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No! 거식증…프랑스 패션업계 변할까?

입력 2015.05.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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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쇼 앞두고는 아예 안 먹어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패션모델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무대에 서기 전에 어느 정도나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모델들의 다이어트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아예 안 먹어요. 아예 안 먹는 게 식욕을 억제해요. 조금씩 먹으면 더 먹고 싶어지거든요. 아예 안 먹는 게 나아요." 한 모델은 사과 하나로 하루를 버틴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약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처음 모델로 캐스팅됐을 때의 경험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18살 때 캐스팅됐는데, 그때 저는 이미 무척 말랐었지만, 모델 일을 하려면 더 말라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 거식증의 위험

"계속 먹지 않다 보면 완전히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정도까지 갈 수 있습니다."
"거식증은 당신에게 주문을 겁니다, 먹지 말라고. 먹으면 엄청나게 뚱뚱해질거야."

2010년에는 거식증에 걸려 입·퇴원을 반목하며 고통받던 모델 이사벨 카로가 숨집니다. 거식증 모델의 사망을 계기로 프랑스에선 모델들이 거식증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됩니다.



■ 체질량지수 18 이하 말라깽이 퇴출

이같은 심각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프랑스 하원이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그 기준이 되는 체질량지수 표입니다. 가로축이 몸무게, 세로축의 키입니다. 표 안에 있는 숫자가 체질량지수입니다. 화면 왼쪽 보라색 부분이 체질량 지수 18 이하인 마른 체형입니다. 체질량지수 18부터 25 정도까지 연두색 부분이 정상체형으로 분류됩니다. 이보다 높으면 노란색의 과체중, 가장 오른쪽 하늘색 부분이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으로 비만으로 분류됩니다. 보통 패션쇼에 서는 모델들의 체질량지수는 14~17수준으로 보라색에서도 끝 부분입니다. 법안에서는 18 이하는 모델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고용하는 업체를 처벌하겠다는 겁니다. 프랑스 정치권은 이 보건법 개정안은 여성의 건강은 물론 인권 차원에서도 중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건강한 모델’ 운동

자신의 원래 체형을 지키자는 건강한 모델 운동도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잘 먹고 건강한 체형을 유지하며 모델 일을 하자는 운동입니다. 프랑스 릴에서 모델 일을 하는 아스트리드는 키 172㎝에 몸무게 58kg으로 체질량지수는 19.3입니다. 날씬한 정상체형이지만 보통 모델들이 체질량지수 17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무대에 서기 위해선 다이어트를 강요받아야 할 체형입니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자신의 몸에 맞는 치수의 옷을 입기를 고집합니다. 자연 일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건강한 모델로 일하기 위해 불이익을 감수합니다. 그런가 하면 보통보다 큰 치수 옷을 입는 모델들에게는 보건법 개정안인 마른 모델 퇴출 법이 또 하나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여전히 패션업계 소수이긴 하지만 이번 법안을 계기로 다양성이 인정받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거식증과 모델을 연관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

