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양수 “세상에 나온 게 의미…넘을 산이 계속 보여요”

입력 2015.04.2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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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밴드 위치스의 하양수(35)는 무작정 캐나다로 떠났다.

친구가 있는 토론토의 한적한 동네에 집을 얻고 음악 장비를 대여해 차곡차곡 자작곡을 쌓아갔다.

1년가량 꽤 많은 곡을 썼다.

녹음은 귀국 후 청계산 옛골에 있는 네다섯 평짜리 자신의 작업실에서 모두 진행했다.

스튜디오를 대여해 녹음하면 마음이 조급해져 음질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감정을 온전히 실어내는 쪽을 택했다.

그 결과물이 최근 발표한 첫 솔로 앨범 '유랑'이다.

"세상에 나왔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양수는 이번 앨범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랜 공백기 끝에 솔로 앨범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뿌듯함과 매스컴에 한동안 노출되지 않던 그가 이 음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 시작했다는 두 가지 뜻이 담긴 듯했다.

2000년 밴드 위치스로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은 하양수는 2002년 위치스 1집으로 데뷔해 '떳다!! 그녀!!'를 히트시켰다.

2006년 위치스 2집을 발표했지만 그해 대마초 사건에 연루됐고 2008년 입대하며 한동안 음악 활동을 중단했다.

방송 출연 금지가 해제된 2011년 위치스의 싱글 음반 '달링'을 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그리고 4년간 침묵하던 그는 곤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고 지난 1월 싱글 '노래 시작'을 내며 활동을 예고했다.

자작곡으로 채운 이번 앨범은 복고풍의 포크 사운드가 전면에 배치돼 위치스의 펑키한 음악과 궤적을 달리한다.

첫 곡 '지친 노병의 노래'의 아코디언과 하모니카 연주를 시작으로 1970년대 통기타 음악을 구현해보고 싶어 만든 '너와 내가 웃고 있다'와 '망망대해'로 이어지는 트랙은 마치 하나의 대곡(大曲)처럼 통일감이 있다.

그는 "평소 좋아하던 송창식 선배님이 방송에서 통기타를 치며 '담배 가게 아가씨'를 부르시는데 리듬에 목소리가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며 "진짜 음악은 이런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몇몇 곡은 그 시대 선배님들의 포크 음악 느낌을 내고 싶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통기타와 건반을 내세운 어쿠스틱 사운드로의 변화는 음악 방향에 대한 고민의 결과인 듯했다.

"반짝반짝한 사운드는 제게 안 어울린단 걸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며 음악을 통해 무슨 얘길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단 것도 깨달았죠. 그전까진 시끄럽게 분위기로 끌어가는 음악을 했어요. 그땐 찌그러지는 기타 소리로 제 목소리를 커버하려 한 것 같아요. 지금은 제 목소리와 가사를 잘 전달하고 싶어 노래 연습도 많이 했고 음악에 대한 자세도 진지해졌어요."

의도대로 타이틀곡 '봄비가 내려요'는 경쾌한 셔플 리듬에 전달력이 좋아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다.

음악사이트 감상평에는 "아마추어 밴드가 연습곡으로 삼기 좋을 것 같다"는 글도 있었다.

앨범에는 귀를 잡아끄는 곡들이 많은데 그중 이 곡이 타이틀곡이 된 건 "계절감 덕인 것 같다"고 웃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랫말은 '너와 내가 웃고 있다'다.

그는 "이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로 짠한 느낌이 있었다"며 "가사를 쓸 때 내 주위 사람들이 모두 힘들던 때였는데 '우린 변한 게 없는 데 어른 흉내를 내는 게 아닌가'란 얘길 하곤 했다. 행복해지는 상상을 하며 위로의 마음을 담아 쓴 곡"이라고 소개했다.

올해로 데뷔 13년. 그는 뜻하지 않은 공백 등으로 다작하진 못했지만 음악이란 길을 선택한 데 후회는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팝을 좋아하는 어머니 덕에 집에는 항상 비틀스의 음악이 흘러나왔고 중학교 땐 넥스트·공일오비가 기다려지는 앨범이었으며 고교 시절엔 록에 빠져 너바나, 대학 시절엔 그린데이 등의 앨범을 들었다. 자연스레 할 수 있는 건 음악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대마초로 인한 오점도 있었다.

그는 "그 사건에 대한 (스스로의) 증오와 미움은 남아있지 않다"며 "그걸 계기로 공백기가 없었다면 지금 이런 음악을 못하고 있었을 것 같다. 솔직한 날 찾고 싶다는 생각에 조급해하지 않았고, 어차피 음악을 포기하지 않을 거니 트렌드에 따르기보다 타협 없이 음악 하며 언젠가 그 흐름이 내게 오길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집 덕인지 자신의 음악에 만족하는 날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 잘하고 싶은 것도 음악밖에 없어요. 그러니 이번 앨범도 만족하면 이상한 거죠. 부족함을 느끼고 넘어야 할 산이 계속 보여야 음악을 할 수 있어요. 제가 수월하고 원만하게 갔다면 넘어야 할 산이 뭔지도 몰랐을 겁니다."

그는 솔로와 함께 위치스 활동도 병행한다.

