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개성공단 ‘임금 갈등’…해결 방안은?

입력 2015.04.11 (07:50) 수정 2015.04.1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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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이각경입니다.

4월 11일 토요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남북 간 이슈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일이 시작되면서 개성공단 임금 갈등이 분수령을 맞고 있습니다.

가동 중단 사태 2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은 기업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번 사태의 본질과 배경은 뭔지, 해결책은 없는지 송지현 리포터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7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이 긴급 방북 길에 오릅니다.

북한 근로자들의 3월분 임금 지급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자 다급해진 업체들이 직접 공단 현지를 찾아 나선 겁니다.

<녹취> 정기섭(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 "남북 양 정부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게 개성 입주기업들의 한계 아니겠어요? 당국 간 대화를 통해서 이 문제가 원만히, 또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단 올라갑니다."

개성공단에 상주하는 현지 법인장들과 함께 한 기업 책임자회의 운영위원회.

회의에서는 법인장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압박감과 조속한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호소가 이어졌습니다.

<녹취>개성공단 법인장 : "(법인장들은) 당국 간 협의가 끝나기 전까지는 종전대로 했으면 좋겠다. 당국 간 협의가 끝나면 소급 적용을 해주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북측은) 이번엔 반드시 (임금 인상을)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소급 적용은 없다. 이번 급여 계산할 때 반드시 계산이 돼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어 기업 대표들과 북측 총국 관계자들을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북측은 임금 문제를 남측 관리위원회 측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국 간 대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부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민간기구인 관리위원회와는 대화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선 겁니다.

<녹취>신한용(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 "그동안 우리가 줄기차게 양 정부 간에 그런 협의 이런 걸 촉구를 해왔지 않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이제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 이렇게 이해를 하시면 되겠습니다."

이후, 우리 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북 측 지도총국은 이후 수차례 비공개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입장차가 큽니다.

대화가 시작되면서 일단 임금 지급 시한인 20일까지 시간은 번 상황.

앞으로의 협상 결과에 따라 개성공단 임금 인상 갈등이 극적인 돌파구를 찾을 지, 파행의 길로 들어설 지가 결정되는 셈입니다.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문제를 둘러싼 이번 갈등은 좀처럼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영향이 큽니다.

제 2의 가동 중단 사태를 우려하는 기업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녹취> 임병철(통일부 대변인) : "임금 등 제도 개선 문제를 당국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할 것을 북측에 다시 한 번 촉구하는 바입니다."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말 갑자기 북한이 개성공단 노동규정 13개 조항을 개정하고, 지난 2월 우리 측에 임금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기존 70.35달러인 최저임금을 74달러로 5.18% 올리고, 사회 보험료 산정 기준에 시간외 수당을 포함시킨 인상안을 3월분 임금부터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상한선 연 5%는 남북의 합의 사항인 만큼 추가 협의와 합의가 있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임금 문제는 주권사항으로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인터뷰>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개성공단이 남북한의 합의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단인데 북한이 그런 원칙 자체를 무너뜨림으로써 결국은 개성공단의 어떤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겁니다. 즉 개성공단의 임금인상 상한규정 자체가 삭제가 되면 현재는 북한이 5.18%를 요구를 하겠지만 그 다음에는 6%, 10%, 최소한 20%를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기업이 거기에 대해서 대항할 수 있는 전혀 근거가 없는 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5.18% 인상을 일방 통보한 북한과 상한선 5%를 주장하고 있는 우리 정부.

하지만, 갈등의 핵심은 그 차이인 0.18% 포인트가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갈등의 이면에는 경색된 남북관계가 자리하고 있고, 특히, 개성공단 출범 10년을 맞아 새판을 짜려는 북한의 전략과 이를 수용할 경우 계속 밀릴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부딪히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김진향(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前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 : "임금은 뭐 사실은 5%다, 5.18%다 이거 따져보면 0.14불 정도밖에 안 됩니다. 매우 미약한 부분이거든요. 중요한 것은 앞으로 개성공단에 있는 임금을 북측이 자의적으로 언제든지 인상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는 것이죠. 임금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개성공단의 위상과 성격이 북측의 일방적 공단으로 가느냐, 아니면 남과 북의 공동공단으로 계속 유지되느냐. 이 본질적 차이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2004년 가동에 들어간 뒤 10년 넘게 남북 경협의 상징이 돼온 개성공단.

하지만 개성공단은 남북이 갈등을 빚을 때마다 큰 고비를 맞으며 우여곡절을 겪어왔습니다.

