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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생쥐족과 달팽이족, 경제대국 중국의 민낯
입력 2015.04.12 (07:07) 수정 2015.08.03 (18:05) 취재후·사건후
인구 2천만, 경제대국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넘쳐나는 부를 유감없이 과시하는 도시입니다. 세계 최고의 사치품과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수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최고급 명차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사회주의 국가라면 으레 떠올리기 마련인 회색 콘크리트 도시의 이미지는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최근 베이징은 휘황찬란한 야경으로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발달한 국제도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야경을 한꺼풀 벗겨 내면 고속 성장의 과실 분배에서 소외된 도시빈민의 민낯, 생쥐족과 달팽이족의 지친 얼굴이 나타납니다.

■'달팽이족' 탄생의 비밀은?

2009년 방송돼 중국인들의 공감을 얻은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달팽이집((蜗居)>이란 드라마입니다. 2007년 발간된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빈부격차, 대학생 취업난 등 중국이 당면한 문제들을 다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마치 비정규직의 아픔을 다룬 <미생>이란 드라마가 한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말입니다. 바로 이 드라마의 이름에서 탄생된 말이 달팽이족입니다. 작은 집에서 여러 가족이 거주하거나 방 한칸을 칸막이로 나눠 여러 명이 사는 도시 서민들의 주거형태를 말합니다.

생쥐족은 대도시 아파트 지하의 좁은 공간, 이른바 쪽방에 사는 도시 하층민을 일컫는 말입니다. 지하에서 산다고 해서 생쥐족 또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지만 좁은 지하공간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서 개미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주로 8~12제곱미터(2~3평)에 불과한 좁은 방에서 개인이나 가족 전체가 거주합니다. 이런 지하 공간은 중국과 러시아의 분쟁이 격화되고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이후 전쟁을 대비해 마련된 방공호였습니다. 이것이 개혁개방 이후 대도시의 집값과 월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도시 하층민들의 주거공간으로 변한 것입니다.

■"생쥐족, 달팽이족 100만 명" 추산

베이징 시내 생쥐족이 사는 지하 쪽방의 월세는 400위안 수준, 우리 돈 7만원 정도입니다. 이 곳에 사는 사람은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 농민공들입니다. 월 평균 소득 약 3,000위안에 불과한 농민공들에게는 생쥐족이 되는 것 외엔 별다른 선택이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하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생쥐족은 베이징시 당국이 발표한 통계로는 28만 명, 민간 전문가들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 중국에서 '맨홀족'으로 산다는 것



2013년 12월에는 이보다 충격적인 뉴스가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바로 맨홀족의 등장입니다. 허베이성 출신의 농민공 왕시우칭(王秀青)씨는 베이징 도심의 맨홀 지하에서 무려 10년간이나 생활하다 그 사연이 한 언론에 의해 소개됐습니다. 차 한 대를 세차할 때마다 단돈 7위안을 받으면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해 온 맨홀족의 출현은 중국 사회 빈부격차의 단면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농민공이나 서민들은 왜 생쥐족이나 달팽이족, 심지어 맨홀족이 될 수 밖에 없을까요?. 얼마 전 취재를 위해 베이징에서 중간 수준이라는 별장 단지를 방문했습니다. 분수대와 야외 수영장, 잘 정비된 정원이 눈길을 사로 잡았습니다.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이뤄진 별장 한 채의 가격은 1,4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25억원에 달합니다. 평균 월수입 3,000위안의 농민공이 이 별장을 사려면 388년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금액입니다. 그런데도 별장을 사려는 부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베이징의 중산층이 몰려 산다는 왕징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어떨까요. 방 3개에 화장실 2개, 거실과 주방이 있는 아파트의 매매가는 우리 돈 14억원, 월세는 340만원입니다. 평범한 규모라는 이 아파트의 월세는 농민공 평균 월수입의 6배, 매매가는 2,500배에 달합니다.

■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의 '빈부격차'

중국의 빈부격차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베이징대학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 부자가 전국 자산의 1/3 이상을 갖고 있는 반면 하위 25%의 사람들은 총 자산의 1%만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민공들이나 서민들은 도시 외곽의 빈민촌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 인구의 20%, 약 2억 5천만 명에 달하는 농민공들에게 허락된 도시의 주거공간은 빈민촌 아니면 지하 쪽방인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중국 경제는 모래 위에 지은 성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황진성 PD특파원
  • [취재후] 생쥐족과 달팽이족, 경제대국 중국의 민낯
    • 입력 2015-04-12 07:07:23
    • 수정2015-08-03 18:05:02
    취재후·사건후
인구 2천만, 경제대국 중국의 수도 베이징은 넘쳐나는 부를 유감없이 과시하는 도시입니다. 세계 최고의 사치품과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수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최고급 명차들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사회주의 국가라면 으레 떠올리기 마련인 회색 콘크리트 도시의 이미지는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최근 베이징은 휘황찬란한 야경으로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정도로 발달한 국제도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화려한 야경을 한꺼풀 벗겨 내면 고속 성장의 과실 분배에서 소외된 도시빈민의 민낯, 생쥐족과 달팽이족의 지친 얼굴이 나타납니다.

