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져도 총격 자제한 경찰 vs 등 뒤서 총격한 경찰

입력 2015.04.20 (05:28) 수정 2015.04.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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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 용의자의 맹렬한 돌진에 놀라 뒤로 쓰러지면서도 "당신에게 총을 쏘기 싫다"면서 인내심을 발휘한 경찰.

머리를 땅에 붙인 채 엎드린 시민을 향해 등 뒤에서 권총 두 발을 발사해 살해한 경찰.

지난해 8월 백인 경관의 비무장 흑인 총격 살해 사건으로 촉발된 '퍼거슨 사태' 이후 확대 보급 중인 '보디캠'에 담긴 미국 경찰의 두 모습이다.

보디캠은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담는 동영상 촬영 기록 장치로, 경찰의 몸 또는 전기충격기(스턴건) 등에 부착한다.

미국 CNN 방송은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에서도 끝까지 참아 총을 쏘지 않고 살인 사건 용의자를 검거한 제시 키더 경관의 얘기를 19일(현지시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퍼거슨 사태 이후에도 공권력을 잘못 사용해 시민의 목숨을 함부로 빼앗는 경찰의 사례가 적지 않은 와중에 정당방위로 주장해도 무방한 상황에서 극도의 자제력을 발휘한 '풋내기' 키더 경관의 실화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오하이오 주 리치먼드 시 경찰인 키더는 지난 16일 추적하던 범죄 용의자를 발견하자 차에서 내려 총을 뽑아들었다.

범죄 용의자는 자신의 약혼녀와 가장 절친한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켄터키 주와 오하이오 주의 여러 카운티에서 수배를 받던 터였다.

보디캠에 담긴 영상을 보면, 키더 경관은 줄곧 용의자를 향해 총을 겨누면서도 "손을 들어라"라고 외쳤다.

거듭된 제지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키더에게 다가가던 용의자는 "내게 총을 쏘라"며 도리어 경관을 몰아붙였다. 용의자의 몸에 총은 없었다.

예상치 못한 용의자의 돌발 행동에도 키더 경관은 침착하게 "당신에게 총을 쏘고 싶지 않다"면서 양손을 바닥에 대고 엎드릴 것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키더 경관의 명령을 어긴 용의자는 마침내 그를 향해 돌진했고, 갑작스러운 쇄도에 놀란 키더 경관은 뒤로 넘어지면서도 총을 쏘지 않았다.

키더가 금세 일어나 다시 용의자와 대치하는 사이 지원 경찰이 도착하자 마침내 용의자는 스스로 땅바닥에 엎드려 항복했다.

미국 해병대 출신으로 두 차례나 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퍼플 하트 훈장을 받은 키더 경관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일하는 경찰은 촌각을 다투는 사이에 삶과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총을 쏘기 전에 그 부분을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균형을 잃고 쓰러졌을 때 용의자가 내게 달려들었다면 나도 총을 발포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키더 경관은 퍼거슨 사태 이후 친지가 사준 400달러짜리 비디오 카메라를 몸에 달고 근무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경찰서에만 33년을 일한 레스 스미스 경사는 "키더가 이제 1년차 경관이지만 아주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랜디 하비 리치먼드 경찰서장은 키더 경관처럼 다른 경찰도 보디캠을 달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이와 달리 펜실베이니아 주 허멀스타운에서 일하던 여성 경관 리사 머클은 비무장 시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곧 재판을 받는다.

그의 스턴건에 장착된 카메라의 동영상이 20일 공개되면 최대 1급 살인죄를 받을 수도 있다.

머클은 지난 2월 2일 자동차 검사 기한 만료 차량을 몰던 남성 데이비드 캐식을 붙잡아 검문하던 중 땅바닥에 엎드린 그를 총으로 쏴 죽였다.

머클은 손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던 캐식이 재킷에서 총을 꺼내려던 것으로 생각해 정당방위로 그에게 발포했다고 주장했으나, 캐식의 변호인은 사건 현장을 담은 비디오 동영상을 보면 머클에게 유죄를 선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머클 경관은 그간 잦은 불쾌한 행동으로 지역 주민들의 인심도 잃어 궁지에 몰렸다고 CBS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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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러져도 총격 자제한 경찰 vs 등 뒤서 총격한 경찰
    • 입력 2015-04-20 05:28:56
    • 수정2015-04-20 05:30:30
    연합뉴스
살인 사건 용의자의 맹렬한 돌진에 놀라 뒤로 쓰러지면서도 "당신에게 총을 쏘기 싫다"면서 인내심을 발휘한 경찰.

