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한국은 안전한가?

입력 2015.05.03 (23:24) 수정 2015.05.0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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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던 도시가 한 순간에 폐허로 변했습니다.

무너진 건물과 도로는 사람들을, 또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덮쳤습니다.

<인터뷰> 고팔(네팔 지진 이재민) : "갑자기 지진이 나서 집안에서 아무 것도 못 챙기고 도망쳤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도시는 사실상 마비 상태.

그저 죽은 자들의 무덤, 산 자들에겐 지옥일 뿐입니다.

<인터뷰> 건가르(네팔 지진 이재민) : "부모님도 아이들도 다 죽고 혼자 남았어요. 집도 무너졌는데 살아서 뭐하겠어요?"

계속되는 여진 공포에 전염병까지 우려되는 상황.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거리로 나앉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녹취> 이해동(네팔 한인회 사무총장) : "네팔 정부에서 72시간 동안은 건물 내에서 주거하는 것을 자제시켰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은 지금도 비가 오는 상태인데 운동장이나 공터에 모여서 텐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도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녹취> "재킷 밑으로 들어가. 괜찮아?"

<녹취> "응"

지진 당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있던 등반객은 모두 천여 명.

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지는 눈사태에 수백 명의 생사는 아직까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엄홍길(산악인) : "고산 지대에 고립돼 있으면 굉장히 위험한 거죠. 시간이 갈수록 거기는 식량이고 연료고, 그러면 이제 온도도 더 떨어지고 체력도 소진되고 굉장히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죠. 밑에서 길을 뚫고 만들고 올라가지 않으면 위에서 내려오기란 상당히 위험한 거거든요. 지금."

사망자만 최대 만 여명에 이를 수 있다는 대참사로 기록될 네팔 지진.

그러나 충분히 예고된 재앙이었습니다.

지난 2010년, 3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아이티 대지진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다음 차례로 네팔을 꼽았습니다.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 2008년 중국 쓰촨성, 2010년 아이티, 2011년 일본 대지진 등 최근 발생한 대형 지진은 대부분 두 지각판이 맞닿은 경계에서 일어났습니다.

지각판끼리 충돌해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힘이 쌓이면 지각이 튕겨져 나가면서 지진이 발생하는 겁니다.

네팔 역시 두 개의 거대한 지각판인 인도판과 유라시아판 경계에 놓여 옛부터 지진이 잦았습니다.

<인터뷰> 브라이언 터커(지진학자) : "기본적으로 이 지역은 인도가 네팔, 티벳과 충돌하는 지역이므로 히말라야가 상승하는한 지진은 계속 일어날 겁니다."

실제로 참사 일주일 전, 세계 각 국의 지진학자 50여 명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모여 지진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네팔은 아무런 대책 없이 속수무책으로 지진을 맞았습니다.

견고하게 서있던 건물 바닥이 갑자기 흔들립니다.

벽면엔 금이 가고 점차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그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이렇듯 지진은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들이닥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런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할까요?

국내 지진 발생 가능성과 대비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인터뷰> 박지수(서울 반포동) : "여태까지 피해가 난 적이 없어가지고 그렇게 위험하다고까진..."

<인터뷰> 조혜수(서울 논현동) : "일본이나 중국이 많이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위기감이나 그런 걸 느낀 것 같지는 않아요."

<인터뷰> 김연수(부산시 하남동) :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지진이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

'우리나라는 대체로 안전하다' 대부분 시민들의 생각입니다.

그동안 한반도는 지각판끼리 맞닿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판 내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지진이 관측되고 있고, 발생 건수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1980년대 16번이였던 연 평균 지진 발생 건수는 2000년대엔 44번, 2010년 이후엔 58번으로 증가했습니다.

1978년 기상대 관측 이후 규모 5 이상의 지진도 5차례, 특히 2000년 이후 3차례나 발생했습니다.

규모가 5면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과 창문이 깨지는 피해가 발생합니다.

<인터뷰> 유용규(기상청) : "규모가 제일 컸던 것은요. 1980년에 의주-삭주에서 5.3이 가장 크게 나타났고요. (최근에는) 1년에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지진은 약 10회 정도 발생을 하고 있습니다."

지진 기록은 사료에도 남아 있습니다.

