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택시를 하는 모일배 씨(69)의 취미는 등산이다. 종로구 홍파동에 사는 모 씨는 3일에 하루씩 맞는 휴일이면 주택 뒤편에 있는 인왕산에 오른다. 그는 추운 겨울에도 등산을 할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
이런 모 씨의 등산을 방해하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들개다. 모 씨가 자주 찾는 인왕산에는 들개들이 살고 있다. 그는 보름에 한번씩은 등산로에서 들개를 마주친다고 했다. 등산로를 딱 막고 있는 들개를 만날 때마다 등산 마니아 모 씨는 지체없이 발길을 돌린다.
모 씨는 "내 무릎 높이까지 올라오는 들개들이 두세마리씩 모여 등산로에 서 있으면 무서워서 지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많은 주말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인적이 드문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자주 들개를 본다"며 "워낙 큰 개라 굉장히 위협적"이라고 설명했다.
# "보통 종의 개들이 아닙니다. 몸이 이 만한 데 한꺼번에 대여섯 마리씩 몰려 다니면 무서워서 꼼짝도 못해요."
서울 종로구 무악동에 사는 김준만씨(74)는 양팔을 크게 벌려 그가 목격한 들개들의 크기를 설명했다. 그의 집은 천암사에서 인왕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바로 옆에 있다. 김 씨는 밤만 되면 들개들이 무리를 지어 내려온다고 했다. 먹이를 찾기 위해 주택가로 이동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의 집 앞 등산로에는 가로등이 없다. 들개들이 주로 나타나는 어두운 밤, 공포가 더 커지는 이유다.
김 씨는 "3월에 봤던 새끼가 뭘 먹고 자랐는지 벌써 어마어마하게 커졌다"며 "사람들이 가끔 어미 곁에서 떨어진 새끼를 주워 키우기도 하지만 들개들을 줄이는 데 도움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인간의 무책임이 만든 공포, 들개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들개는 주로 성북구, 종로구, 은평구, 서대문구에서 발견된다. 이 들개들은 북한산, 인왕산 등 인근의 산 속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들개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된 것은 없다. 이동이 잦을 뿐 아니라 새끼도 자주 낳기 때문이다. 북한산 국립공원 측은 북한산 내에 40여 마리의 들개가 서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추정치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아직 들개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습성상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 다니는 들개는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들개 네 마리가 종로구의 한 주택 주차장에서 고양이를 잔인하게 뜯어 먹는 일이 벌어져 공포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종로구에서 접수한 들개 관련 민원은 지난해 30~40건이었는데, 올해는 오늘까지 벌써 35건이나 접수됐다.
들개들이 주택가까지 내려와 먹이를 찾는 일이 발생했지만 이를 막아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북한산국립공원과 각 구청은 수년 전 들개가 처음 출몰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포획틀을 설치해 놓고 들개가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에는 들개 출몰 지역을 위주로 포획틀 20~30여 개가 설치돼 있다. 포획틀 안에 놓아둔 먹이를 먹기 위해 들개가 들어오면 틀의 입구가 폐쇄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서울에서 포획된 들개는 2010년 9마리, 2011년 35마리, 2012년 67마리, 2013년 74마리, 2014년 79마리다. 포획된 들개들은 유기동물 처리 절차에 따라 새 주인을 기다리지만 쉽게 잠들지 않는 야생성 때문에 입양이 쉽지 않다. 이렇게 주인을 찾지 못하는 들개들은 규정에 따라 대부분 포획 후 20일 내에 안락사된다.
매년 포획되는 들개가 늘고는 있지만 개체 수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뉴타운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옮기는 주민들에게 버려지는 개들이 계속해서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들개 문제는 재개발로 이사를 가는 주인들이 개를 버리고 가면서 시작된 것"이라며 "아직도 뉴타운 예정 지구에서는 버려진 개들이 생기고 이들이 산에 올라가면서 야생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포획틀을 설치한 뒤 들개가 잡히기만을 바라는 포획 방법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학습 효과 때문에 포획틀에 들어오는 들개가 줄어드는 것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다른 들개가 포획틀에 갇힌 것을 본 들개들은 학습 효과 때문에 포획틀에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며 "틀에 갇히는 들개는 주로 새끼들"이라고 말했다.