머리를 땅에 붙인 채 엎드린 시민을 향해 등 뒤에서 권총 두 발을 발사해 살해한 경찰.

지난해 8월 백인 경관의 비무장 흑인 총격 살해 사건으로 촉발된 '퍼거슨 사태' 이후 확대 보급 중인 '보디캠'에 담긴 미국 경찰의 두 모습이다.

보디캠은 사건 현장을 생생하게 담는 동영상 촬영 기록 장치로, 경찰의 몸 또는 전기충격기(스턴건) 등에 부착한다.

미국 CNN 방송은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에서도 끝까지 참아 총을 쏘지 않고 살인 사건 용의자를 검거한 제시 키더 경관의 얘기를 19일(현지시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퍼거슨 사태 이후에도 공권력을 잘못 사용해 시민의 목숨을 함부로 빼앗는 경찰의 사례가 적지 않은 와중에 정당방위로 주장해도 무방한 상황에서 극도의 자제력을 발휘한 '풋내기' 키더 경관의 실화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오하이오 주 리치먼드 시 경찰인 키더는 지난 16일 추적하던 범죄 용의자를 발견하자 차에서 내려 총을 뽑아들었다.

범죄 용의자는 자신의 약혼녀와 가장 절친한 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켄터키 주와 오하이오 주의 여러 카운티에서 수배를 받던 터였다.

보디캠에 담긴 영상을 보면, 키더 경관은 줄곧 용의자를 향해 총을 겨누면서도 "손을 들어라"라고 외쳤다.

거듭된 제지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 키더에게 다가가던 용의자는 "내게 총을 쏘라"며 도리어 경관을 몰아붙였다. 용의자의 몸에 총은 없었다.

예상치 못한 용의자의 돌발 행동에도 키더 경관은 침착하게 "당신에게 총을 쏘고 싶지 않다"면서 양손을 바닥에 대고 엎드릴 것을 지시했다.

그럼에도 키더 경관의 명령을 어긴 용의자는 마침내 그를 향해 돌진했고, 갑작스러운 쇄도에 놀란 키더 경관은 뒤로 넘어지면서도 총을 쏘지 않았다.

키더가 금세 일어나 다시 용의자와 대치하는 사이 지원 경찰이 도착하자 마침내 용의자는 스스로 땅바닥에 엎드려 항복했다.

미국 해병대 출신으로 두 차례나 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퍼플 하트 훈장을 받은 키더 경관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일하는 경찰은 촌각을 다투는 사이에 삶과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총을 쏘기 전에 그 부분을 확실하게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균형을 잃고 쓰러졌을 때 용의자가 내게 달려들었다면 나도 총을 발포했을 것"이라고 담담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키더 경관은 퍼거슨 사태 이후 친지가 사준 400달러짜리 비디오 카메라를 몸에 달고 근무해왔다고 덧붙였다.

이 경찰서에만 33년을 일한 레스 스미스 경사는 "키더가 이제 1년차 경관이지만 아주 훌륭하다"고 극찬했다.

랜디 하비 리치먼드 경찰서장은 키더 경관처럼 다른 경찰도 보디캠을 달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이와 달리 펜실베이니아 주 허멀스타운에서 일하던 여성 경관 리사 머클은 비무장 시민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곧 재판을 받는다.

그의 스턴건에 장착된 카메라의 동영상이 20일 공개되면 최대 1급 살인죄를 받을 수도 있다.

머클은 지난 2월 2일 자동차 검사 기한 만료 차량을 몰던 남성 데이비드 캐식을 붙잡아 검문하던 중 땅바닥에 엎드린 그를 총으로 쏴 죽였다.

머클은 손을 보여달라는 요구를 거절하던 캐식이 재킷에서 총을 꺼내려던 것으로 생각해 정당방위로 그에게 발포했다고 주장했으나, 캐식의 변호인은 사건 현장을 담은 비디오 동영상을 보면 머클에게 유죄를 선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머클 경관은 그간 잦은 불쾌한 행동으로 지역 주민들의 인심도 잃어 궁지에 몰렸다고 CBS 방송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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