<녹취> 2008년 11월 조선중앙TV : "남조선은 현 남북 관계가 전면 차단이라는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8년,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북한은 개성공단의 상주 체류 인원을 800명으로 제한하고 출입 횟수도 크게 줄이는 12.1조치를 발표합니다.

이어 2009년엔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세 차례에 걸쳐 육로 통행을 차단했고, 2010년엔 우리가 5.24조치를 발표해 개성공단에 대한 신규투자가 전면 금지됐습니다.

<녹취> 김양건(노동당 대남비서 담화/2013년 4월) :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 공업지구 사업을 잠정 중단하며 그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인 2013년 4월.

북한이 근로자들을 전원 철수시키면서 개성공단이 다섯 달 넘게 사실상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6개월 만에 공단이 가까스로 재가동됐지만 그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인 불과 2년 만에 임금인상 문제를 놓고 남북 갈등이 재현된 겁니다.

<인터뷰> 김진향(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前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 : "남북 당국 관계 위기가 개성공단의 위기로 전이될 뿐이다. 개성공단에 있는 사람들이 안타까운 게 그거죠. '제발 정경분리 좀 하자, 우리 여기서 일 좀 하자. 돈 좀 벌자. 돈이 보인다. 우리 열심히 일 하는데 왜 자꾸 정치적 문제 때문에 개성공단이 위기로 가느냐, 정경분리하자'라는 게 우리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요구에요. 안타깝죠."

개성공단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기업들 몫으로 돌아갑니다.

부품 도금이 전문인 이 업체는 개성공단에 북한근로자 천여 명을 고용해 별도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8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이 업체는 2년 전 북한 근로자들이 철수하면서 다섯 달 동안 공장 문을 닫아야하는 피해를 겪었습니다.

업체는 2년 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며 이번 임금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렴한 인건비 등 개성공단의 경쟁력을 감안한 투자였지만 벌써 몇 번째,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위기에 피해가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정을연(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 "저번(2013년 폐쇄)에 그 교훈이 있지 않습니까. 한번 그런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바로 이게 봉합되지는 않더라고요. 1년 정도가 시간이 걸렸고, 돈도 저희 같은 경우는 진짜 손해를 많이 봤어요. 한국에 백업(예비 생산 라인)을 설치를 해야 되고, 그동안 잘못됐던 거 변상해주고, 클레임(배상 청구) 걸리고, 거의 한 100억 가까이 손해를 봤거든요.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합니다."

특히, 남북 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기업들은 피해를 입어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만 태우기 일쑤입니다.

<인터뷰> 정을연(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 "(분위기가) 안 좋습니다. 아주 안 좋고요. 바이어들도 그렇고 거래처들도 힘들어 하고요. 근데 자꾸자꾸 문의를 많이 하니까 힘듭니다. 기업을 볼모로 한다는 게 너무 비참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남측 정부도 북측 정부도 좀 기업인을 가운데 놓고 파워 게임을 할 게 아니고 좀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서 기업인 입장에서 서서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이번 개성공단 임금 인상 갈등은 짧게는 3월분 임금 시한인 이달 20일, 길게는 이달 말까지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사이 남북 간에는 개성공단 맞물려 돌아가는 각종 변수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오는 15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이 예정돼있고, 24일에는 올해 남북관계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했던 한미 군사훈련이 종료됩니다.

한동안 전단 살포를 중단했던 탈북단체들이 전단 살포를 재개한 것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개성공단은 최소한 남북한 간에 경제적으로 미치는, 남북한 경제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고 더 나아가 개성공단은 작은 통일의 공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동규정 개정을 비롯한 개성공단의 임금인상, 그 다음에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요건들에 대해서는 개성공단 공동위원회를 개최해 가지고 공동위원회 내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 이런 방법들을 찾아야 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남북 긴장 국면 속에서도 남북의 유일한 경제협력 사업이자 남북관계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역할을 해온 개성공단.

하루 빨리 대화를 통해 지금의 임금 인상 갈등을 해소하고, 나아가 3통 문제 해결과 국제화 등 공단의 근본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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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개성공단 ‘임금 갈등’…해결 방안은?
    • 입력 2015-04-11 08:18:21
    • 수정2015-04-11 08:58:36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아나운서 이각경입니다.

4월 11일 토요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남북 간 이슈현장을 찾아가는 [이슈 & 한반도 ]입니다.

개성공단 내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일이 시작되면서 개성공단 임금 갈등이 분수령을 맞고 있습니다.

가동 중단 사태 2년 만에 다시 위기를 맞은 기업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데요.