조선시대 인조 21년, 진주.

또, 현종 9월에는 평양에서 집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규모 7에 육박하는 지진이 수 차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규모 7은 건물 벽이 무너지고 교량이 뒤틀리는 정도의 강도입니다.

5년 전 발생한 아이티 대지진이 규모 7이었습니다.

<인터뷰> 유용규(기상청) : "옛날 지진 역사 목록을 보면 큰 규모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지진의 결코 안전지대라고 볼 수는 없는거죠."

실제로 우리나라처럼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지각판 내부에서도 해마다 전 세계 지진의 15%가 발생합니다.

지난 1976년, 26만 명의 사망자를 낸 중국 탕산 대지진도 판 내부에서 일어난 지진이었습니다.

여기에다 4년 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서해에 거대한 활성단층이 생겨 지진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홍태경(연세대 교수) : "한반도는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끌려가는 일이 벌어지거든요. 얘가 갑자기 끌려가면서 과거에 100이라는 힘이 작용했을 때 지진이 날 게 얘가 갑자기 100이라는 힘이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지진이 발생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대비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이번 네팔 지진은 내진 설계가 전혀 되지 않은 허름한 주택이 많아 피해를 키웠습니다.

지난 1984년에 지어진 증평군청.

건물 안 벽면에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댐퍼, 즉 진동 에너지 흡수 장치가 5개 설치돼 있습니다.

<녹취> "진동이 오면 얘가 사선으로 잡아주는.."

증평군은 지난해 초 내진 성능 평가 결과 보강 필요성이 제기돼, 곧바로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녹취> 정종석(증평군청 재산관리팀장) : "주변 국가가 강진으로 인해서 피해가 많고 그래서 작년 3월에 내진 성능 평가를 했습니다. 그래서 평가 결과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설물 설치에 들어간 비용은 1억 5천만 원.

공사 이후 이 건물은 규모 6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는 내진 성능을 갖추게 됐습니다.

<녹취> 이두원(증평군청 주무관) : "예전에는 6 규모의 강진이 오면 건물이 붕괴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같은 경우에는 거주 가능한 상태까지 향상시켜놓은 상태입니다."

국내 내진 설계는 지난 1988년 처음 법으로 규정된 이후, 현재는 높이 3층 이상, 연면적 1000제곱미터 이상 건축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30만 7천여 동이 여기에 해당하지만, 이 가운데 약 40%, 12만 2천 동에는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습니다.

특히 1000만 인구가 밀집한 서울의 경우, 내진 설계 대상 9만 5천여 동 가운데 63%가 내진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전국 꼴찌입니다.

<인터뷰> 김재관(서울대 교수) : "민간이 자발적으로 (내진 설계 보강)을 하게 유도를 하고 있는데 그 투자를 잘 하려고 하지 않죠.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소방방재청의 예측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지하 10km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하면, 10분 만에 2만 3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합니다.

이재민도 2만 6천여 명, 건물은 1,470여 동이 완전히 파괴되고 19만 동이 반파, 또는 부분 파손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서울 한복판 중구에서 규모 7의 지진이 일어나면 67만 명이 사망할 것이란 예측도 있습니다.

<인터뷰> 정길호(국민안전처 지진방재과장) : "지진은 다른 재난하고 달리 예고 없이 곧바로 발생하고 일단 발생하면 광역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한.."

최근 속속 들어서고 있는 초고층 건물들.

일반적으로 규모 6~7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높다고 무조건 위험한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벽돌이나 블록 재료를 많이 쓰는 단독 주택이 지진에는 가장 취약합니다.

이번 네팔 지진의 경우에도 낮은 벽돌 건물들이 많아 피해가 커졌습니다.

<인터뷰> 김재관(서울대 교수) : "현재 내진 설계 기준에서는 3층 이상 건물만 법정 내진 설계 대상으로 돼 있는데 대부분의 인명 손상은 저층 구조물 파괴에서 생성됩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으면 중저층 구조물이 위험하다고 볼 수 있죠."

4층짜리 학교 외벽 이곳 저곳에 커다란 장비가 설치돼 있습니다.

지진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대형 댐퍼입니다.