위치스 2집 때 함께 한 베이시스트, 새롭게 합류한 미국인 드러머와 함께 3인조로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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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양수 “세상에 나온 게 의미…넘을 산이 계속 보여요”
    • 입력 2015-04-20 08:29:28
    연합뉴스
2년 전 밴드 위치스의 하양수(35)는 무작정 캐나다로 떠났다. 친구가 있는 토론토의 한적한 동네에 집을 얻고 음악 장비를 대여해 차곡차곡 자작곡을 쌓아갔다. 1년가량 꽤 많은 곡을 썼다. 녹음은 귀국 후 청계산 옛골에 있는 네다섯 평짜리 자신의 작업실에서 모두 진행했다. 스튜디오를 대여해 녹음하면 마음이 조급해져 음질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감정을 온전히 실어내는 쪽을 택했다. 그 결과물이 최근 발표한 첫 솔로 앨범 '유랑'이다. "세상에 나왔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최근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양수는 이번 앨범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랜 공백기 끝에 솔로 앨범을 세상에 내놓았다는 뿌듯함과 매스컴에 한동안 노출되지 않던 그가 이 음악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 시작했다는 두 가지 뜻이 담긴 듯했다. 2000년 밴드 위치스로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은 하양수는 2002년 위치스 1집으로 데뷔해 '떳다!! 그녀!!'를 히트시켰다. 2006년 위치스 2집을 발표했지만 그해 대마초 사건에 연루됐고 2008년 입대하며 한동안 음악 활동을 중단했다. 방송 출연 금지가 해제된 2011년 위치스의 싱글 음반 '달링'을 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그리고 4년간 침묵하던 그는 곤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고 지난 1월 싱글 '노래 시작'을 내며 활동을 예고했다. 자작곡으로 채운 이번 앨범은 복고풍의 포크 사운드가 전면에 배치돼 위치스의 펑키한 음악과 궤적을 달리한다. 첫 곡 '지친 노병의 노래'의 아코디언과 하모니카 연주를 시작으로 1970년대 통기타 음악을 구현해보고 싶어 만든 '너와 내가 웃고 있다'와 '망망대해'로 이어지는 트랙은 마치 하나의 대곡(大曲)처럼 통일감이 있다. 그는 "평소 좋아하던 송창식 선배님이 방송에서 통기타를 치며 '담배 가게 아가씨'를 부르시는데 리듬에 목소리가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며 "진짜 음악은 이런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몇몇 곡은 그 시대 선배님들의 포크 음악 느낌을 내고 싶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통기타와 건반을 내세운 어쿠스틱 사운드로의 변화는 음악 방향에 대한 고민의 결과인 듯했다. "반짝반짝한 사운드는 제게 안 어울린단 걸 알았어요. 시간이 지나며 음악을 통해 무슨 얘길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단 것도 깨달았죠. 그전까진 시끄럽게 분위기로 끌어가는 음악을 했어요. 그땐 찌그러지는 기타 소리로 제 목소리를 커버하려 한 것 같아요. 지금은 제 목소리와 가사를 잘 전달하고 싶어 노래 연습도 많이 했고 음악에 대한 자세도 진지해졌어요." 의도대로 타이틀곡 '봄비가 내려요'는 경쾌한 셔플 리듬에 전달력이 좋아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다. 음악사이트 감상평에는 "아마추어 밴드가 연습곡으로 삼기 좋을 것 같다"는 글도 있었다. 앨범에는 귀를 잡아끄는 곡들이 많은데 그중 이 곡이 타이틀곡이 된 건 "계절감 덕인 것 같다"고 웃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랫말은 '너와 내가 웃고 있다'다. 그는 "이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스스로 짠한 느낌이 있었다"며 "가사를 쓸 때 내 주위 사람들이 모두 힘들던 때였는데 '우린 변한 게 없는 데 어른 흉내를 내는 게 아닌가'란 얘길 하곤 했다. 행복해지는 상상을 하며 위로의 마음을 담아 쓴 곡"이라고 소개했다. 올해로 데뷔 13년. 그는 뜻하지 않은 공백 등으로 다작하진 못했지만 음악이란 길을 선택한 데 후회는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팝을 좋아하는 어머니 덕에 집에는 항상 비틀스의 음악이 흘러나왔고 중학교 땐 넥스트·공일오비가 기다려지는 앨범이었으며 고교 시절엔 록에 빠져 너바나, 대학 시절엔 그린데이 등의 앨범을 들었다. 자연스레 할 수 있는 건 음악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대마초로 인한 오점도 있었다. 그는 "그 사건에 대한 (스스로의) 증오와 미움은 남아있지 않다"며 "그걸 계기로 공백기가 없었다면 지금 이런 음악을 못하고 있었을 것 같다. 솔직한 날 찾고 싶다는 생각에 조급해하지 않았고, 어차피 음악을 포기하지 않을 거니 트렌드에 따르기보다 타협 없이 음악 하며 언젠가 그 흐름이 내게 오길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고집 덕인지 자신의 음악에 만족하는 날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더 잘하고 싶은 것도 음악밖에 없어요. 그러니 이번 앨범도 만족하면 이상한 거죠. 부족함을 느끼고 넘어야 할 산이 계속 보여야 음악을 할 수 있어요. 제가 수월하고 원만하게 갔다면 넘어야 할 산이 뭔지도 몰랐을 겁니다." 그는 솔로와 함께 위치스 활동도 병행한다. 위치스 2집 때 함께 한 베이시스트, 새롭게 합류한 미국인 드러머와 함께 3인조로 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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