◆야생화된 동물, 들고양이는 되고 들개는 안 된다?
들개 때문에 불안한 주민들은 마취총 이용 등 적극적으로 포획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상 어긋나는 행동이다. 현재 들개는 동물보호법상 보호 대상인 유기동물로 구분돼 관리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기동물 포획은 사람의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도 있지만 동물의 안전이라는 측면도 고려한다"며 "사람과 동물 모두 안전한 방법인 포획틀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들개들을 유기동물에 준해 처리하는 게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들개 가운데는 주인에게서 버려진 것들도 있지만 아예 야생에서 태어나 산 속에서 큰 야생견들도 이제는 많다"며 "이를 구분할 마땅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서울시는 지난해 들개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4조에는 '환경부 장관은 버려지거나 달아나 야생화된 가축이나 애완동물을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고시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들개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줄 것으로 환경부에 요청했다. 마취총 사용 등 적극적으로 포획 활동을 벌여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 조치였다. 하지만 환경부는 서울시의 요구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들개가 야생화된 동물의 지정 요건인 야생동물의 질병 감염이나 생물다양성의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을 유발할 우려가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환경부는 2009년 '들고양이'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면서 들고양이가 야생동물과 알, 새끼를 잡아먹고, 야생동물 집에도 피해를 준다는 점을 지정 이유로 들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들개가 인간에게 위협적일 수는 있지만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법의 취지상 들개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들개의 출현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자치단체들은 관련 규정의 미비로 들개에 대응할 수단이 부족할 뿐 아니라 정부의 담당 기관도 불명확하다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결국 들개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이 들개 출현 지역 주민들만 불안한 생활을 해야하고, 등산객들도 조심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런 모 씨의 등산을 방해하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들개다. 모 씨가 자주 찾는 인왕산에는 들개들이 살고 있다. 그는 보름에 한번씩은 등산로에서 들개를 마주친다고 했다. 등산로를 딱 막고 있는 들개를 만날 때마다 등산 마니아 모 씨는 지체없이 발길을 돌린다.
모 씨는 "내 무릎 높이까지 올라오는 들개들이 두세마리씩 모여 등산로에 서 있으면 무서워서 지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많은 주말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인적이 드문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자주 들개를 본다"며 "워낙 큰 개라 굉장히 위협적"이라고 설명했다.
# "보통 종의 개들이 아닙니다. 몸이 이 만한 데 한꺼번에 대여섯 마리씩 몰려 다니면 무서워서 꼼짝도 못해요."
서울 종로구 무악동에 사는 김준만씨(74)는 양팔을 크게 벌려 그가 목격한 들개들의 크기를 설명했다. 그의 집은 천암사에서 인왕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바로 옆에 있다. 김 씨는 밤만 되면 들개들이 무리를 지어 내려온다고 했다. 먹이를 찾기 위해 주택가로 이동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의 집 앞 등산로에는 가로등이 없다. 들개들이 주로 나타나는 어두운 밤, 공포가 더 커지는 이유다.
김 씨는 "3월에 봤던 새끼가 뭘 먹고 자랐는지 벌써 어마어마하게 커졌다"며 "사람들이 가끔 어미 곁에서 떨어진 새끼를 주워 키우기도 하지만 들개들을 줄이는 데 도움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인간의 무책임이 만든 공포, 들개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들개는 주로 성북구, 종로구, 은평구, 서대문구에서 발견된다. 이 들개들은 북한산, 인왕산 등 인근의 산 속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들개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된 것은 없다. 이동이 잦을 뿐 아니라 새끼도 자주 낳기 때문이다. 북한산 국립공원 측은 북한산 내에 40여 마리의 들개가 서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추정치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아직 들개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습성상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 다니는 들개는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들개 네 마리가 종로구의 한 주택 주차장에서 고양이를 잔인하게 뜯어 먹는 일이 벌어져 공포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종로구에서 접수한 들개 관련 민원은 지난해 30~40건이었는데, 올해는 오늘까지 벌써 35건이나 접수됐다.
