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명품백’ 신고 안하는 게 이득?…세관 검사의 진실
입력 2015.05.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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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연휴에 해외여행 많이 다녀오셨죠? 해외여행 갈 때면 면세점이나 해외 매장에서 유명 브랜드의 가방이나 시계 하나씩은 사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큰마음 먹고 이른바 '명품백' 하나를 지르고 나면, 그때부터 고민과 걱정이 시작됩니다.
“세관 자진 신고를 해야 해? 말아야 해?”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이 세관 신고서를 나눠주면 고민은 더 깊어집니다. 누구는 안 걸리고 무사히 통과했다고 들었는데, 자진 신고하면 손해인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또 세관에 걸리면 가산세가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두렵기도 하고요. 인터넷에는 "포장을 버리고 원래 쓰던 것처럼 들고 오면 된다" "산 물건은 해외 지인에게 선물했다고 하면 된다" "새벽에는 세관도 안 잡는다" "먹지나 은박지로 싸면 엑스레이에서 안 보인다" 등등 온갖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어떻게 세관 검사를 하는지 모든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 세관 검사 지켜보니…
오후 3시 50분, 프랑스 파리에서 오는 대한항공이 착륙하자 인천공항세관 엑스레이 판독실에 빨간 불이 돌기 시작합니다. 수하물이 내려오고 엑스레이를 통과하기 시작하니 20여 명의 엑스레이 판독관들이 일제히 말도 없이 화면에 집중합니다. 엑스레이 화면에서 한 개의 수하물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5초. 그 짧은 시간 동안 판독관들은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 내야 합니다.
“반장님. 1532번에 옐로우 씰 (띠) 붙여주세요”
판독관들은 뭔가 의심이 가는 물건이 있다면 즉시 무전으로 연락해서 수하물에 노란색 테이프를 붙입니다. 노란 씰이 붙은 수하물은 검색대를 지날 때 삐삐삐 소리가 나기 때문에 출국 심사 과정에 자세한 세관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딱 걸린 거죠.
▲ “전부 다 보인다” 엑스레이의 위력
정말 신기했습니다. 1시간 넘게 지켜봐도 취재진은 엑스레이 화면으로는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세관 판독원들은 프라다 가방과 루이비통 지갑, 루이비통 가방 등을 척척 잘도 잡아냈습니다.
적발된 수하물의 엑스레이를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그래도 왜 저 부분이 프라다를 의미하는지, 왜 저걸 보고 루이비통이라고 확신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세관 직원들은 특수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루이비통 가방의 경우 가방의 형태나 모양, 재질 등을 통해 거의 다 적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특유의 로고가 미세하게 엑스레이에 투영돼서 보인다고 합니다. 물론 저희 눈에는 안 보였지만요. 프라다, 샤넬, 구찌 등등 다른 명품 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속으로 된 경우, 로고가 아주 선명하게 보이고요, 로고가 없더라도 각 브랜드 특유의 자물쇠 모양 등으로 대부분 잡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고가 브랜드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세관원들끼리 공부도 한다고 하네요. 인터넷에 떠도는 것처럼 먹지나 은박지로 감싸도 아무 소용 없고요. 아무리 옷으로 둘둘 말아도 전부 다 보인다고 합니다.
▲ 엑스레이로만 잡는걸까?
세관이 엑스레이에만 의존해서 검사를 하는 건 아닙니다. 면세점에서 거래한 내역이나, 해외에서 거액을 사용한 거래 내역 등 자료를 가지고 종합적인 검사를 합니다. 그러니까 마치 예전부터 사용하던 물건처럼 꾸미거나, 몸에 착용하고 들어오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했다고 속여도 빠져나갈 수가 없는 것이지요.
실제로 한 모녀의 경우, 출국 전 면세점에서 6천 달러, 우리 돈으로 6백만 원이 넘는 반지와 목걸이를 구매했는데, 몸에 착용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수하물 엑스레이 검사에서는 적발하지 못했습니다. 면세점 거래 내역을 알고 있던 세관 직원은 중년 여성을 불러 세웠지요. 그랬더니 여행지에서 지인에게 선물로 주었기 때문에 없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검사대 옆에서 기다리던 딸의 몸에서 반지와 목걸이가 발견됐습니다. 이 모녀는 가산세는 물론, 대리 반입으로 처벌까지 받았습니다.
▲ 그냥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던데?