<인터뷰> 유영찬(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 "지진의 충격을 흡수, 분산하는 그런 기능을 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자동차에서 주행시에 충격이 발생하면 그것을 흡수하는 장치 '쇼크 옵서버' 기능을 하는 것이 댐퍼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학교는 지진에 무방비 상태입니다.

전국 초.중등학교 건물 가운데 내진 설계가 필요한 건물은 총 2만3천여 동.

그러나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이 가운데 29%만이 내진 설계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 건물 10동 가운데 7동은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유영찬(건설기술연구원) : "어린 아이들은 특히 지진에 대해서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더 안전하게 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지진이 어떤 지역에 발생했을 경우에 이 건물을 나중에 재해를 대피하기 위한 대피소, 또느 구호소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더 안전하게 설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한강 위 철교로 지하철이 지나다닙니다.

지난 2001년에 건립된 이 철교는 규모 6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 곳 뿐입니다.

그 이전에 지어진 서울시내 6개 지하철 철교는 아직 내진 성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박철성(서울메트로 토목관리팀장) : "대림 철교는 발주를 해서 공사를 하고 있고요. 나머지 교량은 2019년까지 다 완료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공공 시설물 31종에 대한 내진 보강 계획을 세워 시행중입니다.

지난달 말 국민안전처가 공개한 내진 보강 현황.

내진 설계가 필요한 시설물 12만7천여 동 가운데 40%만이 내진 성능을 갖춘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특히 공공 건축물과 고속철도는 내진율이 16%밖에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사업을 시행하는 기관들이 내진 설계를 보강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다는 겁니다.

때문에 최근 3년간 내진율은 2.8% 증가하는데 그쳤고, 지난해 투입된 예산은 3년 전보다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녹취> 국민안전처 관계자(변조) :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다 보니까 예산 확보가 각 소관 부처별로 사실상 여의치 않습니다. 추진이 그렇게 원활하지는 않습니다. 실제적으로."

4년 전, 2만 명 가까운 생명을 앗아간 동일본 대지진.

지진 발생 후 들이닥친 쓰나미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서 현재까지도 그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죽음의 땅이 돼 버린 후쿠시마. 이젠 아무도 그곳을 찾지 않습니다.

<인터뷰> 곤노 미키코(박석호'창') : "(왜 여기서 안 사세요?) 방사선 때문에요. 이 곳에서는 못살아요."

국내에서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모두 23기.

모두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를 갖췄습니다.

<녹취>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내진 성능을 재평가하여서 설계 기준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비 향상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 요소도 존재합니다.

원전 전체 23기 중 11기가 경북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이 곳은 활성단층이 지나가 국내에서 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과 맞물립니다.

<인터뷰> 홍태경(연세대 교수) : "우리나라 동해의 동쪽하고 일본하고 만나는 쪽이 일본 서해안이잖아요. 이곳에서는 규모 7정도 되는 역단층 지진들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우리나라도) 울진 앞바다에 그 긴 단층이 굉장히 걱정스럽다는 거고요."

지표에 GPS를 설치해 땅의 뒤틀림을 살피고, 대지진의 주기를 계산하고, 동물의 감각까지 연구합니다.

전문가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지진 예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일단 지진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빠른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곳은 일본.

지진이 발생하면 계측기가 진동을 관측하는 것에서부터 경보를 울리는 데까지 단 1초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녹취> "긴급 지진 속보입니다. 강한 진동에 경계해 주십시오."

우리나라의 경우, 규모 5.0 이상의 지진 발생시 50초 안에 경보가 자동으로 발령됩니다.

올해 지진관측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기존 2분이던 경보 발령 시간이 1분 이상 빨라졌습니다.

<인터뷰> 유용규(기상청) : "지진이 나버렸는데 수술을 하면 큰일 나는 거잖습니까. 그런거라든지 KTX가 (철로가) 이미 파괴됐는데 거기를 그 속도로 가버릴 수 있지 않습니까. 어디든지. 그런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기상청은 2020년까지 전국의 관측소를 314개로 늘려 경보 발령 시간을 10초 이내로 단축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진 관측 장비만 해도 가동중인 127대 가운데 40%가 넘는 54대가 내구 연한인 9년을 넘겼지만, 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13% 줄었습니다.

