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가 된 요리 ‘쿡방’

입력 2015.04.19 (23:47) 수정 2015.04.2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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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조리 과정부터 먹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이른바 '쿡방'이 최근에 인기죠.

내가 직접 만들어 먹는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쁜 직장인이나 요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남성들 사이에서도 요리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한 식품 회사가 주최하는 이 요리 교실에도 남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서상명(요리교실 참가자) : "페이스북 (모집 공고) 제가 보다가 우연히... '앗, 이거 태웠다!' 신청을 한 거고요..."

<인터뷰> 서상명 : "혼자 살 때는 요리 이렇게 해 먹기가 쉽지 않은데요. 여기 와서 보니까 의외로 재료들이 쉽게 만들 수 있게 돼있는 것 같아요."

오늘의 메뉴는 오븐 스파게티와 샐러드, 이탈리아식 샌드위치 등 3가지.

간단한 조리법이지만, 아직은 서투른 솜씨 탓에 실수 연발입니다.

<인터뷰> "(그만 넣어) 두 스푼만, 두 스푼만."

<인터뷰> "(너무 많이 붓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괜찮을 것 같아요. 아까 처음에 했을 때 한 스푼 넣었는데 실패해서... "

<인터뷰> "(두 번째로 수란에 도전하시는 거예요?) 네, 두번째에요, 두 번째..."

결국엔 제대로 된 요리 한 그릇을 만들어낸 남성 참가자는 뿌듯한 기분으로 수강생들과 함께 나눠먹었습니다.

이날 요리 수업을 들은 참가자의 3분의 1은 남성.

넥타이 두른 직장인부터 대학생까지 젊은 남성 6명이 앞치마를 둘렀습니다.

젊은 남성들의 참여가 늘자, 이 업체에서는 남성들을 위한 요리 수업을 따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주민구(식품업체 마케팅팀 대리) : "기획을 할 때도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때는 커플클래스를 운영하고요, 추후에는 남성들이 조금 쉽게 집에서 요리할 수 있는 쿠킹클래스도 같이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대형서점의 요리책 코너도 매출에 날개를 날았습니다.

올 초만 해도 한 달 평균 3만 권 정도 나가던 요리책이 지난 달에는 만 권 가까이 더 팔렸습니다.

요리책 매출이 두 달 만에 28%나 늘어난 건데, 진열대 앞을 채워준 남성 고객들의 덕이 컸습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건 초보자용 요리책.

샌드위치나 김밥 등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소개된 책이 인기입니다.

<인터뷰> 서지원(경기도 고양시) : "일 가기 전에 잠깐(서점에 들렀어요.) 집에서 요리하는 것도 관심 있고, 여자 친구에게 제가 만들어준 음식 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 한 번 보러 왔어요."

쿡방으로 요리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키우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서지원 : "요즘에 요리 프로그램도 많고 해서, 이슈 될 때 한 번씩 보고 나중에 따라해봐야지 이런 생각하면서 좀 챙겨보곤 해요."

직장인 이현우 씨는 요리 프로그램이나 요리책을 보고 따라하는 것으로는 성에 안 차 나만의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재료를 다듬고, 손질하는 모습에서 능숙함이 묻어납니다.

칼이나 프라이팬같은 조리 도구를 다루는 솜씨는 여느 주부 못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현우(요리 블로거) : "저 같은 경우는 뭐. 야외 나가서도 요리를 하고, 캠핑 가서도 요리를 하고 콘도라든지, 가족이나 친구분들 모임이라든지... 놀러갔을 때 요리를 많이 하거든요. 하면 뭐 거의 뭐 대접받고 살죠."

가장 자신있는 요리는 역시 캠핑 요리와 아이들 간식.

오늘은 초등학교 2학년인 큰 딸과 딸 아이의 친구를 위해 아빠표 카나페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맛이 어때요, 먹어 보니까?) 맛있어요. (뭐가 제일 맛있어요?) 참치."

이제 음식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올릴 조리법을 정리합니다.

2년 전 취미 삼아 시작한 요리 블로그.

나름대로 쉽게 정리한 조리법을 올리니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이 씨가 올린 조리법 소개글에는 댓글이 수십개 씩 달리고, 이메일이나 쪽지도 빗발쳤습니다.