실제로 운 좋게 안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관 검사가 복불복이라는 말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수백만 원 어치를 샀지만 무사히 통과했다는 무용담이 인터넷에 떠도는 것도 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인력과 시간 문제입니다. 유류할증료도 내려가고, 저가 항공사도 등장하고, 엔화 등 다른 나라 화폐 가치까지 떨어지면서 해외 여행이 그야말로 급증하는 추세인데요, 세관 직원들이 일일이 모든 고가품 반입을 적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또 마음 먹고 모든 밀반입을 적발할 경우, 안 그래도 사람 많은 인천 공항에 그야말로 대혼란이 발생할 거라고 합니다. 게다가 고가품 밀반입의 경우 관세청이 거둬들이는 세금의 5% 미만이기 때문에 여기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도 없다고 합니다. 고가품 뿐 아니라 마약이나 담배, 총기류나 도검류, 불법 의약품 등 다른 부분에 대한 검사도 중요하기 때문에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거겠죠. 파리나 홍콩, 하와이 같이 쇼핑이 잦은 곳에 대해서만 그나마 수하물과 소지품까지 전수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 그럼 자진 신고 안 해도 되는 걸까?
세관도 여러분이 사오는 고가의 상품을 100% 다 잡지는 못합니다. 알아도 못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진신고 안 해도 되는 걸까요?
뭐가 더 이득일지, 한번 계산해보겠습니다. 프랑스에서 1,600달러, 우리돈 160만 원짜리 가방을 하나 구입했다고 해보겠습니다. 환율은 간편하게 1,000원 이라고 하고요.
올해부터 면세 한도는 600달러입니다. 그러니까 600달러까지는 세금을 물지 않고 들여올 수 있는 겁니다. 1,600달러짜리 가방이라면 면세 금액인 600달러를 뺀 1,000달러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됩니다. 내야할 세금은 대략 20%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1,000달러의 20%인 200달러, 우리 돈 20만 원 정도인 것이지요.
여러분이 만약에 자진 신고를 한다면 세관에서는 세금의 30%를 감면해줍니다. 감면액 15만 원 한도 내에서요. 그럼 20만 원의 30%인 6만 6천 원을 깎아주는 셈이니 자진 신고 시 내야할 세금은 13만 원 정도가 됩니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고 적발된다면 가산세를 물립니다. 지난해까지는 가산세율이 세금의 30%였는데, 올해부터는 40%로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적발될 경우, 가산세까지 포함해 총 28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2년 새에 3번째 적발되는 거라면, 이른바 '삼진아웃제' 도입으로 가산세가 60%까지 올라갑니다. 내야할 세금이 32만 원이 되는 겁니다.
자진 신고를 했을 때의 세금은 13만 원. 세관에 걸렸을 때 세금은 28만 원에서 32만 원입니다. 자진 신고를 했다면 15만 원에서 19만 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었겠죠.
자진 신고를 하고 마음 편하게 여행을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신고를 하지 않고 마치 도박을 하듯 마음 졸이면서 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결정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연관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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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관 자진 신고를 해야 해? 말아야 해?”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이 세관 신고서를 나눠주면 고민은 더 깊어집니다. 누구는 안 걸리고 무사히 통과했다고 들었는데, 자진 신고하면 손해인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또 세관에 걸리면 가산세가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두렵기도 하고요. 인터넷에는 "포장을 버리고 원래 쓰던 것처럼 들고 오면 된다" "산 물건은 해외 지인에게 선물했다고 하면 된다" "새벽에는 세관도 안 잡는다" "먹지나 은박지로 싸면 엑스레이에서 안 보인다" 등등 온갖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어떻게 세관 검사를 하는지 모든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 세관 검사 지켜보니…
오후 3시 50분, 프랑스 파리에서 오는 대한항공이 착륙하자 인천공항세관 엑스레이 판독실에 빨간 불이 돌기 시작합니다. 수하물이 내려오고 엑스레이를 통과하기 시작하니 20여 명의 엑스레이 판독관들이 일제히 말도 없이 화면에 집중합니다. 엑스레이 화면에서 한 개의 수하물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5초. 그 짧은 시간 동안 판독관들은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 내야 합니다.
“반장님. 1532번에 옐로우 씰 (띠) 붙여주세요”
판독관들은 뭔가 의심이 가는 물건이 있다면 즉시 무전으로 연락해서 수하물에 노란색 테이프를 붙입니다. 노란 씰이 붙은 수하물은 검색대를 지날 때 삐삐삐 소리가 나기 때문에 출국 심사 과정에 자세한 세관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딱 걸린 거죠.