<인터뷰> 기상청 관계자(변조) : "(대지진 같은) 이런 일이 있을 때만 인력을 늘려주겠다고 하고 정작 가서 인력은 또 안 늘어나는거죠 또. 예산 측면에서는 조금씩 삭감되는 거죠."

<녹취> "지진이야"

책상에 둘러앉아 있던 학생들이 서둘러 책상 밑으로 몸을 피합니다.

<녹취> "건물 붕괴까지 10초 남았습니다. 아직까지 밖으로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서둘러 주십시오."

흔들림이 잠시 멈추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침착하게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인터뷰> 문현석(학생) : "뉴스로 봤을 때는 별거 아니겠다는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서 직접 체험을 해보니까 그런 상황이 닥치면 좀 위험하겠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일단 지진이 일어나면 적절한 곳으로 빨리 대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는 반복된 훈련으로 체화돼 있어야 합니다.

대지진이 일어나면 거대한 지진 해일이 덮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와카야마현.

초등학생들이 고지대로 대피하는 연습을 반복합니다.

<인터뷰> 초등학교 6학년 : "지진해일이 왔을때 목숨은 건지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훈련했습니다."

지난해 8월,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이 곳에서도 훈련은 상시적입니다.

1년에 한 번, 연례 행사로 치르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납니다.

<인터뷰> 김재관(서울대 교수) : "모든 재난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훈련은 중요합니다. 훈련을 경험한 것과 안한 것과는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큰 차이가 있다고 하죠."

지진이 일상화된 일본은 철저한 대비로 지진 공포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지난 1995년 1월, 단 20초 만에 6천명의 생명을 앗아간 한신 대지진.

이후 일본의 지진 대비 시스템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모두 3차례에 걸쳐 건축 기준법을 바꿨습니다.

낡은 집들은 내진 설계가 적용된 현대식 주택으로 개조됐고, 고속도로 철근 강도는 3배 더 단단해졌습니다.

총리 관저에는 24시간 위기관리센터가 설치됐습니다.

그러나 규모 9의 엄청난 강진과 쓰나미 앞에선 속수무책.

또 다시 큰 상처를 입은 일본은 방조제를 더 높이고 1억 달러를 들여 GPS 100개를 추가하는 등 방재 대책을 강화했습니다.

<인터뷰> 가네코 미카(시미즈 기술연구소장) :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예상을 넘는 강한 지진에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게 됐습니다."

네팔에서 조만간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네팔 지진을 프랑스 연구팀이 정확하게 예측한 데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의 뒷받침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 국가들도 지진과 쓰나미 연구개발에 한해 수억 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브라이언 터커(지진학자) : "진정한 비극은 이같은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기가 아주 쉬웠다는 겁니다. 또 우리가 충분한 개선 노력을 하지 못했고 그래서 최근 며칠간 발생한 많은 사망자를 막지 못했다는 게 진정한 비극입니다."

<녹취> 람 두랄 싱(이재민) : "만약에 지진이 다시 나면 도망갈 기회도 없이 매장될 수 있잖아요. 나와 우리 가족은 집으로 안 돌아갈 겁니다."

<인터뷰> 홍태경(연세대 교수) : "태풍이 분다고 해서 수천명이 한꺼번에 사망하거나 그런 일은 없잖아요. 가뭄이 와서 그런 것도 없고. 그러니까 이렇게 일회성 이벤트로 거대한 재해를 만들어 내는 건 (지진이) 거의 유일합니다."

일단 발생하면 큰 참사로 이어지는 대지진.

한국도 예외라는 법은 없습니다.

예고없이 닥치는 대 재앙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은 철저한 대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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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지진…한국은 안전한가?
    • 입력 2015-05-03 23:45:57
    • 수정2015-05-04 00:26:15
    취재파일K
평화롭던 도시가 한 순간에 폐허로 변했습니다.

무너진 건물과 도로는 사람들을, 또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덮쳤습니다.

<인터뷰> 고팔(네팔 지진 이재민) : "갑자기 지진이 나서 집안에서 아무 것도 못 챙기고 도망쳤는데 너무 무서웠어요."

도시는 사실상 마비 상태.

그저 죽은 자들의 무덤, 산 자들에겐 지옥일 뿐입니다.