■'달팽이족' 탄생의 비밀은?

2009년 방송돼 중국인들의 공감을 얻은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달팽이집((蜗居)>이란 드라마입니다. 2007년 발간된 장편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 드라마는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빈부격차, 대학생 취업난 등 중국이 당면한 문제들을 다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마치 비정규직의 아픔을 다룬 <미생>이란 드라마가 한국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말입니다. 바로 이 드라마의 이름에서 탄생된 말이 달팽이족입니다. 작은 집에서 여러 가족이 거주하거나 방 한칸을 칸막이로 나눠 여러 명이 사는 도시 서민들의 주거형태를 말합니다.

생쥐족은 대도시 아파트 지하의 좁은 공간, 이른바 쪽방에 사는 도시 하층민을 일컫는 말입니다. 지하에서 산다고 해서 생쥐족 또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지만 좁은 지하공간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서 개미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주로 8~12제곱미터(2~3평)에 불과한 좁은 방에서 개인이나 가족 전체가 거주합니다. 이런 지하 공간은 중국과 러시아의 분쟁이 격화되고 냉전이 한창이던 1960년대 이후 전쟁을 대비해 마련된 방공호였습니다. 이것이 개혁개방 이후 대도시의 집값과 월세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이를 감당할 수 없는 도시 하층민들의 주거공간으로 변한 것입니다.

■"생쥐족, 달팽이족 100만 명" 추산

베이징 시내 생쥐족이 사는 지하 쪽방의 월세는 400위안 수준, 우리 돈 7만원 정도입니다. 이 곳에 사는 사람은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 농민공들입니다. 월 평균 소득 약 3,000위안에 불과한 농민공들에게는 생쥐족이 되는 것 외엔 별다른 선택이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하 단칸방에서 생활하는 생쥐족은 베이징시 당국이 발표한 통계로는 28만 명, 민간 전문가들은 1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합니다.

■ 중국에서 '맨홀족'으로 산다는 것



2013년 12월에는 이보다 충격적인 뉴스가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바로 맨홀족의 등장입니다. 허베이성 출신의 농민공 왕시우칭(王秀青)씨는 베이징 도심의 맨홀 지하에서 무려 10년간이나 생활하다 그 사연이 한 언론에 의해 소개됐습니다. 차 한 대를 세차할 때마다 단돈 7위안을 받으면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해 온 맨홀족의 출현은 중국 사회 빈부격차의 단면을 극명하게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농민공이나 서민들은 왜 생쥐족이나 달팽이족, 심지어 맨홀족이 될 수 밖에 없을까요?. 얼마 전 취재를 위해 베이징에서 중간 수준이라는 별장 단지를 방문했습니다. 분수대와 야외 수영장, 잘 정비된 정원이 눈길을 사로 잡았습니다.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이뤄진 별장 한 채의 가격은 1,4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25억원에 달합니다. 평균 월수입 3,000위안의 농민공이 이 별장을 사려면 388년을 한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금액입니다. 그런데도 별장을 사려는 부자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베이징의 중산층이 몰려 산다는 왕징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어떨까요. 방 3개에 화장실 2개, 거실과 주방이 있는 아파트의 매매가는 우리 돈 14억원, 월세는 340만원입니다. 평범한 규모라는 이 아파트의 월세는 농민공 평균 월수입의 6배, 매매가는 2,500배에 달합니다.

■ 세계 2위 경제 대국, 중국의 '빈부격차'

중국의 빈부격차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난해 베이징대학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 부자가 전국 자산의 1/3 이상을 갖고 있는 반면 하위 25%의 사람들은 총 자산의 1%만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민공들이나 서민들은 도시 외곽의 빈민촌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 인구의 20%, 약 2억 5천만 명에 달하는 농민공들에게 허락된 도시의 주거공간은 빈민촌 아니면 지하 쪽방인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중국 경제는 모래 위에 지은 성에 불과할 지도 모릅니다.
황진성 PD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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