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내부 고발 했더니 해고…고발자 보호는 커녕

입력 2015.04.11 (09:05) 수정 2015.04.1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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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 고발했다가…돌아온 건 ‘해고’

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 원자력발전소에서 15년 넘게 용역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던 정 모 씨는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의 내부 자료를 보게 됐습니다. 정 씨가 방사선 관리 업무를 담당해 왔는데 이 일이 한수원 정직원이 하는 일과 같아 용역 파견이 불법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정 씨는 자신은 물론 다른 용역 직원 역시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알리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한수원은 곧장 정 씨를 강제 전보 조치했고, 정 씨는 법원에 전보 조치가 부당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법원이 정 씨의 손을 들어주자 이후 한수원은 용역 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정 씨와의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정 씨가 해온 일은 '방사선 관리 분야 경험 3년 이상'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이어서 그동안 용역업체가 다섯 번 바뀌었어도 매번 고용이 승계됐는데 이번에만 사실상 해고된 겁니다. 정 씨가 새 협력 업체의 계약 해지를 내부 고발에 따른 보복으로 받아들이는 이유입니다.

황규한 씨는 20년 넘게 중앙의 모 부처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는데 지금은 해고된 뒤 보험 설계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해임 직후엔 당장 생계가 막막해져 한 때는 공사장을 돌며 막노동까지 해야 했습니다. 황 씨는 지난 2007년 해외 공관에 주재원으로 나가게 됐는데 여기서 전임자의 공금 횡령 혐의를 발견하고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황 씨의 1년치 공관 임대료 3만 달러 가운데 전임자는 집주인과의 이면 계약으로 만8천 달러를 빼돌렸습니다. 의무적으로 3년 동안 거주하면서 집수리를 요구하지 않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황 씨는 상부로부터 '상'은 커녕 오히려 '벌'을 받게 됩니다. 상부는 이 돈이 공금이 아닌 황 씨의 개인돈이라며 전임자와 둘이 원만히 합의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사적인 비용이 아닌 공금이라고 여긴 황 씨는 잘못하다가는 공범으로 몰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바로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본부는 황 씨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지시만 여러 차례 내렸습니다. 황 씨가 이를 거부하자 본부는 결국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황 씨를 해임했습니다. 이에 황 씨가 법원에 해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복직은 쉽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해임을 취소하고 의원 면직을 확정한다"는 내용만 적시했습니다. 문제는 면직된 정확한 날짜가 나와야 이후 연금도 받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판결문에 없다는 겁니다. 본부도 판결에 대한 명확한 이행 조치 없이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습니다. 소송에서 승소한 지금도 황 씨는 자신이 현직인지 퇴직자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된 겁니다.



◆ 현행 내부 고발자 보호 제도는?

내부 고발의 필요성은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각종 비리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이를 내부인의 제보나 고발 없이 외부에서 알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정확한 정보를 갖고 이뤄지는 내부 고발은 부정부패를 외부로 알려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작 내부 고발자들은 위의 사례에서 보듯 조직에서 배신자나 변절자로 낙인 찍혀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내부 고발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현재 내부 고발자 보호를 위해 공공 부분엔 '부패방지 권익위원회법', 민간 부분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돼 있긴 합니다. 하지만 보호 범위가 좁아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특히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국민 건강과 안전, 환경 등 5개 분야, 180개 법률을 어긴 경우만 공익 침해 행위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학교 급식의 위생 불량 문제 등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지만 정작 신고해도 현행법상 내부 고발자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공익신고자 법에 규정된 180개 법률에 금융실명거래법이나 학교급식법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내부 고발자 보호를 신청했을 때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3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때늦은 보호 조치도 문제인데요, 보호 여부를 권익위원회가 결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이미 조직에서 불이익을 당한 뒤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개선 방안은?

1. 공익 신고로 인정하는 법률의 범위 넓혀야

공익신고로 인정받으면 신고자는 신변 보호는 물론, 내부 고발에 따른 징계 등 불이익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립학교의 비리를 교육청에 제보한 교사 안 모 씨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해고됐습니다. 사립학교의 비리 폭로도 현행법이 정한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이 공익 신고로 인정하는 법률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하는지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 대리 신고, 보상금 확대도 필요

전문가들은 변호사 등을 통해 대리 신고를 가능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는 내부 고발을 할 때 고발자의 인적 사항을 정확히 기재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신고 후 조사 과정에서 신원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보복이 뒤따를 수 있는데 이걸 막기 위해 보복을 받지 않는 여건과 절차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또, 내부 고발에 대한 보상금 규모를 확대하고 기금 등을 조성해 내부 고발자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 [집중진단] 내부 고발자 ‘해임’…구멍 뚫린 보호 제도

※ 이 기사는 4월 11일 KBS 뉴스9에서 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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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11 09:05:57
    • 수정2015-04-11 21: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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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부 고발했다가…돌아온 건 ‘해고’

