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본문 영역

상세페이지

전도연 “‘칸의 여왕’ 수식어, 이제 극복하려 안해요”
입력 2015.05.17 (08:34) 수정 2015.05.17 (09:49)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오후 남부 프랑스 지중해의 바닷바람이 그대로 불어오는 칸 국제영화제 한국관 테라스에서 배우 전도연이 하얀 소파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칸 해변을 배경으로 삼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도, 기자의 질문에 답할 때도 그의 몸짓과 말투는 자연스러웠다.

배우로서 평생 한 번 가기가 어렵다는 칸 영화제는 전도연에게 이번이 벌써 4번째다.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2010년 '하녀'로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작년에는 공식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한동안 부담스러웠던 '칸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이제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배우의 길을 함께 가는 수식어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런 마음으로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칸을 찾는다.

"한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웠고, 극복하고 싶었어요. 다른 작품으로 그 위에 서고 싶은 생각이 강했죠. 이제는 왜 그렇게 바보같이 떨쳐내려 했을까 싶어요. 칸에 오면 내가 어떤 배우이고, 어떤 사람인가 끊임없이 묻게 돼요. 그러니 더 좋은 배우로 거듭날 수 있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수식어, 나와 같이 가는 수식어라고 할 수 있죠."

이번에 그의 손에 칸행 티켓을 쥐여준 영화 '무뢰한'은 형사가 살인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지만, 그 과정에 싹트는 형사와 살인자 여자의 사랑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영화가 누아르 장르 영화보다는 멜로 영화로서 자리를 매긴 것은 배우 전도연이 김혜경이라는 책장 속 여자를 입체적으로 끄집어낸 영향이 크다.

"꽃병 속의 꽃 같은 인물이라면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그들이 바라보는 김혜경이 아니고 그들과 같이 살아가는 김혜경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저한테 혜경이를 많이 맡겨줬는데, 만약 내가 혜경을 놓치면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기도 했지만 노력했어요."

전도연은 김혜경을 남자의 시선으로 대상화되지 않은 여자로 표현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서 희생자 또는 구원자로서의 여성이라는 전형에 가둬두고 싶지 않았다는 뜻이다.

"감독님은 여자에 대한 죄의식을 많이 말씀하셨지만, 사랑하는 관계에서는 사랑을 더 많이 하는 쪽이 더 상처받게 되는 거잖아요. 김혜경이 그 남자들보다 삶에 대해, 사랑에 대해 더 적극적이기에 희생자처럼 보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사실은 혜경도 재곤에게 무뢰한일 수 있고, 그 남자들을 더 넓게 품고 있는 여자일 수도 있는 거죠."

이 영화에서 전도연은 '밀양'에서의 연기에 필적하는 연기를 펼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뛰어들지 말지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장면마다 그는 모순된 감정을 온몸으로 미묘하게 드러낸다.

그는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극복의 대상으로 삼지 않게 됐듯이, '밀양'의 연기가 자신에게 최고의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을 받았으니 정점이라고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밀양'의 연기가 제 최고의 연기라고는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러면 그게 저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게 되니까요. 계속 좋은 작품에서 연기가 묻어나는 배우가 되려고 하죠."

영화제에서 연기를 인정받음으로써 배우로서 그의 입지는 탄탄해졌지만, 이후에도 영화제 초청을 염두에 둔 작품 선택을 하지는 않게 된다고 했다. 동시에 흥행에 대한 욕심도 버리지 않는다.

실제로 '밀양' 수상 직후 그가 처음 선택한 영화는 '거장의 작품'이 아니라 일상적인 사랑을 그린 작은 영화 '멋진 하루'였고 이후에 출연한 영화 중에서도 임상수 감독의 '하녀'를 제외하면 '영화제용 영화'라고 딱 집어 말할 만한 작품은 없다.

'무뢰한' 역시 전도연이 출연한다는 점 외에는 칸 영화제 초청 소식이 의외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다.

"일단 여배우에게 시나리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서 영화제용 영화를 고르기가 정말 힘들어요. 그리고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이) 잘 돼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제가 이제까지 한 작품에 대한 애정이나 자존심도 크고요."

동양 톱스타들의 해외 진출이 흔해진 시대다. 전도연은 외국에서 구체적인 출연 섭외는 아니더라도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얘기는 많이 듣지만 외국어 연기에 대한 확신은 아직 없다고 했다.

"외국에서 연기력으로 최고인 배우라고 하더라도 한국말을 새로 배워서 한다면 감정전달이 잘 될까요? 외국의 좋은 감독님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지금 영어를 배워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한 제 생각을 극복하는 일이 우선일 것 같아요."
  • 전도연 “‘칸의 여왕’ 수식어, 이제 극복하려 안해요”
    • 입력 2015-05-17 08:34:22
    • 수정2015-05-17 09:49:33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오후 남부 프랑스 지중해의 바닷바람이 그대로 불어오는 칸 국제영화제 한국관 테라스에서 배우 전도연이 하얀 소파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칸 해변을 배경으로 삼아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할 때도, 기자의 질문에 답할 때도 그의 몸짓과 말투는 자연스러웠다.