▲ “전부 다 보인다” 엑스레이의 위력
정말 신기했습니다. 1시간 넘게 지켜봐도 취재진은 엑스레이 화면으로는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세관 판독원들은 프라다 가방과 루이비통 지갑, 루이비통 가방 등을 척척 잘도 잡아냈습니다.
적발된 수하물의 엑스레이를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그래도 왜 저 부분이 프라다를 의미하는지, 왜 저걸 보고 루이비통이라고 확신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세관 직원들은 특수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루이비통 가방의 경우 가방의 형태나 모양, 재질 등을 통해 거의 다 적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특유의 로고가 미세하게 엑스레이에 투영돼서 보인다고 합니다. 물론 저희 눈에는 안 보였지만요. 프라다, 샤넬, 구찌 등등 다른 명품 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속으로 된 경우, 로고가 아주 선명하게 보이고요, 로고가 없더라도 각 브랜드 특유의 자물쇠 모양 등으로 대부분 잡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고가 브랜드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세관원들끼리 공부도 한다고 하네요. 인터넷에 떠도는 것처럼 먹지나 은박지로 감싸도 아무 소용 없고요. 아무리 옷으로 둘둘 말아도 전부 다 보인다고 합니다.
▲ 엑스레이로만 잡는걸까?
세관이 엑스레이에만 의존해서 검사를 하는 건 아닙니다. 면세점에서 거래한 내역이나, 해외에서 거액을 사용한 거래 내역 등 자료를 가지고 종합적인 검사를 합니다. 그러니까 마치 예전부터 사용하던 물건처럼 꾸미거나, 몸에 착용하고 들어오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했다고 속여도 빠져나갈 수가 없는 것이지요.
실제로 한 모녀의 경우, 출국 전 면세점에서 6천 달러, 우리 돈으로 6백만 원이 넘는 반지와 목걸이를 구매했는데, 몸에 착용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수하물 엑스레이 검사에서는 적발하지 못했습니다. 면세점 거래 내역을 알고 있던 세관 직원은 중년 여성을 불러 세웠지요. 그랬더니 여행지에서 지인에게 선물로 주었기 때문에 없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검사대 옆에서 기다리던 딸의 몸에서 반지와 목걸이가 발견됐습니다. 이 모녀는 가산세는 물론, 대리 반입으로 처벌까지 받았습니다.
▲ 그냥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던데?
실제로 운 좋게 안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관 검사가 복불복이라는 말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수백만 원 어치를 샀지만 무사히 통과했다는 무용담이 인터넷에 떠도는 것도 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인력과 시간 문제입니다. 유류할증료도 내려가고, 저가 항공사도 등장하고, 엔화 등 다른 나라 화폐 가치까지 떨어지면서 해외 여행이 그야말로 급증하는 추세인데요, 세관 직원들이 일일이 모든 고가품 반입을 적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또 마음 먹고 모든 밀반입을 적발할 경우, 안 그래도 사람 많은 인천 공항에 그야말로 대혼란이 발생할 거라고 합니다. 게다가 고가품 밀반입의 경우 관세청이 거둬들이는 세금의 5% 미만이기 때문에 여기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도 없다고 합니다. 고가품 뿐 아니라 마약이나 담배, 총기류나 도검류, 불법 의약품 등 다른 부분에 대한 검사도 중요하기 때문에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거겠죠. 파리나 홍콩, 하와이 같이 쇼핑이 잦은 곳에 대해서만 그나마 수하물과 소지품까지 전수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 그럼 자진 신고 안 해도 되는 걸까?
세관도 여러분이 사오는 고가의 상품을 100% 다 잡지는 못합니다. 알아도 못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진신고 안 해도 되는 걸까요?
뭐가 더 이득일지, 한번 계산해보겠습니다. 프랑스에서 1,600달러, 우리돈 160만 원짜리 가방을 하나 구입했다고 해보겠습니다. 환율은 간편하게 1,000원 이라고 하고요.
올해부터 면세 한도는 600달러입니다. 그러니까 600달러까지는 세금을 물지 않고 들여올 수 있는 겁니다. 1,600달러짜리 가방이라면 면세 금액인 600달러를 뺀 1,000달러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됩니다. 내야할 세금은 대략 20%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1,000달러의 20%인 200달러, 우리 돈 20만 원 정도인 것이지요.