들개들이 주택가까지 내려와 먹이를 찾는 일이 발생했지만 이를 막아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북한산국립공원과 각 구청은 수년 전 들개가 처음 출몰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포획틀을 설치해 놓고 들개가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에는 들개 출몰 지역을 위주로 포획틀 20~30여 개가 설치돼 있다. 포획틀 안에 놓아둔 먹이를 먹기 위해 들개가 들어오면 틀의 입구가 폐쇄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서울에서 포획된 들개는 2010년 9마리, 2011년 35마리, 2012년 67마리, 2013년 74마리, 2014년 79마리다. 포획된 들개들은 유기동물 처리 절차에 따라 새 주인을 기다리지만 쉽게 잠들지 않는 야생성 때문에 입양이 쉽지 않다. 이렇게 주인을 찾지 못하는 들개들은 규정에 따라 대부분 포획 후 20일 내에 안락사된다.
매년 포획되는 들개가 늘고는 있지만 개체 수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뉴타운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옮기는 주민들에게 버려지는 개들이 계속해서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들개 문제는 재개발로 이사를 가는 주인들이 개를 버리고 가면서 시작된 것"이라며 "아직도 뉴타운 예정 지구에서는 버려진 개들이 생기고 이들이 산에 올라가면서 야생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포획틀을 설치한 뒤 들개가 잡히기만을 바라는 포획 방법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학습 효과 때문에 포획틀에 들어오는 들개가 줄어드는 것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다른 들개가 포획틀에 갇힌 것을 본 들개들은 학습 효과 때문에 포획틀에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며 "틀에 갇히는 들개는 주로 새끼들"이라고 말했다.
◆야생화된 동물, 들고양이는 되고 들개는 안 된다?
들개 때문에 불안한 주민들은 마취총 이용 등 적극적으로 포획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상 어긋나는 행동이다. 현재 들개는 동물보호법상 보호 대상인 유기동물로 구분돼 관리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기동물 포획은 사람의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도 있지만 동물의 안전이라는 측면도 고려한다"며 "사람과 동물 모두 안전한 방법인 포획틀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들개들을 유기동물에 준해 처리하는 게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들개 가운데는 주인에게서 버려진 것들도 있지만 아예 야생에서 태어나 산 속에서 큰 야생견들도 이제는 많다"며 "이를 구분할 마땅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서울시는 지난해 들개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4조에는 '환경부 장관은 버려지거나 달아나 야생화된 가축이나 애완동물을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고시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들개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줄 것으로 환경부에 요청했다. 마취총 사용 등 적극적으로 포획 활동을 벌여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 조치였다. 하지만 환경부는 서울시의 요구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들개가 야생화된 동물의 지정 요건인 야생동물의 질병 감염이나 생물다양성의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을 유발할 우려가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환경부는 2009년 '들고양이'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면서 들고양이가 야생동물과 알, 새끼를 잡아먹고, 야생동물 집에도 피해를 준다는 점을 지정 이유로 들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들개가 인간에게 위협적일 수는 있지만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법의 취지상 들개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들개의 출현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자치단체들은 관련 규정의 미비로 들개에 대응할 수단이 부족할 뿐 아니라 정부의 담당 기관도 불명확하다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결국 들개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이 들개 출현 지역 주민들만 불안한 생활을 해야하고, 등산객들도 조심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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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개가 나타났다”…인왕산·북한산 무법자 ‘들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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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5-05-15 16:25:57
