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의 현장, 세계 문화유산 등재?

입력 2015.05.09 (08:20) 수정 2015.05.1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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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관광지로도 유명한 중동의 사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유입되는 물이 줄어서 수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대로 가면 50년 후 사해는 사진에나 남을 것이란 얘깁니다.

여성 패션 모델들은 대부분 비정상적으로 마른 모습인데요.

패션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마른 모델들은 무대에 서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시작합니다.

강제 징용 시설이 포함된 일본 근대 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유력해졌습니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위원회가 등재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 외교 당국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도쿄 특파원을 연결합니다.

이재호 특파원!

<질문>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시설은 모두 23 곳인데 그 가운데 7곳이 문제가 되고 있죠?

<답변>
예,일본 정부는 1850년에서 1910년 사이에 건설된 근대 산업시설 23곳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유네스코에 신청해 놓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7곳은 조선인 5만 8천여 명이 강제 징용돼 혹독한 노역에 시달린 시설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군함도 또는 지옥의 섬이라고 불린 하시마 탄광인데요,

징용자들은 지하 1,000m 해저 갱도에서 바닷물이 흘러 들어오고, 유독가스가 분출되는 극한 상황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강제 노역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또 미쓰비시 중공업의 나가사키 조선소는 전함 등 일본군의 전쟁물자 생산에 강제 동원된 곳입니다.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극한의 노역에 시달리면서 조선인 94명이 숨졌습니다.

<녹취> 다카자네(나가사키대 명예교수) : "(조선인 강제 징용이) 처음에는 모집이라고 했지만, 속여서 데려왔습니다."

이렇게 하시마 탄광이나 나가사키 조선소 등 7곳은 강제 징용 등 어두운 과거사의 현장이라 세계 문화유산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질문>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일본의 근대화를 이룬 이른바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것 아닙니까?

<답변>
예, 일본 정부는 해당 시설들이 1850년부터 1910년 사이에 건설됐기 때문에 2차 대전 때 이뤄진 강제 징용과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정권 차원에서 문화유산 등재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데요,

메이지 유신을 주도했던 야마구치 현 출신인 아베 총리가, 이들 산업 시설들이 당시 서구 식민지가 될 위기에 처했던 일본을 구하고, 근대화의 원동력이 됐다고 예찬하며 독려하고 있는 것 입니다.

이런 논리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월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7월에는 조선인 강제 징용현장인 야하타 제철소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아베 신조(일본 총리) :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향해 힘내세요!"

일본 내에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골든 위크'라고 불리는 이달 초 연휴 기간동안 '미이케'와 '하시마 탄광' 등지에 지난해보다 5배나 많은 일본인들이 찾아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질문>
이번에 유네스코 산하 기관이 등재 권고를 결정한 것이 최종 결정은 아닌데요.

최종 심사에서 문제되는 시설들이 탈락할 가능성은 조금이라도 있습니까?

<답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다음달 말부터 7월 초까지 독일 본에서 회의를 열고,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요.

일단은 등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입니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위원회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린 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최종 단계에서 판정을 번복한 전례가 없기 때문 입니다.

국제기념물 유적위원회는 서양 기술을 일본의 필요와 전통에 맞게 적극적으로 개량해 불과 50년만에 산업화를 달성했다며 세계 문화유산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종 심사를 하게될 세계문화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에는 우리 한국과 일본도 포함돼 있어 치열한 논쟁이 예상됩니다.

위원국 합의로 안건을 처리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견이 있을 경우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됩니다.

<질문>
우리 정부는 등재가 되더라도 강제 징용 시설이란 사실을 병기해 등재하자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렇게 될 수도 있나요?

<답변>
오는 22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외교 당국자 회담에서 이런 우리 정부 입장을 일본에 강력히 전달하겠다는 건데요,

일본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두운 역사의 현장인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데요.

인류의 어두운 역사를 증명하는 장소이며 인간 존엄을 부인한 결과가 초래한 비극을 후세에게 전하는 장소라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어두운 역사를 감추기에 급급한 아베 정부의 행태로 볼 때 하시마 탄광 등을 강제 징용의 잘못을 보여주는 현장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녹취> 일본 관방내각 담당자 : "연대와 역사적 위치를 보면 (강제 징용과는) 배경이 다릅니다. 세계 문화유산의 가치와는 관계가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유네스코가 한-일 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들 산업시설의 문화유산 등재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은 한가닥 희망적인 요인입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보호한다는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본이 강제 징용 시설 등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공식 신청한 지 1년 4개월이나 지날 때까지 이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남은 2달 동안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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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제징용의 현장, 세계 문화유산 등재?
    • 입력 2015-05-09 09:09:40
    • 수정2015-05-11 20:31:4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특파원 현장보고입니다.

