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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장난감 사 듯 해놓고…’ 반려동물 한해 9만 마리 버린다
입력 2015.04.14 (06:08) 수정 2015.04.14 (07:42) 취재후
■ 당신은 아직 키울 수 없다!

복슬복슬한 털, 까만 눈동자.

동물을 보면 눈을 떼지 못하는 저에게 강아지를 키워보라는 권유도 많았고 진지하게 고민을 한 적도 있었지만 지난해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다녀와선 생각을 접었습니다.

일단 보호소 곳곳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 그곳에는 애견가게에서 보던 보송보송하고 작은 아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다리가 없거나 지저분한 아이들이 마구 달려듭니다. 무엇보다, 씻기고 사료 주고 청소하고...두 손을 들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키우기보다는 못 견디게 보고 싶을 때 가끔 찾아가 일을 돕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무엇보다, 동물을 키우려면 어린 모습을 얼마나 귀여워해 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반려동물의 어린 시절은 길지 않습니다. 변해가는 모습도 책임질 수 있을 때 키워야 합니다.

■ 말로만 반려동물?

요즘은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아낀다고 해서 '반려동물'이라 부릅니다. 지난 1983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나온 제안으로,애완동물을 장난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의지하는 동물로 존중하자는 의미입니다. 이런 애정에 걸맞게 반려 동물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농협경제연구소 조사를 살펴보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에 이미 1조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1조 4천억 원대로 진입했다고 합니다. 동물 보험, 동물 호텔 등 입이 벌어질 만큼 서비스도 고급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반려동물'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버려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많이 줄었지만, 전국적으로 한해 9만 여 마리가 버려집니다. 이 순간에도. 서울만 보더라도 지난 2013년 기준으로 만 여마리. 주인들이 돌봄을 포기하는 이유로 여행이나 출장으로 인한 장기적 부재, 경제적 이유 등을 꼽았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외로움을 덜어 보고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1인 가구다 보니 끝까지 책임지지 못 하고 버려야 하는 상황인 거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충동적으로 반려동물을 '사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인터넷 클릭 한번으로 동물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다 보니 액세서리나 장난감을 구매하듯 일단 샀다가 마음이 식으면 버리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값비싼 옷을 입히고 고급 간식을 먹이는 것보다 오래오래 함께 살아야 진짜 '가족'이 아닐까 싶네요.

■ 주인찾기 ‘열흘’…안락사 대부분

일단 버려지면 주인에게 되돌아가거나 입양되거나 '안락사'뿐입니다.

문제는 유기견에게 주인을 찾을 수 있는 기간은 열흘뿐입니다. 열흘이 지나면 잠정적으로 안락사 대상이 되는 겁니다. 물론, 소유권이 지방자치단체로 넘어오고 유기견 보호소나 보호단체에서 보호를 받게 되지만 거리에서 헤매는 동안 건강이 나빠져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집에서 버려지면 거리에서 구조되더라도 보호소 안 좁은 우리가 갇혀 '죽을' 날을 기다리게 되는 셈입니다. 서울만 살펴봐도 유기동물이 안락사나 자연사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53.9 % 로 절반이 넘습니다. 주인 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는 18%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 책임지는 입양이 대안

옛 주인을 찾기보다 새 주인을 찾아주는데 주력하는 이유입니다. 입양률을 높이는 것이 생명을 구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란 거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입양을 하면 둘을 살리게 됩니다. 데려가는 유기견을 살리는 건 물론이고 보호소에 빈자리를 하나 만들어 거리를 떠도는 다른 유기견의 사고사를 막게 되는 겁니다.

유기견 보호소 관계자는 유기견 대부분이 대소변 가리기 등 기초 훈련을 다 마친 경우가 대부분이고 구청이나 유기견보호소에서 주사 등으로 관리를 꾸준히 한 상태라 키우기 더 편하다고 귀띔합니다. 다만, 보호소나 동물보호단체는 '동정'으로 인한 충동적 입양을 가장 경계합니다. 이런 이유로 입양을 원하면 자원봉사자들과 동행해 동물병원으로 가서 불임수술이나 건강검진 등을 하게 하고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결정하게 합니다.
전 주인에게 학대를 받았거나 방치된 유기동물. 이들의 아픈 기억까지 다 보듬어줄 자신이 있다면 입양하세요.

■ 입양, 로맨틱, 성공적

'화이트 갓' 이란 헝가리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사람에게 학대받고 버려진 유기견이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고 유기견의 우두머리가 돼 역습한다는 내용인데요,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 씁쓸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말합니다. 단순히 귀여워해 줄 마음만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늙어서도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반려동물등록제, 입양 계약서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키우는 사람의 인식변화입니다.

봄꽃이 흐드러진 요즘,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책도 하며 반려견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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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9] 해마다 9만 마리…유기 동물 입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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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14 06:08:40
    • 수정2015-04-14 07:42:22
    취재후
■ 당신은 아직 키울 수 없다!