<인터뷰> 건가르(네팔 지진 이재민) : "부모님도 아이들도 다 죽고 혼자 남았어요. 집도 무너졌는데 살아서 뭐하겠어요?"

계속되는 여진 공포에 전염병까지 우려되는 상황.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거리로 나앉은 사람들은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녹취> 이해동(네팔 한인회 사무총장) : "네팔 정부에서 72시간 동안은 건물 내에서 주거하는 것을 자제시켰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은 지금도 비가 오는 상태인데 운동장이나 공터에 모여서 텐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도 힘없이 무너졌습니다.

<녹취> "재킷 밑으로 들어가. 괜찮아?"

<녹취> "응"

지진 당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있던 등반객은 모두 천여 명.

하루에도 몇 번씩 이어지는 눈사태에 수백 명의 생사는 아직까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뷰> 엄홍길(산악인) : "고산 지대에 고립돼 있으면 굉장히 위험한 거죠. 시간이 갈수록 거기는 식량이고 연료고, 그러면 이제 온도도 더 떨어지고 체력도 소진되고 굉장히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는 것이죠. 밑에서 길을 뚫고 만들고 올라가지 않으면 위에서 내려오기란 상당히 위험한 거거든요. 지금."

사망자만 최대 만 여명에 이를 수 있다는 대참사로 기록될 네팔 지진.

그러나 충분히 예고된 재앙이었습니다.

지난 2010년, 30만 명의 사망자를 낸 아이티 대지진 이후 많은 전문가들은 다음 차례로 네팔을 꼽았습니다.

지난 2004년 인도네시아, 2008년 중국 쓰촨성, 2010년 아이티, 2011년 일본 대지진 등 최근 발생한 대형 지진은 대부분 두 지각판이 맞닿은 경계에서 일어났습니다.

지각판끼리 충돌해 견딜 수 없는 수준까지 힘이 쌓이면 지각이 튕겨져 나가면서 지진이 발생하는 겁니다.

네팔 역시 두 개의 거대한 지각판인 인도판과 유라시아판 경계에 놓여 옛부터 지진이 잦았습니다.

<인터뷰> 브라이언 터커(지진학자) : "기본적으로 이 지역은 인도가 네팔, 티벳과 충돌하는 지역이므로 히말라야가 상승하는한 지진은 계속 일어날 겁니다."

실제로 참사 일주일 전, 세계 각 국의 지진학자 50여 명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모여 지진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거듭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네팔은 아무런 대책 없이 속수무책으로 지진을 맞았습니다.

견고하게 서있던 건물 바닥이 갑자기 흔들립니다.

벽면엔 금이 가고 점차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어디로 가야할지,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고 그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이렇듯 지진은 예고 없이 기습적으로 들이닥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런 지진의 위험으로부터 얼마나 안전할까요?

국내 지진 발생 가능성과 대비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인터뷰> 박지수(서울 반포동) : "여태까지 피해가 난 적이 없어가지고 그렇게 위험하다고까진..."

<인터뷰> 조혜수(서울 논현동) : "일본이나 중국이 많이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위기감이나 그런 걸 느낀 것 같지는 않아요."

<인터뷰> 김연수(부산시 하남동) :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지진이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

'우리나라는 대체로 안전하다' 대부분 시민들의 생각입니다.

그동안 한반도는 지각판끼리 맞닿은 중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판 내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지진이 관측되고 있고, 발생 건수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1980년대 16번이였던 연 평균 지진 발생 건수는 2000년대엔 44번, 2010년 이후엔 58번으로 증가했습니다.

1978년 기상대 관측 이후 규모 5 이상의 지진도 5차례, 특히 2000년 이후 3차례나 발생했습니다.

규모가 5면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과 창문이 깨지는 피해가 발생합니다.

<인터뷰> 유용규(기상청) : "규모가 제일 컸던 것은요. 1980년에 의주-삭주에서 5.3이 가장 크게 나타났고요. (최근에는) 1년에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지진은 약 10회 정도 발생을 하고 있습니다."

지진 기록은 사료에도 남아 있습니다.

조선시대 인조 21년, 진주.

또, 현종 9월에는 평양에서 집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현재 기준으로 봤을 때 규모 7에 육박하는 지진이 수 차례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규모 7은 건물 벽이 무너지고 교량이 뒤틀리는 정도의 강도입니다.