관광지로도 유명한 중동의 사해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유입되는 물이 줄어서 수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대로 가면 50년 후 사해는 사진에나 남을 것이란 얘깁니다.

여성 패션 모델들은 대부분 비정상적으로 마른 모습인데요.

패션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마른 모델들은 무대에 서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법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시작합니다.

강제 징용 시설이 포함된 일본 근대 산업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유력해졌습니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위원회가 등재 권고 결정을 내리면서 우리 외교 당국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도쿄 특파원을 연결합니다.

이재호 특파원!

<질문>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시설은 모두 23 곳인데 그 가운데 7곳이 문제가 되고 있죠?

<답변>
예,일본 정부는 1850년에서 1910년 사이에 건설된 근대 산업시설 23곳을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달라고 유네스코에 신청해 놓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7곳은 조선인 5만 8천여 명이 강제 징용돼 혹독한 노역에 시달린 시설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군함도 또는 지옥의 섬이라고 불린 하시마 탄광인데요,

징용자들은 지하 1,000m 해저 갱도에서 바닷물이 흘러 들어오고, 유독가스가 분출되는 극한 상황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강제 노역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또 미쓰비시 중공업의 나가사키 조선소는 전함 등 일본군의 전쟁물자 생산에 강제 동원된 곳입니다.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노예처럼 극한의 노역에 시달리면서 조선인 94명이 숨졌습니다.

<녹취> 다카자네(나가사키대 명예교수) : "(조선인 강제 징용이) 처음에는 모집이라고 했지만, 속여서 데려왔습니다."

이렇게 하시마 탄광이나 나가사키 조선소 등 7곳은 강제 징용 등 어두운 과거사의 현장이라 세계 문화유산으로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질문>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일본의 근대화를 이룬 이른바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것 아닙니까?

<답변>
예, 일본 정부는 해당 시설들이 1850년부터 1910년 사이에 건설됐기 때문에 2차 대전 때 이뤄진 강제 징용과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아베 총리는 정권 차원에서 문화유산 등재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는데요,

메이지 유신을 주도했던 야마구치 현 출신인 아베 총리가, 이들 산업 시설들이 당시 서구 식민지가 될 위기에 처했던 일본을 구하고, 근대화의 원동력이 됐다고 예찬하며 독려하고 있는 것 입니다.

이런 논리로 일본 정부는 지난해 1월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신청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7월에는 조선인 강제 징용현장인 야하타 제철소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아베 신조(일본 총리) :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향해 힘내세요!"

일본 내에서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골든 위크'라고 불리는 이달 초 연휴 기간동안 '미이케'와 '하시마 탄광' 등지에 지난해보다 5배나 많은 일본인들이 찾아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질문>
이번에 유네스코 산하 기관이 등재 권고를 결정한 것이 최종 결정은 아닌데요.

최종 심사에서 문제되는 시설들이 탈락할 가능성은 조금이라도 있습니까?

<답변>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다음달 말부터 7월 초까지 독일 본에서 회의를 열고, 등재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되는데요.

일단은 등재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입니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위원회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린 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최종 단계에서 판정을 번복한 전례가 없기 때문 입니다.

국제기념물 유적위원회는 서양 기술을 일본의 필요와 전통에 맞게 적극적으로 개량해 불과 50년만에 산업화를 달성했다며 세계 문화유산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최종 심사를 하게될 세계문화유산위원회 21개 위원국에는 우리 한국과 일본도 포함돼 있어 치열한 논쟁이 예상됩니다.

위원국 합의로 안건을 처리하는 것이 관례지만 이견이 있을 경우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가결됩니다.

<질문>
우리 정부는 등재가 되더라도 강제 징용 시설이란 사실을 병기해 등재하자고 요구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렇게 될 수도 있나요?

<답변>
오는 22일 도쿄에서 열리는 한-일 외교 당국자 회담에서 이런 우리 정부 입장을 일본에 강력히 전달하겠다는 건데요,

일본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두운 역사의 현장인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데요.

인류의 어두운 역사를 증명하는 장소이며 인간 존엄을 부인한 결과가 초래한 비극을 후세에게 전하는 장소라는 등의 이유였습니다.

어두운 역사를 감추기에 급급한 아베 정부의 행태로 볼 때 하시마 탄광 등을 강제 징용의 잘못을 보여주는 현장으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가능성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녹취> 일본 관방내각 담당자 : "연대와 역사적 위치를 보면 (강제 징용과는) 배경이 다릅니다. 세계 문화유산의 가치와는 관계가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유네스코가 한-일 간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이들 산업시설의 문화유산 등재에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것은 한가닥 희망적인 요인입니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보호한다는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본이 강제 징용 시설 등에 대해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공식 신청한 지 1년 4개월이나 지날 때까지 이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남은 2달 동안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습니다.

지금까지 도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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