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대담한 절도범…교회 헌금함 통째로 훔쳐

입력 2015.04.21 (08:33) 수정 2015.04.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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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대낮 시간 교회에 들어간 한 남성이 헌금함을 통째로 들고 달아나는 장면입니다.

지난달에는 강원도 원주의 한 사찰에서, 그보다 한 달 더 전에는 서울 노원구에서 불전함이 털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경제가 그만큼 어려워서일까요, 최근 들어, 이렇게 교회의 헌금함이나 사찰의 불전함을 노린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정오쯤입니다.

서울의 한 교회 앞.

한 남성이 교회 앞을 한동안 서성이더니,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예배당 안으로 들어온 남성.

뒤쪽에서 막대기를 손에 들고 의자에 가려져 있는 무언가를 이리저리 건드려보기 시작합니다.

남성이 노린 건, 신도들이 헌금한 돈을 보관하는 헌금함이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자, 이번엔 아예 헌금함을 통째로 들고는 예배당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무게가 제법 나가는 헌금함을 손에 든 채 교회 밖을 나선 남성.

마치 교회 관계자인 것처럼, 너무나도 태연하게 인파 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녹취> 교회 관계자(음성변조) : “나중에 (내부수리 공사) 마무리하려고 와서 봤더니 헌금함이 없어진 거예요. 골목골목 내가 다 다녀봤어요. 그런데 없더라고.”

도난당한 헌금함은 교회에서 800m 정도 떨어진 한 초등학교 앞에서 발견됐습니다.

헌금함 안에 들어있던 35만 원 정도의 돈은 이미 사라진 상황.

<녹취> 교회 관계자(음성변조) : “공사 중에 문을 개방해 놨는데 그런 황당한 일을 당해서 우리는 속이 보통 속이 상하는 게 아니죠.”

백주 대낮에 교회 헌금함을 통째로 훔쳐간 간 큰 도둑은 도대체 누굴까?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일단, 내부 공사로 어수선한 교회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범인이 있을 것이라 판단해, CCTV에 찍힌 인상착의를 토대로 탐문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이승원(경장/서울 혜화경찰서 동문 파출소) : “문안 순찰(주민 안부 묻는 순찰)을 하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탐문 식으로 확인이 들어간 거예요. 그러다가 동묘역 주변에서 그 사람을 본 적 있다. 이런 사실이 확인이 되었어요.”

순찰 도중, 유력한 단서를 포착한 경찰.

결국, 몇 차례의 탐문 끝에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성공합니다.

<인터뷰> 이승원(경장/서울 혜화경찰서 동문파출소) : "피의자를 만났을 때 이제 안부를 물어서 안심을 시킨 다음 순찰차 쪽으로 유도를 해서 검거하게 됐습니다.”

경찰의 추궁에 절도 사실을 시인한 30대 남성 박 모씨.

알고 봤더니 박 씨는 얼마 전부터 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신도였습니다.

<녹취> 교회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 교회 소속돼있는 친구인데, (교회에) 나온 지는 아마 얼마 안 됐다고…….”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특별한 직업이나 소득원 없이 지내오다, 유흥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주석철(팀장/혜화경찰서 강력 2팀) : “자기는 일정한 직업도 없고 노래방을 자주 가는데 돈이 없어서 유흥비 마련 목적으로 훔쳤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최근 들어 부쩍 더 이런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엔 사찰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두 달 전인 지난 2월 22일 서울의 한 사찰입니다.

한 남성이 대웅전의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비틀거리면서 어딘가로 향하는 남성.

10분을 넘게 주위를 맴돌다, 허리를 숙여 불전함 아랫부분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합니다.

잠시 뒤, 이 남성은 손에 무언가를 집어 들고는 유유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남성이 가져간 건 불전함 안에 들어있던 현금이었습니다.

<녹취> 사찰 관계자(음성변조) : “열두 시 경인가……. 밤에 와서 하고 아침에 가서 보니까 불전함이 털려서 있는 거예요. 돌려놓고 돈만 가져갔으니까 보니까 신발 자국도 있고 불전함이 망가져 있는 거죠.”

절도 사실을 가장 먼저 알게 된 건, 바로 이 절의 주지 스님.

절도범 때문에, 불전함은 물론 대웅전의 문까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녹취> 사찰 관계자(음성변조) : “이쪽에 문을 이쪽을 통해 들어왔어요. 이쪽 있죠. 이게 아크릴 아닙니까. 이걸 빼서 이걸 쑤셔서 망가뜨린 거예요.”

