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선거의 숨겨진 비밀

입력 2015.05.03 (23:49) 수정 2015.05.0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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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조합원 유족(음성변조) : "7년째인가 보다. 사망 신고는 냈는데, 편지가 계속 날아와요"

<녹취> 조합장 당선자/ <녹취> "대한민국 전 농수축협이 다 마찬가진데. 이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잖아요."

<녹취> 조합장 낙선자(음성변조) :"이게 과연 선거라고 볼 수 있습니까? 과거 3.15 (부정) 선거보다 못하다는"

지난 3월 11일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실시됐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역대 선거때마다 되풀이됐던 금품 수수나 후보자 매수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무자격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가했고, 심지어 사망한 사람에게까지 투표권이 주어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애당초 각 조합에 무자격자들이 너무나 많이 있었던 겁니다.

각종 지원 혜택을 받고 있는 농수축협 회원들 가운데 가짜 회원들이 얼마나 되는지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드러난 협동조합의 비밀을 파헤쳤습니다.

탁 트인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어촌 마을.

이 마을에 산다는 한 수협 조합원의 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한참을 헤맨 끝에 그를 안다는 주민을 만났습니다.

<녹취> 숨진 조합원 이웃(음성변조) : (김00 씨 댁이 어디죠?) 걔는 몇 년 전에 죽었는데. (돌아가셨어요?) 예. (언제 돌아가셨어요?) 그게 몇 년 됐는데. 한 4년. (사시던 데가 어디예요?) 저쪽에 보이는 슬레이트집."

이번엔 한 산림조합의 선거인 명부에 올라있던 조합원들을 만나기 위해, 외딴 산골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여기에서도 당사자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녹취> 조합원 유족(음성변조) : " (함00 선생님 댁인가요?) 예. (지금 계신가요?) 안 계세요. 돌아가셨어요. (언제 돌아가셨어요?) 75살에 돌아가셨으니까, 올해로 7년째인가 보다. 사망 신고는 냈는데, 편지가 계속 날아와요."

또 다른 어촌 마을.

무자격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가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앉은 조합원'이라고 불렀습니다.

<녹취> 00수협 조합원(음성변조) : "작업 안하고, 이제 바다에 종사 안 하니까, 우리 어민들 얘기로는 '앉은 조합원'이라고 그래요. 앉아서 그냥 가만히 있는 조합원이라는 거죠."

인근 시군의 수협에서도 무자격자들이 잇따라 발견됩니다.

한 무자격자는 취재진에게 항의합니다.

조합장도 자격이 없는데, 왜 일반 조합원들을 문제 삼느냐고.

<녹취> 00수협 조합원(음성변조) : "그 사람(조합장)도 배를 갖고 있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배를 그만뒀죠. (언제요?) 꽤 오래됐어요. 실질적으로 수협장부터 어민이 아닌데, 그럼 우리같은 밑바닥의 일개 조무래기들인데."

문제의 조합장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배를 안탄지 2-3년 됐는데, 문제가 될 것 같아 작년 말에, 남 몰래 배를 한 척 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00수협 조합장(음성변조) : "선외기, 배를 내 앞으로 내가 하나 만들었죠. 자꾸 A라는 법은 어떻고, B라는 법은 어떻고, C라는 법은 어떻고 하니까, 그런 식으로 자꾸 끼워맞추기를 하니까, 나 역시도 거기에 끼워맞출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사실 확인을 위해 관할 행정 기관을 찾았습니다.

서류상으로는 지난해 10월 29일 작은 배를 한 척 샀다가 올해 3월 3일 원주인에게 되판 것으로 돼 있습니다.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선 1년에 60일 이상 어업에 종사하거나 어업을 경영해하고, 이런 조건을 2년 이상 유지해야합니다.

조합장이 서류상 선주로 돼 있던 기간은 개월수로는 불과 넉 달이지만, 날수로 따져보면, 지난해엔 64일, 올해는 61일이고, 햇수로는 2년입니다.