<인터뷰> 이현우 : "요즘 같은 경우는 '나는 요리를 잘 하고 싶은데...' 아빠들이 관심이 많으세요, 엄마들보다는. (블로그 보고) 이렇게 똑같이 해봤어요. 애들이 좋아해요. 우리 아이프가 좋아해요. 칭찬 받았어요, 그런 것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요리하는 아빠'들의 응원에 힘 입어 이 씨는 올해 초부턴 한 달에 한 번씩 가족대상 요리 교실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요리 배우기에 나서는 건 젊은 남성들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 시간 마다 중년 남성들이 이탈리아 가정식을 배우고 있습니다.

진지한 모습으로 수업을 경청하고, 실습에 함께하는 모습이 여느 수강생들 못지 않게 진지합니다.

<인터뷰> 이수정(요리 강사) : "연세 있으신 분들이 오시는 거 보면, 전에는 안 했는데 이제 손주가 생기니까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애들이 좋아하는 파스타 이런 거 해주고 싶다 그래서 오시는 분들도 많으시고..."

요리하는 남성이 TV 등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속에 중년 남성들도 스스럼 없이 조리대 앞에 서고 있는 겁니다.

달라진 분위기에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건 어린 학생들입니다.

요리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 요리대회에는 남학생들의 참여가 유독 많습니다.

<인터뷰> 김용산(직업전문학교 조리학과) : "(남학생이) 예전보다 좀 는 것 같기는 해요."

<인터뷰> 정인범(직업전문학교 조리학과) : "학원생 비율도 남핵생이 좀 더 많고..."

어린 나이부터 방송을 통해 요리하는 남자를 자주 접한 남학생들이 직업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은 겁니다.

<인터뷰> 김용산 : "TV 같은 데 보면은 셰프들이 요리하는 걸 보면, 되게 멋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 그거 보고 반해가지고 하게 됐어요."

요리 다큐멘터리를 만들다 요리 유학을 다녀와 지금은 요리 프로그램까지 진행하고 있는 이욱정 PD는 요리가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서 쿡방의 인기, 남성들의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생존을 위한 끼니에 대한 욕구에서 맛있고 독특한 음식을 찾는 호기심을 거쳐 요리를 직접 만들며 문화적 욕구를 채우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욱정('KBS 요리인류 키친' PD) : "우리 사회에 그런 어떤 요리 열풍이라고 하는 게 바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근데 너무 복잡한 거는 그거는 골치 아프고, '저 정도는 나도 해보고 싶다'라고 하는, 그러니까 한 마디로 요리를 이제 놀이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실제로 최근 개설된 요리 교실이나 인기를 얻는 요리책은 간편하게 만들어 예쁘게 꾸며서 내놓을 수 있는 파스타나 샐러드 등 양식 분야가 대부분입니다.

새롭게 요리를 배우는 남성들이 밥이나 국 같은 끼니를 위한 음식보다는 '놀이'나 '자기 표현'에 위한 요리에 더 관심을 갖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나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요리가 일종의 자기 삶의 일부분으로 들어오는, 자기를 표현하는 일종의 수단이 되는 (거죠.) 그래서 남성일 경우, 이전 같으면 그냥 집에서 와이프가 해주는 밥을 먹는 존재였다면 이제는 자기도 자기를 표현하는 어떤 방식으로 요리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는, 이런 현상이 되는 것 같아요."

열풍이라 불릴만큼 뜨거워진 요리에 대한 관심.

하지만, 우리 일상 속의 요리에 투자하는 시간은 여전히 적은 편입니다.

얼마 전 독일의 시장조사업체 GFK가 미국과 중국 등 세계 22개 나라의 15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요리 시간을 조사했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음식을 만드는 데 쓰는 시간은 1주일에 3.7시간.

22개 나라 가운데 가장 적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열정도 13%에 불과해 가장 낮은 편이었습니다.

야근과 회식에 지친 직장인에게는 요리하는 시간을 내기가 부담스러운데다 4가구 중 하나는 1인 가구일 정도로 혼자 사는 사람들의 비율이 늘어난 탓이 큽니다.

<인터뷰> 이나영 : "실제 우리가 너무 바빠서 집에 와서 밥을 할 시간도 없고, 먹을 시간도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한 열망과 향수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스스로 좀 여유있게 밥을 해 먹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밥상에서 얘기를 나누는...."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로 10분이나 15분 만에 근사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는 '쿡방'은 바쁘고 솜씨가 없어도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과 함께 여유 있는 식사를 향한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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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이가 된 요리 ‘쿡방’
    • 입력 2015-04-19 23:58:34
    • 수정2015-04-20 00:10:25
    취재파일K
이렇게 조리 과정부터 먹는 모습까지 보여주는 이른바 '쿡방'이 최근에 인기죠.