법당에 함부로 들어와, 불전함에 손을 댄 건 누굴까?

짚이는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 두 번이나 같은 불전함을 털었다 잡혔던 한 40대 남성.

사건 2주 전 쯤, 불전함을 뜯어 10여만 원을 훔쳤다는 이 남성은 다시 일주인 뒤, 만취 상태에서 또다시 불전함에 손을 대다 사찰 관계자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녹취> 사찰 관계자(음성변조) : “(불전함을) 두 번째 고쳐놨는데 걸린 거예요. 대낮에 와서 하다가 걸렸어요. 대낮에 들어와서 나가라 하니까 불전함에 한 번은 소변을 눴더라고요. 그래서 선처했는데 세 번째 온 겁니다.”

두 번의 선처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법당에 침입한 피의자.

경찰은 야간 건조물 침입 절도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인터뷰> 김봉환(경사/노원경찰서 강력팀) : “그냥 절에 가면 신도들이 방문하니까 불전함에는 돈이 있다. 그래서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을 했고요. 노숙 생활을 하다 보니까 현금이 필요했고 돈이 필요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지난 1월에는 전국의 사찰을 돌며 전문적으로 불전함을 털어온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고, 두 달 전에는 수도권 일대 성당을 돌며 상습적으로 헌금을 훔친 20대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종교시설이 상대적으로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느슨하다보니,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주석철(팀장/혜화경찰서 강력 2팀) : “아무래도 뭐 개방된 곳이다 보니까 경계는 안하고 다 신도인 줄 아니까 들어가기 쉽죠. 경비도 없고 이러니까 침입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별로 의심을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표적이 되지 않나…….”

헌금함이나 불전함 주위에 CCTV를 설치하고 있지만, 절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실정.

경찰은 종교시설의 각별한 주의를 권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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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대담한 절도범…교회 헌금함 통째로 훔쳐
    • 입력 2015-04-21 08:36:12
    • 수정2015-04-21 09: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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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시간 교회에 들어간 한 남성이 헌금함을 통째로 들고 달아나는 장면입니다.

지난달에는 강원도 원주의 한 사찰에서, 그보다 한 달 더 전에는 서울 노원구에서 불전함이 털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경제가 그만큼 어려워서일까요, 최근 들어, 이렇게 교회의 헌금함이나 사찰의 불전함을 노린 절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 실태를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해봤습니다.

<리포트>

일주일 전인 지난 13일 정오쯤입니다.

서울의 한 교회 앞.

한 남성이 교회 앞을 한동안 서성이더니, 교회 건물 안으로 들어갑니다.

예배당 안으로 들어온 남성.

뒤쪽에서 막대기를 손에 들고 의자에 가려져 있는 무언가를 이리저리 건드려보기 시작합니다.

남성이 노린 건, 신도들이 헌금한 돈을 보관하는 헌금함이었습니다.

뜻대로 되지 않자, 이번엔 아예 헌금함을 통째로 들고는 예배당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무게가 제법 나가는 헌금함을 손에 든 채 교회 밖을 나선 남성.

마치 교회 관계자인 것처럼, 너무나도 태연하게 인파 속으로 사라져버렸습니다.

<녹취> 교회 관계자(음성변조) : “나중에 (내부수리 공사) 마무리하려고 와서 봤더니 헌금함이 없어진 거예요. 골목골목 내가 다 다녀봤어요. 그런데 없더라고.”

도난당한 헌금함은 교회에서 800m 정도 떨어진 한 초등학교 앞에서 발견됐습니다.

헌금함 안에 들어있던 35만 원 정도의 돈은 이미 사라진 상황.

<녹취> 교회 관계자(음성변조) : “공사 중에 문을 개방해 놨는데 그런 황당한 일을 당해서 우리는 속이 보통 속이 상하는 게 아니죠.”

백주 대낮에 교회 헌금함을 통째로 훔쳐간 간 큰 도둑은 도대체 누굴까?

수사에 들어간 경찰은 일단, 내부 공사로 어수선한 교회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 범인이 있을 것이라 판단해, CCTV에 찍힌 인상착의를 토대로 탐문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이승원(경장/서울 혜화경찰서 동문 파출소) : “문안 순찰(주민 안부 묻는 순찰)을 하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탐문 식으로 확인이 들어간 거예요. 그러다가 동묘역 주변에서 그 사람을 본 적 있다. 이런 사실이 확인이 되었어요.”

