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뿐인 지하철내 ‘임산부 배려석’…예산만 낭비

입력 2015.04.14 (06:38) 수정 2015.04.1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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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예산을 들여 시행 중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시민 의식에다 홍보 부족 등 운영에도 문제가 있어 정작 임산부들은 이용 못 하는 말뿐인 '배려석'이 되고 있습니다.

최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앞에 퇴근 중인 임신 4개월의 직장인 김수현 씨가 서 있습니다.

임산부임을 알리는 표식까지 가방에 달았지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터뷰> 김수현(임신부) : "입덧도 굉장히 심하고 잘 먹지도 못하다 보니까 기운도 없는데, 앉지도 못하고 내내 서서 한 시간을 가야 하니까 그런 게 많이 힘들어요."

임산부 배려석은 열차 칸마다 가운데 좌석 양 끝자리에 스티커로 표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도, 지키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승종(서울시 강서구) : "네, 스티커 같은 거 봤어요. 기억나요. 어디에 있는지는 혹시 아시나요? 그건 잘 몰라요."

<인터뷰> 정현경 : "피곤하다 보니까 직장인들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배려해서 크게 양보해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운영도 문제입니다.

배려석을 알리는 스티커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모든 열차에 부착돼 있지도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자리 양보를 경험한 임산부는 3명 중 1명에 불과했고, 해마다 관련 민원도 쌓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효은(임산부) : "거의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스티커만 붙여놨지, 그냥 일반석이랑 다름이 없는 것 같아요."

지난 2013년부터 스티커 부착에 쓴 예산만 3천4백여만 원이고, 디자인 개선을 위해 올해도 추가 예산이 투입됩니다.

하지만 시민 의식과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임산부 배려석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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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 뿐인 지하철내 ‘임산부 배려석’…예산만 낭비
    • 입력 2015-04-14 06:40:22
    • 수정2015-04-14 07: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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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정부가 예산을 들여 시행 중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시민 의식에다 홍보 부족 등 운영에도 문제가 있어 정작 임산부들은 이용 못 하는 말뿐인 '배려석'이 되고 있습니다.

최준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앞에 퇴근 중인 임신 4개월의 직장인 김수현 씨가 서 있습니다.

임산부임을 알리는 표식까지 가방에 달았지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터뷰> 김수현(임신부) : "입덧도 굉장히 심하고 잘 먹지도 못하다 보니까 기운도 없는데, 앉지도 못하고 내내 서서 한 시간을 가야 하니까 그런 게 많이 힘들어요."

임산부 배려석은 열차 칸마다 가운데 좌석 양 끝자리에 스티커로 표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도, 지키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승종(서울시 강서구) : "네, 스티커 같은 거 봤어요. 기억나요. 어디에 있는지는 혹시 아시나요? 그건 잘 몰라요."

<인터뷰> 정현경 : "피곤하다 보니까 직장인들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배려해서 크게 양보해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운영도 문제입니다.

배려석을 알리는 스티커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나마 모든 열차에 부착돼 있지도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 자리 양보를 경험한 임산부는 3명 중 1명에 불과했고, 해마다 관련 민원도 쌓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배효은(임산부) : "거의 의미가 없는 것 같아요.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스티커만 붙여놨지, 그냥 일반석이랑 다름이 없는 것 같아요."

지난 2013년부터 스티커 부착에 쓴 예산만 3천4백여만 원이고, 디자인 개선을 위해 올해도 추가 예산이 투입됩니다.

하지만 시민 의식과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임산부 배려석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최준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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