내가 직접 만들어 먹는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쁜 직장인이나 요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남성들 사이에서도 요리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한 식품 회사가 주최하는 이 요리 교실에도 남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인터뷰> 서상명(요리교실 참가자) : "페이스북 (모집 공고) 제가 보다가 우연히... '앗, 이거 태웠다!' 신청을 한 거고요..."

<인터뷰> 서상명 : "혼자 살 때는 요리 이렇게 해 먹기가 쉽지 않은데요. 여기 와서 보니까 의외로 재료들이 쉽게 만들 수 있게 돼있는 것 같아요."

오늘의 메뉴는 오븐 스파게티와 샐러드, 이탈리아식 샌드위치 등 3가지.

간단한 조리법이지만, 아직은 서투른 솜씨 탓에 실수 연발입니다.

<인터뷰> "(그만 넣어) 두 스푼만, 두 스푼만."

<인터뷰> "(너무 많이 붓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괜찮을 것 같아요. 아까 처음에 했을 때 한 스푼 넣었는데 실패해서... "

<인터뷰> "(두 번째로 수란에 도전하시는 거예요?) 네, 두번째에요, 두 번째..."

결국엔 제대로 된 요리 한 그릇을 만들어낸 남성 참가자는 뿌듯한 기분으로 수강생들과 함께 나눠먹었습니다.

이날 요리 수업을 들은 참가자의 3분의 1은 남성.

넥타이 두른 직장인부터 대학생까지 젊은 남성 6명이 앞치마를 둘렀습니다.

젊은 남성들의 참여가 늘자, 이 업체에서는 남성들을 위한 요리 수업을 따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주민구(식품업체 마케팅팀 대리) : "기획을 할 때도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때는 커플클래스를 운영하고요, 추후에는 남성들이 조금 쉽게 집에서 요리할 수 있는 쿠킹클래스도 같이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대형서점의 요리책 코너도 매출에 날개를 날았습니다.

올 초만 해도 한 달 평균 3만 권 정도 나가던 요리책이 지난 달에는 만 권 가까이 더 팔렸습니다.

요리책 매출이 두 달 만에 28%나 늘어난 건데, 진열대 앞을 채워준 남성 고객들의 덕이 컸습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건 초보자용 요리책.

샌드위치나 김밥 등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가 소개된 책이 인기입니다.

<인터뷰> 서지원(경기도 고양시) : "일 가기 전에 잠깐(서점에 들렀어요.) 집에서 요리하는 것도 관심 있고, 여자 친구에게 제가 만들어준 음식 해주면 좋을 것 같아서 한 번 보러 왔어요."

쿡방으로 요리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키우게 된 경우가 많습니다.

<인터뷰> 서지원 : "요즘에 요리 프로그램도 많고 해서, 이슈 될 때 한 번씩 보고 나중에 따라해봐야지 이런 생각하면서 좀 챙겨보곤 해요."

직장인 이현우 씨는 요리 프로그램이나 요리책을 보고 따라하는 것으로는 성에 안 차 나만의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재료를 다듬고, 손질하는 모습에서 능숙함이 묻어납니다.

칼이나 프라이팬같은 조리 도구를 다루는 솜씨는 여느 주부 못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현우(요리 블로거) : "저 같은 경우는 뭐. 야외 나가서도 요리를 하고, 캠핑 가서도 요리를 하고 콘도라든지, 가족이나 친구분들 모임이라든지... 놀러갔을 때 요리를 많이 하거든요. 하면 뭐 거의 뭐 대접받고 살죠."

가장 자신있는 요리는 역시 캠핑 요리와 아이들 간식.

오늘은 초등학교 2학년인 큰 딸과 딸 아이의 친구를 위해 아빠표 카나페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맛이 어때요, 먹어 보니까?) 맛있어요. (뭐가 제일 맛있어요?) 참치."

이제 음식 사진을 찍고, 블로그에 올릴 조리법을 정리합니다.

2년 전 취미 삼아 시작한 요리 블로그.

나름대로 쉽게 정리한 조리법을 올리니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이 씨가 올린 조리법 소개글에는 댓글이 수십개 씩 달리고, 이메일이나 쪽지도 빗발쳤습니다.

<인터뷰> 이현우 : "요즘 같은 경우는 '나는 요리를 잘 하고 싶은데...' 아빠들이 관심이 많으세요, 엄마들보다는. (블로그 보고) 이렇게 똑같이 해봤어요. 애들이 좋아해요. 우리 아이프가 좋아해요. 칭찬 받았어요, 그런 것들을 많이 들었습니다."

