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맨 김대리, 증시 활황에 웃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입력 2015.04.20 (05:57) 수정 2015.04.2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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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차 증권맨 김대리는 요새 회사 다니는 것 자체가 즐겁다. 저금리가 심화돼 증시로 돈이 몰리고, 거래가 늘어나 실적이 개선되면서 회사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대리를 정말 흐뭇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더 있으니 김대리가 다니는 증권사 유진투자증권의 주가다. 작년 주당 2000원도 안 되던 주가는 넉달 만에 4000원을 넘어 두 배 이상 뛰었다. 덕분에 김대리가 가지고 있는 회사 주식에서 발생한 평가이익도 어느새 20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김대리는 지난해 9월 회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우리사주 청약을 통해 회사 주식 1만주를 주당 1800원에 샀다. 주가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면서 더 열심히 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 증시 돈 몰리며 증권주 연초이후 급등

지난 2~3년동안 실적부진으로 인한 구조조정이 끊이질 않았던 증권가에 활기가 돌고 있다. 주가지수는 4년 박스권을 돌파하면서 2100포인트를 훌쩍 넘었고, 1월 7조원대였던 일평균 거래대금도 최근에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16조원대였던 고객예탁금은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21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증시에 돈이 몰리면서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 전망이 쏟아지고 있고, 덕분에 증권사들의 주가는 연일 급등했다. 실적개선이 확실시되면서 증권사 주식으로도 돈이 몰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이틀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나오면서 주춤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업종지수는 연초 이후 60% 이상 오른 상태다.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의 급등세가 더 돋보였다. 증시 침체로 인한 주가 하락폭이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더 컸기 때문. 더 많이 떨어졌으니 더 많이 오른 것이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대형사 NH투자증권은 연초 이후 61% 올라 증권업종 지수와 비슷하게 상승했다. 다른 대형사인 대우증권과 삼성증권도 각각 70%, 48%씩 상승했다. 반면 유진투자증권은 연초 이후 130%나 급등했다. KTB투자증권과 SK증권도 각각 121%, 103%씩 급등해 넉달만에 2배 이상 주가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 유진투자증권 직원 우리사주 평가 이익만 210억

이같은 증권주 상승세에 증권사 직원들도 신바람을 내고 있다. 특히 유진투자증권 직원들은 증권주 급등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 9월 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우리사주 청약을 통해 회사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 직급과 근속연수에 따라 배정 물량은 각각 달랐지만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주식을 샀다. 김대리도 당시 회사 주식이 싸다고 판단해 신청할 수 있는 물량을 최대한 신청해 1만주를 샀다.

이렇게 직원들이 신청해 배정받은 물량만 당시 777만주에 달했다. 주당 1800원으로 총 140억 원 규모다. 오늘(17일) 종가인 4515원을 기준으로 하면 주식의 가치는 351억 원에 달한다. 평가이익만 211억 원이나 되는 셈이다.

다만 이같은 이익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평가이익이다. 1년 보호예수가 걸려 있어 아직 주식을 팔지 못하기 때문. 유진투자증권 직원들은 올 10월12일이 돼야 주식을 팔 수 있는데, 그때 주가가 다시 떨어진다면 이익을 챙기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증권업종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증권업 전망을 밝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의 경우 거래대금 증대, 비용 절감, 채권 운용이익 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증권사듫이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올해 증권업종 전체 순이익은 3조 원으로 작년 순이익 1조7000억 원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 유진만 우리사주 있나? 우리도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9월 주식을 받아 효과가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사주를 가지고 있는 다른 증권사 직원들도 증권주 급등 효과를 누리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사주 물량이 전체 회사 주식의 5%를 넘는 대신증권의 경우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은 지난해 말 기준 262만여주. 지난해 말 9490원이던 주가가 오늘 1만4900원으로 57% 상승한 만큼 대신증권 직원들이 기대할 수 있는 평가이익은 142억 원에 육박한다.

지난 2011년 나란히 유상증자를 통해 우리사주 물량을 받은 대우증권, NH투자증권(당시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의 직원들도 증권주 급등에 수혜를 볼 수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만들어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요건을 갖추기위해 당시 일제히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4개 증권사 직원들이 당시 배정받았던 우리사주 물량만 총 4900억 원에 육박했다. 4개사 모두 현재 주가는 2011년 유상증자 당시 주식 발행가액 대비 39~102% 가량 상승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보호예수가 끝난 지 2년 이상 지난 상황이어서 당시 샀던(배정 받았던) 주식을 판 직원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당시 주식을 샀던 모든 증권맨들이 현재 주가 상승의 수혜를 보기는 어렵다. 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의 경우 작년 말 기준 우리사주 주식수가 유상증자 직후 우리사주 주식수에 비해 7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대부분의 직원들이 유상증자 당시 받은 주식을 팔아 치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현대증권의 경우 같은 기간 우리사주 물량이 20%밖에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2011년 말 유상증자 당시 샀던 주식을 작년 말까지 거의 팔지 않은 셈이다. 이는 그동안 현대증권 주가가 부진해 보호예수가 풀린 이후 대부분의 기간동안 발행가액을 밑돌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결국 손해를 보면서까지 주식을 팔겠다고 나선 직원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현재(작년 말 기준) 주식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래저래 증시활황에 웃는 증권맨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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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4-20 05:57:59
    • 수정2015-04-20 06: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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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차 증권맨 김대리는 요새 회사 다니는 것 자체가 즐겁다. 저금리가 심화돼 증시로 돈이 몰리고, 거래가 늘어나 실적이 개선되면서 회사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대리를 정말 흐뭇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더 있으니 김대리가 다니는 증권사 유진투자증권의 주가다. 작년 주당 2000원도 안 되던 주가는 넉달 만에 4000원을 넘어 두 배 이상 뛰었다. 덕분에 김대리가 가지고 있는 회사 주식에서 발생한 평가이익도 어느새 20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김대리는 지난해 9월 회사가 유상증자를 실시할 때 우리사주 청약을 통해 회사 주식 1만주를 주당 1800원에 샀다. 주가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면서 더 열심히 일 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 증시 돈 몰리며 증권주 연초이후 급등