<녹취> 00수협 조합장(음성변조) : "어쨌든 60일 이상만 어업에 종사하면 되잖아요? 편법을 쓰는지는 몰라도. (그럼 출마용으로 이렇게 구입을 하신 거네요? 실제로 어업을 하실려고 그랬던 건 아니고, 명의만 갖고 계셨던 거네요?) 출마용도 되고 별의별 게 다 안 있겠습니까?"

이쯤되자 의문이 들었습니다.

무자격 조합원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

취재진은 조합원이 2백여 명인 강원도 고성의 작은 수협을 골라 실태 조사를 해 봤습니다.

그러자, 숙박업소 업주, 골재채취업자, 횟집 사장, 공공기관의 직원까지 어업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줄줄이 나타났습니다.

<녹취> 공공기관 직원(음성변조) : "옛날에는 배 탔죠. (옛날에? 언제 하신 거예요?) 꽤 오래됐죠. (여기 근무하신지는?) 여기도 한 21년쯤 됐어요."

이 조합 조합원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100명의 자격 유무를 선거인 명부와 대조해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스스로 무자격자라고 답한 사람이 무려 59명에 달했습니다.

지난 조합장 선거에서 이 조합의 투표율은 97%였고, 불과 47표차로 당락이 갈렸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으로도 선거 결과를 뒤바꿀만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정원선(변호사) : "무자격 조합원들이 행사된 투표 수의 몇 %를 차지하느냐를 떠나서, 일단은 위법한 투표권 행사기 때문에, 당연히 법적 쟁송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실제로 사법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지난 2013년 대전지법 제14민사부는 지난 2010년 실시된 대전원예농협 조합장 선거를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무자격자의 투표는 원천 무효다. 그런데, 무자격 조합원 361명이 투표를 했고, 이는 1~2위간 표차보다 41명이 더 많았다. 따라서, 이 선거는 무효"라는 겁니다.

이런 판례가 있다보니, 무자격 조합원 문제는 이미 곳곳에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경북 의성축협에선 지난 선거 직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합장 당선 무효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7백 명이 넘는 무자격자가 선거인 명부에 포함됐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최양부(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 대표) : "의성축협에 (무자격 조합원이 포함된) 선거인 명부를 수정해 달라고 이의 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 측에서 이것을 묵살했습니다."

이후, 전남 고흥과 강진에서도 무자격 조합원에 대한 고발 사태가 이어졌고, 장흥에선 조합장 당선자가 무자격자라며 조합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습니다.

또, 불과 4표 차로 당락이 갈린 전남 나주의 한 농협에서도 선거 무효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최성록(00농협 소송 제기 조합원(전남 나주)) : "농사에 종사했던 사람이 투표에 참여했더라면 이런 결과는 안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이의를 제기했던 것이고, 지금 32명이라고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숫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무자격 조합원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녹취> 조합장 당선자(음성변조) : "자꾸 선거때만 되면 무자격자 얘기가 나오는데, 지금 대한민국의 전 농수축협이 다 마찬가진데, 이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잖아요?"

지금의 이런 혼란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말 대대적으로 무자격자를 정리했습니다.

농림수협의 전체 조합원 299만 명 가운데 30만 명을 탈퇴시켰습니다.

10명 가운데 1명을 정리한 셈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자격 조합원, 부정 유권자를 뿌리뽑지는 못했습니다.

우선, 조합원들의 입장에선, 자진해서 나갈 이유가 없습니다.

무자격자라고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조합원으로서 온갖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무자격 조합원 가족 : " (배당금이 1년에?) 6%. 은행 이자보다 좋잖아요. 배당금은 6% 넘어요. 이번에도 내가 십 몇만 원인지 이십 몇 만 원인지 받았어요. 그러고 농협 상품권이 20만 원 나오고."