# 개인택시를 하는 모일배 씨(69)의 취미는 등산이다. 종로구 홍파동에 사는 모 씨는 3일에 하루씩 맞는 휴일이면 주택 뒤편에 있는 인왕산에 오른다. 그는 추운 겨울에도 등산을 할 정도로 산을 좋아한다.
이런 모 씨의 등산을 방해하는 게 한 가지 있다. 바로 들개다. 모 씨가 자주 찾는 인왕산에는 들개들이 살고 있다. 그는 보름에 한번씩은 등산로에서 들개를 마주친다고 했다. 등산로를 딱 막고 있는 들개를 만날 때마다 등산 마니아 모 씨는 지체없이 발길을 돌린다.
모 씨는 "내 무릎 높이까지 올라오는 들개들이 두세마리씩 모여 등산로에 서 있으면 무서워서 지나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이 많은 주말에는 잘 보이지 않다가 인적이 드문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자주 들개를 본다"며 "워낙 큰 개라 굉장히 위협적"이라고 설명했다.
# "보통 종의 개들이 아닙니다. 몸이 이 만한 데 한꺼번에 대여섯 마리씩 몰려 다니면 무서워서 꼼짝도 못해요." 서울 종로구 무악동에 사는 김준만씨(74)는 양팔을 크게 벌려 그가 목격한 들개들의 크기를 설명했다. 그의 집은 천암사에서 인왕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바로 옆에 있다. 김 씨는 밤만 되면 들개들이 무리를 지어 내려온다고 했다. 먹이를 찾기 위해 주택가로 이동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의 집 앞 등산로에는 가로등이 없다. 들개들이 주로 나타나는 어두운 밤, 공포가 더 커지는 이유다. 김 씨는 "3월에 봤던 새끼가 뭘 먹고 자랐는지 벌써 어마어마하게 커졌다"며 "사람들이 가끔 어미 곁에서 떨어진 새끼를 주워 키우기도 하지만 들개들을 줄이는 데 도움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인간의 무책임이 만든 공포, 들개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들개는 주로 성북구, 종로구, 은평구, 서대문구에서 발견된다. 이 들개들은 북한산, 인왕산 등 인근의 산 속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들개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된 것은 없다. 이동이 잦을 뿐 아니라 새끼도 자주 낳기 때문이다. 북한산 국립공원 측은 북한산 내에 40여 마리의 들개가 서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추정치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아직 들개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습성상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 다니는 들개는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들개 네 마리가 종로구의 한 주택 주차장에서 고양이를 잔인하게 뜯어 먹는 일이 벌어져 공포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종로구에서 접수한 들개 관련 민원은 지난해 30~40건이었는데, 올해는 오늘까지 벌써 35건이나 접수됐다.
들개들이 주택가까지 내려와 먹이를 찾는 일이 발생했지만 이를 막아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북한산국립공원과 각 구청은 수년 전 들개가 처음 출몰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포획틀을 설치해 놓고 들개가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에는 들개 출몰 지역을 위주로 포획틀 20~30여 개가 설치돼 있다. 포획틀 안에 놓아둔 먹이를 먹기 위해 들개가 들어오면 틀의 입구가 폐쇄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서울에서 포획된 들개는 2010년 9마리, 2011년 35마리, 2012년 67마리, 2013년 74마리, 2014년 79마리다. 포획된 들개들은 유기동물 처리 절차에 따라 새 주인을 기다리지만 쉽게 잠들지 않는 야생성 때문에 입양이 쉽지 않다. 이렇게 주인을 찾지 못하는 들개들은 규정에 따라 대부분 포획 후 20일 내에 안락사된다. 매년 포획되는 들개가 늘고는 있지만 개체 수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뉴타운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옮기는 주민들에게 버려지는 개들이 계속해서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들개 문제는 재개발로 이사를 가는 주인들이 개를 버리고 가면서 시작된 것"이라며 "아직도 뉴타운 예정 지구에서는 버려진 개들이 생기고 이들이 산에 올라가면서 야생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포획틀을 설치한 뒤 들개가 잡히기만을 바라는 포획 방법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학습 효과 때문에 포획틀에 들어오는 들개가 줄어드는 것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다른 들개가 포획틀에 갇힌 것을 본 들개들은 학습 효과 때문에 포획틀에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며 "틀에 갇히는 들개는 주로 새끼들"이라고 말했다.