5년 전 발생한 아이티 대지진이 규모 7이었습니다.

<인터뷰> 유용규(기상청) : "옛날 지진 역사 목록을 보면 큰 규모가 발생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지진의 결코 안전지대라고 볼 수는 없는거죠."

실제로 우리나라처럼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지각판 내부에서도 해마다 전 세계 지진의 15%가 발생합니다.

지난 1976년, 26만 명의 사망자를 낸 중국 탕산 대지진도 판 내부에서 일어난 지진이었습니다.

여기에다 4년 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서해에 거대한 활성단층이 생겨 지진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홍태경(연세대 교수) : "한반도는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끌려가는 일이 벌어지거든요. 얘가 갑자기 끌려가면서 과거에 100이라는 힘이 작용했을 때 지진이 날 게 얘가 갑자기 100이라는 힘이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지진이 발생하는 거예요."

그렇다면 대비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이번 네팔 지진은 내진 설계가 전혀 되지 않은 허름한 주택이 많아 피해를 키웠습니다.

지난 1984년에 지어진 증평군청.

건물 안 벽면에 지진을 견딜 수 있는 댐퍼, 즉 진동 에너지 흡수 장치가 5개 설치돼 있습니다.

<녹취> "진동이 오면 얘가 사선으로 잡아주는.."

증평군은 지난해 초 내진 성능 평가 결과 보강 필요성이 제기돼, 곧바로 공사에 착수했습니다.

<녹취> 정종석(증평군청 재산관리팀장) : "주변 국가가 강진으로 인해서 피해가 많고 그래서 작년 3월에 내진 성능 평가를 했습니다. 그래서 평가 결과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고 해서.."

시설물 설치에 들어간 비용은 1억 5천만 원.

공사 이후 이 건물은 규모 6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는 내진 성능을 갖추게 됐습니다.

<녹취> 이두원(증평군청 주무관) : "예전에는 6 규모의 강진이 오면 건물이 붕괴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 같은 경우에는 거주 가능한 상태까지 향상시켜놓은 상태입니다."

국내 내진 설계는 지난 1988년 처음 법으로 규정된 이후, 현재는 높이 3층 이상, 연면적 1000제곱미터 이상 건축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30만 7천여 동이 여기에 해당하지만, 이 가운데 약 40%, 12만 2천 동에는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습니다.

특히 1000만 인구가 밀집한 서울의 경우, 내진 설계 대상 9만 5천여 동 가운데 63%가 내진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전국 꼴찌입니다.

<인터뷰> 김재관(서울대 교수) : "민간이 자발적으로 (내진 설계 보강)을 하게 유도를 하고 있는데 그 투자를 잘 하려고 하지 않죠. (세금 감면 등) 인센티브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소방방재청의 예측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경기도 광주 남한산성 지하 10km에서 규모 6.3의 지진이 발생하면, 10분 만에 2만 3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합니다.

이재민도 2만 6천여 명, 건물은 1,470여 동이 완전히 파괴되고 19만 동이 반파, 또는 부분 파손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서울 한복판 중구에서 규모 7의 지진이 일어나면 67만 명이 사망할 것이란 예측도 있습니다.

<인터뷰> 정길호(국민안전처 지진방재과장) : "지진은 다른 재난하고 달리 예고 없이 곧바로 발생하고 일단 발생하면 광역적인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대단히 위험한.."

최근 속속 들어서고 있는 초고층 건물들.

일반적으로 규모 6~7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됩니다.

높다고 무조건 위험한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오히려 벽돌이나 블록 재료를 많이 쓰는 단독 주택이 지진에는 가장 취약합니다.

이번 네팔 지진의 경우에도 낮은 벽돌 건물들이 많아 피해가 커졌습니다.

<인터뷰> 김재관(서울대 교수) : "현재 내진 설계 기준에서는 3층 이상 건물만 법정 내진 설계 대상으로 돼 있는데 대부분의 인명 손상은 저층 구조물 파괴에서 생성됩니다. 특히 우리나라 같으면 중저층 구조물이 위험하다고 볼 수 있죠."