조합의 입장에선 현실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전국의 농림수협 1,389개 가운데, 71개는 적자 조합입니다.

이중에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곳도 있습니다.

조합원이 탈퇴하면, 출자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적자 조합은 돌려줄 돈이 없습니다.

<녹취> 적자조합 직원(음성변조) : "자본 잠식 조합들은 출자금을 내줄 수 없어요. 정부가 내주지 말라는 거예요. 왜? 너희들 돈도 없는데 고객들 예치금 갖고 줄 순 없다는 거죠. 그렇다고 빚을 내서 줄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까 조합원 정리도 못해."

또, 각 조합마다 조합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인원수가 정해져 있는데, 이에 못 미치면, 해산이나 합병 대상이 됩니다.

이러다 보니 작은 조합들은 조합원을 정리하는 척 시늉만 했습니다.

<녹취> 00수협 직원(음성변조) : "다 무자격자예요. 결론은 3분의 1은 자격이 있고, 3분의 2는 자격이 없는 거예요. 거기에 해당되는 사람마다 정비하면 운영이 안됩니다. 운영이. 여긴 시골이다보니까 우리 아버지를 제명시켰다면 평생 대대로 자식까지 원수집니다."

정부도 이런 사정 때문에, 무자격자 문제를 눈 감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녹취> 00농협 직원(음성변조) : "농림부도 조합원을 강하게 (정리) 못하는 이유는 농민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정부 관료나 이런 사람들이 알면 그렇지 않아도 농업 정책에 대해 계속 축소를 하는데, 더 축소를 한다는 거지."

이처럼 관리 감독이 허술하다보니, 일부 조합에서는 조합 직원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머릿수를 늘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00축협 직원(음성변조) : "조합 자본 증대라든가 이런 것 때문에, 이사회에서 직원들을 조합원 가입 하는 걸로 해가지고 쭉 유지가 돼 왔었거든요. 제가 사실 자격은 안 됩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선거인 명부가 조작된 겁니다.

<녹취> 조합장 선거 낙선자(음성변조) : "이번 선거는 사실 선거라고 볼 수 없습니다. 무자격자가 선거를 했고, 또 무자격자가 당선되고, 사망자까지 선거인 명부에 올라가 있고, 이게 과연 선거라고 볼 수 있습니까? 과거 3.15 (부정) 선거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파장이 확산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각 조합에 무자격자를 다시 정비하라는 지침을 시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자율 정비입니다.

일선 조합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녹취> 00수협 직원(음성변조) : "한마디로 생각해서 어입인을 좀 늘려야 되는데, 자꾸만 또 줄여나가는 것도 그렇고, 강제적으로, 몇 십 년씩 우리 조합에 가입한 사람들을 그냥 (탈퇴시키기도 곤란.)"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태로 이미 선거를 치뤘는데, 이건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법대로라면, 무자격자에 의한 선거는 모두 재선거 대상입니다.

하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보니, 경찰이나 검찰은 직접적인 고발이나 이의 제기가 없으면, 나서질 않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들은 선관위로 선관위는 다시 조합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두식(해수부 조합담당) : "선거관리 업무는 선관위에서 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녹취> 중앙선관위 관계자 : "무자격자에 대한 문제는 조합 중앙회 쪽에 문의를 하셔야 맞는 것 같습니다."

무자격자로 조합에 남아 있는 것도, 이를 눈감아주는 것도 모두 불법입니다.

그런데도, 무자격자들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투표장으로 향하고, 정당한 조합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불법이 너무 만연해 있다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모르는 상황. 비정상이 정상이 돼 버린 상황.

바로 지난 조합장 선거의 실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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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합장 선거의 숨겨진 비밀
    • 입력 2015-05-04 00:02:32
    • 수정2015-05-04 00:26:16
    취재파일K
<녹취> 조합원 유족(음성변조) : "7년째인가 보다. 사망 신고는 냈는데, 편지가 계속 날아와요"

<녹취> 조합장 당선자/ <녹취> "대한민국 전 농수축협이 다 마찬가진데. 이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잖아요."

