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 스크린 싹쓸이 ‘어벤져스2’ 천만 눈앞…관객 선택권은?
입력 2015.05.10 (16:16)
수정 2015.05.1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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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 티켓 판매량 93만장. 사전 예매율 최고 98%.
영화 '어벤져스2'(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는 개봉하기 전부터 역대 최고, 최초 기록을 세우며 흥행을 예고했습니다. 개봉 직후 주말 하루 동안에만 백만 관객을 훌쩍 넘기며 개봉 17일째인 어제(5월 9일)는 9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11일 만에 900만 명을 돌파한 우리나라 영화 '명량' 이후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물론 외화 중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고요. 흥행 성적도 전작인 '어벤져스1'이 세운 707만 명을 뛰어넘었고, '아이언맨3'가 세운 900만1천309명을 뛰어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영화 제작사인 마블의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하는 셈이죠.
어벤져스의 흥행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마블이 만든 영웅 캐릭터의 세계관과 화려한 액션, 장대한 스케일, 또 국내 마니아 층의 증가 등 다양한 이유를 꼽을 수 있지만 영화관의 상영관 몰아주기도 한 몫 했습니다.
요즘 극장가엔 어벤져스 말고 다른 영화를 찾기 힘듭니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표한 '2014 한국 영화 산업 결산'에 따르면, 국내 영화 상영관 수는 지난해 기준 모두 2,281관. 이 가운데 '어벤져스2' 는 어제까지 1,283개 관을 차지했습니다. 영화 흥행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개봉 첫 일주일 동안에는 평균 1,741개 관에서 상영됐습니다. 전체 스크린의 80% 가까이를 '어벤져스2'라는 한 영화가 차지한 겁니다.
비슷한 시기 흥행 성적 2위를 기록했던 영화 '장수상회'를 볼까요? '어벤져스'가 개봉 첫 주 평균 1,741개 관에서 상영되는 동안 '장수상회'는 365개 관 상영에 그쳤습니다. 물론, 개봉 날짜와 예매율 등에서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5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영화사들은 개봉을 늦추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처럼 경쟁작이 없다는 점도 '어벤져스'의 흥행을 도운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극장가 비수기로 여겨지는 2~4월을 피하다보니 볼만한 영화가 없어 굶주린 관객들에게 '어벤져스'의 등장은 그야말로 영웅과도 같았을 겁니다. 이 때문에 국내 영화사들은 차라리 '어벤져스'가 빨리 천만 관객을 돌파해 인기가 식기를 바랄 뿐입니다. 실제로 최근 극장가에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어벤져스' 대 '독립·예술 영화들'의 구조가 뚜렷했고, 유명 감독과 배우의 한국 영화는 대부분 5월말부터 잇따라 개봉할 예정입니다. 부가판권 시장이 작아 영화 매출의 7,80%를 극장에서 벌어들여야 하는 국내 영화 산업 시스템에선, 다른 영화사들에게 '어벤져스'는 피하는 게 상책인 겁니다.
관객들도 볼멘소리를 합니다. '어벤져스'같은 SF 액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부터 '어벤져스'를 봤더니 다른 영화를 볼 게 없다는 관객들까지... 특히, 다른 영화들은 상영 시간대가 아침이나 점심에 몰려있어 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영화'가 단순히 '산업'이나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하나의 '문화'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관객의 영화 선택권·관람권 축소가 우려되는 수준입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영화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스크린 독과점이 고착화되면 일부 영화만 흥행할 수 있고 다른 영화가 흥행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영화 제작자들은 위험을 피하고 흥행을 위한 안전한 선택을 하려고 할 테고, 결국 영화의 독창성과 참신함이 사라져 영화의 질적 하락을 가져오게 되는 악순환을 낳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또 다시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스크린 독과점을 규제하는 방안이 검토돼왔지만 수년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자유시장의 논리와 관객의 선택권 침해라는 두가지 논리가 상충하는데다 영화를 거래의 일종으로 치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어 스크린 배정 자체를 몇 퍼센트로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한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스크린 독과점 비율이 80%를 넘어 90%, 100% 가까이도 불가능하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대중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문화생활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보완책 마련은 필요해 보입니다.
[연관기사]
☞ [뉴스9] ‘어벤져스2’ 스크린 80% 독식…관객 선택권은?
※이 기사는 5월 10일 밤 9시 뉴스를 통해 자세히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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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퍼] 스크린 싹쓸이 ‘어벤져스2’ 천만 눈앞…관객 선택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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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5-10 16:16:48
- 수정2015-05-10 22:07:04
개봉 전 티켓 판매량 93만장. 사전 예매율 최고 98%.