여러분이 만약에 자진 신고를 한다면 세관에서는 세금의 30%를 감면해줍니다. 감면액 15만 원 한도 내에서요. 그럼 20만 원의 30%인 6만 6천 원을 깎아주는 셈이니 자진 신고 시 내야할 세금은 13만 원 정도가 됩니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고 적발된다면 가산세를 물립니다. 지난해까지는 가산세율이 세금의 30%였는데, 올해부터는 40%로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적발될 경우, 가산세까지 포함해 총 28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2년 새에 3번째 적발되는 거라면, 이른바 '삼진아웃제' 도입으로 가산세가 60%까지 올라갑니다. 내야할 세금이 32만 원이 되는 겁니다.
자진 신고를 했을 때의 세금은 13만 원. 세관에 걸렸을 때 세금은 28만 원에서 32만 원입니다. 자진 신고를 했다면 15만 원에서 19만 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었겠죠.
자진 신고를 하고 마음 편하게 여행을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신고를 하지 않고 마치 도박을 하듯 마음 졸이면서 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결정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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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5-09 09:00:37
징검다리 연휴에 해외여행 많이 다녀오셨죠? 해외여행 갈 때면 면세점이나 해외 매장에서 유명 브랜드의 가방이나 시계 하나씩은 사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큰마음 먹고 이른바 '명품백' 하나를 지르고 나면, 그때부터 고민과 걱정이 시작됩니다.
“세관 자진 신고를 해야 해? 말아야 해?”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승무원들이 세관 신고서를 나눠주면 고민은 더 깊어집니다. 누구는 안 걸리고 무사히 통과했다고 들었는데, 자진 신고하면 손해인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또 세관에 걸리면 가산세가 엄청나다고 들었는데, 두렵기도 하고요. 인터넷에는 "포장을 버리고 원래 쓰던 것처럼 들고 오면 된다" "산 물건은 해외 지인에게 선물했다고 하면 된다" "새벽에는 세관도 안 잡는다" "먹지나 은박지로 싸면 엑스레이에서 안 보인다" 등등 온갖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어떻게 세관 검사를 하는지 모든 과정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 세관 검사 지켜보니…
오후 3시 50분, 프랑스 파리에서 오는 대한항공이 착륙하자 인천공항세관 엑스레이 판독실에 빨간 불이 돌기 시작합니다. 수하물이 내려오고 엑스레이를 통과하기 시작하니 20여 명의 엑스레이 판독관들이 일제히 말도 없이 화면에 집중합니다. 엑스레이 화면에서 한 개의 수하물을 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5초. 그 짧은 시간 동안 판독관들은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아 내야 합니다.
“반장님. 1532번에 옐로우 씰 (띠) 붙여주세요”
판독관들은 뭔가 의심이 가는 물건이 있다면 즉시 무전으로 연락해서 수하물에 노란색 테이프를 붙입니다. 노란 씰이 붙은 수하물은 검색대를 지날 때 삐삐삐 소리가 나기 때문에 출국 심사 과정에 자세한 세관 조사를 받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딱 걸린 거죠.
▲ “전부 다 보인다” 엑스레이의 위력
정말 신기했습니다. 1시간 넘게 지켜봐도 취재진은 엑스레이 화면으로는 가방 안에 뭐가 들었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세관 판독원들은 프라다 가방과 루이비통 지갑, 루이비통 가방 등을 척척 잘도 잡아냈습니다.
적발된 수하물의 엑스레이를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그래도 왜 저 부분이 프라다를 의미하는지, 왜 저걸 보고 루이비통이라고 확신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세관 직원들은 특수 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루이비통 가방의 경우 가방의 형태나 모양, 재질 등을 통해 거의 다 적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특유의 로고가 미세하게 엑스레이에 투영돼서 보인다고 합니다. 물론 저희 눈에는 안 보였지만요. 프라다, 샤넬, 구찌 등등 다른 명품 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속으로 된 경우, 로고가 아주 선명하게 보이고요, 로고가 없더라도 각 브랜드 특유의 자물쇠 모양 등으로 대부분 잡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고가 브랜드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세관원들끼리 공부도 한다고 하네요. 인터넷에 떠도는 것처럼 먹지나 은박지로 감싸도 아무 소용 없고요. 아무리 옷으로 둘둘 말아도 전부 다 보인다고 합니다.