<녹취> 조합장 낙선자(음성변조) :"이게 과연 선거라고 볼 수 있습니까? 과거 3.15 (부정) 선거보다 못하다는"

지난 3월 11일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실시됐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역대 선거때마다 되풀이됐던 금품 수수나 후보자 매수와는 전혀 차원이 다른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무자격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가했고, 심지어 사망한 사람에게까지 투표권이 주어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애당초 각 조합에 무자격자들이 너무나 많이 있었던 겁니다.

각종 지원 혜택을 받고 있는 농수축협 회원들 가운데 가짜 회원들이 얼마나 되는지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습니다.

동시조합장선거를 통해 드러난 협동조합의 비밀을 파헤쳤습니다.

탁 트인 동해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작은 어촌 마을.

이 마을에 산다는 한 수협 조합원의 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한참을 헤맨 끝에 그를 안다는 주민을 만났습니다.

<녹취> 숨진 조합원 이웃(음성변조) : (김00 씨 댁이 어디죠?) 걔는 몇 년 전에 죽었는데. (돌아가셨어요?) 예. (언제 돌아가셨어요?) 그게 몇 년 됐는데. 한 4년. (사시던 데가 어디예요?) 저쪽에 보이는 슬레이트집."

이번엔 한 산림조합의 선거인 명부에 올라있던 조합원들을 만나기 위해, 외딴 산골 마을을 찾아갔습니다.

여기에서도 당사자는 만날 수 없었습니다.

<녹취> 조합원 유족(음성변조) : " (함00 선생님 댁인가요?) 예. (지금 계신가요?) 안 계세요. 돌아가셨어요. (언제 돌아가셨어요?) 75살에 돌아가셨으니까, 올해로 7년째인가 보다. 사망 신고는 냈는데, 편지가 계속 날아와요."

또 다른 어촌 마을.

무자격자들이 대거 투표에 참가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를 '앉은 조합원'이라고 불렀습니다.

<녹취> 00수협 조합원(음성변조) : "작업 안하고, 이제 바다에 종사 안 하니까, 우리 어민들 얘기로는 '앉은 조합원'이라고 그래요. 앉아서 그냥 가만히 있는 조합원이라는 거죠."

인근 시군의 수협에서도 무자격자들이 잇따라 발견됩니다.

한 무자격자는 취재진에게 항의합니다.

조합장도 자격이 없는데, 왜 일반 조합원들을 문제 삼느냐고.

<녹취> 00수협 조합원(음성변조) : "그 사람(조합장)도 배를 갖고 있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배를 그만뒀죠. (언제요?) 꽤 오래됐어요. 실질적으로 수협장부터 어민이 아닌데, 그럼 우리같은 밑바닥의 일개 조무래기들인데."

문제의 조합장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배를 안탄지 2-3년 됐는데, 문제가 될 것 같아 작년 말에, 남 몰래 배를 한 척 구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00수협 조합장(음성변조) : "선외기, 배를 내 앞으로 내가 하나 만들었죠. 자꾸 A라는 법은 어떻고, B라는 법은 어떻고, C라는 법은 어떻고 하니까, 그런 식으로 자꾸 끼워맞추기를 하니까, 나 역시도 거기에 끼워맞출 수밖에 더 있겠습니까?"

사실 확인을 위해 관할 행정 기관을 찾았습니다.

서류상으로는 지난해 10월 29일 작은 배를 한 척 샀다가 올해 3월 3일 원주인에게 되판 것으로 돼 있습니다.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선 1년에 60일 이상 어업에 종사하거나 어업을 경영해하고, 이런 조건을 2년 이상 유지해야합니다.

조합장이 서류상 선주로 돼 있던 기간은 개월수로는 불과 넉 달이지만, 날수로 따져보면, 지난해엔 64일, 올해는 61일이고, 햇수로는 2년입니다.