'요리하는 아빠'들의 응원에 힘 입어 이 씨는 올해 초부턴 한 달에 한 번씩 가족대상 요리 교실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요리 배우기에 나서는 건 젊은 남성들만의 얘기는 아닙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 시간 마다 중년 남성들이 이탈리아 가정식을 배우고 있습니다.

진지한 모습으로 수업을 경청하고, 실습에 함께하는 모습이 여느 수강생들 못지 않게 진지합니다.

<인터뷰> 이수정(요리 강사) : "연세 있으신 분들이 오시는 거 보면, 전에는 안 했는데 이제 손주가 생기니까 뭔가를 해주고 싶은데 애들이 좋아하는 파스타 이런 거 해주고 싶다 그래서 오시는 분들도 많으시고..."

요리하는 남성이 TV 등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고, 긍정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속에 중년 남성들도 스스럼 없이 조리대 앞에 서고 있는 겁니다.

달라진 분위기에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건 어린 학생들입니다.

요리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 요리대회에는 남학생들의 참여가 유독 많습니다.

<인터뷰> 김용산(직업전문학교 조리학과) : "(남학생이) 예전보다 좀 는 것 같기는 해요."

<인터뷰> 정인범(직업전문학교 조리학과) : "학원생 비율도 남핵생이 좀 더 많고..."

어린 나이부터 방송을 통해 요리하는 남자를 자주 접한 남학생들이 직업 요리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은 겁니다.

<인터뷰> 김용산 : "TV 같은 데 보면은 셰프들이 요리하는 걸 보면, 되게 멋있는 것 같아요. 어릴 때 그거 보고 반해가지고 하게 됐어요."

요리 다큐멘터리를 만들다 요리 유학을 다녀와 지금은 요리 프로그램까지 진행하고 있는 이욱정 PD는 요리가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하면서 쿡방의 인기, 남성들의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생존을 위한 끼니에 대한 욕구에서 맛있고 독특한 음식을 찾는 호기심을 거쳐 요리를 직접 만들며 문화적 욕구를 채우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이욱정('KBS 요리인류 키친' PD) : "우리 사회에 그런 어떤 요리 열풍이라고 하는 게 바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 근데 너무 복잡한 거는 그거는 골치 아프고, '저 정도는 나도 해보고 싶다'라고 하는, 그러니까 한 마디로 요리를 이제 놀이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거예요."

실제로 최근 개설된 요리 교실이나 인기를 얻는 요리책은 간편하게 만들어 예쁘게 꾸며서 내놓을 수 있는 파스타나 샐러드 등 양식 분야가 대부분입니다.

새롭게 요리를 배우는 남성들이 밥이나 국 같은 끼니를 위한 음식보다는 '놀이'나 '자기 표현'에 위한 요리에 더 관심을 갖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이나영(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요리가 일종의 자기 삶의 일부분으로 들어오는, 자기를 표현하는 일종의 수단이 되는 (거죠.) 그래서 남성일 경우, 이전 같으면 그냥 집에서 와이프가 해주는 밥을 먹는 존재였다면 이제는 자기도 자기를 표현하는 어떤 방식으로 요리를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되는, 이런 현상이 되는 것 같아요."

열풍이라 불릴만큼 뜨거워진 요리에 대한 관심.

하지만, 우리 일상 속의 요리에 투자하는 시간은 여전히 적은 편입니다.

얼마 전 독일의 시장조사업체 GFK가 미국과 중국 등 세계 22개 나라의 15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요리 시간을 조사했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음식을 만드는 데 쓰는 시간은 1주일에 3.7시간.

22개 나라 가운데 가장 적었습니다.

음식에 대한 열정도 13%에 불과해 가장 낮은 편이었습니다.

야근과 회식에 지친 직장인에게는 요리하는 시간을 내기가 부담스러운데다 4가구 중 하나는 1인 가구일 정도로 혼자 사는 사람들의 비율이 늘어난 탓이 큽니다.

<인터뷰> 이나영 : "실제 우리가 너무 바빠서 집에 와서 밥을 할 시간도 없고, 먹을 시간도 없는 거에요. 그러니까 거기에 대한 열망과 향수들이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스스로 좀 여유있게 밥을 해 먹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밥상에서 얘기를 나누는...."

흔히 볼 수 있는 식재료로 10분이나 15분 만에 근사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내는 '쿡방'은 바쁘고 솜씨가 없어도 해볼 만 하다는 자신감과 함께 여유 있는 식사를 향한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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