순찰 도중, 유력한 단서를 포착한 경찰.

결국, 몇 차례의 탐문 끝에 용의자를 검거하는 데 성공합니다.

<인터뷰> 이승원(경장/서울 혜화경찰서 동문파출소) : "피의자를 만났을 때 이제 안부를 물어서 안심을 시킨 다음 순찰차 쪽으로 유도를 해서 검거하게 됐습니다.”

경찰의 추궁에 절도 사실을 시인한 30대 남성 박 모씨.

알고 봤더니 박 씨는 얼마 전부터 이 교회에 다니기 시작한 신도였습니다.

<녹취> 교회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 교회 소속돼있는 친구인데, (교회에) 나온 지는 아마 얼마 안 됐다고…….”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특별한 직업이나 소득원 없이 지내오다, 유흥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주석철(팀장/혜화경찰서 강력 2팀) : “자기는 일정한 직업도 없고 노래방을 자주 가는데 돈이 없어서 유흥비 마련 목적으로 훔쳤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최근 들어 부쩍 더 이런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엔 사찰로 한번 가보겠습니다.

두 달 전인 지난 2월 22일 서울의 한 사찰입니다.

한 남성이 대웅전의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비틀거리면서 어딘가로 향하는 남성.

10분을 넘게 주위를 맴돌다, 허리를 숙여 불전함 아랫부분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합니다.

잠시 뒤, 이 남성은 손에 무언가를 집어 들고는 유유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남성이 가져간 건 불전함 안에 들어있던 현금이었습니다.

<녹취> 사찰 관계자(음성변조) : “열두 시 경인가……. 밤에 와서 하고 아침에 가서 보니까 불전함이 털려서 있는 거예요. 돌려놓고 돈만 가져갔으니까 보니까 신발 자국도 있고 불전함이 망가져 있는 거죠.”

절도 사실을 가장 먼저 알게 된 건, 바로 이 절의 주지 스님.

절도범 때문에, 불전함은 물론 대웅전의 문까지 파손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녹취> 사찰 관계자(음성변조) : “이쪽에 문을 이쪽을 통해 들어왔어요. 이쪽 있죠. 이게 아크릴 아닙니까. 이걸 빼서 이걸 쑤셔서 망가뜨린 거예요.”

법당에 함부로 들어와, 불전함에 손을 댄 건 누굴까?

짚이는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바로 얼마 전, 두 번이나 같은 불전함을 털었다 잡혔던 한 40대 남성.

사건 2주 전 쯤, 불전함을 뜯어 10여만 원을 훔쳤다는 이 남성은 다시 일주인 뒤, 만취 상태에서 또다시 불전함에 손을 대다 사찰 관계자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녹취> 사찰 관계자(음성변조) : “(불전함을) 두 번째 고쳐놨는데 걸린 거예요. 대낮에 와서 하다가 걸렸어요. 대낮에 들어와서 나가라 하니까 불전함에 한 번은 소변을 눴더라고요. 그래서 선처했는데 세 번째 온 겁니다.”

두 번의 선처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법당에 침입한 피의자.

경찰은 야간 건조물 침입 절도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를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인터뷰> 김봉환(경사/노원경찰서 강력팀) : “그냥 절에 가면 신도들이 방문하니까 불전함에는 돈이 있다. 그래서 대상으로 삼았다고 진술을 했고요. 노숙 생활을 하다 보니까 현금이 필요했고 돈이 필요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지난 1월에는 전국의 사찰을 돌며 전문적으로 불전함을 털어온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고, 두 달 전에는 수도권 일대 성당을 돌며 상습적으로 헌금을 훔친 20대가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종교시설이 상대적으로 외부인에 대한 경계가 느슨하다보니, 절도범들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겁니다.

<인터뷰> 주석철(팀장/혜화경찰서 강력 2팀) : “아무래도 뭐 개방된 곳이다 보니까 경계는 안하고 다 신도인 줄 아니까 들어가기 쉽죠. 경비도 없고 이러니까 침입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별로 의심을 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표적이 되지 않나…….”

헌금함이나 불전함 주위에 CCTV를 설치하고 있지만, 절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는 실정.

경찰은 종교시설의 각별한 주의를 권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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