이번 사태의 본질과 배경은 뭔지, 해결책은 없는지 송지현 리포터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7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단이 긴급 방북 길에 오릅니다.

북한 근로자들의 3월분 임금 지급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자 다급해진 업체들이 직접 공단 현지를 찾아 나선 겁니다.

<녹취> 정기섭(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 "남북 양 정부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을 수밖에 없는 게 개성 입주기업들의 한계 아니겠어요? 당국 간 대화를 통해서 이 문제가 원만히, 또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단 올라갑니다."

개성공단에 상주하는 현지 법인장들과 함께 한 기업 책임자회의 운영위원회.

회의에서는 법인장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압박감과 조속한 사태 해결을 요구하는 호소가 이어졌습니다.

<녹취>개성공단 법인장 : "(법인장들은) 당국 간 협의가 끝나기 전까지는 종전대로 했으면 좋겠다. 당국 간 협의가 끝나면 소급 적용을 해주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북측은) 이번엔 반드시 (임금 인상을)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소급 적용은 없다. 이번 급여 계산할 때 반드시 계산이 돼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이어 기업 대표들과 북측 총국 관계자들을 면담했고 이 자리에서 북측은 임금 문제를 남측 관리위원회 측과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국 간 대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거부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민간기구인 관리위원회와는 대화할 수 있다고 한 발 물러선 겁니다.

<녹취>신한용(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 : "그동안 우리가 줄기차게 양 정부 간에 그런 협의 이런 걸 촉구를 해왔지 않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이제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 이렇게 이해를 하시면 되겠습니다."

이후, 우리 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북 측 지도총국은 이후 수차례 비공개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은 입장차가 큽니다.

대화가 시작되면서 일단 임금 지급 시한인 20일까지 시간은 번 상황.

앞으로의 협상 결과에 따라 개성공단 임금 인상 갈등이 극적인 돌파구를 찾을 지, 파행의 길로 들어설 지가 결정되는 셈입니다.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문제를 둘러싼 이번 갈등은 좀처럼 교착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남북관계의 영향이 큽니다.

제 2의 가동 중단 사태를 우려하는 기업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녹취> 임병철(통일부 대변인) : "임금 등 제도 개선 문제를 당국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할 것을 북측에 다시 한 번 촉구하는 바입니다."

북한 근로자들의 임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말 갑자기 북한이 개성공단 노동규정 13개 조항을 개정하고, 지난 2월 우리 측에 임금 인상안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기존 70.35달러인 최저임금을 74달러로 5.18% 올리고, 사회 보험료 산정 기준에 시간외 수당을 포함시킨 인상안을 3월분 임금부터 적용하겠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상한선 연 5%는 남북의 합의 사항인 만큼 추가 협의와 합의가 있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임금 문제는 주권사항으로 흥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인터뷰>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개성공단이 남북한의 합의에서 운영되고 있는 공단인데 북한이 그런 원칙 자체를 무너뜨림으로써 결국은 개성공단의 어떤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겁니다. 즉 개성공단의 임금인상 상한규정 자체가 삭제가 되면 현재는 북한이 5.18%를 요구를 하겠지만 그 다음에는 6%, 10%, 최소한 20%를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우리 기업이 거기에 대해서 대항할 수 있는 전혀 근거가 없는 문제가 발생을 합니다."

5.18% 인상을 일방 통보한 북한과 상한선 5%를 주장하고 있는 우리 정부.

하지만, 갈등의 핵심은 그 차이인 0.18% 포인트가 아니라는 분석입니다.

갈등의 이면에는 경색된 남북관계가 자리하고 있고, 특히, 개성공단 출범 10년을 맞아 새판을 짜려는 북한의 전략과 이를 수용할 경우 계속 밀릴 수 있다는 정부의 판단이 부딪히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김진향(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前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 : "임금은 뭐 사실은 5%다, 5.18%다 이거 따져보면 0.14불 정도밖에 안 됩니다. 매우 미약한 부분이거든요. 중요한 것은 앞으로 개성공단에 있는 임금을 북측이 자의적으로 언제든지 인상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는 것이죠. 임금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개성공단의 위상과 성격이 북측의 일방적 공단으로 가느냐, 아니면 남과 북의 공동공단으로 계속 유지되느냐. 이 본질적 차이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2004년 가동에 들어간 뒤 10년 넘게 남북 경협의 상징이 돼온 개성공단.

하지만 개성공단은 남북이 갈등을 빚을 때마다 큰 고비를 맞으며 우여곡절을 겪어왔습니다.