◆야생화된 동물, 들고양이는 되고 들개는 안 된다? 들개 때문에 불안한 주민들은 마취총 이용 등 적극적으로 포획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상 어긋나는 행동이다. 현재 들개는 동물보호법상 보호 대상인 유기동물로 구분돼 관리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기동물 포획은 사람의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도 있지만 동물의 안전이라는 측면도 고려한다"며 "사람과 동물 모두 안전한 방법인 포획틀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들개들을 유기동물에 준해 처리하는 게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들개 가운데는 주인에게서 버려진 것들도 있지만 아예 야생에서 태어나 산 속에서 큰 야생견들도 이제는 많다"며 "이를 구분할 마땅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서울시는 지난해 들개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4조에는 '환경부 장관은 버려지거나 달아나 야생화된 가축이나 애완동물을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고시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들개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줄 것으로 환경부에 요청했다. 마취총 사용 등 적극적으로 포획 활동을 벌여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 조치였다. 하지만 환경부는 서울시의 요구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들개가 야생화된 동물의 지정 요건인 야생동물의 질병 감염이나 생물다양성의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을 유발할 우려가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환경부는 2009년 '들고양이'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면서 들고양이가 야생동물과 알, 새끼를 잡아먹고, 야생동물 집에도 피해를 준다는 점을 지정 이유로 들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들개가 인간에게 위협적일 수는 있지만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법의 취지상 들개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들개의 출현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자치단체들은 관련 규정의 미비로 들개에 대응할 수단이 부족할 뿐 아니라 정부의 담당 기관도 불명확하다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결국 들개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이 들개 출현 지역 주민들만 불안한 생활을 해야하고, 등산객들도 조심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 "보통 종의 개들이 아닙니다. 몸이 이 만한 데 한꺼번에 대여섯 마리씩 몰려 다니면 무서워서 꼼짝도 못해요." 서울 종로구 무악동에 사는 김준만씨(74)는 양팔을 크게 벌려 그가 목격한 들개들의 크기를 설명했다. 그의 집은 천암사에서 인왕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바로 옆에 있다. 김 씨는 밤만 되면 들개들이 무리를 지어 내려온다고 했다. 먹이를 찾기 위해 주택가로 이동하는 것이다. 더구나 그의 집 앞 등산로에는 가로등이 없다. 들개들이 주로 나타나는 어두운 밤, 공포가 더 커지는 이유다. 김 씨는 "3월에 봤던 새끼가 뭘 먹고 자랐는지 벌써 어마어마하게 커졌다"며 "사람들이 가끔 어미 곁에서 떨어진 새끼를 주워 키우기도 하지만 들개들을 줄이는 데 도움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인간의 무책임이 만든 공포, 들개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들개는 주로 성북구, 종로구, 은평구, 서대문구에서 발견된다. 이 들개들은 북한산, 인왕산 등 인근의 산 속에서 생활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 들개가 얼마나 많이 있는지 정확히 파악된 것은 없다. 이동이 잦을 뿐 아니라 새끼도 자주 낳기 때문이다. 북한산 국립공원 측은 북한산 내에 40여 마리의 들개가 서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추정치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아직 들개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습성상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 다니는 들개는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더구나 지난해 12월 들개 네 마리가 종로구의 한 주택 주차장에서 고양이를 잔인하게 뜯어 먹는 일이 벌어져 공포감은 더 커진 상황이다. 종로구에서 접수한 들개 관련 민원은 지난해 30~40건이었는데, 올해는 오늘까지 벌써 35건이나 접수됐다.