복슬복슬한 털, 까만 눈동자.

동물을 보면 눈을 떼지 못하는 저에게 강아지를 키워보라는 권유도 많았고 진지하게 고민을 한 적도 있었지만 지난해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활동을 다녀와선 생각을 접었습니다.

일단 보호소 곳곳에서 나는 퀴퀴한 냄새. 그곳에는 애견가게에서 보던 보송보송하고 작은 아이들은 거의 없습니다. 다리가 없거나 지저분한 아이들이 마구 달려듭니다. 무엇보다, 씻기고 사료 주고 청소하고...두 손을 들었습니다. 그 날 이후 저는 키우기보다는 못 견디게 보고 싶을 때 가끔 찾아가 일을 돕는 걸로 결정했습니다.

무엇보다, 동물을 키우려면 어린 모습을 얼마나 귀여워해 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반려동물의 어린 시절은 길지 않습니다. 변해가는 모습도 책임질 수 있을 때 키워야 합니다.

■ 말로만 반려동물?

요즘은 애완동물을 가족처럼 아낀다고 해서 '반려동물'이라 부릅니다. 지난 1983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서 나온 제안으로,애완동물을 장난감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며 의지하는 동물로 존중하자는 의미입니다. 이런 애정에 걸맞게 반려 동물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농협경제연구소 조사를 살펴보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지난 2010년에 이미 1조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 1조 4천억 원대로 진입했다고 합니다. 동물 보험, 동물 호텔 등 입이 벌어질 만큼 서비스도 고급화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반려동물'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버려지고 있습니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면서 많이 줄었지만, 전국적으로 한해 9만 여 마리가 버려집니다. 이 순간에도. 서울만 보더라도 지난 2013년 기준으로 만 여마리. 주인들이 돌봄을 포기하는 이유로 여행이나 출장으로 인한 장기적 부재, 경제적 이유 등을 꼽았습니다.

참 아이러니합니다.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외로움을 덜어 보고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1인 가구다 보니 끝까지 책임지지 못 하고 버려야 하는 상황인 거죠. 여전히 많은 이들이 충동적으로 반려동물을 '사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인터넷 클릭 한번으로 동물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되다 보니 액세서리나 장난감을 구매하듯 일단 샀다가 마음이 식으면 버리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값비싼 옷을 입히고 고급 간식을 먹이는 것보다 오래오래 함께 살아야 진짜 '가족'이 아닐까 싶네요.

■ 주인찾기 ‘열흘’…안락사 대부분

일단 버려지면 주인에게 되돌아가거나 입양되거나 '안락사'뿐입니다.

문제는 유기견에게 주인을 찾을 수 있는 기간은 열흘뿐입니다. 열흘이 지나면 잠정적으로 안락사 대상이 되는 겁니다. 물론, 소유권이 지방자치단체로 넘어오고 유기견 보호소나 보호단체에서 보호를 받게 되지만 거리에서 헤매는 동안 건강이 나빠져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집에서 버려지면 거리에서 구조되더라도 보호소 안 좁은 우리가 갇혀 '죽을' 날을 기다리게 되는 셈입니다. 서울만 살펴봐도 유기동물이 안락사나 자연사로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53.9 % 로 절반이 넘습니다. 주인 곁으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는 18%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 책임지는 입양이 대안

옛 주인을 찾기보다 새 주인을 찾아주는데 주력하는 이유입니다. 입양률을 높이는 것이 생명을 구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란 거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입양을 하면 둘을 살리게 됩니다. 데려가는 유기견을 살리는 건 물론이고 보호소에 빈자리를 하나 만들어 거리를 떠도는 다른 유기견의 사고사를 막게 되는 겁니다.

유기견 보호소 관계자는 유기견 대부분이 대소변 가리기 등 기초 훈련을 다 마친 경우가 대부분이고 구청이나 유기견보호소에서 주사 등으로 관리를 꾸준히 한 상태라 키우기 더 편하다고 귀띔합니다. 다만, 보호소나 동물보호단체는 '동정'으로 인한 충동적 입양을 가장 경계합니다. 이런 이유로 입양을 원하면 자원봉사자들과 동행해 동물병원으로 가서 불임수술이나 건강검진 등을 하게 하고 지속적인 만남을 통해 결정하게 합니다.
전 주인에게 학대를 받았거나 방치된 유기동물. 이들의 아픈 기억까지 다 보듬어줄 자신이 있다면 입양하세요.

■ 입양, 로맨틱, 성공적

'화이트 갓' 이란 헝가리 영화가 개봉했습니다. 사람에게 학대받고 버려진 유기견이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고 유기견의 우두머리가 돼 역습한다는 내용인데요, 우리나라의 현 상황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 씁쓸했습니다.

이 영화에서도 말합니다. 단순히 귀여워해 줄 마음만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늙어서도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반려동물등록제, 입양 계약서까지 등장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키우는 사람의 인식변화입니다.

봄꽃이 흐드러진 요즘,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책도 하며 반려견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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