<녹취> 2008년 11월 조선중앙TV : "남조선은 현 남북 관계가 전면 차단이라는 중대 기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8년, 대북전단 살포를 빌미로 북한은 개성공단의 상주 체류 인원을 800명으로 제한하고 출입 횟수도 크게 줄이는 12.1조치를 발표합니다.

이어 2009년엔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해 세 차례에 걸쳐 육로 통행을 차단했고, 2010년엔 우리가 5.24조치를 발표해 개성공단에 대한 신규투자가 전면 금지됐습니다.

<녹취> 김양건(노동당 대남비서 담화/2013년 4월) : "개성공업지구에서 일하던 우리 종업원들을 전부 철수한다. 공업지구 사업을 잠정 중단하며 그 존폐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뒤인 2013년 4월.

북한이 근로자들을 전원 철수시키면서 개성공단이 다섯 달 넘게 사실상 폐쇄되기도 했습니다.

이후 6개월 만에 공단이 가까스로 재가동됐지만 그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인 불과 2년 만에 임금인상 문제를 놓고 남북 갈등이 재현된 겁니다.

<인터뷰> 김진향(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前 개성공단관리위원회 기업지원부장) : "남북 당국 관계 위기가 개성공단의 위기로 전이될 뿐이다. 개성공단에 있는 사람들이 안타까운 게 그거죠. '제발 정경분리 좀 하자, 우리 여기서 일 좀 하자. 돈 좀 벌자. 돈이 보인다. 우리 열심히 일 하는데 왜 자꾸 정치적 문제 때문에 개성공단이 위기로 가느냐, 정경분리하자'라는 게 우리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요구에요. 안타깝죠."

개성공단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입주기업들 몫으로 돌아갑니다.

부품 도금이 전문인 이 업체는 개성공단에 북한근로자 천여 명을 고용해 별도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08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이 업체는 2년 전 북한 근로자들이 철수하면서 다섯 달 동안 공장 문을 닫아야하는 피해를 겪었습니다.

업체는 2년 전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며 이번 임금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렴한 인건비 등 개성공단의 경쟁력을 감안한 투자였지만 벌써 몇 번째,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위기에 피해가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정을연(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 "저번(2013년 폐쇄)에 그 교훈이 있지 않습니까. 한번 그런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바로 이게 봉합되지는 않더라고요. 1년 정도가 시간이 걸렸고, 돈도 저희 같은 경우는 진짜 손해를 많이 봤어요. 한국에 백업(예비 생산 라인)을 설치를 해야 되고, 그동안 잘못됐던 거 변상해주고, 클레임(배상 청구) 걸리고, 거의 한 100억 가까이 손해를 봤거든요.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합니다."

특히, 남북 관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기업들은 피해를 입어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속만 태우기 일쑤입니다.

<인터뷰> 정을연(개성공단 입주기업 대표) : "(분위기가) 안 좋습니다. 아주 안 좋고요. 바이어들도 그렇고 거래처들도 힘들어 하고요. 근데 자꾸자꾸 문의를 많이 하니까 힘듭니다. 기업을 볼모로 한다는 게 너무 비참합니다, 제 입장에서는. 남측 정부도 북측 정부도 좀 기업인을 가운데 놓고 파워 게임을 할 게 아니고 좀 서로 한 발짝씩 물러나서 기업인 입장에서 서서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힘듭니다."

이번 개성공단 임금 인상 갈등은 짧게는 3월분 임금 시한인 이달 20일, 길게는 이달 말까지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사이 남북 간에는 개성공단 맞물려 돌아가는 각종 변수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오는 15일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이 예정돼있고, 24일에는 올해 남북관계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했던 한미 군사훈련이 종료됩니다.

한동안 전단 살포를 중단했던 탈북단체들이 전단 살포를 재개한 것 역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인터뷰> 조봉현(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개성공단은 최소한 남북한 간에 경제적으로 미치는, 남북한 경제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좋은 모델이고 더 나아가 개성공단은 작은 통일의 공간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동규정 개정을 비롯한 개성공단의 임금인상, 그 다음에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요건들에 대해서는 개성공단 공동위원회를 개최해 가지고 공동위원회 내에서 풀어나갈 수 있는 이런 방법들을 찾아야 될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남북 긴장 국면 속에서도 남북의 유일한 경제협력 사업이자 남북관계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역할을 해온 개성공단.

하루 빨리 대화를 통해 지금의 임금 인상 갈등을 해소하고, 나아가 3통 문제 해결과 국제화 등 공단의 근본적인 발전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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