배우로서 평생 한 번 가기가 어렵다는 칸 영화제는 전도연에게 이번이 벌써 4번째다.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2010년 '하녀'로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한 데 이어 작년에는 공식 경쟁부문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그는 한동안 부담스러웠던 '칸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이제는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배우의 길을 함께 가는 수식어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런 마음으로 매번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칸을 찾는다.

"한때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러웠고, 극복하고 싶었어요. 다른 작품으로 그 위에 서고 싶은 생각이 강했죠. 이제는 왜 그렇게 바보같이 떨쳐내려 했을까 싶어요. 칸에 오면 내가 어떤 배우이고, 어떤 사람인가 끊임없이 묻게 돼요. 그러니 더 좋은 배우로 거듭날 수 있게 가능성을 열어주는 수식어, 나와 같이 가는 수식어라고 할 수 있죠."

이번에 그의 손에 칸행 티켓을 쥐여준 영화 '무뢰한'은 형사가 살인자를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지만, 그 과정에 싹트는 형사와 살인자 여자의 사랑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 영화가 누아르 장르 영화보다는 멜로 영화로서 자리를 매긴 것은 배우 전도연이 김혜경이라는 책장 속 여자를 입체적으로 끄집어낸 영향이 크다.

"꽃병 속의 꽃 같은 인물이라면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거죠. 그들이 바라보는 김혜경이 아니고 그들과 같이 살아가는 김혜경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감독님이 저한테 혜경이를 많이 맡겨줬는데, 만약 내가 혜경을 놓치면 찾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기도 했지만 노력했어요."

전도연은 김혜경을 남자의 시선으로 대상화되지 않은 여자로 표현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했다. 거친 남자들의 세계에서 희생자 또는 구원자로서의 여성이라는 전형에 가둬두고 싶지 않았다는 뜻이다.

"감독님은 여자에 대한 죄의식을 많이 말씀하셨지만, 사랑하는 관계에서는 사랑을 더 많이 하는 쪽이 더 상처받게 되는 거잖아요. 김혜경이 그 남자들보다 삶에 대해, 사랑에 대해 더 적극적이기에 희생자처럼 보일 수는 있어요. 하지만 사실은 혜경도 재곤에게 무뢰한일 수 있고, 그 남자들을 더 넓게 품고 있는 여자일 수도 있는 거죠."

이 영화에서 전도연은 '밀양'에서의 연기에 필적하는 연기를 펼친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뛰어들지 말지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장면마다 그는 모순된 감정을 온몸으로 미묘하게 드러낸다.

그는 칸의 여왕이라는 수식어를 극복의 대상으로 삼지 않게 됐듯이, '밀양'의 연기가 자신에게 최고의 연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을 받았으니 정점이라고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밀양'의 연기가 제 최고의 연기라고는 생각한 적은 없어요. 그러면 그게 저의 한계라는 생각이 들게 되니까요. 계속 좋은 작품에서 연기가 묻어나는 배우가 되려고 하죠."

영화제에서 연기를 인정받음으로써 배우로서 그의 입지는 탄탄해졌지만, 이후에도 영화제 초청을 염두에 둔 작품 선택을 하지는 않게 된다고 했다. 동시에 흥행에 대한 욕심도 버리지 않는다.

실제로 '밀양' 수상 직후 그가 처음 선택한 영화는 '거장의 작품'이 아니라 일상적인 사랑을 그린 작은 영화 '멋진 하루'였고 이후에 출연한 영화 중에서도 임상수 감독의 '하녀'를 제외하면 '영화제용 영화'라고 딱 집어 말할 만한 작품은 없다.

'무뢰한' 역시 전도연이 출연한다는 점 외에는 칸 영화제 초청 소식이 의외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영화다.

"일단 여배우에게 시나리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아서 영화제용 영화를 고르기가 정말 힘들어요. 그리고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이) 잘 돼야 한다고도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제가 이제까지 한 작품에 대한 애정이나 자존심도 크고요."

동양 톱스타들의 해외 진출이 흔해진 시대다. 전도연은 외국에서 구체적인 출연 섭외는 아니더라도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얘기는 많이 듣지만 외국어 연기에 대한 확신은 아직 없다고 했다.

"외국에서 연기력으로 최고인 배우라고 하더라도 한국말을 새로 배워서 한다면 감정전달이 잘 될까요? 외국의 좋은 감독님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지금 영어를 배워서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그에 대한 제 생각을 극복하는 일이 우선일 것 같아요."
kbs가 손수 골랐습니다. 네이버에서도 보세요.
기자 정보