▲ 엑스레이로만 잡는걸까?
세관이 엑스레이에만 의존해서 검사를 하는 건 아닙니다. 면세점에서 거래한 내역이나, 해외에서 거액을 사용한 거래 내역 등 자료를 가지고 종합적인 검사를 합니다. 그러니까 마치 예전부터 사용하던 물건처럼 꾸미거나, 몸에 착용하고 들어오거나, 다른 사람에게 선물했다고 속여도 빠져나갈 수가 없는 것이지요.
실제로 한 모녀의 경우, 출국 전 면세점에서 6천 달러, 우리 돈으로 6백만 원이 넘는 반지와 목걸이를 구매했는데, 몸에 착용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수하물 엑스레이 검사에서는 적발하지 못했습니다. 면세점 거래 내역을 알고 있던 세관 직원은 중년 여성을 불러 세웠지요. 그랬더니 여행지에서 지인에게 선물로 주었기 때문에 없다고 말하더군요. 하지만 검사대 옆에서 기다리던 딸의 몸에서 반지와 목걸이가 발견됐습니다. 이 모녀는 가산세는 물론, 대리 반입으로 처벌까지 받았습니다.
▲ 그냥 빠져나가는 사람도 있던데?
실제로 운 좋게 안 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세관 검사가 복불복이라는 말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 수백만 원 어치를 샀지만 무사히 통과했다는 무용담이 인터넷에 떠도는 것도 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인력과 시간 문제입니다. 유류할증료도 내려가고, 저가 항공사도 등장하고, 엔화 등 다른 나라 화폐 가치까지 떨어지면서 해외 여행이 그야말로 급증하는 추세인데요, 세관 직원들이 일일이 모든 고가품 반입을 적발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또 마음 먹고 모든 밀반입을 적발할 경우, 안 그래도 사람 많은 인천 공항에 그야말로 대혼란이 발생할 거라고 합니다. 게다가 고가품 밀반입의 경우 관세청이 거둬들이는 세금의 5% 미만이기 때문에 여기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도 없다고 합니다. 고가품 뿐 아니라 마약이나 담배, 총기류나 도검류, 불법 의약품 등 다른 부분에 대한 검사도 중요하기 때문에 단속에 한계가 있다는 거겠죠. 파리나 홍콩, 하와이 같이 쇼핑이 잦은 곳에 대해서만 그나마 수하물과 소지품까지 전수조사를 한다고 합니다.
▲ 그럼 자진 신고 안 해도 되는 걸까?
세관도 여러분이 사오는 고가의 상품을 100% 다 잡지는 못합니다. 알아도 못 잡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진신고 안 해도 되는 걸까요?
뭐가 더 이득일지, 한번 계산해보겠습니다. 프랑스에서 1,600달러, 우리돈 160만 원짜리 가방을 하나 구입했다고 해보겠습니다. 환율은 간편하게 1,000원 이라고 하고요.
올해부터 면세 한도는 600달러입니다. 그러니까 600달러까지는 세금을 물지 않고 들여올 수 있는 겁니다. 1,600달러짜리 가방이라면 면세 금액인 600달러를 뺀 1,000달러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됩니다. 내야할 세금은 대략 20%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1,000달러의 20%인 200달러, 우리 돈 20만 원 정도인 것이지요.
여러분이 만약에 자진 신고를 한다면 세관에서는 세금의 30%를 감면해줍니다. 감면액 15만 원 한도 내에서요. 그럼 20만 원의 30%인 6만 6천 원을 깎아주는 셈이니 자진 신고 시 내야할 세금은 13만 원 정도가 됩니다.
자진신고를 하지 않고 적발된다면 가산세를 물립니다. 지난해까지는 가산세율이 세금의 30%였는데, 올해부터는 40%로 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적발될 경우, 가산세까지 포함해 총 28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2년 새에 3번째 적발되는 거라면, 이른바 '삼진아웃제' 도입으로 가산세가 60%까지 올라갑니다. 내야할 세금이 32만 원이 되는 겁니다.
자진 신고를 했을 때의 세금은 13만 원. 세관에 걸렸을 때 세금은 28만 원에서 32만 원입니다. 자진 신고를 했다면 15만 원에서 19만 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었겠죠.
자진 신고를 하고 마음 편하게 여행을 마무리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신고를 하지 않고 마치 도박을 하듯 마음 졸이면서 검사 결과를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결정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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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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