<녹취> 00수협 조합장(음성변조) : "어쨌든 60일 이상만 어업에 종사하면 되잖아요? 편법을 쓰는지는 몰라도. (그럼 출마용으로 이렇게 구입을 하신 거네요? 실제로 어업을 하실려고 그랬던 건 아니고, 명의만 갖고 계셨던 거네요?) 출마용도 되고 별의별 게 다 안 있겠습니까?"

이쯤되자 의문이 들었습니다.

무자격 조합원이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걸까?

취재진은 조합원이 2백여 명인 강원도 고성의 작은 수협을 골라 실태 조사를 해 봤습니다.

그러자, 숙박업소 업주, 골재채취업자, 횟집 사장, 공공기관의 직원까지 어업과는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줄줄이 나타났습니다.

<녹취> 공공기관 직원(음성변조) : "옛날에는 배 탔죠. (옛날에? 언제 하신 거예요?) 꽤 오래됐죠. (여기 근무하신지는?) 여기도 한 21년쯤 됐어요."

이 조합 조합원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100명의 자격 유무를 선거인 명부와 대조해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스스로 무자격자라고 답한 사람이 무려 59명에 달했습니다.

지난 조합장 선거에서 이 조합의 투표율은 97%였고, 불과 47표차로 당락이 갈렸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으로도 선거 결과를 뒤바꿀만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정원선(변호사) : "무자격 조합원들이 행사된 투표 수의 몇 %를 차지하느냐를 떠나서, 일단은 위법한 투표권 행사기 때문에, 당연히 법적 쟁송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요."

실제로 사법부도 같은 판단을 내렸습니다.

지난 2013년 대전지법 제14민사부는 지난 2010년 실시된 대전원예농협 조합장 선거를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무자격자의 투표는 원천 무효다. 그런데, 무자격 조합원 361명이 투표를 했고, 이는 1~2위간 표차보다 41명이 더 많았다. 따라서, 이 선거는 무효"라는 겁니다.

이런 판례가 있다보니, 무자격 조합원 문제는 이미 곳곳에서 법정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습니다.

경북 의성축협에선 지난 선거 직후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합장 당선 무효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7백 명이 넘는 무자격자가 선거인 명부에 포함됐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최양부(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 대표) : "의성축협에 (무자격 조합원이 포함된) 선거인 명부를 수정해 달라고 이의 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 측에서 이것을 묵살했습니다."

이후, 전남 고흥과 강진에서도 무자격 조합원에 대한 고발 사태가 이어졌고, 장흥에선 조합장 당선자가 무자격자라며 조합장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습니다.

또, 불과 4표 차로 당락이 갈린 전남 나주의 한 농협에서도 선거 무효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인터뷰> 최성록(00농협 소송 제기 조합원(전남 나주)) : "농사에 종사했던 사람이 투표에 참여했더라면 이런 결과는 안 나왔을 것이다. 그래서 이의를 제기했던 것이고, 지금 32명이라고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숫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무자격 조합원 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녹취> 조합장 당선자(음성변조) : "자꾸 선거때만 되면 무자격자 얘기가 나오는데, 지금 대한민국의 전 농수축협이 다 마찬가진데, 이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잖아요?"

지금의 이런 혼란은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도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지난해 말 대대적으로 무자격자를 정리했습니다.

농림수협의 전체 조합원 299만 명 가운데 30만 명을 탈퇴시켰습니다.

10명 가운데 1명을 정리한 셈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자격 조합원, 부정 유권자를 뿌리뽑지는 못했습니다.

우선, 조합원들의 입장에선, 자진해서 나갈 이유가 없습니다.

무자격자라고 처벌을 받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조합원으로서 온갖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취> 무자격 조합원 가족 : " (배당금이 1년에?) 6%. 은행 이자보다 좋잖아요. 배당금은 6% 넘어요. 이번에도 내가 십 몇만 원인지 이십 몇 만 원인지 받았어요. 그러고 농협 상품권이 20만 원 나오고."

