데요, 강남역의 꽃가루 항원 농도가 포천보다 무려 50배 이상 높았습니다. 나무나 잡초가 적은 도심 지역이라고 꽃가루 알레르기에 방심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꽃가루의 특징 때문에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산업화로 이산화탄소가 늘고 온난화로 기온이 오르기 때문이죠. 과거보다 꽃가루가 늘고 더 독해지면서 알레르기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제주대 의대 이근화 교수팀이 발표한 바로는 제주도에서 삼나무 꽃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비율이 최근 15년 새 2.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봄철 황사와 스모그 못지 않게 꽃가루에 대한 주의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 오해 ④ 바람이 잔잔한 아침에는 꽃가루 걱정 없다?

꽃가루는 바람이 잔잔한 아침 시간대에 오히려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납니다. 꽃가루가 주로 새벽 시간에 꽃에서 방출돼서 오전까지 공기 중에 떠 있기 때문인데요.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가 꽃가루 농도가 가장 높은 시간대입니다.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들은 이 시간대에는 아침 운동 등 야외 활동과 환기는 삼가는 게 좋습니다. 외출할 때는 황사용 마스크를 착용해 꽃가루 유입을 막고 집에 돌아온 뒤에는 옷에 묻어있는 꽃가루를 털고 들어오는 것이 좋습니다. 또 외출복을 빨리 벗고 실내복으로 갈아입는 게 좋겠죠.

꽃가루 알레르기는 우리 몸에 들어간 꽃가루가 침 등 액체 분비물에 녹아 알레르기 물질이 체내로 흡수돼 발생합니다. 콧물이나 재채기 같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증상부터 비염이나 심하면 천식 같은 각종 질병을 유발하기도 하죠. 국내에서 꽃가루가 주 원인인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60만 명이 넘고 매년 5~6%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꽃가루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상식들이 많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해 제대로 알고 대처한다면 꽃피는 봄이 더 이상 괴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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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9] 봄철 알레르기, 눈에 안 보이는 ‘미세 꽃가루’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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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오전 6~10시 꽃가루 제일 많다…아침 운동 조심
    • 입력 2015-04-08 11:02:51
    • 수정2015-04-08 18:04:26
    취재후·사건후
알레르기 환자들은 이 사진만 봐도 코가 간지러울 것입니다. 꽃가루 관련 기사에도 어김없이 등장하는 사진입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이 하얀 솜털은 꽃가루가 아닙니다. 호흡기 알레르기를 일으키지도 않죠. 꽃가루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아 드립니다.

■ 오해 ① 꽃가루는 눈에 보일 때만 조심하면 된다?

첫 사진의 정체는 바로 버드나무의 씨털입니다. 씨앗이 멀리 날 수 있도록 날게 해줍니다. 주로 5월에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환자들은 이 솜털이 날려야 '이제 꽃가루가 날리기 시작하는구나'하고 대비를 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씨털은 일부 민감한 분들에게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킬 뿐 알레르기와는 관련성이 낮습니다. 진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가루는 더 일찍 찾아옵니다.

2월 중순부터 꽃가루를 날리는 오리나무를 비롯해 자작나무, 삼나무, 참나무 등 대부분 나무들이 3월부터 꽃가루를 뿜기 시작하고 4월이면 절정에 이릅니다. 자작나무는 최근 조경용으로 아파트 단지에도 많고, 삼나무는 방풍용으로 제주도와 남부지방에 많이 심어졌습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주변의 나무들에서 초봄부터 꽃가루가 뿜어져 나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알레르기 환자도 3월부터 급증해 4월이 연중 가장 많습니다. 그러므로 꽃가루가 눈에 보이지 않는 2월, 3월부터 미리 조심해야 합니다.

■ 오해 ② 꽃가루 알레르기 환자들은 봄꽃 구경도 피해야 한다?

꽃들은 크게 풍매화와 충매화로 구분되는데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꽃나무는 대부분 풍매화, 즉 꽃가루가 바람에 날리는 것들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자작나무류, 삼나무를 비롯해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도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 자작나무 꽃가루(좌), 소나무 꽃가루(우)

자작나무와 소나무 꽃가루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사진을 볼까요. 자작나무 꽃가루는 평균 30㎛로 머리카락 두께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바람에 잘 날아다닐 수 있죠. 소나무는 크기가 100㎛ 정도로 다소 크지만 보시는 것처럼 두 개의 공기주머니를 달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모양이 닮았다고 해서 '미키마우스 헤드'라고도 하는데요. 이렇게 멀리 날아갈 수 있게 진화한 덕분에 일부 풍매화 꽃가루는 최고 800km까지 퍼질 수 있습니다. 반면에 봄꽃처럼 화려한 꽃은 충매화, 즉 곤충들이 꽃가루를 실어 나르는 꽃입니다. 꽃가루가 무겁고 커서 바람에 잘 날리지도 않습니다. 우리 몸에 닿거나 흡수될 가능성은 낮겠죠. 그러니까 알레르기 환자 분들이라고 굳이 봄꽃 놀이를 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 오해 ③ 도심지역이 교외보다 꽃가루가 적다?

꽃가루를 뿜는 나무나 잡초류도 식물입니다. 이산화탄소와 기온에 민감한 건 마찬가지죠. 그런데 도심 지역은 주변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데다 열섬 효과로 기온도 높습니다. 그러다 보니 도심 지역에서 왕성하게 생장해서 꽃가루 발생량이 많고 더 독합니다.

한양대 오재원 교수팀이 주로 가을철에 꽃가루를 발생시키는 돼지풀의 농도를 경기도 포천과 서울 강남역에서 비교 측정해봤는데요, 강남역의 꽃가루 항원 농도가 포천보다 무려 50배 이상 높았습니다. 나무나 잡초가 적은 도심 지역이라고 꽃가루 알레르기에 방심하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꽃가루의 특징 때문에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산업화로 이산화탄소가 늘고 온난화로 기온이 오르기 때문이죠. 과거보다 꽃가루가 늘고 더 독해지면서 알레르기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제주대 의대 이근화 교수팀이 발표한 바로는 제주도에서 삼나무 꽃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비율이 최근 15년 새 2.5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봄철 황사와 스모그 못지 않게 꽃가루에 대한 주의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 오해 ④ 바람이 잔잔한 아침에는 꽃가루 걱정 없다?

꽃가루는 바람이 잔잔한 아침 시간대에 오히려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납니다. 꽃가루가 주로 새벽 시간에 꽃에서 방출돼서 오전까지 공기 중에 떠 있기 때문인데요. 오전 6시부터 10시까지가 꽃가루 농도가 가장 높은 시간대입니다.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들은 이 시간대에는 아침 운동 등 야외 활동과 환기는 삼가는 게 좋습니다. 외출할 때는 황사용 마스크를 착용해 꽃가루 유입을 막고 집에 돌아온 뒤에는 옷에 묻어있는 꽃가루를 털고 들어오는 것이 좋습니다. 또 외출복을 빨리 벗고 실내복으로 갈아입는 게 좋겠죠.

꽃가루 알레르기는 우리 몸에 들어간 꽃가루가 침 등 액체 분비물에 녹아 알레르기 물질이 체내로 흡수돼 발생합니다. 콧물이나 재채기 같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는 증상부터 비염이나 심하면 천식 같은 각종 질병을 유발하기도 하죠. 국내에서 꽃가루가 주 원인인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 환자가 60만 명이 넘고 매년 5~6%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꽃가루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진 상식들이 많습니다. 꽃가루 알레르기에 대해 제대로 알고 대처한다면 꽃피는 봄이 더 이상 괴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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