영화 '어벤져스2'(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는 개봉하기 전부터 역대 최고, 최초 기록을 세우며 흥행을 예고했습니다. 개봉 직후 주말 하루 동안에만 백만 관객을 훌쩍 넘기며 개봉 17일째인 어제(5월 9일)는 9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11일 만에 900만 명을 돌파한 우리나라 영화 '명량' 이후 가장 빠른 속도입니다. 물론 외화 중에서는 가장 빠른 속도고요. 흥행 성적도 전작인 '어벤져스1'이 세운 707만 명을 뛰어넘었고, '아이언맨3'가 세운 900만1천309명을 뛰어넘는 건 시간 문제입니다. 영화 제작사인 마블의 역대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하는 셈이죠.
어벤져스의 흥행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마블이 만든 영웅 캐릭터의 세계관과 화려한 액션, 장대한 스케일, 또 국내 마니아 층의 증가 등 다양한 이유를 꼽을 수 있지만 영화관의 상영관 몰아주기도 한 몫 했습니다.
요즘 극장가엔 어벤져스 말고 다른 영화를 찾기 힘듭니다. 지난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발표한 '2014 한국 영화 산업 결산'에 따르면, 국내 영화 상영관 수는 지난해 기준 모두 2,281관. 이 가운데 '어벤져스2' 는 어제까지 1,283개 관을 차지했습니다. 영화 흥행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개봉 첫 일주일 동안에는 평균 1,741개 관에서 상영됐습니다. 전체 스크린의 80% 가까이를 '어벤져스2'라는 한 영화가 차지한 겁니다.
비슷한 시기 흥행 성적 2위를 기록했던 영화 '장수상회'를 볼까요? '어벤져스'가 개봉 첫 주 평균 1,741개 관에서 상영되는 동안 '장수상회'는 365개 관 상영에 그쳤습니다. 물론, 개봉 날짜와 예매율 등에서 차이가 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5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상황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영화사들은 개봉을 늦추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처럼 경쟁작이 없다는 점도 '어벤져스'의 흥행을 도운 셈입니다. 일반적으로 극장가 비수기로 여겨지는 2~4월을 피하다보니 볼만한 영화가 없어 굶주린 관객들에게 '어벤져스'의 등장은 그야말로 영웅과도 같았을 겁니다. 이 때문에 국내 영화사들은 차라리 '어벤져스'가 빨리 천만 관객을 돌파해 인기가 식기를 바랄 뿐입니다. 실제로 최근 극장가에서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할 정도로 '어벤져스' 대 '독립·예술 영화들'의 구조가 뚜렷했고, 유명 감독과 배우의 한국 영화는 대부분 5월말부터 잇따라 개봉할 예정입니다. 부가판권 시장이 작아 영화 매출의 7,80%를 극장에서 벌어들여야 하는 국내 영화 산업 시스템에선, 다른 영화사들에게 '어벤져스'는 피하는 게 상책인 겁니다.
관객들도 볼멘소리를 합니다. '어벤져스'같은 SF 액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부터 '어벤져스'를 봤더니 다른 영화를 볼 게 없다는 관객들까지... 특히, 다른 영화들은 상영 시간대가 아침이나 점심에 몰려있어 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영화'가 단순히 '산업'이나 '엔터테인먼트'가 아닌 하나의 '문화'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관객의 영화 선택권·관람권 축소가 우려되는 수준입니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영화계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습니다. 스크린 독과점이 고착화되면 일부 영화만 흥행할 수 있고 다른 영화가 흥행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영화 제작자들은 위험을 피하고 흥행을 위한 안전한 선택을 하려고 할 테고, 결국 영화의 독창성과 참신함이 사라져 영화의 질적 하락을 가져오게 되는 악순환을 낳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 피해는 또 다시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스크린 독과점을 규제하는 방안이 검토돼왔지만 수년째 제자리 걸음입니다. 자유시장의 논리와 관객의 선택권 침해라는 두가지 논리가 상충하는데다 영화를 거래의 일종으로 치부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어 스크린 배정 자체를 몇 퍼센트로 제한하는 법안을 마련한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스크린 독과점 비율이 80%를 넘어 90%, 100% 가까이도 불가능하리란 보장이 없습니다. 대중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문화생활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보완책 마련은 필요해 보입니다.
[연관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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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5월 10일 밤 9시 뉴스를 통해 자세히 시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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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유정 기자 ok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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