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 원자력발전소에서 15년 넘게 용역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던 정 모 씨는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의 내부 자료를 보게 됐습니다. 정 씨가 방사선 관리 업무를 담당해 왔는데 이 일이 한수원 정직원이 하는 일과 같아 용역 파견이 불법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정 씨는 자신은 물론 다른 용역 직원 역시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이를 알리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자 한수원은 곧장 정 씨를 강제 전보 조치했고, 정 씨는 법원에 전보 조치가 부당하다며 가처분 신청을 했습니다. 법원이 정 씨의 손을 들어주자 이후 한수원은 용역 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정 씨와의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정 씨가 해온 일은 '방사선 관리 분야 경험 3년 이상'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이어서 그동안 용역업체가 다섯 번 바뀌었어도 매번 고용이 승계됐는데 이번에만 사실상 해고된 겁니다. 정 씨가 새 협력 업체의 계약 해지를 내부 고발에 따른 보복으로 받아들이는 이유입니다.

황규한 씨는 20년 넘게 중앙의 모 부처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는데 지금은 해고된 뒤 보험 설계사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해임 직후엔 당장 생계가 막막해져 한 때는 공사장을 돌며 막노동까지 해야 했습니다. 황 씨는 지난 2007년 해외 공관에 주재원으로 나가게 됐는데 여기서 전임자의 공금 횡령 혐의를 발견하고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황 씨의 1년치 공관 임대료 3만 달러 가운데 전임자는 집주인과의 이면 계약으로 만8천 달러를 빼돌렸습니다. 의무적으로 3년 동안 거주하면서 집수리를 요구하지 않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황 씨는 상부로부터 '상'은 커녕 오히려 '벌'을 받게 됩니다. 상부는 이 돈이 공금이 아닌 황 씨의 개인돈이라며 전임자와 둘이 원만히 합의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사적인 비용이 아닌 공금이라고 여긴 황 씨는 잘못하다가는 공범으로 몰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바로 사직서를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본부는 황 씨의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지시만 여러 차례 내렸습니다. 황 씨가 이를 거부하자 본부는 결국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황 씨를 해임했습니다. 이에 황 씨가 법원에 해임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지만 복직은 쉽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해임을 취소하고 의원 면직을 확정한다"는 내용만 적시했습니다. 문제는 면직된 정확한 날짜가 나와야 이후 연금도 받을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언급이 판결문에 없다는 겁니다. 본부도 판결에 대한 명확한 이행 조치 없이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습니다. 소송에서 승소한 지금도 황 씨는 자신이 현직인지 퇴직자인지도 알 수 없는 상태가 된 겁니다.



◆ 현행 내부 고발자 보호 제도는?

내부 고발의 필요성은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각종 비리가 은밀하게 이뤄지는 만큼 이를 내부인의 제보나 고발 없이 외부에서 알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정확한 정보를 갖고 이뤄지는 내부 고발은 부정부패를 외부로 알려 깨끗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작 내부 고발자들은 위의 사례에서 보듯 조직에서 배신자나 변절자로 낙인 찍혀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내부 고발자를 보호해야 하는데 현재 내부 고발자 보호를 위해 공공 부분엔 '부패방지 권익위원회법', 민간 부분엔 '공익신고자 보호법'이 제정돼 있긴 합니다. 하지만 보호 범위가 좁아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특히 '공익신고자 보호법'은 국민 건강과 안전, 환경 등 5개 분야, 180개 법률을 어긴 경우만 공익 침해 행위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비자금 조성이나 학교 급식의 위생 불량 문제 등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지만 정작 신고해도 현행법상 내부 고발자로 보호받지 못합니다. 공익신고자 법에 규정된 180개 법률에 금융실명거래법이나 학교급식법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내부 고발자 보호를 신청했을 때 실제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는 3분의 1 정도에 불과합니다. 때늦은 보호 조치도 문제인데요, 보호 여부를 권익위원회가 결정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이미 조직에서 불이익을 당한 뒤 결정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개선 방안은?

1. 공익 신고로 인정하는 법률의 범위 넓혀야

공익신고로 인정받으면 신고자는 신변 보호는 물론, 내부 고발에 따른 징계 등 불이익으로부터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립학교의 비리를 교육청에 제보한 교사 안 모 씨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해고됐습니다. 사립학교의 비리 폭로도 현행법이 정한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현행 공익신고자보호법이 공익 신고로 인정하는 법률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하는지 여실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2. 대리 신고, 보상금 확대도 필요

전문가들은 변호사 등을 통해 대리 신고를 가능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습니다. 현재는 내부 고발을 할 때 고발자의 인적 사항을 정확히 기재하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신고 후 조사 과정에서 신원이 노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보복이 뒤따를 수 있는데 이걸 막기 위해 보복을 받지 않는 여건과 절차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또, 내부 고발에 대한 보상금 규모를 확대하고 기금 등을 조성해 내부 고발자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연관기사]

☞ [집중진단] 내부 고발자 ‘해임’…구멍 뚫린 보호 제도

※ 이 기사는 4월 11일 KBS 뉴스9에서 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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