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확대경] ‘꿈과 끼 살리자’ 자유학기제 취지 좋지만 현실은?

입력 2015.05.07 (21:22) 수정 2015.05.0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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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는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 꿈 같은 얘기가 전국의 중학생들에게 현실이 됩니다.

중학교 3년 과정 중 한 학기 동안은 시험을 보지 않고, 대신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진로를 모색하는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기 때문인데요.

기대 못지 않게 우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먼저 유승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꿈·끼 살리자” 취지 좋지만…현실은?▼

<리포트>

가스레인지 앞에서 멸치 국물을 우려내고, 도마 위 채소도 썰고.

<녹취> "탁,탁,탁...."

서툰 솜씨지만 직접 요리하는 재미에 실습실이 시끌벅적합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된 '자유학기제' 체험 수업입니다.

<인터뷰> 이유진(당산중 1학년) : "이걸 하면서 흥미도 생기고 이날이 기다려지는 것 같아요."

이 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체험 수업은 모두 21개.

학생들은 수업마다 색다른 세계를 경험합니다.

하지만 내년부터가 걱정입니다.

올해는 외부 지원을 받아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내년에도 외부 지원이 계속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학생들은 학교를 마친 뒤 학원으로 향합니다.

학원들은 학교에서 보지 않는 중간 고사를 학원에서는 볼 수 있다며 학생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음성변조) : "다 같이 안 하면 괜찮은데 결과적으로 사교육하는 데는 계속 하고 있거든요."

시험을 치르지 않아 자녀의 학력 수준을 알 길 없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노린 겁니다.

사교육 시장과의 고리를 끊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불안한 자유학기제…왜?▼

<기자 멘트>

KBS가 입수한 서울의 한 중학교 '자유학기제 운영 계획서'입니다.

'성교육', '공연관람', '떡만들기'.

한 학기 동안 하는 체험 활동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입니다.

왜, 이렇게 프로그램이 부실한 걸까요?

무엇보다 체험 인프라와 전문적인 지도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자유학기제'를 위해 현재 교육 당국이 MOU를 맺은 체험학습기관은 5천 7백여 곳에 불과합니다.

전체 중학생 171만 명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입니다.

전문 강사 초빙도 문제입니다.

강사료는 시간당 3만 원선.

적은 예산도 문제지만, 강사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연락처조차 구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여기에다 97%에 가까운 학교들이 진로 성숙도가 낮은 중학교 1학년 때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게 적절한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본보기로 삼고 있는 아일랜드는 중학교 3학년을 마친 뒤 진로 탐색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너무 어릴 때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면 깊이 있는 프로그램 진행이 어렵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교사 10명 가운데 4명은 '자유학기제'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까지는 1년이 채 남지 않았는데요.

입시에만 쫓기는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찾을 시간을 준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우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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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확대경] ‘꿈과 끼 살리자’ 자유학기제 취지 좋지만 현실은?
    • 입력 2015-05-07 21:23:27
    • 수정2015-05-07 21:58:16
    뉴스 9
<앵커 멘트>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는다.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하지만 내년부터는 이 꿈 같은 얘기가 전국의 중학생들에게 현실이 됩니다.

중학교 3년 과정 중 한 학기 동안은 시험을 보지 않고, 대신 다양한 체험 활동을 통해 진로를 모색하는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기 때문인데요.

기대 못지 않게 우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먼저 유승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꿈·끼 살리자” 취지 좋지만…현실은?▼

<리포트>

가스레인지 앞에서 멸치 국물을 우려내고, 도마 위 채소도 썰고.

<녹취> "탁,탁,탁...."

서툰 솜씨지만 직접 요리하는 재미에 실습실이 시끌벅적합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된 '자유학기제' 체험 수업입니다.

<인터뷰> 이유진(당산중 1학년) : "이걸 하면서 흥미도 생기고 이날이 기다려지는 것 같아요."

이 학교가 운영하고 있는 체험 수업은 모두 21개.

학생들은 수업마다 색다른 세계를 경험합니다.

하지만 내년부터가 걱정입니다.

올해는 외부 지원을 받아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내년에도 외부 지원이 계속될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프로그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학생들은 학교를 마친 뒤 학원으로 향합니다.

학원들은 학교에서 보지 않는 중간 고사를 학원에서는 볼 수 있다며 학생들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뷰> 학부모(음성변조) : "다 같이 안 하면 괜찮은데 결과적으로 사교육하는 데는 계속 하고 있거든요."

시험을 치르지 않아 자녀의 학력 수준을 알 길 없는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노린 겁니다.

사교육 시장과의 고리를 끊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불안한 자유학기제…왜?▼

<기자 멘트>

KBS가 입수한 서울의 한 중학교 '자유학기제 운영 계획서'입니다.

'성교육', '공연관람', '떡만들기'.

한 학기 동안 하는 체험 활동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별다른 특색이 없어 보입니다.

왜, 이렇게 프로그램이 부실한 걸까요?

무엇보다 체험 인프라와 전문적인 지도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자유학기제'를 위해 현재 교육 당국이 MOU를 맺은 체험학습기관은 5천 7백여 곳에 불과합니다.

전체 중학생 171만 명이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입니다.

전문 강사 초빙도 문제입니다.

강사료는 시간당 3만 원선.

적은 예산도 문제지만, 강사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연락처조차 구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여기에다 97%에 가까운 학교들이 진로 성숙도가 낮은 중학교 1학년 때 '자유학기제'를 실시하고 있는데 이게 적절한가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가 본보기로 삼고 있는 아일랜드는 중학교 3학년을 마친 뒤 진로 탐색 기회를 갖고 있습니다.

너무 어릴 때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면 깊이 있는 프로그램 진행이 어렵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다 보니 교사 10명 가운데 4명은 '자유학기제'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자유학기제' 전면 시행까지는 1년이 채 남지 않았는데요.

입시에만 쫓기는 학생들에게 꿈과 끼를 찾을 시간을 준다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우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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