들개들이 주택가까지 내려와 먹이를 찾는 일이 발생했지만 이를 막아야 할 지방자치단체의 움직임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북한산국립공원과 각 구청은 수년 전 들개가 처음 출몰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포획틀을 설치해 놓고 들개가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에는 들개 출몰 지역을 위주로 포획틀 20~30여 개가 설치돼 있다. 포획틀 안에 놓아둔 먹이를 먹기 위해 들개가 들어오면 틀의 입구가 폐쇄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서울에서 포획된 들개는 2010년 9마리, 2011년 35마리, 2012년 67마리, 2013년 74마리, 2014년 79마리다. 포획된 들개들은 유기동물 처리 절차에 따라 새 주인을 기다리지만 쉽게 잠들지 않는 야생성 때문에 입양이 쉽지 않다. 이렇게 주인을 찾지 못하는 들개들은 규정에 따라 대부분 포획 후 20일 내에 안락사된다. 매년 포획되는 들개가 늘고는 있지만 개체 수를 줄이기에는 역부족이다. 뉴타운 개발로 인해 삶의 터전을 옮기는 주민들에게 버려지는 개들이 계속해서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들개 문제는 재개발로 이사를 가는 주인들이 개를 버리고 가면서 시작된 것"이라며 "아직도 뉴타운 예정 지구에서는 버려진 개들이 생기고 이들이 산에 올라가면서 야생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포획틀을 설치한 뒤 들개가 잡히기만을 바라는 포획 방법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학습 효과 때문에 포획틀에 들어오는 들개가 줄어드는 것이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다른 들개가 포획틀에 갇힌 것을 본 들개들은 학습 효과 때문에 포획틀에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며 "틀에 갇히는 들개는 주로 새끼들"이라고 말했다.
◆야생화된 동물, 들고양이는 되고 들개는 안 된다? 들개 때문에 불안한 주민들은 마취총 이용 등 적극적으로 포획에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상 어긋나는 행동이다. 현재 들개는 동물보호법상 보호 대상인 유기동물로 구분돼 관리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유기동물 포획은 사람의 안전을 확보하는 차원도 있지만 동물의 안전이라는 측면도 고려한다"며 "사람과 동물 모두 안전한 방법인 포획틀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들개들을 유기동물에 준해 처리하는 게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들개 가운데는 주인에게서 버려진 것들도 있지만 아예 야생에서 태어나 산 속에서 큰 야생견들도 이제는 많다"며 "이를 구분할 마땅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서울시는 지난해 들개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4조에는 '환경부 장관은 버려지거나 달아나 야생화된 가축이나 애완동물을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고시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필요한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들개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해줄 것으로 환경부에 요청했다. 마취총 사용 등 적극적으로 포획 활동을 벌여 시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하 조치였다. 하지만 환경부는 서울시의 요구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들개가 야생화된 동물의 지정 요건인 야생동물의 질병 감염이나 생물다양성의 감소 등 생태계 교란을 유발할 우려가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환경부는 2009년 '들고양이'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면서 들고양이가 야생동물과 알, 새끼를 잡아먹고, 야생동물 집에도 피해를 준다는 점을 지정 이유로 들었다. 환경부 관계자는 "들개가 인간에게 위협적일 수는 있지만 생태계를 교란한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며 "법의 취지상 들개를 야생화된 동물로 지정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들개의 출현으로 골머리를 썩고 있는 자치단체들은 관련 규정의 미비로 들개에 대응할 수단이 부족할 뿐 아니라 정부의 담당 기관도 불명확하다고 공통으로 지적했다. 결국 들개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이 들개 출현 지역 주민들만 불안한 생활을 해야하고, 등산객들도 조심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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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 기자 hon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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