지난 2~3년동안 실적부진으로 인한 구조조정이 끊이질 않았던 증권가에 활기가 돌고 있다. 주가지수는 4년 박스권을 돌파하면서 2100포인트를 훌쩍 넘었고, 1월 7조원대였던 일평균 거래대금도 최근에는 1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16조원대였던 고객예탁금은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21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증시에 돈이 몰리면서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 전망이 쏟아지고 있고, 덕분에 증권사들의 주가는 연일 급등했다. 실적개선이 확실시되면서 증권사 주식으로도 돈이 몰리고 있는 셈이다. 최근 이틀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물이 나오면서 주춤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업종지수는 연초 이후 60% 이상 오른 상태다.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의 급등세가 더 돋보였다. 증시 침체로 인한 주가 하락폭이 대형주보다 중소형주가 더 컸기 때문. 더 많이 떨어졌으니 더 많이 오른 것이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자기자본 규모가 가장 큰 대형사 NH투자증권은 연초 이후 61% 올라 증권업종 지수와 비슷하게 상승했다. 다른 대형사인 대우증권과 삼성증권도 각각 70%, 48%씩 상승했다. 반면 유진투자증권은 연초 이후 130%나 급등했다. KTB투자증권과 SK증권도 각각 121%, 103%씩 급등해 넉달만에 2배 이상 주가가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 유진투자증권 직원 우리사주 평가 이익만 210억

이같은 증권주 상승세에 증권사 직원들도 신바람을 내고 있다. 특히 유진투자증권 직원들은 증권주 급등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다. 회사가 지난해 9월 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때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우리사주 청약을 통해 회사 주식을 샀기 때문이다. 직급과 근속연수에 따라 배정 물량은 각각 달랐지만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주식을 샀다. 김대리도 당시 회사 주식이 싸다고 판단해 신청할 수 있는 물량을 최대한 신청해 1만주를 샀다.

이렇게 직원들이 신청해 배정받은 물량만 당시 777만주에 달했다. 주당 1800원으로 총 140억 원 규모다. 오늘(17일) 종가인 4515원을 기준으로 하면 주식의 가치는 351억 원에 달한다. 평가이익만 211억 원이나 되는 셈이다.

다만 이같은 이익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평가이익이다. 1년 보호예수가 걸려 있어 아직 주식을 팔지 못하기 때문. 유진투자증권 직원들은 올 10월12일이 돼야 주식을 팔 수 있는데, 그때 주가가 다시 떨어진다면 이익을 챙기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증권업종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증권업 전망을 밝게 보고 있는 상황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의 경우 거래대금 증대, 비용 절감, 채권 운용이익 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 증권사듫이 호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라며 "올해 증권업종 전체 순이익은 3조 원으로 작년 순이익 1조7000억 원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 유진만 우리사주 있나? 우리도 있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지난해 9월 주식을 받아 효과가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사주를 가지고 있는 다른 증권사 직원들도 증권주 급등 효과를 누리기는 마찬가지다. 우리사주 물량이 전체 회사 주식의 5%를 넘는 대신증권의 경우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은 지난해 말 기준 262만여주. 지난해 말 9490원이던 주가가 오늘 1만4900원으로 57% 상승한 만큼 대신증권 직원들이 기대할 수 있는 평가이익은 142억 원에 육박한다.

지난 2011년 나란히 유상증자를 통해 우리사주 물량을 받은 대우증권, NH투자증권(당시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등의 직원들도 증권주 급등에 수혜를 볼 수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만들어진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요건을 갖추기위해 당시 일제히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4개 증권사 직원들이 당시 배정받았던 우리사주 물량만 총 4900억 원에 육박했다. 4개사 모두 현재 주가는 2011년 유상증자 당시 주식 발행가액 대비 39~102% 가량 상승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보호예수가 끝난 지 2년 이상 지난 상황이어서 당시 샀던(배정 받았던) 주식을 판 직원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당시 주식을 샀던 모든 증권맨들이 현재 주가 상승의 수혜를 보기는 어렵다. 대우증권과 NH투자증권의 경우 작년 말 기준 우리사주 주식수가 유상증자 직후 우리사주 주식수에 비해 70% 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대부분의 직원들이 유상증자 당시 받은 주식을 팔아 치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현대증권의 경우 같은 기간 우리사주 물량이 20%밖에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2011년 말 유상증자 당시 샀던 주식을 작년 말까지 거의 팔지 않은 셈이다. 이는 그동안 현대증권 주가가 부진해 보호예수가 풀린 이후 대부분의 기간동안 발행가액을 밑돌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결국 손해를 보면서까지 주식을 팔겠다고 나선 직원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현재(작년 말 기준) 주식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래저래 증시활황에 웃는 증권맨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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