조합의 입장에선 현실적인 고민이 있습니다.

전국의 농림수협 1,389개 가운데, 71개는 적자 조합입니다.

이중에는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곳도 있습니다.

조합원이 탈퇴하면, 출자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적자 조합은 돌려줄 돈이 없습니다.

<녹취> 적자조합 직원(음성변조) : "자본 잠식 조합들은 출자금을 내줄 수 없어요. 정부가 내주지 말라는 거예요. 왜? 너희들 돈도 없는데 고객들 예치금 갖고 줄 순 없다는 거죠. 그렇다고 빚을 내서 줄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까 조합원 정리도 못해."

또, 각 조합마다 조합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인원수가 정해져 있는데, 이에 못 미치면, 해산이나 합병 대상이 됩니다.

이러다 보니 작은 조합들은 조합원을 정리하는 척 시늉만 했습니다.

<녹취> 00수협 직원(음성변조) : "다 무자격자예요. 결론은 3분의 1은 자격이 있고, 3분의 2는 자격이 없는 거예요. 거기에 해당되는 사람마다 정비하면 운영이 안됩니다. 운영이. 여긴 시골이다보니까 우리 아버지를 제명시켰다면 평생 대대로 자식까지 원수집니다."

정부도 이런 사정 때문에, 무자격자 문제를 눈 감고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녹취> 00농협 직원(음성변조) : "농림부도 조합원을 강하게 (정리) 못하는 이유는 농민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정부 관료나 이런 사람들이 알면 그렇지 않아도 농업 정책에 대해 계속 축소를 하는데, 더 축소를 한다는 거지."

이처럼 관리 감독이 허술하다보니, 일부 조합에서는 조합 직원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머릿수를 늘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녹취> 00축협 직원(음성변조) : "조합 자본 증대라든가 이런 것 때문에, 이사회에서 직원들을 조합원 가입 하는 걸로 해가지고 쭉 유지가 돼 왔었거든요. 제가 사실 자격은 안 됩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선거인 명부가 조작된 겁니다.

<녹취> 조합장 선거 낙선자(음성변조) : "이번 선거는 사실 선거라고 볼 수 없습니다. 무자격자가 선거를 했고, 또 무자격자가 당선되고, 사망자까지 선거인 명부에 올라가 있고, 이게 과연 선거라고 볼 수 있습니까? 과거 3.15 (부정) 선거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파장이 확산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각 조합에 무자격자를 다시 정비하라는 지침을 시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자율 정비입니다.

일선 조합의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녹취> 00수협 직원(음성변조) : "한마디로 생각해서 어입인을 좀 늘려야 되는데, 자꾸만 또 줄여나가는 것도 그렇고, 강제적으로, 몇 십 년씩 우리 조합에 가입한 사람들을 그냥 (탈퇴시키기도 곤란.)"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태로 이미 선거를 치뤘는데, 이건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법대로라면, 무자격자에 의한 선거는 모두 재선거 대상입니다.

하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보니, 경찰이나 검찰은 직접적인 고발이나 이의 제기가 없으면, 나서질 않고 있습니다.

정부 부처들은 선관위로 선관위는 다시 조합으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두식(해수부 조합담당) : "선거관리 업무는 선관위에서 전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녹취> 중앙선관위 관계자 : "무자격자에 대한 문제는 조합 중앙회 쪽에 문의를 하셔야 맞는 것 같습니다."

무자격자로 조합에 남아 있는 것도, 이를 눈감아주는 것도 모두 불법입니다.

그런데도, 무자격자들은 별다른 죄의식 없이 투표장으로 향하고, 정당한 조합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습니다.

불법이 너무 만연해 있다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모르는 상황. 비정상이 정상이 돼 버린 상황.

바로 지난 조합장 선거의 실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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