패션업계는 반발합니다. 거식증 때문에 모델들이 마른 것이 아닌데도 억지로 맞추려고 한다는 겁니다. 거식증은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지 법 같은 강제규정으로 제지할 분야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무엇보다 디자이너와 소비자들, 다시 말해 시장이 원해서 마른 모델들이 패션쇼에 서게 됐는데 인위적으로 이를 고치려는 시도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주장합니다. 패션업계를 이끄는 주류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대해 프랑스 정부는 현재 거식증 환자가 4만 명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다가 특히 환자의 90%가 10대 젊은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패션모델의 건강은 모델 개인 차원의 문제를 넘어선다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마른 모델 퇴출법안이 올 하반기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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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파원 현장보고] 패션의 나라 프랑스, ‘마른 모델’ 퇴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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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No! 거식증…프랑스 패션업계 변할까?
    • 입력 2015-05-13 06:00:24
    취재후·사건후
■ “패션쇼 앞두고는 아예 안 먹어요”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패션모델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습니다. 무대에 서기 전에 어느 정도나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모델들의 다이어트는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아예 안 먹어요. 아예 안 먹는 게 식욕을 억제해요. 조금씩 먹으면 더 먹고 싶어지거든요. 아예 안 먹는 게 나아요." 한 모델은 사과 하나로 하루를 버틴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약을 먹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처음 모델로 캐스팅됐을 때의 경험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18살 때 캐스팅됐는데, 그때 저는 이미 무척 말랐었지만, 모델 일을 하려면 더 말라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 거식증의 위험 "계속 먹지 않다 보면 완전히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정도까지 갈 수 있습니다." "거식증은 당신에게 주문을 겁니다, 먹지 말라고. 먹으면 엄청나게 뚱뚱해질거야." 2010년에는 거식증에 걸려 입·퇴원을 반목하며 고통받던 모델 이사벨 카로가 숨집니다. 거식증 모델의 사망을 계기로 프랑스에선 모델들이 거식증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됩니다. ■ 체질량지수 18 이하 말라깽이 퇴출 이같은 심각한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프랑스 하원이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그 기준이 되는 체질량지수 표입니다. 가로축이 몸무게, 세로축의 키입니다. 표 안에 있는 숫자가 체질량지수입니다. 화면 왼쪽 보라색 부분이 체질량 지수 18 이하인 마른 체형입니다. 체질량지수 18부터 25 정도까지 연두색 부분이 정상체형으로 분류됩니다. 이보다 높으면 노란색의 과체중, 가장 오른쪽 하늘색 부분이 체질량지수가 30 이상으로 비만으로 분류됩니다. 보통 패션쇼에 서는 모델들의 체질량지수는 14~17수준으로 보라색에서도 끝 부분입니다. 법안에서는 18 이하는 모델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고용하는 업체를 처벌하겠다는 겁니다. 프랑스 정치권은 이 보건법 개정안은 여성의 건강은 물론 인권 차원에서도 중요한 법안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 ‘건강한 모델’ 운동 자신의 원래 체형을 지키자는 건강한 모델 운동도 있습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잘 먹고 건강한 체형을 유지하며 모델 일을 하자는 운동입니다. 프랑스 릴에서 모델 일을 하는 아스트리드는 키 172㎝에 몸무게 58kg으로 체질량지수는 19.3입니다. 날씬한 정상체형이지만 보통 모델들이 체질량지수 17 이하인 점을 고려하면 무대에 서기 위해선 다이어트를 강요받아야 할 체형입니다. 그러나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자신의 몸에 맞는 치수의 옷을 입기를 고집합니다. 자연 일거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건강한 모델로 일하기 위해 불이익을 감수합니다. 그런가 하면 보통보다 큰 치수 옷을 입는 모델들에게는 보건법 개정안인 마른 모델 퇴출 법이 또 하나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여전히 패션업계 소수이긴 하지만 이번 법안을 계기로 다양성이 인정받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거식증과 모델을 연관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 패션업계는 반발합니다. 거식증 때문에 모델들이 마른 것이 아닌데도 억지로 맞추려고 한다는 겁니다. 거식증은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지 법 같은 강제규정으로 제지할 분야가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웁니다. 무엇보다 디자이너와 소비자들, 다시 말해 시장이 원해서 마른 모델들이 패션쇼에 서게 됐는데 인위적으로 이를 고치려는 시도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주장합니다. 패션업계를 이끄는 주류들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대해 프랑스 정부는 현재 거식증 환자가 4만 명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다가 특히 환자의 90%가 10대 젊은 여성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패션모델의 건강은 모델 개인 차원의 문제를 넘어선다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마른 모델 퇴출법안이 올 하반기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찬반 논란이 뜨겁습니다. [연관 기사] ☞ [특파원 현장보고] 패션의 나라 프랑스, ‘마른 모델’ 퇴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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