4층짜리 학교 외벽 이곳 저곳에 커다란 장비가 설치돼 있습니다.

지진으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대형 댐퍼입니다.

<인터뷰> 유영찬(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 : "지진의 충격을 흡수, 분산하는 그런 기능을 합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자동차에서 주행시에 충격이 발생하면 그것을 흡수하는 장치 '쇼크 옵서버' 기능을 하는 것이 댐퍼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학교는 지진에 무방비 상태입니다.

전국 초.중등학교 건물 가운데 내진 설계가 필요한 건물은 총 2만3천여 동.

그러나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이 가운데 29%만이 내진 설계가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 건물 10동 가운데 7동은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 유영찬(건설기술연구원) : "어린 아이들은 특히 지진에 대해서 즉각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됩니다. 그래서 더 안전하게 설계해야 할 필요성이 있고, 지진이 어떤 지역에 발생했을 경우에 이 건물을 나중에 재해를 대피하기 위한 대피소, 또느 구호소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히 더 안전하게 설계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한강 위 철교로 지하철이 지나다닙니다.

지난 2001년에 건립된 이 철교는 규모 6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도록 내진 설계가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이 곳 뿐입니다.

그 이전에 지어진 서울시내 6개 지하철 철교는 아직 내진 성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인터뷰> 박철성(서울메트로 토목관리팀장) : "대림 철교는 발주를 해서 공사를 하고 있고요. 나머지 교량은 2019년까지 다 완료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공공 시설물 31종에 대한 내진 보강 계획을 세워 시행중입니다.

지난달 말 국민안전처가 공개한 내진 보강 현황.

내진 설계가 필요한 시설물 12만7천여 동 가운데 40%만이 내진 성능을 갖춘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특히 공공 건축물과 고속철도는 내진율이 16%밖에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사업을 시행하는 기관들이 내진 설계를 보강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를 강제할 규정이 없다는 겁니다.

때문에 최근 3년간 내진율은 2.8% 증가하는데 그쳤고, 지난해 투입된 예산은 3년 전보다 40% 가까이 줄었습니다.

<녹취> 국민안전처 관계자(변조) :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다 보니까 예산 확보가 각 소관 부처별로 사실상 여의치 않습니다. 추진이 그렇게 원활하지는 않습니다. 실제적으로."

4년 전, 2만 명 가까운 생명을 앗아간 동일본 대지진.

지진 발생 후 들이닥친 쓰나미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서 현재까지도 그 피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죽음의 땅이 돼 버린 후쿠시마. 이젠 아무도 그곳을 찾지 않습니다.

<인터뷰> 곤노 미키코(박석호'창') : "(왜 여기서 안 사세요?) 방사선 때문에요. 이 곳에서는 못살아요."

국내에서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모두 23기.

모두 규모 6.5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를 갖췄습니다.

<녹취>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 :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내진 성능을 재평가하여서 설계 기준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비 향상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 요소도 존재합니다.

원전 전체 23기 중 11기가 경북 지역에 위치해 있는데, 이 곳은 활성단층이 지나가 국내에서 지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과 맞물립니다.

<인터뷰> 홍태경(연세대 교수) : "우리나라 동해의 동쪽하고 일본하고 만나는 쪽이 일본 서해안이잖아요. 이곳에서는 규모 7정도 되는 역단층 지진들이 많이 발생하거든요. (우리나라도) 울진 앞바다에 그 긴 단층이 굉장히 걱정스럽다는 거고요."

지표에 GPS를 설치해 땅의 뒤틀림을 살피고, 대지진의 주기를 계산하고, 동물의 감각까지 연구합니다.

전문가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지진 예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일단 지진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빠른 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곳은 일본.

지진이 발생하면 계측기가 진동을 관측하는 것에서부터 경보를 울리는 데까지 단 1초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녹취> "긴급 지진 속보입니다. 강한 진동에 경계해 주십시오."

우리나라의 경우, 규모 5.0 이상의 지진 발생시 50초 안에 경보가 자동으로 발령됩니다.

올해 지진관측법이 본격 시행되면서 기존 2분이던 경보 발령 시간이 1분 이상 빨라졌습니다.

<인터뷰> 유용규(기상청) : "지진이 나버렸는데 수술을 하면 큰일 나는 거잖습니까. 그런거라든지 KTX가 (철로가) 이미 파괴됐는데 거기를 그 속도로 가버릴 수 있지 않습니까. 어디든지. 그런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기상청은 2020년까지 전국의 관측소를 314개로 늘려 경보 발령 시간을 10초 이내로 단축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지진 관측 장비만 해도 가동중인 127대 가운데 40%가 넘는 54대가 내구 연한인 9년을 넘겼지만, 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13% 줄었습니다.

<인터뷰> 기상청 관계자(변조) : "(대지진 같은) 이런 일이 있을 때만 인력을 늘려주겠다고 하고 정작 가서 인력은 또 안 늘어나는거죠 또. 예산 측면에서는 조금씩 삭감되는 거죠."

<녹취> "지진이야"

책상에 둘러앉아 있던 학생들이 서둘러 책상 밑으로 몸을 피합니다.

<녹취> "건물 붕괴까지 10초 남았습니다. 아직까지 밖으로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서둘러 주십시오."

흔들림이 잠시 멈추자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침착하게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인터뷰> 문현석(학생) : "뉴스로 봤을 때는 별거 아니겠다는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여기서 직접 체험을 해보니까 그런 상황이 닥치면 좀 위험하겠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요."

일단 지진이 일어나면 적절한 곳으로 빨리 대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는 반복된 훈련으로 체화돼 있어야 합니다.

대지진이 일어나면 거대한 지진 해일이 덮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와카야마현.

초등학생들이 고지대로 대피하는 연습을 반복합니다.

<인터뷰> 초등학교 6학년 : "지진해일이 왔을때 목숨은 건지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훈련했습니다."

지난해 8월,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

이 곳에서도 훈련은 상시적입니다.

1년에 한 번, 연례 행사로 치르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납니다.

<인터뷰> 김재관(서울대 교수) : "모든 재난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훈련은 중요합니다. 훈련을 경험한 것과 안한 것과는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큰 차이가 있다고 하죠."

지진이 일상화된 일본은 철저한 대비로 지진 공포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지난 1995년 1월, 단 20초 만에 6천명의 생명을 앗아간 한신 대지진.

이후 일본의 지진 대비 시스템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모두 3차례에 걸쳐 건축 기준법을 바꿨습니다.

낡은 집들은 내진 설계가 적용된 현대식 주택으로 개조됐고, 고속도로 철근 강도는 3배 더 단단해졌습니다.

총리 관저에는 24시간 위기관리센터가 설치됐습니다.

그러나 규모 9의 엄청난 강진과 쓰나미 앞에선 속수무책.

또 다시 큰 상처를 입은 일본은 방조제를 더 높이고 1억 달러를 들여 GPS 100개를 추가하는 등 방재 대책을 강화했습니다.

<인터뷰> 가네코 미카(시미즈 기술연구소장) :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예상을 넘는 강한 지진에 대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식하게 됐습니다."

네팔에서 조만간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네팔 지진을 프랑스 연구팀이 정확하게 예측한 데는 막대한 예산과 인력의 뒷받침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은 물론 유럽 국가들도 지진과 쓰나미 연구개발에 한해 수억 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습니다.

<인터뷰> 브라이언 터커(지진학자) : "진정한 비극은 이같은 지진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하기가 아주 쉬웠다는 겁니다. 또 우리가 충분한 개선 노력을 하지 못했고 그래서 최근 며칠간 발생한 많은 사망자를 막지 못했다는 게 진정한 비극입니다."

<녹취> 람 두랄 싱(이재민) : "만약에 지진이 다시 나면 도망갈 기회도 없이 매장될 수 있잖아요. 나와 우리 가족은 집으로 안 돌아갈 겁니다."

<인터뷰> 홍태경(연세대 교수) : "태풍이 분다고 해서 수천명이 한꺼번에 사망하거나 그런 일은 없잖아요. 가뭄이 와서 그런 것도 없고. 그러니까 이렇게 일회성 이벤트로 거대한 재해를 만들어 내는 건 (지진이) 거의 유일합니다."

일단 발생하면 큰 참사로 이어지는 대지진.

한국도 예외라는 법은 없습니다.

예고없이 닥치는 대 재앙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길은 철저한 대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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